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마을 <藏壽마을>
윤재광 지음 / 부크크(bookk)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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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오싹함이 밀려오는 장수마을이란 제목의 소설을 만났습니다. “장수마을이란 제목에서 추측하길 장수하는 사람들의 마을을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맞습니다. 소설 속 장수마을은 모두 100세를 전후로 하는, 심지어 훨씬 넘는 이들까지 있는 장수마을이 맞습니다. 하지만, 소설은 일부러 장수라는 단어를 한자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오래 산다는 장수라면 長壽여야 하지만, 소설의 장수藏壽입니다. ‘감출 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천수, 영생을 누리는 자들의 마을인데, 수명을 간직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만, 감춘다는 의미로 생각할 때, 영생을 누리기 위해 이들은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의미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겁니다. 과연 이들 장수마을이 감추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요?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하며 진행됩니다. 과거의 주인공은 서삼이란 소년인데(소년부터 진행됩니다), 무엇이든 훔치는 재능을 타고 나서 도아(盜兒)라고 불리는 아이입니다. 그에겐 감춰진 비밀이 있는데, 그 재능으로 엄마 뱃속에서부터 뭔가를 훔쳤습니다. 바로 쌍둥이 형제의 생명, 아니 그 혼을 말입니다. 그래서 그에겐 남들보다 배의 수명이 주어졌고, 노화 역시 그만큼 늦게 진행됩니다. 서삼은 자신에게 주어진 이 엄청난 재능으로 또 다른 뭔가를 훔치게 되는데, 무엇을 훔치게 될까요?

 

현재에서는 재기(의대교수)와 재인 부부가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그 아들 동희(6)까지 말입니다. 재인에겐 재기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습니다. 바로 동희의 탄생에 대한 비밀입니다. 동희는 여섯 살이지만 그 지능을 아버지인 재기와 의료 전문적 내용을 함께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아니 동희가 어쩌면 더 지적 수준이 높을지도 모릅니다. 여섯 살 아이인데 말입니다. 마치 동희 안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만 같은 모습, 과연 동희에겐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요? 그 비밀이 장수마을과는 그리고 과거의 서삼과는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요?

 

소설은 우선 재미납니다. 몰입도가 높습니다. 계속하여 장수마을에서 과연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두근두근 마음 졸이며 기대하게 만듭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부분에서의 전개는 너무나도 급작스럽기도 합니다. 어쩌면 대부분의 공포영화가 그렇듯 말입니다. 하지만 또 읽다보면 그런 급작스러움조차 별 문제가 안 되기도 합니다. 재미있으니까요.

 

무엇이든 훔칠 수 있는 재능, 그 재능을 가지고 영생을 누리려는 욕심. 영생의 욕심 앞에 무너져 내리는 인륜이란 허울, 이런 모습들이 소설을 덮은 뒤에도 깊은 잔상으로 남게 되는 소설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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