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뉴엘 베른하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일탈을 꿈꾼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일탈을 행하진 않는다. 어쩌면, 본능과 이성(내지는 사회적 관습에 의해 교육되어진 당위성) 사이에서 어느 쪽이 크냐에 따라 결과는 다를 것이다. 본능에 충실한 것이 옳은가 아님 그른지는 누가 판단하는 것일까? 물론, 내 안의 이성은 끊임없이 본능을 거스르는 것이야말로 거룩이라 외친다. 내 안에 본능에 충실할 용기는 없다. 아니, 어쩜 본능 자체가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 억제되고 소멸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실제적인 일탈의 경험 없이도 일탈을 맛볼 수 있음이 어쩌면 소설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그저 읽은 후 “소설은 소설일 뿐.” 되뇌며 책장을 덮으면 되니 말이다.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소설들이 그렇다. 자연스레 일탈을 행하는 주인공들. 여기 『금요일 저녁』은 이제 내일(토요일)이면 사랑하는 연인의 집에서 함께 살기 위해 이사하게 되는 주인공이 아파트 짐을 모두 싸놓은 상태에서 저녁 약속을 위해 외출하였다가 교통체증 가운데 자신의 차에 태운 한 사내와의 불같은 애정행각, 일탈의 현장을 그려내고 있다. 여기 교통체증 역시 일상의 삶은 아니다. 지하철 파업으로 인한 일탈적인 교통체증이다. 어쩌면, 이러한 일상적이지 않은 삶의 여건이 일탈을 생산해냈는지도 모른다.

 

소설석에서 주인공 로르는 냄새에 집착한다. 어쩌면 작가가 냄새에 집착하는 듯싶다.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작품들을 모두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녀의 또 다른 작품 역시 냄새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무튼 로르는 자신의 차에 우연히 타게 된 남성에게서 나는 냄새에 온 마음을 다 빼앗겨 버린다. 그리고는 그와의 일탈에 기꺼이 자신을 던진다. 단 하룻밤의 사랑에 불과하지만. 로르가 일탈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단순히 냄새로 인해 자극되어진 본능의 힘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제 다음날이면 자유를 박탈당하게 될 것에 대한 항거로서의 일탈이었을까? 새롭게 시작될 애인과의 동거에 대한 불안함의 발로였던 걸까? 알 수 없다.

 

어찌되었든 금요일저녁 하룻밤의 열정적인 일탈을 묘사한 소설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그녀는 다리를 쭉 펴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허벅지 위 빨간 치마의 주름을 매끈하게 폈다.”

 

로르는 어쩌면 다음에도 자신의 하룻밤의 행복, 하룻밤의 꿈같은 시간을 허락해준 남성 프레데릭을 다시 만날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로르는 내일의 삶, 일상의 삶을 준비한다. 그래서 일탈의 상징인 빨간 치마의 주름을 매끈하게 편다. 일탈은 일탈일 뿐, 일상의 삶을 향해 나간다. 로르의 일탈은 아마도 일상에 묻히게 될 것이다.

 

우리 안에 있는 일탈의 가능성에 대한 저자의 고발일까? 아니면, 일탈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삶으로의 복귀를 독려하는 것일까? 아무튼 모를 일이다.

 

하지만, 소설은 재미있다. 군더더기 없는 묘사가 몰입도를 높여준다. 때론 19금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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