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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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시리즈 작품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시리즈를 뽑으라면 단연 <가가 형사 시리즈>를 말하게 될 게다. 지금까지 도합 10권의 책이 나왔으니, 시리즈 작품이 그리 많지 않은 작가가 큰 애정을 쏟고 있는 캐릭터가 바로 가가 형사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가가 형사 시리즈> 가운데 읽은 작품은 별로 없다. 세 번째 작품인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아홉 번째 작품인 기린의 날개, 그리고 열 번째 작품인 기도의 막이 내릴 때가 그 동안 읽은 전부였다. 그래서 <가가 형사 시리즈>를 처음부터 읽어보고자 하는 마음을 품고 첫 번째 작품인 졸업: 설월화 살인 게임을 손에 들어본다.

 

이 작품은 가가 형사가 아직 형사가 아닌 대학생 신분으로 등장한다. 졸업이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대학 4학년, 이제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 이제 곧 학창시절은 끝나고 사회인으로 세상으로 나가게 될 청춘들의 마지막 학창시절이 그 배경이다. 같은 고교출신이면서 T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7명의 남녀. 이들의 마지막 청춘의 시간은 아프기만 하다. 언제나 함께 어울리며 캠퍼스의 파릇함을 누렸던 청춘들이 이제 청춘의 보호막을 벗어나 사회인이 되기 위한 지독한 통과의례일가? 이들은 끔찍한 사건 앞에 서게 된다. 그토록 얌전하기만 하던 친구,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친구 쇼코가 자살을 한 것이다. 남자친구와 함께 밝은 미래를 꿈꾸던 친구, 자신이 좋아하던 여행을 살려 여행회사에 취직했음을 행복해했던 친구인데, 왜 자살하게 된 걸까?

 

이렇게 친구들은 친구의 죽음을 각자의 방식으로 추적하게 된다. 그런 가운데 친구가 자살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완전 밀실은 아니더라도 밀실에 근접한 공간인 여성 전용 원룸에서 살해된 친구,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친구들, 특히 가가와 그의 연인 사토코, 그리고 나미카가 주로 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한다. 그러던 가운데 친구들의 고등학교 다도 은사였던 미나미사와 선생님 댁에서 갖게 된 다도 모임, 일명 설월화 게임의 자리에서 나미카가 죽고 만다. 누군가 설월화 게임을 통해 차를 마시고 다과를 먹는 자리에서 나미카를 살해하고 만 것이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범인은 친구들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과연 누가? 서로 그토록 가깝기만 하던 친구사이였는데, 누가 친구를 연속적으로 살해하는 걸까? 과연 두 사건은 연속성을 갖는 연쇄살인인 걸까?

 

그토록 가깝다고 여겼던 친구사이였건만, 과연 서로는 상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던 걸까? 이런 끔찍한 사건들을 직면한 가가는 과연 얼마나 멋지게 사건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작가의 공식적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로 데뷔한 다음 해인 1986년에 발표된 작품. 그래서일까? 작가의 의욕이 더욱 느껴지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은사와 함께 친구들이 해마다 즐겼던 다도모임 설월화 게임안에 트릭이 감춰져 있다. 이런 트릭이 사실 상당히 복잡하게 느껴진다. 어찌 보면, 너무 복잡하여 독자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며, 또한 누군가에게는 촘촘하게 잘 짜인 트릭이라 감탄을 이끌 수 있는 그런 경계선이라고 할까? 아무튼 작가의 왕성한 의욕이 느껴졌다.

 

또한 첫 번째 살인인 쇼코의 죽음, 그 현장인 원룸 건물의 밀실 트릭 역시 멋지다. 이 트릭은 공학을 전공한 작가의 이력이 녹아 있다. 스포일러를 하진 않겠지만, 그 트릭에 담긴 과학적 내용은 이 작품이 1986년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최첨단 과학 정보가 담긴 트릭이 아닐까 생각된다.

 

무엇보다 가가와 그 친구들이 사회로 나오기 위한 그 지독하리만치 아픈 통과의례가 먹먹함으로도 다가왔으며, 아울러 가가 형사의 아직은 형사와 교사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던 대학시절을 만난 즐거움이 있던 작품이다. <가가 형사 시리즈>의 첫 작품을 읽었다는 배부름도 있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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