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와후와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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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의 후와후와의 뜻은 "구름이 가볍게 둥실 떠 있는 모습이라든지, 소파가 푹신하게 부풀어 있는 모습이라든지, 커튼이 살랑이는 모습이라든지, 고양이 털처럼 보드랍고 가벼운 상태를 표현하는 말" 이라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유일무이한 그림책 , 정확하게는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이다.


이 책은 3종류의 그림책 중에 글의 비중이 큰 그림책인데 나머지 2종류는 글자 없는 그림책, 그림의 비중이 큰 그림책이다. 무라카미가 어릴 때 키웠던 고양이의 이야기인데 고양이의 이름은 '단쓰'라고 불리우며 나이 많은 암고양이이다.

어떤 연유인지 모르지만 무라카미에게 처음 왔을 때부터 나이가 많은 상태, 즉 누군가에게 길러지다가 맡겨진 것인데, 그때 무라카미는 초등학교 1~2학년때라고 한다. '단쓰'라는 말은 중국 고급 양탄자를 말하는데 고양이의 털이 촘촘하고 아주 폭신폭신하면서 무늬가 복잡하고 아름답다며 무라카미의 아버지가 그렇게 '단쓰'라는 이름을 붙였다.

'단쓰'는 아주 똑똑하고 참을성 있는 고양이였다. 식탁에 생선이 있어도, 아무리 배가 고파도 자신의 밥그릇에 올려지지 않으면 절대로 탐내지 않았다. 그럼 고양이는 - 아니 사람이라도 - 여간해서는 없다.

그리고 '단쓰'는 무라카미의 소주한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형제가 없는 무라카미였기에 학교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고양이와 놀았다. 어릴때부터 함께 한 고양이, '단쓰'의 기억으로 무라카미는 누가 뭐라해도 고양이는 늙은 커다란 암고양이를 가장 좋아한다며 글을 마친다.

마침 딸아이에게 볼만 한 책을 찾던 중,  신간인데다 무라카미의 그림책이길래 별다른 고민없이 고른 책이다. 9살 난 딸에게 "세상에서 유명한 작가가 쓴 그림책이야. 우리딸에게 먼저 보여주고 싶지만, 아빠가 먼저 보고 줄게. 미안해" 하면서 나름 호기심을 자극하려고 수작을 부리고 잠시 화장실 가는 척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딸이 후다닥 책을 가져간다.

"작전성공" 쾌재를 부른 것도 잠시, "늙고 커다란 고양이 이야기가 뭐야. 재미없자나" 하면서 책을 내팽개치는게 아닌가? 내가 이 책을 읽어보고는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을 알았다.무라카미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릴 때의 추억을 돌아보고 싶은 것이다. 

그 소중한 어린 시절을 함께 한 고양이, (지금은 죽었을) 그 그리운 고양이, 단쓰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딸~~, 우리딸이 나중에 아빠 나이가 되면 지금의 어떤 것이 제일 많이 생각날까? 이 무라카미 아저씨는 어릴 때 함께 놀았던 고양이가 무척 보고 싶단다. 어떤 고양이였는지 궁금하지 않아? 우리 한번 어떤 고양이였는지 같이볼까? 라고 제대로 '발문'을 했었어야 했다. 이번 주말에 재도전 해 볼 생각이다.

한편 내 어린시절은 어떤 것이 포근한 기억이었는지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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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11-29 1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멋진 작전이셨는제 약간 빗나갔네요. 아쉽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