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서 하느님을 만나다
박재순 지음 / 바오로딸(성바오로딸)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성서 속의 욥기는 성서뿐만이 아니라, 여타문학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뛰어난 문학작품이라는 평들이 많이 있다. 그렇기에 욥에 대한 이야기는 비단 기독교인들뿐 아니라 비 기독교인들에게도 그 줄거리가 알려져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상 욥기의 온전한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는 기독교인들은 드물다. 단지 알고 있는 내용이란, 욥기 전체 42장 중에서 1-2장과 마지막 42장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욥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욥기는 단순히 쉬운 이야기가 아닌 상당히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본서는 이처럼, 종교를 떠나서 사랑 받고 있으며, 또한 그럼에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욥기에 대한 묵상이다. 지은이인 박재순 목사는 욥기를 이스라엘 백성들이 겪었던 생존현실로부터 풀어간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 민족이 바벨론 포로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아픔과 한숨이 바로 욥기 이야기의 배경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이스라엘의 아픔이 배어있는 욥기가 어렵게 느껴지고 공감이 되지 않는 이유를 바로 독자들의 경험 부재에 있다고 보기에 고난 당하였던 지은이 자신의 이야기와 주위의 많은 한숨과 눈물의 이야기가 욥기 묵상에 커다란 자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그토록 엄청난 고난가운데서 처절하게 절규하고 하나님께 투정하던 욥이 결국 하느님을 만나게 되는 것은 바로 욥의 그토록 아픈 현실 때문임을 말하며, 아울러 욥을 위로하기 위해 먼 곳에서 찾아왔지만, 욥을 위로하기보다는 오히려 욥을 정죄하는 친구들의 모습은 바로 그들에게 생존현실의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은 그들의 이론이 오히려 위로 받을 자를 위로치 못하고 더욱 아프게 하는 무기가 됨을 보여준다. 이는 오늘날 우리들에게 많은 도전을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들, 특히 종교인들이 성경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또한 각자 나름대로의 많은 교리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 지식과 교리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사랑의 교리라 하더라도 이것이 실제로는 사람을 아프게 하고 정죄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저자는 욥기 해석에 있어서 문맥을 따라 살피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내용의 잘잘못은 그 내용을 말하는 자의 마음에 있다는 접근을 한다. 예를 들면, 우리네 식당 곳곳에 부적처럼 걸려있는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라는 성경구절은 실제로는 욥을 정죄하는 친구 중 하나가 한 말이다. 그렇기에 이 말은 근본적으로 옳은 의도로 씌여지지 않은 욥기 전체가 옳지 않다고 보는 사상 중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그렇기에 실제로 식당들 곳곳에 걸려 있는 그 구절은 아주 잘못된 접근이다). 하지만, 저자의 접근대로라면,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어떤 의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앞 뒤 문맥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대포 정신으로 사용하고 있는 위의 구절의 사용이 꼭 잘못되었다고 만은 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하지만 그럼에도 이 구절 사용이 잘못된 것은 이 구절 사용이 바로 자신들만의 부귀를 위한 부적으로 사용된다는 데 있다).

단지, 본서의 아쉬운 점은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위주로 성경을 묵상하기에 욥기 본 저자가 의도하는 메시지를 간혹 간과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본서가 욥기에 대한 신학적 해석작업이 아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묵상이기 때문에 그러한 접근방법이 큰 단점은 아니리라 여겨진다.

본서는 분명 삶의 무게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밝은 위안을 줄 수 있는 글임에 분명하다. 또한 이런 위안이 공허한 울림이 아닌 공감의 위안이 되는 것은 바로 그 위안이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세상에 형성된 어떤 '판'에 의하여 날마다 어두운 곳에서 신음하며 좌절과 절망 가운데에서 허덕이는 희생자들이 더 이상 없는 사회가 이 땅에 건설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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