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공허한 십자가>

잠깐이지만 상상을 해보자. 8살 난 딸이 엄마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물건을 훔치러 들어온 강도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상상하기조차 싫어지지만 <공허한 십자가>는 이렇게 시작한다.

내용에 대한 사전지식없이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명성만으로 덥썩 고른 작품이다. 더군다나 전자책으로다가.전자책은 휴대성이 좋아서 올해는 전자책도 조금 활용해 볼 생각이라 이미 상당수의 작품을 요란하게 읽어대고 있는 중이다.

종이책에서 벗어나 잠시 외도를 한 전자책의 첫번째 작품인 <공허한 십자가>는 이렇게도 심장이 저리도록 아프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비슷한 또래의 딸을 두고 있는 나로서는 초반부터 살해당한 아이의 부모에 대한 연민과 아이의 고통과 범인에 대한 증오심으로 스마트폰 액정을 뚫어질세라 글을 읽어내려갔다.

몰입을 했던 탓인지 446페이지나 되는 책의 분량이 무색해질 정도로 빠르게 완독을 했고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는 이렇게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공허한 십자가>는 독자들에게 ‘사형제의 가부‘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집안에 있던 8살 난 아이를 살해한 자, 그것도 가석방 중인 상태,는 죽어마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고의적으로 사람을 무참히 살해한 자에게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 것을 두고 살해당한 딸의 엄마,사요코는 이것을 ‘사형 폐지론이라는 이름의 폭력‘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도 전적으로 사요코의 의견에 동의한다.
˝살해당한 피해자의 유족이 가지는 상실의 아픔과 상처는 범죄자가 설사 사형을 당한다고 해도 치유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범죄자를 사형시키더라도 피해자가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범죄자의 사형은 유족들이 앞으로를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통과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곳을 지났다고 해서 앞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통과점마저 빼앗기면 유족들은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을 법한 ‘사형제도‘로 고민을 하게 만든 <공허한 십자가>, 역시 문학은 역시 삶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딸을 살해한 범죄자의 법정에서 범죄자가 반성하고 있다는 변호사의 말에 딸의 아빠가 부르짖는 절규를 보면 얼마나 처절한 심정인지 모르겠다.

˝반성을 하다니, 그자가 무슨 반성을 한단 말인가? 그자는 반성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 반성할 사람이 가석방 중에 죄를 저지른단 말인가!!˝

대한민국의 마지막 사형집행은 김영삼 정부시대의 1997년 12월 30일을 마지막으로 더이상의 사형집행은 진행되고 있지 않다. 그리고 10년이상 사형집행이 이루어 지지 않으면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억울한 죽음을 없애기 위함˝이라는 사형제 폐지론자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리고 충분히 이해도 한다. 하지만 확실한 범죄자에게는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유연성을 법률가들이 가졌으면 한다.

나는 확실히 사형제를 찬성한다. 확.실.한 범죄자는 말이다. 그렇다면 또 이 ‘확.실.함‘의 여부에 논란의 여지가 있겠다. 참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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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2 1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권력에 의해 부당한 사형 판결을 내린 사례가 몇 번 있어서 사형제가 정착되기 힘들어 보입니다.

자강 2017-01-12 16:53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이승만,박정희 정권때 정치적 목적으로 사형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한터라 말이죠.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