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리뷰 - 결혼한지 11년차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나는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낭만적인 연애 후의 결혼생활 또한 낭만적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낭만적으로 연애하고 그 결과로 결혼까지 했으니 ‘그 후로 오래오래‘라는 경구처럼 행복한 결말이 자연스럽게 따를 것이라 여길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낭만주의자가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결혼생활을 경계한다. 그리고 결혼이란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임을 인정해야 한 가족에 사랑과 평화가 깃들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라비‘와 ‘커스틴‘이라는 두 남녀의 첫만남, 연애, 섹스, 알아감, 결혼, 육아, (외도), 불화, 깨달음이라는 결혼생활의 전형적인 과정을 이야기한다. 아울러 그 과정마다 알랭드보통의 통찰이 함께 그려진다.
(참고로 모든 남녀가 외도를 필연적으로 하진 않는다.)

우리 이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녀의 이야기가 알랭드보통의 통찰을 통해 결혼이란 분야에서 불멸할 고전의 반열에 등극하는 것을 목도하는 기분이다.

이유는 3가지다.
첫째. 남녀의 연애와 결혼생활을 바라보는 ‘알랭드보통‘만의 다른 관점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아는 러브스토리는 3가지 과정을 말한다. ‘러브스토리‘란 사랑하는 사람을 제대로 만나고, 그(녀)의 마음을 열고, 그(녀)가 받아 주기까지의 과정이다.

하지만 ‘알랭드보통‘이 생각하는 러브스토리는 다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러브스토리는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남녀가 결혼을 하고, 난관을 겪고, 돈 때문에 자주 걱정하고, 딸과 아들을 차례로 낳고, 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가끔은 서로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 몇 번은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짜 러브스토리다.˝

마치 나의 일생을 조망한 것 같은 소름끼치는 통찰이다. 내가 결혼하고 살면서 품었던 속마음을 들켰다고 할까. 알랭드보통도 그랬을테니 나도 뭐 면죄부를 받은 셈이라 생각하자.
(아 물론 나의 자녀는 딸 한명뿐이며 바람은 피지 않았다. 나머진 ‘강도‘의 차이정도만 있을뿐 대동소이하다. )

우리가 아는 러브스토리는 기나긴(?) 결혼기간을 생각한다면 5%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보다 행복한 러브스토리를 만들 필요가 있겠다.

이 책이 불멸의 고전이 될 수 밖에 없는 2번째 이유는 냉철하지만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이다.

결혼 :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서로를 잘 알고 있기에 그래서 미래에도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변치않고 사랑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에 결혼을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알랭드보통은 준엄하게 이야기한다.

우리의 일생을 파괴할 가장 위험한 사람이 결혼상대자인 이유로 그 무엇보다도 신중히 정해야 할 것이다.

세번째는 수년동안의 결혼생활경험으로 인해 생긴 생각을 텍스트로 간명하게 표현한 점이다.

‘결혼‘이란 자신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대단히 기이하고 궁극적으로 불친절한 행위.

이 문구를 읽는 순간, ‘결혼하고나서 지금까지 아내를 보며 느껴왔던 미안함의 원인이 바로 이것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막혔던 변기가 뻥 뚫리는 것을 지켜보듯이 속이 다 후련해지는게 아닌가.

기이하다 기이해. 사랑하는 사람에겐 친절해야 하는게 당연한데 말이다. 아내에게는 어떠한 순간에도 친절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라비가 그렇듯이 나 또한 결혼11년차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결혼할 준비가 된 것 같다.
‘아내에게 사랑받기보다 내가 사랑할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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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17-04-12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 읽어봐도 알아버릴것 같은 공감감,
앞으로 더 좋은 남편이 되실 것 같네요:-)!

자강 2017-04-12 15:32   좋아요 0 | URL
ㅎㅎ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