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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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계단‘, 작가 채사장의 신간이다.

‘열한 계단‘의 소개에 앞서 그의 이전 저서인 ‘지대넓얕1,2, 시민의 교양‘은
카프카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 머리속의 얼어붙은 얼음을 도끼로 깨뜨린 책이기도 하다.

뭐랄까. 채사장의 책들이 나에게 끼친 영향을 한마디로 한다면 ‘삶과 그 삶을 둘러싼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게 해주었다‘로 표현할 수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읽기에 참 불편했었던 책으로 기억한다.

이 책 ‘열한 계단‘은 그저 ‘생존‘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적으로 성장해감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부의 충격이 필요한데 책이 그 역할을 한다.

이 세상엔 익숙한 책과 불편한 책, 이렇게 2종류의 책이 있다고 한다. 채사장은 두 종류 모두 읽어도 좋지만 우리에게는 ‘죽음‘이라는 시간적 제약으로 이왕이면 불편한 책을 읽기를 권한다.

익숙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 우물을 파듯이 전문가가 된다. 오늘날의 사회는 그 전문가에게 높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주기 때문에 오히려 권장사항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채사장은 그렇게 한우물만 알듯이 좁은 세계를 사는 삶보다는 불편한 책을 통해 여행하는 삶을 권하는 것이다.

독특한 사람이다. 이러니 그의 책들이 읽기에 불편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불편한 책‘인것일까? 자신이 몰랐던 이야기를 하는 책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책을 불편한 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렇게 자신의 세계를 깨트려 가면서 내적으로 성장해가는게 아닐까?

평소엔 ‘Bugs‘의 독서테마를 듣지만 요즘 독서를 하면서 즐겨 듣는 노래가 있다. 제목이 ‘그라시아스 아 라 비다‘(Gracias a la Vida)로 우리말로 ‘삶에 감사해‘ 정도가 된다.
가사 첫구절을 잠깐 볼까?

‘삶에 감사해. 내게 너무 많은 걸 주었어.
샛별 같은 눈동자를 주어
흑과 백을 온전히 구분하게 하고, 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보게 하고
수많은 사람 가운데 내 님을 찾을 수 있게 됐네.‘

총 6구절로 이루어졌는데 모두 ‘삶에 감사해. 내게 너무 많은 걸 주었어.‘로 시작하며
첫구절과 비슷하게 삶에 감사한 이유들로 가득차 있다.

‘메르세데스 소사‘ 라는 아르헨티나 여가수가 부른 노래이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아닌 ‘메르세데스 소사‘를 나아가 ‘누에바 칸시온‘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는 ‘열한 계단‘에 고마움을 느낀다.

익숙하지 않은 스페인어로 불리우는 저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가슴이 울컥하는 이유는 단지 음색과 가사의 아름다움이 아니었다.

도저히 삶의 감사함을 말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그것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그녀의 깊은 영혼과 용기있는 행동 때문인것 같다.

메르세데스 소사를 통해 1900년도 중후반시절 라틴아메리카에 행해진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착취와 독재정권의 횡포를 알게 되었다.

이렇게 오늘도 난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어느새 80이 되어 거울앞의 나는 거울속의 백발이 성성하고 깊어진 눈주름을 보며 나지막하지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리. 나는 그저 생존해 온것이 아닌 인생을 살아왔노라고.

#열한계단 #불편한책 #메르세데스소사 #누에바칸시온 #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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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22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하는 ‘불편한 책‘은 경제, 종교 분야의 책입니다. 제겐 어렵고 낯설어요.

자강 2017-01-22 22:21   좋아요 0 | URL
저는 미술 음악 종교인것 같아요 채사장님을 비롯해 여러 작가님들의 저서로 불편함의 익숙하기를 연습중이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