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강영혜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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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 가운데 다소 다른 색깔이 강한 <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 두 번째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 책의 제목은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인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는 다소 실망과 또 한편으로는 독서의 재미를 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먼저, 실망하게 되는 건, 내용이 실망스러운 게 아니라, 기대하던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시리즈 첫 번째 책인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줘를 재미나게 읽은 독자라면 기대하는 인물이 다름 아닌, 당시 주인공이었던 가쓰라기와 마도카 가 아닐까 싶다. 이 둘간에 조성되는 핑크빛 사랑, 그 달달한 분위기에서 뭔가 더 진행되길 바라며 기다렸을 법하다. 하지만, 이번 책에선 이 둘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어쩌면 실망할 수 있겠다.

 

대신 이번 이야기에서의 주인공은 시즈카 할머니다.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줘에서는 솔직히 사건을 해결하는 안락의자 탐정역할이긴 했지만, 가쓰라기나 마도카에 비해 기대치가 높진 않았던 캐릭터였는데, 이번엔 전면에 등장한다.

 

그런 시즈카 할머니의 콤비 역은 바로 휠체어 탐정 역할인 고집불통 옹고집 못된 노인네인 고즈키 겐타로 라는 건설회사 사장이다. 모든 사람들을 아래로 내려 보며,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최대한 휘두르는 폭군 같은 캐릭터인데,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밉지 않은 묘한 캐릭터가 바로 이 할아범이다. 누구에게나 말을 함부로 하는 캐릭터, 자신보다 열 살이나 많은 연상의 여인 시즈카 할머니에게도 함부로 말을 하는 노인네인데, 묘하게 그 안에 사람을 끄는 마성을 가진 인물이다.

 

나카야마 시치리 소설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다 알고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이 있다. 그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전혀 상관없는 시리즈에 등장하곤 하던 인물이 꼭 등장하곤 한다는 점. 그래서 소설을 읽으며, 이번 소설에선 과연 누가 나올까 하는 궁금증을 품게 마련이다. 그런데, 소설을 다 읽어도 이번 소설엔 아무도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소설을 다 읽고, “옮긴이의 말을 읽어보니, 다름 아닌 이 휠체어 탐정인 겐타로 영감이 바로 작가의 공식적 첫 번째 책인 안녕, 드뷔시에 등장한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인물은 떠오르지 않는데, 그래서 예전에 썼던 안녕, 드뷔시서평 파일을 열어보니, 알겠다. 이 인물은 다름 아닌 안녕, 드뷔시의 주인공인 의 할아버지다. 화재로 사망하게 되는 부유한 사업가였는데, 바로 그 인물이 겐타로 영감이다. 그럼 또 한 사람이 이번 책과 안녕, 드뷔시에 교차 등장하고 있다. 바로 겐타로 영감의 휠체어를 밀어주는 간병인 미치코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 책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은 할아버지 할머니 두 콤비가 등장하는 다섯 편의 단편 연작 소설이다. 시기적으로는 오히려 시리즈 일편인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줘보다 과거의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조금은 더 무거워진 느낌이다. 그리고 조금은 더 추리의 과정이 재미난 느낌이다. 물론, 일편에서 안락의자 탐정역할을 했던 시즈카 할머니의 마치 전지적 능력을 가진 추리 솜씨가 이번 편에서는 조금은 약해진 것 같지만, 도리어 시즈카 할머니뿐 아니라, 휠체어 탐정 겐타로 영감에게서도 보여, 두 사람의 전지적 탐정을 대하게 되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추리의 과정을 훌쩍 뛰어넘지마는 않는다. 이런 점은 오히려 1편보다 재미를 주는 부분으로 느껴졌다.

 

게다가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의 대가답게(?) 사회적 주제들을 결코 무겁지 않게 결합한 것도 책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외국인 불법 밀항,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 각성제 불법반입, 노인을 노린 사기사건 등 여러 주제들을 만나게 되지만, 무엇보다 소설의 주인공이 두 노인이어서 일까 노인 문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그래서 노인문제에 대해 이런저런 내용들을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이야말로 이번 작품의 또 하나의 보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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