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와 비둘기 - 안데르센상 수상 작가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동화는 내 친구 75
제임스 크뤼스 지음, 이유림 옮김, 류재수 그림 / 논장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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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비둘기가 독수리를 피해 좁은 바위틈 사이로 숨어들며 시작된다.

어떻게든 비둘기를 잡아먹으려는 독수리 앞에 비둘기는 마치 천일야화 속의 셰에라자드처럼 독수리의 관심을 끌만한 이야기들 8편을 풀어 놓는다.

이 8편의 이야기들은 서로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묶고 있는 보이지 않는 연관성은 있다. 바로 독수리와 비둘기의 현 상황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이다.

처음, “거미가 고마워한다고 해서 사람한테 자랑거리가 되는 것은 아니지” 이야기는 비둘기를 향한 독수리의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는 내용으로 책의 포문을 열지만, 마지막, “마라 부인과 아들 부트 이야기”는 둥지에서 기다릴 새끼 비둘기들의 간절함과 하나되며, 비록 17년이 지난 세월이지만, 아들과 엄마의 만남을 통해, 바위틈에 갇혔던 비둘기와 둥지에서 기다릴 새끼 비둘기들 간의 만남을 암시한다.

“병 속에 갇힌 독수리 이야기”를 통해, 힘센 강자라 할지라도 생각지도 못했던 위기를 겪을 수 있고, 그런 위기 가운데 참새처럼 절대적 약자의 도움으로 살아날 수 있음을 비둘기는 독수리에게 말한다.

“굴뚝새와 독수리 또는 모기와 코끼리 이야기”를 통해서는 독수리나 굴뚝새나 결국엔 매한가지임을 암시함으로 갑과 을이 확연히 나뉘어져 있지만, 이들 역시 결국엔 매한가지임을 갑 중에 갑인 독수리에게 항변한다.

또한 “주인에게 저항한 당나귀들” 이야기를 통해서, 아무리 약자들이라 할지라도 이들의 연대와 봉기를 통해, 강자 역시 약자 앞에 굴복할 수도 있음을 말한다.

“전쟁이랑 평화는 달라요”를 통해, 생명을 죽이는 것보다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 얼마나 더 소중한지 비둘기는 독수리에게 문제제기를 한다.

이처럼, 개별적인 이야기들이지만, 이들 이야기들은 독수리를 향한 비둘기의 조용한 항변을 담고 있다.

아울러, 이 이야기들은 오늘 우리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숲 속 자명종 이야기”를 통해서, 자기 입장에서 상대를 판단하는 어리석음을 꼬집고 있으며, “햄스터와 계단 이야기”를 통해서는 처음 자신이 목적했던 것이 무엇인지도 잊고, 눈앞의 유익에 기뻐하는 어리석은 모습이 혹 우리들의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굴뚝새와 독수리 또는 모기와 코끼리 이야기”를 통해서는 우리가 전해 듣는 말의 허구성을 고발한다. 말이란 것이 옮겨지며 어떻게 변형될 수 있는지, 굴뚝새가 모기에 물린 사건에 대한 말이 옮기고 옮겨, 결국엔 독수리가 코끼리에 들이받힌 것으로 과장되는 말의 허구성에 대해 고발하며, 이처럼 말이 어떻게 재해석되어 전달되는지 알려준다.

“병 속에 갇힌 독수리 이야기”에서는 위기 상황 가운데, 무엇이 참 도움이 되는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상황을 낳게 된 원인을 찾는 작업이 때론 상황 극복을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줌으로 우리들이 문제 앞에 문제를 극복하려는 노력보다는 헛된 논쟁만을 일삼는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무엇보다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전쟁이랑 평화는 달라요” 이야기에서 무엇이 특별하고, 참으로 자랑할 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자신들의 무용담을 자랑하며 자신들을 특별하게 여기는 화승총과 칼 한 자루. 이에 반해 아무 것도 자랑할 것이 없는 커피 빻는 기구와 음악시계의 대립을 통해, 우리는 어느 편에 서 있는지, 그리고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전자는 평화보다는 전쟁을 사랑하는 부류이며, 후자는 전쟁보다는 평화를 사랑한다.

전자는 생명을 헤치는 일을 하고, 그 일을 특별하게 여기며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류인 반면, 후자는 생명을 살리고, 낙담한 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일을 하지만, 정작 그 일을 특별하지 않은 일상으로 여기는 부류들이다.

어느 편이 특별한가?

마땅히 후자가 특별하고, 자랑할 만한 자들이다.

우리들이 이 편에 서서, 생명을 살리며, 낙담한 자들에게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통해, 자라나는 세대들이 언제나 약자의 입장을 생각하며, 언제나 생명 살리는 편에 서게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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