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란도의 비밀 청자 보름달문고 57
문영숙 지음, 홍선주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영숙 작가의 벽란도의 비밀 청자는 고려시대 전남 강진 당전마을에서 청자를 빚던 도공들의 힘겨운 삶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당전마을의 도경이란 소년은 도공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도공으로 일평생 수고하였지만,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대접을 받는 도공 생활에 염증이 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이런 도공들의 열악한 상황 속에서 엄마를 잃은 사건이 더해져 도경이는 마을을 떠나 멀리 가려 합니다.

 

그런, 도경의 눈에 멀리 벽란도에까지 간다는 배가 눈에 띱니다. 그리곤 그곳에서 그만 귀한 청자를 깨뜨리게 되고 이에 솜씨 좋은 도공인 할아버지가 똑같은 청자를 만들어 올 때까지 벽란도 송방에게 붙들려 일을 해야만 합니다. 도경이의 할아버지는 당전마을에서도 가장 솜씨가 좋은 도공이랍니다. 하지만, 당전마을 도공들이 만드는 청자는 사사로이 판매할 수 없답니다. 워낙 좋은 물건들이라 모두 임금님에게로 가야만 하거든요. 이렇게 다른 곳도 아닌 임금님에게 진상하는 청자를 만드는 도공의 삶이 왜 그리 핍절한지 이유를 알 수 없네요. 그건 중간에 농간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아무튼 할아버지는 과연 비밀리에 청자를 만들어 벽란도 송방에게 가져올 수 있을까요? 또한 할아버지가 청자를 만들어오면 벽란도 거상인 송방은 도경이를 풀어 줄까요?

 

동화 벽란도의 비밀 청자를 읽다보면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당시 도공마을의 청자들을 맡아 왕궁으로 올리는 일을 하는 관리 감도관들의 횡포에 화가 납니다. 또한 거상들의 교묘하고 간교한 탐욕에 화가 납니다. 이들은 민중의 고혈을 빨아먹는 자들입니다. 그런 그들은 점점 배를 불려 가는데, 온종일 수고하고 애쓰는 도공들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져만 갑니다. 이런 부조리함이 어쩌면 인류의 역사인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이런 부조리한 사회구조 아래에서도 청자를 만드는 뛰어난 기술을 이어간 이들의 그 예술혼이 참 고귀하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그런 끔찍한 환경 속에서 피워낸 문화의 유산이기에 더욱 우리에겐 자랑스러운 게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고요. 물론, 동화 속에 과장된 바가 없지 않겠지만, 과연 과장되기만 했을까 반문해 보게도 됩니다. 어쩌면 더욱 더 비참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청자 문화유산을 피워낸 건 아닐까요?

 

또한 비참한 환경 속에서 꽉 막힌 상황들을 해결해낼뿐더러, 다시 청자의 자긍심을 갖게 되고 당전마을로 향하는 도경이의 발걸음은 찬란한 문화유산을 만들어낸 조상들의 멋진 걸음을 보는 듯 하여 더욱 감격적입니다.

 

결코 부딪힐 수 없을 강력한 부패의 고리 아래에서 가만히 당하지만 않고, 과감히 일어서는 도경이의 정신이 멋진 동화입니다. 자신들의 힘을 이용하여 약한 이들을 착취하던 못된 세력들을 파헤치고, 그들의 어둠 속의 만행들을 세상에 드러내는 도경이의 활약이 통쾌하게 느껴지는 동화입니다. 이처럼 눌려 신음하는 약자들이 통쾌한 반전을 누리는 게 동화 속만이 아닌 현실 속 모습이 되길 꿈꾸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