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을 향해 쏴라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을 대여섯 권 읽었는데, 어쩌다 보니 모두 연작단편소설이었다. 그래서 작가는 장편보다는 연작단편소설을 주로 쓰는 줄 알았다. 그러던 차 얼마 전 작가의 데뷔작인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를 읽었다. 데뷔작이 장편소설인줄 그 때에야 알았다. 그리고 얼마나 매력적인 본격추리소설인지도. 더 기분 좋은 건,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부터 시작되는 <아카가와 시 시리즈>가 여러 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렇게 매력적인 본격추리소설이 시리즈로 여러 권 있다니.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아카가와 시 시리즈>에 대한 궁금증을 달래기 위해 몇 권을 찾아 읽게 되었다.

 

먼저, 밀실을 향해 쏴라. 이 작품은 <아카가와 시 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2002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데뷔작인 밀실의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역시 2002년 작품인 것을 생각한다면, 데뷔작 이후 곧장 발표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본격추리소설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으며,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미스터리를 맛볼 수 있는 소설이다.

 

1편에서 살인용의자로 몰려 궁지에 몰렸던 도무라 류헤이와 사립 탐정 우카이(류헤이의 전 매형이다.), 이 두 콤비가 역시 주인공이다. 여기에 1편에서 사건이 벌어졌던 낡은 아파트의 젊은 여사장이었던 니노미야 아케미가 그 낡은 아파트를 처분하고 새로운 빌딩을 구입했다. 바로 우카이의 탐정사무소가 세 들어 있는 빌딩을. 이렇게 아케미는 우카이와는 건물주와 세입자라는 관계로 얽히게 되는데. 의도치 않게 의뢰인이 찾아온 자리에서 탐정과 직원으로 소개되는 바람에 계속 탐정사무소 업무에 이런저런 모습으로 개입하게 된다. 그래서 탐정 사무소 측 인원은 대외적으로는 탐정 우카이, 제자 류헤이와 아케미, 이렇게 세 사람이 사건 속으로 관여하게 된다.

 

여기에 또 다른 콤비가 등장한다. 바로 형사 콤비다.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가 그들이다(역시 1권에서도 등장했던 인물들이다.). 이렇게 탐정 콤비와 형사 콤비의 대결이 재미나게 펼쳐진다. 솔직히 우카이 탐정의 판정승이다(아니, 이 정도면 KO 승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반면 형사 콤비는 마치 덤 앤 더머 콤비 같다.

 

사건은 덤 앤 더머 형사 콤비가 범인을 검거하려다가 의도치 않게 범인이 총기를 제작함을 알게 되지만, 눈앞에서 권총 한 자루를 잃어버리며 시작된다. 얼마 후 해변에서 총상을 입은 노숙자 시신을 발견하게 되고. 이 노숙자의 지갑에서 우카이 모리오 탐정사무소전화번호가 발견된다. 이렇게 해서 또 다시 경쟁관계에 있는 탐정과 형사 콤비가 얽히게 된다.

 

탐정 우카이는 제자(류헤이) 덕에 지역 유지인 주죠지 주죠(주죠지 식품의 창업자)에게 명탐정으로 알려지게 되고, 명탐정에 걸 맞는(?) 의뢰를 맡게 된다. 다름 아닌 주죠지 주죠의 손녀 사위감으로 저울질 하는 세 청년들의 뒷조사. ~ 명탐정인지 흥신소 직원인지 구분이 가지 않지만, 밀린 세를 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이렇게 해서 사건조사를 완수한 탐정 우카이와 조수 류헤이는 주죠지 저택에 조사 보고 차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의도치 않은 살인사건과 만나게 된다. 저택에 모여 있던 신랑감 후보 셋 가운데 하나가 총에 맞아 죽고, 저택의 보디가드가 팔에 총상을 입은 것.

 

범인은 흰 옷에 가면을 쓴 괴한인데,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던 가운데 사라졌다. 절벽 방향으로. 범행이 저질러진 장소는 저택 앞 편이 절벽이기에 일종의 밀실 상태.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어디로 사라진 걸까?

 

역시 본격추리소설의 최애 소재인 밀실이 등장한다. 오픈된 공간이지만 밀실과 다름없어 공중밀실이라 지칭하게 되는 밀실. 이번 사건에서는 류헤이의 활약, 탐정으로서의 성장도 돋보인다. 물론, 사건의 모든 것을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범인이 누구인지는 정확하게 짚어냈다. 자신이 관찰한 몇몇 단서들을 조합하여 말이다. ~ 이제 류헤이도 명탐정으로 급성장하는 걸까? 그건, 두고 볼 일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냈는데, 더 꼬이게 된다. 왜냐하면, ‘공중밀실속에서 사건이 진행될 당시 범인은 저택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야에 있었기 때문이다. , 모든 사람들의 증언으로 범인은 범인이 아닐 수밖에 없다. 과연 어떤 트릭이 감춰져 있는 걸까?

 

이 트릭은 탐정이 해결해 낸다. 역시 이런 점은 명탐정임을 입증하는 모습이다. 범인이 범인임을 입증하기 위해선 총성 알리바이의 비밀을 풀어야 한다. 소설이 시작되며 잃어버렸던 권총 한 자루. 권총에 남은 총알과 총성이 울릴 당시 저택에 있던 자들의 위치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하는데, 여기에는 범인의 의도적인 트릭이 감춰져 있다. 이 트릭을 밝혀내야 한다. 물론, 우리의 명탐정은 멋지게 해결해 내지만 말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범인은 왜 노숙자를 죽여야 했으며, 신랑감 후보 가운데 하나를 죽여야만 했을까? 그 범행 동기를 찾아내고 밝혀내는 것 역시 흥미진진하다.

 

소설에서 빠뜨릴 수 없는 재미는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함이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유쾌하다. 무겁지 않다. 낄낄낄 웃으며 읽게 된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을 유머 미스터리라 부르나 보다. 그러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 사건 속에 감춰진 트릭이 짜임새가 있다. 얼렁뚱땅 웃으며 진행되는 것 같지만, 하나하나 놀라울 만큼 촘촘하다. 본격추리소설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줄 만큼. 소설 밀실을 향해 쏴라는 히가시가와 도쿠야라는 작가에게 푹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아무래도 <아카가와 시 시리즈> 여기에서 멈출 수 없겠다. 계속하여 후속 작품들도 찾아 봐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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