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한 조각 - 용기를 담은 손길 다림 청소년 문학
얍 터르 하르 지음, 유동익 옮김 / 다림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콜릿 한 조각이란 제목의 이 소설은 이미 출간된 지 50여년이 지난 책(1966년 출간)으로 2차 세계 대전 당시 레닌그라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다.

 

2차 세계 대전, 어쩌면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도 먼 구시대적 유물이라 여길 수도 있겠다. 그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과연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공감하게 되고, 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이기에 더욱 이런 소설을 읽고 전쟁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물론 전쟁을 경험한 세대라고 해서 반드시 전쟁에 대한 바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주인공 보리스는 12살 소년으로 레닌그라드에서 살고 있다. 독일과 러시아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레닌그라드 주민들은 식량문제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보리스 역시 마찬가지다. 배급받는 음식은 양도 적을뿐더러, 질에 있어서도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이런 식량의 어려움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보리스의 아버지 역시 식량을 반입하기 위해 얼어붙은 호수로 트럭을 몰고 들어오다 얼음이 깨져 죽고 만다.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어 서서히 죽어가는 엄마. 그리고 죽어가는 이웃들.

 

이런 상황 가운데 보리스는 동네 소녀 나디아와 함께 식량이 있다는 곳으로 목숨을 건 원정을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독일 병사들에게 붙잡히게 된다. 과연 보리스와 나디아는 식량을 구하게 될까? 그리고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소설은 전쟁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전쟁 속에서도 여전히 인생은 이어진다. 그리고 죽어가는 도시에서도 인생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예전의 일상은 깨져 버렸다. 그 전에 누리던 소소한 일상들은 이젠 꿈같은 일, 간절한 갈망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특히, 음식은 더욱 그러하다. 소설의 제목 속에도 등장하는 초콜릿 한 조각은 단순한 초콜릿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물질이 되기도 하고, 인간성을 회복케 하는 영약이 되기도 한다. 소설 속에 초콜릿이 두 차례 등장하는데, 이 초콜릿은 모두 적을 향해 내미는 손길이 된다. 어쩌면 소설이 말하는 진정한 용기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전쟁이란 소용돌이 속에서 서로 증오하고, 죽이고 싶은 대상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적군이라 할지라도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손길. 최소한의 인간성을 잃지 않았음을 표현하는 초콜릿 한 조각을 내미는 손길.

 

증오를 뛰어 넘어 사랑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용기. 이 용기가 전쟁 이후 부서져 버린 도시, 부서져 버린 일상을 다시 세울 수 있는 진정한 원동력이 됨을 소설은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용기다. 그것을 생각할 때, 우린 어떤가? 여전히 증오 위에 세워져 있진 않은가? 아니, 도리어 이 증오를 이용하여 얻는 이득으로 인해 계속 재생산하고 있진 않은지.

 

소설은 이렇게 끝나고 있다.

 

증오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자유가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냐하면 고통을 많이 겪어 본 사람은 그만큼 용서도 많이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195)

 

어쩌면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이렇게 내미는 초콜릿 한 조각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