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마당 아이들 - 하찌동화집,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이창식 지음 / 연지출판사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25년 동안 백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번역한 전문번역가인 저자는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하얀 할아버지가 되어 있더란다. 그래서 철부지 손자와 그 동무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쓴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이렇게 동화책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배꼽마당 아이들』이란 제목으로... 사랑하는 손주에게 들려주기 위한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과연 그 속살은 어떨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본다.

 

이 동화집은 모두 7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모두 “배꼽마당”을 그 지리적 배경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들이지만, 특별히 연결되는 이야기들은 아닌, 모두 독립적인 이야기다. “배꼽마당”은 달동네 꼭대기에 있는 작은 마당을 가리킨다. 야트막한 산이었던 곳에 인근 도시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며, 산을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올라가, 결국 꼭대기에만 배꼽처럼 볼록하니 동그란 마당이 형성되었다고 하여, 이름 붙은 “배꼽마당”. 이곳은 달동네 아이들의 신 나는 놀이터이다. 바로 이곳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7편의 동화.

 

첫 번째 이야기가 아마도 저자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잘 보여주는 동화가 아닐까 여겨진다. 가난하던 시절이지만, 동무들과 함께 노는 시간이 행복하던 시절을 잘 표현하고 있다. 병정놀이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던 시절의 모습. 뒷산에서 산딸기를 따먹을 때 생긴 에피소드, 개울에서 헤엄치던 이야기, 그리고 친구들과 다투던 이야기 등이 잔잔하게 당시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잘 풀어내고 있다. 아랫마을 친구들과의 갈등과 다툼, 그리고 화해의 장까지. 이러한 이야기를 읽어가며 아마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든 분들은 그래 이런 놀이를 하며 놀았었지 하는 생각과 함께 자신의 어린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뿐 아니라, 나비가 되어 왈츠를 춰보기도 하고, 붙잡힌 개구리가 되어 탈출하는 모험을 하기도 한다. 매미를 잡고, 잠자리를 잡던 모습을 그려내기도 하며, 어린 시절 부당한 방법으로 1등을 했던 이야기도 전한다.

 

개구리를 잡던 그 때의 경험을 반성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나 역시 많은 개구리들에게 못된 짓 참 많이 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물론 당시 놀 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 개구리를 잡아 괴롭히는 놀이가 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역지사지의 모습으로 동화를 풀어내는 작가의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이러한 “배꼽마당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6-70년대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던 아이들의 세계를 엿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동화집이다. 당시대를 겪었던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로 잠시 되돌아가 보는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또한 요즘 아이들에게는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의 어린 시간을 엿보는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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