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야마 초능력사 사무소
혼다 데쓰야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혼다 데쓰야의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은 <레이코 형사 시리즈>스트로베리 나이트를 통해서였답니다. 책장을 펼치면서부터 시작되는 암울하고 충격적인 장면들, 잔인하고 사실적인 범행 묘사, 잔혹한 장면들로 인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먼저 납니다. 몇몇 글벗님들은 그런 충격으로 인해 다른 책들을 찾아보길 꺼리게 되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그랬지만, 형사소설의 미스터리적 요소에 끌려 다음 책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첫 번째 책만큼 충격적이지 않음도 알게 되었죠.

 

그러다가 스트로베리 나이트보다더 더 충격적인 책을 만났답니다. 바로 악마의 성이란 책인데, 이 책은 정말 무시무시했죠. 모든 소설 속 악당 가운데 가장 악한 악당이란 생각까지 하면서 책을 읽었지만, 그럼에도 반전과 함께 충격이 큰 만큼 더욱 대단한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답니다. 혼다 데쓰야 하면, 그래서 이런 책들이 먼저 떠오르는 게 사실입니다. 혼다 데쓰야란 작가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는 말을 읽어본 적이 있지만, 실상 다른 느낌의 책은 읽어본 적도 상상하기도 쉽지 않았답니다. 그러던 차, 완전히 다른 느낌의 책을 만나 읽어보고 싶던 차 이번에 드디어 만나 읽게 되었답니다.

 

바로 마스야마 초능력사 사무소라는 제목의 단편 연작 소설이랍니다. 도합 7편의 연작 단편들을 만나게 되는데, 확실히 이전에 만났던 작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답니다. 무엇보다 이번 소설은 장르가 판타지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주인공들은 대부분 초능력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거든요.

 

때는 바야흐로 초능력자들의 능력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게 된 시점입니다. 음지에서 자신의 능력을 감추거나 또는 그 능력을 이용해서 음성적 일을 하던 모습에서 이젠 사회가 인정하는 어엿한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사회에서 다른 이들의 요구에 부응하며 도움을 주는 활동인으로서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하는 초능력자들. 이들 가운데 마스야마 초능력사 사무소에 속한 이들의 관점에서 사건들을 접하게 됩니다.

 

도합 7편의 단편 연작 소설은 각각의 단편 시선이 서로 다르답니다. 6년 만에 가까스로 협회가 주관하는 2급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비로소 정식 직원으로 초능력사가 되어 일하게 된 다카하라 아쓰시. 4년 만에 2급 초능력사 시험에 합격하여 당당히 사무소의 한 축으로서 일을 감당하는 나카이 겐. 초능력은 전혀 없지만, 초능력사 사무소의 안살림을 맡아 하는 뚱뚱한 외모의 아줌마 사무원 도모에. 불량소녀에서 이젠 1급 초능력사이자 사무소 소장이자 엄청난 능력자인 마쓰야마의 공식적 불륜 애인인 에쓰코. 마쓰야마 아래에서 초능력사로 성장하여 지금은 독립하여 마쓰야마보다 더 큰 사무소를 운영하는 아키라. 그리고 이제 갓 사무소 수습 직원이 된 엄청난 미모의 여성 아닌 남성 아케미. 그리고 이들 사무소와 오랜 인연을 갖고 수사의 협조를 구하곤 했던 에노모토 형사. 이렇게 7명의 시선으로 하나하나의 사건들을 접근하고 있답니다. 정작 마쓰야마의 시선은 없어 조금은 의아했지만, 어쩌면 마쓰야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모든 사건에서 크기에 마쓰야마가 소외되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초능력사들이 등장하니 어쩌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래서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 그런 엄청난 영웅들이 만들어가는 내용을 미리 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들에게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 능력이 일반인은 할 수 없는 일들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들의 초능력은 편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도리어 이로 인해 남들은 접근하지 못하는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봄으로 더 큰 슬픔에 물들기도 하죠. 아울러 다르다는 이유로 더 큰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괴롭힘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도리어 이들의 초능력은 더욱 인간미를 물씬 느끼게 만드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 사건들 역시 그런 내용들을 많이 만나기도 하고요.

 

남들에게는 없는 초능력을 가지고 마치 흥신소 직원들과 같은 일을 하는, 그럼에도 그 안에서 보람을 느끼며 자신들의 일에 자부심을 찾아가는 마스야마 초능력사 사무소직원들, 그들이 만들어가는 인간미 물씬 느껴지는 초능력의 세계, 어쩌면 혼다 데쓰야의 무겁고 잔혹한 미스터리에 선뜻 책에 손이 가길 꺼렸던 독자들이라면, 이 책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대로 혼다 데쓰야의 기존 작품들(앞에서 언급한 레이코 형사 시리즈라든지, 짐승의 성과 같은)의 매력에 푹 빠져 있던 독자들이라면 어쩌면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초능력사들이 만들어가는 극히 인간적인 사건들에 한번 빠져 봄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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