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 동원, 이름을 기억하라! 징검다리 역사책 13
정혜경 지음, 최혜인 그림 / 사계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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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출판사에서 출간된 또 하나의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정혜경의 일제 강제 동원 이름을 기억하라!란 책입니다.

 

이 책은 <일정 시 피징용자 명부>라는 문서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일정 시 피징용자 명부>는 이승만 정권에서 이루어낸 귀한 자료로, ‘식민지 시절에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끌려간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놓은 책입니다. 각 마을마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하나하나 그 이름과 사연을 조사하여 적은 자료로 19531월에 65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귀한 자료가 여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게 잠들어 있다가 2013년에야 비로소 일본주재 대사관에서 발견된 겁니다.

   

 

이 자료에는 일제에 의해 강제로 동원된 228,724명의 이름과 그 사연이 적혀 있다고 합니다. 23만 명 가까이 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 징용을 당해 고통을 당했던 겁니다.

 

이 가운데는 다섯 번이나 징용을 다녀온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돈은 한 푼도 받지 못하고, 군산으로, 김제로, 정읍으로, 평안북도로, 그리고 일본으로 강제 징용을 당하여, 비행장 공사, 굴 파는 공사, 수력발전소 공사, 탄광 등에서 강제 노동을 하였던 경우입니다. 강제로 일을 해야만 하는 서러움보다 배고픈 게 제일 괴로웠다는 할아버지의 증언은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일제에 의해 강제 노동을 하며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일본군이 되어 싸우라는 일제의 말에 거부하다 결국 학도 증용이란 이름으로 시멘트 회사에서 강제 노역을 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결국 이 때의 일로 폐를 상하여 평생 폐결핵으로 고생하셨다는 이야기는 일제에 의해 우리 민족이 얼마나 큰 한이 있는지를 알게 해줍니다.

 

사할린에 강제 징용되어 끌려간 후, 그 생사 여부를 알 수 없는 아버지를 찾아 오랜 세월을 찾아 헤맨 할머니의 눈물 가득한 이야기는 우리의 정부가 얼마나 많은 일을 놓치고 있는지도 알게 해줍니다. 과연 오랜 세월 우리 정부가 국민들의 억울한 눈물을 닦아줄 의지가 있었는지를 묻게도 하고요.

 

작가는 말합니다. 이들 수많은 이들의 한 많은 사연을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고요. 우리가 직접적으로 그분들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것들도 있겠지만, 이렇게 그분들의 눈물, 아픔, 억울한 사연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그분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입니다.

  

  

책 마지막 부분에는 일본인들 가운데서도 자신들 선조의 죄에 대해 사죄하는 모습과 그분들의 멋진 활동들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바로 여기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계적인 눈 축제로 유명한 홋카이도까지 우리 선조들의 억울한 착취와 노동의 흔적이 있음을 책은 이야기해줍니다. 홋카이도는 추운 지역이기 때문에 산 위의 눈이 녹아 물은 많지만, 정작 이 물로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홋카이도에서 나는 쌀들이 아주 유명하대요. 그건 바로 그곳에 차가운 물을 보관하여 수온을 올리게 하는 유수지 건설이 있었기에 가능했답니다. 그리고 그 유수지는 바로 우리 한국인들이 강제로 끌려가 만든 것이고요. 이런 사연들을 알게 됨이 참 감사합니다. 언젠가 홋카이도에 가게 된다면, 그곳 풍경만이 아닌, 우리 선조들이 겪었던 그 역사적 현장들도 다녀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기억과 방문이 바로 흐려져 있는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임을 책은 이야기 합니다.

 

일제 강제 동원 이름을 기억하라!는 일본을 욕하라는 책이 아닙니다. 우리의 슬픈 역사를 알고 기억하고, 작은 행동들을 통해, 흐려진 역사의 거울을 깨끗하게 하라는 책입니다. <일정 시 피징용자 명부>라는 문서에서부터 시작하는 내용들이 참 유익하고, 반드시 알아야만 할 그런 역사적 내용들입니다. 이런 앎이 우리네 아이들의 역사관을 바로세우고, 한일관계를 보다 더 긍정적으로 만들어 가게 하지 않을까 싶은 너무나도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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