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토바 전설 살인사건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그리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실상은 일본 추리소설의 살아 있는 거장이라 불리는 우치다 야스오(111, 누적 판매부수 1억 부라니. 게다가 108회 드라마화 된 작가라니 입이 떡 벌어진다.), 그의 작품 고토바 전설 살인사건을 읽었다. 검은숲에서 번역 출간된 3권의 작품 가운데 마지막으로 읽은 게다. 그런데, 다 읽고 난 후 작품해설을 읽어보니 이 책은 작가의 장편 소설 가운데 3번째 작품이란다. 그러니, 여태 읽었던 작품들보다는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인 것.

 

그래서 그럴까?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인 탐정 아사미 미쓰히코의 분위기가 아직은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것처럼 느껴진다. 언제나 사파리 점퍼에 테니스 모자를 눌러 쓴 주인공 아사미의 분위기가 이 책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본을 이끌어가는 관료가문의 작은 아들인 아사미, 일본 경찰의 최고 정점에 서 있는 최고 간부인 형과는 달리 반 백수처럼 살아가는 자유로운 모습은 그대로다. 게다가 진실에 접근하는 그 묘한 능력 역시 그대로고.

 

아사미가 사건에 접근할 때, 일선 현장의 경찰들이 갖게 되는 의문, “아사미라는 사람, 신원은 확실하겠지?”라는 의문은 이 책에서도 언급된다. 이런 의문에 어쩐지 빵빵한 배경을 가진 아사미를 생각하며 괜스레 우쭐한 마음을 갖고 통쾌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은 이 캐릭터가 주는 묘한 쾌감이다.

 

이번 사건은 고토바 법황의 유배 전설, 그 노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다. 어느 날 한 여인이 시골 기차역 구름다리 위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무더운 날씨 탓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니다. 살인사건이다. 여인의 신분은 금세 밝혀지는 데, 쇼호지 미야코라는 여성이다. 홀로 고토바 법황의 유배 경로를 따라 여행했던 여인이 무슨 일로 살해 된 것일까? 게다가 소지품은 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데, 과연 무슨 일로 살해 된 것일까?

 

이 사건을 접근하는 시골 경찰서의 노가미 경사는 이 사건의 책임자가 된 현경 수사1과 젊은 엘리트 경감과의 자존심 싸움까지 벌이며 홀로 이 사건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그런 가운데 피해 여인을 기차 안에서 목격했던 목격자 역시 살해당하게 되는데, 수사본부는 이 두 사건을 별개의 사건으로 보지만, 노가미는 두 사건은 연관된 사건임을 알고 사건을 추적한다. 그러는 가운데, 이 두 피해자와 접점이 있는 또 다른 사람, 신실한 시골 고교 역사 교사가 자살하기에 이르는데, 과연 이 사건들의 진실은 무엇일까?

 

소설이 대략 절반 정도까지 진행돼서야 비로소 우리의 명탐정, 아사미가 등장한다. 그리고 아사미는 사건의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이 사건은 다름 아닌 첫 번째 피해자인 미야코가 8년 전 이곳에서 겪었던 산사태 사고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 것(, 여기 8년 전 사고로 숨진 피해자는 다름 아닌 아사미의 친동생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니 어쩌면 이 사건은 오빠의 복수일수도. 그럼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모습은 역시 명탐정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사건의 핵심을 금세 파악하고 추리해 나가는 아사미의 능력은 역시 뛰어나다. 여기에 조금은 우직하게 사건을 추격해 나가는 형사 노가미, 이 둘의 궁합이 상당히 잘 맞는다. 물론, 나중에 크게 한 번 삐걱거리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사건 배후에 있는 주범의 존재가 엄청난 반전을 가져온다. 완전히 오리무중에 감춰져 있던 사건의 주범이자 제3의 인물, 그의 존재가 밝혀질 때 충격을 준다. 전설과 연관하여 사건이 일어나고 추리해 나가는 부분에서 묘하게 예스러운 느낌이 나지만, 그럼에도 몰입하여 읽게 되는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우치다 야스오의 작품이 좀 더 많이 번역 출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 이 작품은 열차의 경로가 계속 언급되는 부분이 솔직히 따분하긴 하지만, 이것은 작가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에 영향을 받은 듯. 여기에 그렇다고 해서 열차 경로를 이용한 시간차 알리바이 트릭이라든가 하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뭔가 트릭이 없을까 하고 끝내 의심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건 추리소설 애독자의 병일까?

 

암튼, 고토바 전설 살인사건, 재미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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