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별장의 모험 닷쿠 & 다카치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맥주별장의 모험은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닷쿠 & 다카치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다. 전작 그녀가 죽은 밤을 먼저 읽게 된다면 아무래도 등장인물들에 대한 선이해를 가질 수 있어 도움이 될 것 같다.

 

소설 속 화자인 닷쿠(다쿠미 지마키), 닷쿠의 술 파트너이자 다양한 색채의 매력적 캐릭터 보안선배(헨미 유스케), 엄청난 미모에 차가운 인상의 다카치(다카세 지호), 그리고 미성년자처럼 보이는 여대생 우사코(하사코 유키코), 이 넷은 함께 여행을 떠나기에 이른다. 갑자기 소가 보고 싶다는 보안선배의 요청에 의해 산속으로(대관령으로 소를 보러 여행을 떠난 느낌이라면 비슷하지 않을까? 아니 대관령은 소가 아니라 양인가? 아무튼 그런 느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 그만 잔뜩 꼬이게 된다. 돌아오는 길 한참 가다 보니 갑자기 통행금지가 되어 되돌아가 우회도로로 가 보는데 그곳은 추돌사고와 화재로 인해 길이 막혀 버렸다. 이에 다시 산장으로 돌아가려 차를 돌리는데, 이번엔 연료가 떨어져 차를 움직일 수 없다. 이에 일행은 밤길을 한참을 걸어 한 별장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별장이 이상하다. 집 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다. 오직 1층의 방 하나에만 싱글 침대 하나가 달랑 놓여 있고, 2층의 첫 번째 방 붙박이장을 열어보니 그 안에 냉장고가 숨겨져 있다. 냉장고 안엔 대용량 캔 맥주가 가득 들어 있을 뿐.

 

이처럼 기묘한 별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일행은 이상한 별장의 존재에 대해 이런저런 추리를 하게 된다. 과연 이 별장의 존재목적은 무엇일까? 이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왜 냉장고는 붙박이장 속에 감춰져 있었을까? 그 안에 맥주만이 가득한 이유는 뭘까?

 

맥주별장의 모험안락의자탐정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아니 전형적이라 말하기에도 조금 망설여진다. 왜냐하면, 소설의 거의 전부가 안락의자탐정의 모습으로 사건을 유추하고, 추리하고, 공상함으로 사건 내지 현상의 이면에 도사리는 진실을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꽉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달랑 싱글 베드 하나, 그리고 감춰진 냉장고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맥주, 이것이 전부인 별장의 기묘한 모습에서 이런 별장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일지를 각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논리를 가지고 공상하며 추리해나간다. 그런 가운데 실제 맥주별장에 도사리고 있는 범죄의 실체에 접근해나가는 과정이 다소 지난하리만치 집요하고 끈질기다. 이처럼 논리와 토론, 그리고 공상을 더한 추리 과정이 이 소설의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다. 이렇게까지 사고를 이어나갈 수도 있구나 탄성을 자아낼 만큼 뛰어나다. 하지만, 아울러 솔직히 이 부분이 소설을 다소 지루하게 만드는 것 역시 사실이다.

 

지난하리만큼 논리와 공상, 추리를 끌고 갈 동기가 다소 약하다 싶은 느낌이 없지 않다. 어떤 사건 이후에 벌어지는 추리라기보다는 단지 기묘한 별장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길고도 긴 추리가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며. 솔직히 소설을 읽는 내내 안물 안궁이란 신조어가 생각나게 했다.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공상의 나래를 펴며 사고하고, 추리를 만들어 내며, ‘안락의자탐정을 완성해나가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별로 안 궁금하다는 것이 치명적 약점은 아닐지. 개인적으로는 전작 그녀가 죽은 밤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해본다(물론, 이는 전적으로 개인적 생각이다.).

 

그럼에도 이렇게까지 사고를 이어나가며 추리소설을 완성할 수 있구나 하는 측면에서는 어쩌면 하나의 교과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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