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가짜 일기
이미영 지음, 수아 그림 / 꿈꾸는사람들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하다는 일기 쓰기 숙제가 참 싫습니다. 매일 같은 일상일 뿐인데, 뭘 그렇게 쓰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다보니 일기 숙제를 자꾸 잊어 선생님의 지적을 받게 됩니다. 이런 하다를 위해 엄마가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하다의 일기 쓰기에 도움을 주려 합니다. 처음엔 하다에게 일기 쓰기 지도를 하려던 거였는데, 여의치 않자 하다의 일기를 수정하기 시작합니다.

 

성의 없게 써 놓은 일기 내용을 지우고 정성껏 내용을 채웁니다. 이런 내용들은 사실, 엄마가 바라는 것들입니다. 하다가 모범생이 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책도 많이 읽고, 체육도 잘하고... 등등등. 나중엔 아예 엄마가 하다의 일기를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게임을 좋아하고, 축구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던 하다가 축구 경기하는 게 별로입니다. 축구를 잘하던 하다가 축구 구멍이 되어버렸거든요.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피시방에 갔는데, 이상한 일들만 벌어지고, 게임이 점점 두려워집니다.

 

이렇게 하다가 변하기 시작하더니 더욱 이상한 건, 공부하기 싫어하던 하다가 공부를 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러다, 하다는 자신의 일기장이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자기가 대충 쓴 내용이 아닌, 누군가 고쳐 쓴 일기의 내용들. 그리고 그 내용처럼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 이 모든 게 엄마가 일기를 고쳐 쓰기 시작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엄마가 고쳐 쓴 일기처럼 수학시험에 드디어 80점을 맞기도 하고. 점차 책만 보고, 공부만 하는 아이로 변해 갑니다. 과연 하다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동화 엄마의 가짜 일기는 엄마가 아들의 일기를 고쳐 쓰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입니다. 그런데, 정말 엄마가 쓴 내용 그대로 하다가 변하게 됩니다. 하다는 언젠가부터 모범생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럼 잘된 것 아닐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잘된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하다는 전혀 행복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변한 것도 아니랍니다. 엄마의 바람이 마치 강요처럼, 아니면 마치 마법처럼 하다를 변화시켰습니다. 하다의 행복은 고려하지 않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하다가 다시 옛 모습처럼 말썽쟁이의 모습, 공부는 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요? 그것 역시 답은 아닐 겁니다. 어쩌면, 엄마의 바람처럼 하다가 변하는 것이야말로 하다를 위해서도 좋은 일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하다의 결단과 의지로 그렇게 되어야 바람직한 거죠. 게다가 공부에 몰입하고, 독서에 몰입하는 같은 모습이라 할지라도 그저 기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공부의 기쁨, 독서의 기쁨을 아는 상태로 공부하고 책을 읽어야 하는 거고요.

 

동화는 아무리 순방향으로 변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강요나 본인의 의지적 결단 없이, 아울러 본인이 그 안에서 어떤 기쁨도 맛볼 수 없는 것이라면 불행한 변화일 뿐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같은 내용의 일기라 할지라도, 엄마의 가짜 일기가 아닌, 하다 스스로의 능동적 일기였다면, 그리고 실제 그런 변화였다면, 그리고 그렇게 변하는 가운데 하다가 새로운 기쁨과 즐거움을 찾았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랐을 겁니다.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같은 학교 공부를 하고, 같은 성적을 거두더라도 성적에 얽매이는 입시를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의 앎을 키워나가는 진짜 공부로서의 학교 공부를 할 수 있다면 좋겠고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진짜 자신의 일기를 멋지게 써나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엄마가 만들어 가는 가짜 일기 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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