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정아은 지음 / 천년의상상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 집에서 논다며?‘

이 말은 참으로 폭력적인 말이다. 이 말을 들은 주부는 ‘아니.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데. 내가 놀고 있다고?‘ 라는 자괴감이 들게한다. 자주 듣다보면 자신의 가사노동을 비하하게 되고 죄책감마저 들게 한다.

어린시절에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자주 했던 말이기도 하다. 4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가사노동을 하는 주부에게 이런 말을 하는가보다.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이라는 책이 출간될 정도니까 말이다.

40여년의 세월이 지나도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주부에게 집에서 논다는 말은 가사노동을 정당한 ‘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굉장히 모순적인 일이다.

자신의 아이를 돌보는 건 ‘집에서 노는 사람‘이 되지만 남의 아이를 돌보고 돈을 벌게되면 ‘일하는 사람‘이 되는 셈이다. 이게 과연 합리적인 생각인가?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저자는 주부에게 집에서 논다는 말과 인식은 단순히 개인의 분별력이나 인격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오래도록 남성위주의 경제관념에서 비롯된 전통, 관습, 역사를 자양분 삼아 괴물로 커버린 사회적 문제라고 한다. 이 책은 주부를 집에서 논다고 생각하게 한 기원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1-03-14 17: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직접적인 돈으로 환산되지 않으면 논다고 생각하는 자본주의 시스템. 가사노동은 소득지수에 안잡히잖아요. ㅎㅎ
직장 다니면서 아이 키워본 사람은 알지요. 직장에서 일하는 순간이 차라리 편하다는 것을..... 그럼에도 남성들이 그들 자신을 위해서 만든 집에서 논다는 관념은 아마도 그래야만 집에 온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쉴 권리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재생산 되고 고착되는거겠죠. 무엇이든 기득권을 내려놓기는 힘들어요. 저걸 내려놓고 가사노동, 육아노동의 힘듦을 인정하는 순간 퇴근해 온 남자들 역시 그 노동에 합류해야 하니 지금 현재까지 우기고 우기고 하는 거겠죠.

자강 2021-03-15 09:13   좋아요 2 | URL
네. 가사, 육아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기가 망설여질거에요. 인정하는 순간 남편이 ‘도와‘주는 가사,육아노동은 더이상 ‘선의‘가 아닌 ‘필수‘가 되기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아 근데 물론 저도 오롯이 남편 개인만의 잘못이 아니라고는 생각해요. 어릴때부터 함께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문화에 노출이 되어야 한다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