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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팩터의 심리학 - 정직함의 힘
이기범.마이클 애쉬튼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5월
평점 :
심리 테스트나 성격 테스트가 많이 유행하고 있지만, 유행하고 있는 테스트들은 엉터리들이 많다.
혈액형에 따른 성격 이론은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엉터리라고 생각하는 이론이다.
학자가 아닌 일본의 기자가 고안한 테스트 이며 과학적 신빙성이 없다. 그럴듯 하지만 포러의 바넘효과(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심리적 특징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적 경향)의 대표적인 예일 뿐이다.
주변에 자신은 무슨 혈액형인지 알아맞출 수 있다며 준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나 원인이 참으로 단순해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사실 누가 혈액형 이야기를 하면 처음엔 그게 틀렸다고 설명을 시도 해보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귀기울여 듣지 않는다. 믿고 싶은 것을 믿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그냥 대충 넘어가면서 맞장구 쳐주기도 한다. 누가 내게 혈액형을 물어보면 일부러 엉터리로 이야기 해주곤 하는데, 매번 다른 혈액형을 말해주는데도 '아 그래서 니가 그런 성격이구나', 라던지, 아 너 그 '혈액형일줄 알았다'며 아는척을 한다. 나중에 진짜 혈액형을 이야기 해주며 오류를 지적해보지만, 그래봤자 '어쩐지, 그렇게 이야기 하는 사람은 X형이라더라 X형 맞네'~ 라며 신념을 굽히지 않는 인지부조화적 경향을 보이곤 한다.
이런 엉터리를 믿는 이면에는 바넘효과 외에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욕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나, 어렵고 복잡한 이론은 익히기 싫고,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심리일 것이다. 혈액형 외에도 많은 성격 테스트들이 있지만, 유명한 성격테스트도 학자가 만든게 아니거나, 엉터리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나오는 '성격 구조의 HEXACO 모델'은 기존의 5가지 성격 모델에 1가지를 더하여 총 6가지의 모델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여러 학자들의 연구를 토대로 한 성격 유형 모델이다. 정직-겸손성, 정서성, 외향성, 원만성, 성실성, 경험개방성의 6가지인데, 이 성격 요인에 대한 포함된 여러 성격 특성이 나에게 있을 수 있으므로 꼭 내가 어떤 유형이라고 고정지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성격 유형이 아닌 성격 특성들의 구분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기질을 천인지로 구분하는 천지인 한의학 이론같은 경우에도 사람의 기질이 셋 중의 하나이긴 하나, 다른 기질의 여러가지 성향을 고루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6가지 요인 중에서도 '정직성-겸손성'에 대해서 깊이 연구한 책으로서, 캘거리대학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한국인 교수 이기범과 브록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마이클 애쉬튼이 공동 저술한 책이다.

정직성과 정서성, 외향성 원만성 성실성 개방성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어찌그리 잘 들어맞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정치와 종교에 연관성도 재미있었다. 원리주의적 종교(개방성이 낮은 종교운동)은 복종과 동조를 요구하고 신자와 비신자를 구분하는데, 도덕적 의무도 마찬가지다. 진보적인 종교는 그것을 그다지 구분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의 종교는 어느쪽일까? 난 전자라고 본다.
이 책의 메세지는 우리가 알고 있던 도덕성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볼 수 있겠다.
부정직한 사람은 순간 적으로는 작은 이득을 얻게 되지만 길게 보면 결국 자신과 남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 등이 그저 하는 소리가 아닌 것이다. 도덕적인 것은 옛날 사람들의 잔소리 정도로만 치부해버리는 요즘 세태에 경종을 울릴 수 있지 않을까?
이 말은 현재의 어른들이 더 낫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어른들도 부정직한 사람 천지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꼰대 들에게도 예외는 없다. 사실 노인이나 아이나 현재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거시적으로 보면 요즘 사람이다. 나이에 따라서 불리한 것만 면책을 받는 다는 것은 오류가 아닐까. 자신보다 젊은 사람에게만 강요하고 자신은 지키지 않는 정직이 아닌, 좀 더 원칙적인 도덕성 말이다. 요즘 세대는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을, 신세대도 아니고 노년세대도 아닌 중간의 입장에서 보면 - 요즘 어른들이나 애나(물론 나의 세대도)별 다를 게 없다.

매우 당연하게도 아닌 사람이 더 많지만, 산에서 흡연을 하고 꽁초를 버리는 노인들, 당연한 듯이 뻔뻔하게 새치기 하는 노인들, 쉽게 욕을 하거나 화를 내거나 폭력 폭언을 서슴치 않는 요즘 꼰대들을 보면 어른이 어른같지가 않고 투정부리는 어린아이가 노인의 가죽을 쓴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어르신이란 젊은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고 존경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것이 마땅한데, 어른 노릇은 전혀 안하면서 대우만 받으려고 한다. 의무는 다하지 않고 권리만 찾는 이기적인 모습인 것이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사회의 도덕성이 떨어진 것은 사실 어른들의 책임이 더 큰 것이지 요즘 아이들의 책임이 아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항상 어른들에게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갑자기 나쁜 아이들이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의도하든 아니든 학습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유명인이나 남에게만 까다롭게 인성을 요구하는 세태를 보면 참 할말이 없다. 그저 인과의 법칙이 진리란 사실만 확인하게 된다.
뒷편엔 부록으로 HEXACO검사를 할 수 있는 테스트 문항이 있다.
자기 보고용과 타인 보고용으로 나뉘는데, 내 경우엔 자기 보고용의 결과가 개방성은 평균보다 다소 높음, 성실성은 다소 낮음, 원만성 다소 낮음, 외향성 다소 낮음, 정서성 다소 낮음, 정직-겸손성은 평균 정도로 나왔다. 문항들을 읽어보면 예전엔 그렇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런 항목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정직성 같은 경우엔 어린 시절에는 상당이 높았을 것이나, 사회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에 대한 불신, 사기를 당한 경험 등이 반영 되어 변화되었다고 스스로 평가를 했다.
이 책을 보고 나 자신이 조금 더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많이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남이 바뀌길 바라는 것보다 나부터 바뀌는 것이 당연히 빠르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면 나는 쓰레기를 길에 버리지 않는 것을 굉장히 엄격하게 지키는 편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하나로 도덕성을 평가할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나의 기준으로 나는 지키는데 남들은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에만 주의를 기울인 것이 아닌지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내가 지키지 못하는 것은 인식하지도 못하거나 관대했고, 내가 지키는 것을 남이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엄격한 면이 있었을 것이다.
한국인 저자가 참여하였기 때문에 다른 번역서들과 달리 매끄러운 문장들이 이해도를 높이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