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집에서 논다며?‘이 말은 참으로 폭력적인 말이다. 이 말을 들은 주부는 ‘아니.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데. 내가 놀고 있다고?‘ 라는 자괴감이 들게한다. 자주 듣다보면 자신의 가사노동을 비하하게 되고 죄책감마저 들게 한다. 어린시절에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자주 했던 말이기도 하다. 4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가사노동을 하는 주부에게 이런 말을 하는가보다.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이라는 책이 출간될 정도니까 말이다.40여년의 세월이 지나도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주부에게 집에서 논다는 말은 가사노동을 정당한 ‘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굉장히 모순적인 일이다. 자신의 아이를 돌보는 건 ‘집에서 노는 사람‘이 되지만 남의 아이를 돌보고 돈을 벌게되면 ‘일하는 사람‘이 되는 셈이다. 이게 과연 합리적인 생각인가?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저자는 주부에게 집에서 논다는 말과 인식은 단순히 개인의 분별력이나 인격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오래도록 남성위주의 경제관념에서 비롯된 전통, 관습, 역사를 자양분 삼아 괴물로 커버린 사회적 문제라고 한다. 이 책은 주부를 집에서 논다고 생각하게 한 기원을 찾아가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