가출 같은 외출 미래의 고전 59
양인자 지음 / 푸른책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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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음이 있으면 어두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두움은 모두 나쁜 걸까요? 물론, 누구나 어둠보다는 밝음을 좋아 할 테고, 부정적 삶의 전개보다는 긍정적 삶의 전개를 반기게 마련일 겁니다. 그럼에도 어둠 그 자체로도 긍정적 요소가 있음도 사실입니다. 밤이 어둡기에 우린 쉼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재충전, 활력을 향해 나아가게 해주는 어둠입니다.

 

양인자 작가의 단편동화집 가출 같은 외출을 읽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7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작인 날 좀 내버려 둬를 포함하여 여섯 편의 단편이 실린 이번 동화집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은 모두 어두운 상황입니다.

 

진짜는 나쁘지 않았다의 주인공은 바람을 피우고 새살림을 차린 아빠, 그로 인해 언제나 두꺼운 커튼 뒤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엄마, 이런 상황을 친구들에게 감추기 위해 거짓말로 허세를 부리며 안간힘을 쏟는 아이의 어둠이 나옵니다.

 

[:] 역시 가난이란 어둠이 주인공을 힘겹게 합니다. 여동생에게 키보드를 사주기 위해 돈을 모으는 상진. 상진은 돈을 모으기 위해 친구의 숙제를 대신해주며, 이런 과정 가운데 갑이 되어버린 친구의 횡포와 돈 사이에서 울분을 토하는 어둠이 있습니다.

 

가출 같은 외출에선 가고 싶은 아이돌 콘서트도 가지 못하고 식당을 운영하시는 부모님 일을 돕다 겪게 되는 오해의 어둠이 있습니다. 손님 가방을 훔쳤다는 오해를 받게 되고요.

 

날 좀 내버려 둬에선 해체된 가정 뒤에 남겨진 아이의 방황. 이로 인해 문제아가 되어버린 채민의 어둠이 있습니다. 그날, 우리는망월동 삼거리는 우리 역사의 대표적 아픔인 광주민주화운동 그 안에 담겨진 아픔의 어둠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어둠들 속에서 주인공들은 어둠에 함몰되지 않고 어둠이기에 갖게 되는 밝음을 소유하게 됩니다. 자신이 처함 어둠의 상황에 솔직해 짐으로 갖게 되는 자유함의 밝음. 그 어둠을 딛고 세상을 향해 한걸음 내딛는 용기의 밝음을 소유하게 되기도 합니다. 떳떳치 못한 돈보다는 정직한 땀 흘림을 선택하게 되는 밝음을 소유하기도 합니다. 자신을 진심으로 품어주는 선생님을 통해 방황을 마감하는 빛을 소유하기도 하죠. 어두운 역사가 남긴 상처, 특히 가족들의 상처를 끌어안고 치유를 향해 나아가는 빛이 되기도 하고요. 언제나 내 편이 되는 건 결국 가족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 가족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첫 번째 단편인 진짜는 나쁘지 않았다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나는 발을 구르며 밖으로 나왔다. 오늘도 끝내 우리 집 커튼을 통과 못한 해는 아쉬운 듯 긴 그림자를 남기고 있었다.(10)

 

삶을 힘겹게 하는 어둠의 상황 속에서 웅크리고만 있을 때, 여전히 우리 삶은 어둠 가운데 남게 됩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세상을 향해 한 걸음을 발을 내딛어 보면, 여전히 힘겨운 상황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나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밝음의 조건들이 우리를 찾아올지 모르고요. 그래서 첫 번째 단편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대신 나는 연극에서 막을 여는 것처럼 재빨리 커튼만 열어 젖혔다.

날마다 베란다 앞에서 기웃거리던 햇살이 기다렸다는 듯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엄마 얼굴에도 햇살이 매달렸다.(30)

 

동화는 우리에게 한 걸음 내딛을 용기를 요구합니다. 그러면 어쩌면 어둠의 상황조차도 그리 나쁘지 않을지 모른다고. 어쩌면 밝음의 상황들이 달라붙을지 모른다고. 무엇보다 여전히 곁에 있는 가족이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고, 가장 든든한 힘이 되어준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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