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내 삶의 퍼즐 조각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41
마리 콜로 지음, 박나리 옮김 / 책속물고기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샤를리에게 2012년 5월 24일은 ‘최악의 날’이다. 끔찍한 교통사고로 여동생 레아를 잃은 날이며, 사랑하는 엄마의 아름답던 발가락을 잃은 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고로 인해 샤를리의 삶은 잔뜩 꼬여버렸다. 마치 맞추기 어려운 복잡한 퍼즐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꼬인 것은 전망이 좋던 높은 층에서 1층으로 이사를 가게 된 것이다. 이는 하반신 불구가 된 엄마를 위한 조처였겠지만, 샤를리에게는 자신이 평생을 살아온 거리를 떠난 슬픔 그 자체인 것이다.

 

게다가 방학인데, 샤를리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샤를리가 선택한 것은 아파트 ‘안’. 아파트의 각 가정을 방문하며, 그 가정에서 보이는 풍경을 사진으로 찍는 작업에 돌입한다. 그리곤 그것들을 일일이 기록한다. 바로 ‘아파트 탐험록’이 그것이다. 이 ‘아파트 탐험록’에 들어갈 또 하나의 내용은 바로 각 집마다 방문하여 나올 때, 그곳에서 기념품을 한 가지씩 몰래 챙기는 것이다. ‘임대’표지판, 현관 매트 조각, 양초, 꽃병, 목공 가게의 광고 전단지, 마스카라, 기타 포크 따위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물론 한 곳에서는 핸드폰을 훔쳐오기도 한다. 이것은 후에 돌려주게 되지만 말이다. 바로 그곳이 샤를리의 가장 빈번한 방문 가정이 된다.

 

그곳은 늙은 여 작가 슬라빈스키아 부인의 집이다. 이곳을 방문하며 샤를리는 슬라빈스키아 부인과 우정을 쌓아가게 되고, 각 가정을 방문하는 가운데 아파트 최고 인기인이 된다. 과연 샤를리는 자신의 ‘아파트 탐험록’을 무사히 완성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마지막 퍼즐은 어떤 멋진 내용일까?

 

성장소설인 『찰칵! 내 삶의 퍼즐 조각』을 덮으며 먼저 생각해보게 되는 것은 쉽게 치유될 수 없는 아픔의 상처가 수많은 ‘관계’를 통해 치유된다는 점이다. 샤를리의 상처는 아파트 ‘안’의 수많은 가정들을 방문하고, 그들과 짧은 교제의 시간(처음엔 15분으로 정해진다. 아빠는 15분 안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도록 알람을 맞추게 한다)을 갖는 가운데 치유된다.

 

그렇다. 상처는 안으로 감출 때 도리어 더 단단해진다. 반면 많은 관계 속에서의 교제를 통해 상처는 말랑말랑해지고 결국 치유하게 된다. 만약, 그 ‘최악의 날’의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끝내 샤를리가 집 안에만 머물렀다면 그 상처는 더욱 커질 수도 있었다. 우리 안에 깊은 상처가 있다면 이러한 상처들이 또 다른 좋은 관계(신과의 관계일 수도 있겠고, 좋은 사람과의 관계일 수도 있겠다)를 통해 치유될 수 있다면 좋겠다.

 

샤를리의 마지막 퍼즐 조각은 바로 슬라빈스키아 부인을 위한 하루 동안의 가출에 있다. 슬라빈스키아 부인은 사실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 이름도 다르고, 직업도 소설가가 아닌. 이 사실에 샤를리는 또 다른 상처를 입게 되지만, 한 번도 외국 여행을 하지 못한 슬라빈스키아 부인을 위해, 파리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게 된다. 하루의 일탈, 그것도 누군가 타인을 위한 일탈이 샤를리의 치유 여행, 마지막 퍼즐이라는 것도 의미 있겠다.

 

물론 나의 아픔과 힘겨움도 크겠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의 아픔을 위한 일탈은 삶을 아름답게 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본다. 내가 맞출 마지막 퍼즐 조각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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