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른의 유괴마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장애를 앓고 있는 15세 소녀 가나에는 이젠 엄마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 그녀가 엄마가 잠시 가게에 들어간 사이 사라졌다. 오직 그 자리에 남겨진 것은 가나에의 학생증과 <피리 부는 사나이> 동화로 잘 열러진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그림엽서 한 장. 이렇게 사건이 시작된다.

 

가나에 집안은 홀어머니 가정으로 불우한 형편인데, 누가 장애를 앓고 있는 가난한 소녀를 유괴해 간 걸까? 게다가 유괴 후 어떤 접근도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런데 얼마 후 또 한 소녀가 사라졌다. 이번엔 상류층 소녀다. 역시 소녀가 사라진 곳엔 소녀의 핸드폰과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그림엽서가 남겨져 있다. 이번엔 상류층이니 몸값을 요구할 법도 한데, 여전히 범인은 어떤 접근도 해오지 않는다.

 

이렇게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라 불리기 시작한 유괴범과 형사들의 싸움이 시작된다. 물론 이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는 우리의 주인공 얼굴값 못하는 이누카이. 얼굴값 못하는 이누카이냐고? 이유가 있다. 이누카이 형사는 배우들의 외모를 부끄럽게 할 만큼 빼어난 외모를 자랑하는 형사인데, 놀랍게도 그는 여인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여자들의 거짓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꽃미남 형사. 그러니 언제나 여성 용의자들의 거짓말에 놀아가게 되어 결국엔 얼굴값 못하는 이누카이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누카이는 남성들에게는 놀랍도록 날카롭다. 남성들의 표정, 말투, 분위기 등을 통해 남자 용의자들의 진술에서는 거짓을 놀랍도록 꼬집어 낸다. 마치 초능력이라도 있는 것 마냥. 그렇기에 얼굴값 못하는 이누카이는 반어적으로 놀라운 그의 능력을 돋보이게 하는 별명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런 주인공 이누카이가 이 사건을 맞게 되었는데, 그의 장점은 하나도 소용이 없다. 사건의 관계자들은 거의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 게다가 이번엔 그의 파트너마저 신참 여형사다. 과연 이번 사건에서 이누카이 괜찮을까?

 

이누카이가 남성들에게만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여성들을 상대로도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뿐, 형사적 자질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 말이다. 물론, 여전히 상대의 거짓에 놀아나긴 하지만 말이다.

 

이누카이는 그의 동물적 촉으로 이번 사건은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과 연관이 있다 여긴다. 첫 번째 피해자 가나에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으로 인해 기억을 잃고 있다 주장하며 이를 위한 활동을 하던 여인. 게다가 두 번째 피해자는 이번엔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의 가해자 측이라고 할 수 있는 산부인과의사협회 회장의 금지옥엽 무남독녀다. 이렇게 사건은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과 연관이 있음이 분명하다(사실 소설은 줄곧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를 보이지 않는다. 자궁경부암 백신이 실제로 문제다. 그리고 이를 감싸는 제약회사, 의료진, 그리고 공무원들의 부조리를 고발함이 이 소설의 의도임이 분명하다.).

 

또 다시 터진 세 번째 사건. 이번엔 의회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피해를 호소하기 위해 모였던 피해자 다섯 명의 소녀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그들이 탄 버스와 함께. 그리고 버스 운전사는 의회 화장실에서 결박당한 채 발견된다. 그곳엔 역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그림엽서가 남겨져 있고 말이다.

 

과연 유괴범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 걸까? ? 아님 자궁경부암 백신의 부작용을 알리는 것?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더러운 거래를 폭로하는 것?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일곱 색의 독에서 연작 단편집으로 잠시 외도(?, 사실 작가는 연작단편도 많이 쓴다. 그리고 이 역시 재미나다.)를 했던 작가는 다시 장편으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 하멜른의 유괴마는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살인마 잭의 고백과 마찬가지로 의료계의 어두움을 고발한다.

 

사람을 구해야 할 의료행위가 도리어 사람의 생명을 갉아먹는 부조리. 그런 부조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하며 여전히 이권에만 혈안이 된 자들, 의료진, 백신회사, 그리고 정부의 야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사건은 실제 일본에서 벌어졌던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사건을 다루고 있어 더욱 사실적인 느낌이 강하다. 게다가 요즘 우리의 상황과도 오버랩 된다. 물론 그 해석은 각자의 몫이지만 말이다.

 

목적을 상실한 존재는 존재할 가치를 잃게 된다. 질병과 싸워야 할 백신회사와 의료진, 그들이 생명을 살리기보다는 자신들의 유익을 쫓고 있다면 이들은 이미 존재의의를 잃은 자들이다. 국민의 안녕을 위해 헌신해야 할 공무원들, 그들 역시 자신의 유익과 출세만 생각한다면 이들 역시 존재의의를 상실한 자들이다. 과연 그런 그들이 필요할까?

 

역시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은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 묵직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아울려 반전의 제왕이라 불리는 작가답게 이번 작품 역시 상당한 무게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반전을 즐기는 것 역시 미스터리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만의 특권이 아닐까?

 

이제 잠시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는 숨고르기를 해야 한다. 아직 출간되지 않았으니. 하지만, 이미 7권까지 진행되었다는데, 국내에서도 빨리 나머지 작품들이 번역 출간되길 기다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