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 살아간다는 것은

이 책 <인생>은 원제가  '살아간다는 것'이라고 한다. '인생이란 과연 무엇일까?' 를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이렇게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다른 나라인 7~80년전 중국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한반도에서의 내 조상들도 저런 삶을 살아왔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절로 무거워진다.

2016년 대한민국에서 번듯한 회사를 다니고 결혼해서 9살난 아이를 두고 있고 양가 양친 모두 무탈하게 지내시고 우리 가족 모두 건강히 지내는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나의 운명, 즉 우연의 일치에 불과한 것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아사다 지로의 '칼에 지다'를 보면서 얼마나 울었던가. 위화의 '인생'이 주는 눈물의 크기는 '칼에 지다'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어느것이 덜 슬프고 더 슬픈가보다는 시대적 배경이 비교적 최근인 위화의 '인생'의 이야기에서 그만큼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리라.

이 책은 일제지배를 받았던 1940년대의 중국부터 신중국에 심대한 치명상을 안겨다 줬던 문화대혁명까지의 기간동안 토지를 100묘(약2만4천평상당)나 가지고 있던 지주의 아들로 태어난 '푸구이'와 그의 가족들 이야기이다.  

매일같이 새벽부터 밤까지 고되게 일을 해야 하는 농민가족의 삶. 그렇게 일을 하고도 배불리 밥을 먹지 못하고 죽으로 연명하거나 물로 배를 채워야 하는 삶, 아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먹을 입을 줄이고자 딸을 다른 집에 보내야 하는 삶, 사랑하는 가족들의 죽음, 그것도 아들, 아내, 딸, 손자의 어이없는 죽음들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삶들이 나의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읽혀져갔다.

'푸구이'에게 시집을 온 뒤부터 지독한 고생과 가난속에서 병으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갈때조차도 다시 태어나도 당신의 아내이고 싶다는 아내'자전'의 사랑과 불쌍하게 어린시절부터 일하며 고생만 하다가 죽어간 아들,딸들을 보면서 느끼는 '푸구이'의 회한을 보면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먼 미래의 행복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행복이 우선시 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엄혹한 환경, 미처 제 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할 그런 외부환경과 불운에도 푸구이는 이것이 평범한 삶이었다고 자조한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에는 평범한 삶이 어떤 것인지 앞만 보지 말고 주변과 뒤를 둘러보면서 살아야겠다.  

나는 평화롭게 자고 있는 아내와 딸의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한편 '푸구이'네 가족의 운명에 아려오는 가슴을 누르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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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11-29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강님의 글 참 좋네요. 글에 진심이 담겨 있어서 그런가봅니다.

자강 2016-11-29 13:38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항상 진심을 담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