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벙 테마 소설집
박솔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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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첨벙』은 한 가지 주제로 쓴, 13명의 신진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모아놓은 소설집이다. 일명 테마 소설집이다. 그리고 그 주제는 ‘중독’이다. 이 책에는 “불가사의하면서도 기묘한 13가지 중독 이야기”란 부제가 달려 있다.

 

‘중독’이란 무엇인가에 빠져, 그것을 하지 못하면 견딜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것은 습관일 수도 있고, 어떤 사상이나 사물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그것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를 ‘중독’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에 실린 13편의 단편들은 모두 뭔가에 사로잡혀 있는 것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교중독, 나른함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도 보이며, 사우나, 학문적 업적, 섹스, 희망, 자해, 첫사랑, 자살, 거짓말 등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각기 저자가 다른 만큼 작품의 내용도 다를뿐더러, 색깔과 느낌도 무척 다르다. 한 작가의 작품이 아니기에,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관통하는 뭔가를 찾아내려는 작업은 어쩌면 무의미한 작업일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중독’이란 주제를 통해 이 책은 과연 독자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가 하는 것을 찾는 작업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 13명의 작가 각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서로 다를 것이기에 말이다.

 

부제에 담긴 것처럼, 기묘한 내용,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들도 있으며, 또 삶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들도 있다.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우린 과연 무엇에 사로잡혀 있으며,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질문을 해보게 된다.

 

하지만, 어느 작품은 과연 작가가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려하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 작품 역시 없지 않았다. 두서없는 단편적 문장들의 나열, 독자와의 소통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불친절한 서술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작가 자신만의 정신세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느낌을 갖게 되는 작품이 없지 않았다. 솔직히 두 편의 작품이 그랬다. 왠지 작품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려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느낌이 없지 않았다. 물론, 작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무지함에 원인이 있을 것이지만 말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무엇엔가 중독되어 살아갈 것이다. <볼티모어의 벌목공들>처럼 학문적 성취를 위한 일에 매달려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며, <아프라테르>처럼 성적 쾌감에 매달려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囚>처럼 삶에 대한 권태로움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벽 안에 가둘 수도 있을 것이다. <높은 물때>에서처럼 나른함의 노예가 되어 살아갈 수도 있으며, <참고인>에서의 언니처럼 희망에 중독되어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것이 무엇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이왕이면 무언가에 중독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부정적인 일이나 사물, 습관에 중독되기보다는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뭔가에 중독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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