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맛의 진수

피자 맛의 진수 ㅣ 리틀씨앤톡 모두의 동화 9
윤혜숙 지음, 김이조 그림 / 리틀씨앤톡 / 2019년 5월

흔히 어른들은 아이들을 향해 좋은 때라고 말들 하곤 합니다. 너희들은 무슨 걱정이 있느냐는 거죠. 아무런 걱정 없이 고민 없이 살아가는 시기가 어린이들의 시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아이들은 걱정이 없이 마냥 즐겁기만 한 걸까요?

여기 윤혜숙 작가의 동화집 『피지 맛의 진수』에는 다섯 명의 아이들의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고민이 있답니다. 과연 어떤 고민을 하는 걸까요?

「피자맛의 진수」에서의 진수의 고민은 실업자가 되어버린 아빠, 그리고 이에 생활전선에 뛰어든 엄마 때문에 생긴 고민입니다. 하필이면 엄마가 진수의 절친네 반찬가게에서 일하게 되었거든요. 그것도 날마다 노란 스카프를 둘러매고 촌스러운 모습으로 일하는 엄마. 혹시라도 노란스카프 아줌마가 자기 엄마라는 사실이 친구의 귀에 들어갈까 전전긍긍한답니다. 하지만, 엄마에겐 진수가 알지 못하는 꿈이 있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 그리고 엄마의 꿈을 인정하고 응원하게 되는 가족들의 모습이 참 감동적이네요.

「욕쟁이 할매는 왜 책방에 갔을까?」의 주인공은 엄마가 헌책방을 하고 있답니다. 오래된 시장에서 헌책방을 하는 엄마. 하지만, ‘나’는 책 읽는 게 너무 싫답니다. 그래서 책과는 거리가 먼 시장의 욕쟁이 할매를 좋아하는데, 그런데, 욕쟁이 할매가 헌책방에 와서 책을 사갔답니다. 설마 할매가 책을 읽으려는 걸까요? 동화는 재개발의 기로에 선 재래시장을 통해 전통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아울러 책읽기의 소중함에 대해서도요.

「리단심과 김진무」는 시범적으로 시작한 “통일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너무나도 다른 남과 북의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불협화음. 그 불협화음을 넘어 진정한 하나됨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들을 잘 보여줍니다.

「진짜 손자가 되는 법」의 주인공 소년 하늘이는 할아버지가 자신을 향해 ‘형’이라고 부른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머릿속 기억회로가 망가져버린 할아버지. 할아버지에겐 씻을 수 없는 한이 있는데, 전쟁 중 행방불명된 형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할아버지가 하늘이를 향해 ‘형’이라 부르는 이유는 하늘이가 행방불명된 큰할아버지와 많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이 너무 싫은 하늘은 할아버지의 낡은 사진을 찢어 버립니다. 과연 하늘이와 할아버지의 관계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동화는 어린이들에겐 너무나도 먼 전쟁의 아픔을 이야기함으로 어린이 독자들에게 전쟁의 참극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이 전쟁의 아픔을 넘어 할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모습을 통해, 세대 간의 간극이 좁혀지는 모습이 가슴 뭉클한 동화입니다.

마지막 「감나무 시집가는 날」에서는 엄마가 변해버린 것이 소년의 고민이랍니다. 엄마는 삼년 전에 죽은 아빠를 벌써 잊은 걸까요? 게다가 엄마와 뭔가가 시작되는 아저씨의 아들 민성이는 학교에서 소문난 오줌싸개랍니다. 그런 창피한 녀석이 동생이 될지도 모른다니, 소년의 고민이 이해되네요. 이런 고민을 넘어, 새로운 시작, 새로운 가족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훈훈하답니다.

이처럼, 동화집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다섯 소년들의 고민은 제각각이지만, 그 고민들을 넘어 회복과 화해를 향해 나아가는 장면들이 참 감동적인 동화들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