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 왕자 그림책은 내 친구 45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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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은 정말 불멸의 아동문학가라 불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어린 시절의 정서를 책임졌던 수많은 동화들 가운데 많은 동화가 안데르센의 작품이니 말입니다. 그의 걸작 가운데 하나인 백조 왕자가 금번 도서출판 논장의 <그림책은 내친구 시리즈> 45번째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1971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판화를 전공하였으며, 2004년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된 차세대 그림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인 요안나 콘세이요의 그림 작품들이 안데르센의 동화와 만나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책입니다.

 

사실, 안데르센의 <백조 왕자>는 그림책에 싣기에는 그 내용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초등 저학년 이상은 되어야 읽기에 적합할 것 같습니다. 부모가 유아에게 읽어주기엔 글이 상당히 많아 아이들이 힘들어 할 것 같네요.

 

백조 왕자의 내용은 너무나도 익숙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다시 읽으며,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됩니다. 어느 글이건 글을 읽는 독자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어린 시절 읽고 접했던 <백조 왕자> 이야기에서는 마법에 걸려 백조가 되어 버린 오빠들을 위해 쐐기풀로 옷을 짜던 공주의 인내와 노력, 사랑과 헌신 등이 크게 보였다면, 성인이 된 지금 읽어보니, 역시 안데르센의 작품 속에서도 시대적 한계가 많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어쩜 그렇게 동화 속엔 아동학대가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경악하기도 합니다. 계모는 전처 자식들을 학대하는 것이 공식입니다. 전처 자식을 사랑으로 키우는 계모를 찾습니다.~

 

또한 여성의 희생과 헌신이 강조됨도 시대적 한계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물론, 백조 왕자에서는 백조로 변한 오빠들이 동생을 싣고 먼 길을 떠나는 헌신의 모습도 있습니다.). 아울러 엘리사 공주를 사랑하게 된 왕의 사랑 표현 역시 지금으로 본다면 폭력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이 사랑한다고 상대의 의사는 고려하지 않은 채 납치해서 왕궁 안에 감금한 거니까요. 이런 스토커이자 폭군을 사랑하게 되는 엘리사 공주의 모습도 시대적 한계라 볼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동화가 말하려는 바는 그것이 아님을 알기에 이러한 시대적 한계에도 여전히 고전은 사랑받는 거겠죠. 결코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은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사랑의 힘으로 희생하고 헌신함으로 결국 못된 마법을 깨뜨리고 회복을 맛보게 된다는 결말. 그러니 우리 역시 이런 사랑과 희생, 헌신과 인내 등의 덕목을 붙잡고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보면 결국 삶이 변화되고 아름다운 삶이 우리 앞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그런 희망의 메시지는 여전히 빛납니다. 비록 이 시대가 희망을 품기엔 버거운 시대임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기에 안데르센의 동화는 여전히 사랑받는 거겠죠.

 

인생의 쓴잔에서 고통의 내용물이 넘쳐나고 흘러내린다 할지라도, 결국 내 삶에 봄날이 올 것이란 믿음과 희망으로 쐐기풀 옷을 한 땀 한 땀 만들어가는 2018년이 되길 다짐하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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