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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에서 기치료까지 당신이 알고 싶은 50문 50답
김은주.심하성 지음 / 바이북스 / 2021년 3월
평점 :
기, 명상, 호흡 이라 하면 배워보고는 싶지만 뭔가 어려울 것 같고 그런게 정말 효과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 마련입니다. 관심은 있는데 좀 의심스럽다고나 할까요.
제가 다니던 회사는 서대문 역에 있었는데 거기에도 명상센터가 있었습니다. 동료직원이 점심시간마다 가길래 저도 관심이 생겨 물어보았더니... 약 2주를 열심히 나가고 명상으로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고 기분도 좋았는데, 자꾸 유료 세미나에 나오라고 하면서 이상한 종교적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참 싫어 하는게 이런거예요.
이단이든 삼단이든 메이져든, 아닌척 유도를 해놓고 나중에 와서 목적을 드러내는 행위같은거... 길에서 잘생긴 청년이 말을 걸어 따라 갔더니 교회나 특정 종교, 혹은 무슨 판매 조직, 오랫만에 만난 친구따라 갔더니.... 또는 새로 만난 여자친구가 놀러가자고 해서 따라갔더니 다단계.... 이런걸 정말 싫어합니다. 지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남을 이용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거든요. 그런 사기를 쳐놓고 정말 좋은 것이기 때문에 그랬다며 정당화 하려들죠.
서론이 길었는데, 암튼 명상이나 기 하면 꼭 이런 것들과 연결된 것이 많아서 관심이 가도 못하는 경우가 생긴 경험인지라, 이 책도 그런 일반화의 범주에 드는지 경계를 하면서 본것이죠.
그런데 기우였습니다. 기나라 사람 우씨가 걱정하던 것만큼이나 쓸데 없는 걱정이었죠.
이 책의 저자는 두 분입니다.
뭔가 나는 세상에 대해 통달했걸랑 하는 듯한 표정으로 표지 앞면을 장식하고 계시는 두분의 사진을 보며 과거가 참 화려하신 분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암튼 이 책은 저처럼 관심은 가지만 잘 모르고 의심스러워 하는 수요들을 잘 알고계신다는 듯 차근 차근 쉽게, 과학과 생물학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면서,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단 종교 얘기가 전혀 없어요. 제가 싫어하는 것은 종교인이나 종교 자체가 아닙니다. 어떤 종교를 가지든 그 사람의 선택이고 자유입니다. 그런데 나름의 이유와 소신이 있어서 종교를 거부하는 사람에게 자꾸 자기의 종교가 옳다며 다 아는 뻔한 이야기를 하면서 강요하는 것을 매우 싫어할 뿐입니다.
그것은 폭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신을 알지 못하는 너는 잘못되었다는 식의 시선.
그리고 종교 서적이면 정확하게 그걸 티내야 하는데 아닌척 하다 나중에 종교 얘기를 하는 책도 싫어합니다. 앞에 포교 활동 같은 행위죠.
그런데 이 책엔 그런거 전혀 없어요. 오히려 생물학적 진화의 관점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렇다고 유사과학을 표방하는 것도 아닙니다. 과학적이 아닌 것에 자꾸 과학을 억지로 접목시키는 것이 유사과학이죠.
과학은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정도 증명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학설이 나오면 그 이전에 진리라고 했던 것을 바로 뒤엎어 버리고 인정합니다. 그게 중요한 거거든요.
또 기애 대한 과학 실험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중국측의 실험이라 중국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신뢰가 좀 떨어지긴 하지만...
물론 증명이 안되었다고 무조건 틀린 것은 아닌데요, 틀린 것을 어떤 사익을 위해 옳다고 우겨버리는 그런 것들이 너무 많다는게 문제인거죠. 한국은 치안이 좋은 나라지만, 사기 범죄에는 세계 탑수준이기에 더욱 조심스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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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는 사실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하답니다. 기가 막히다 기가 달린다 기싸움하다 기가 강하다 약하다 혈기 왕성하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자주 쓰는 단어 안에 기가 있었어요.
제가 기에 관심을 다시 가지고 이 책을 보게 된 계기는 기에 대한 책이 아니라 다른 책이었는데, 그 분의 책을 제가 신뢰를 하고 있는 와중에 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잠깐 하시더라구요. 실제로 기는 존재 한다며. 기 감을 느끼는 방법으로 손바닥에 두손가락으로 닿을랑 말랑 천천히 움직이면서 원도 그려보고 눈을 감고 해보면 무엇인가 느껴지는데 그게 기라고 하대요. 그렇게 관심을 가져 이 책까지 읽게 된거랍니다.
정확히 같은 용어나 표현은 아니지만 서방에도 기로 추정되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나 연구가 있어 왔다고 하네요. 동양의 명상을 좋아해서 수련하는 서양인들이 점점 많아지듯이, 기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연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양지 물리학에서 이야기 하는 에너지의 파동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하는데, 그것까진 제가 모르겠지만 설득력은 있습니다.
오감이 발달된 인간은 그 오감으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지만, 오감 이전에 가지고 있던 감각들은 퇴화가 되버렸고, 그 중 학나가 기감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감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그걸 진화과정의 물고기에 비유한 설명이 아주 인상 깊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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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에서는 이렇듯 기와 기공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3장에서는 기치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4장에서는 기 치료 실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손 기감 훈련은 누구나 쉽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인데요, 직접 해보니 감각이 느껴지기는 합니다. 그러나 더 많고 꾸준한 연습이 필요할것 같습니다. 다른 방법들도 소개하고 있는데, 하나씩 직접 해봐야 효과 여부를 알 수 있겠지요.
현대는 어느 시대보다 문명이 발달한 시대인데요, 그래서 자부심 같은 것이 옛날 사람들은 그런걸 모르고 살았으니 우리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정도 맞는 이야기기도 합니다만, 과학이나 전자 이외에 인문학이나 자연에 대한 통찰력등은 오히려 과거 사람들이 더 뛰어난 면이 존재합니다.
서기전 춘추시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지금 우리 개개인이 미쳐 하지 못했던 생각과 통찰력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지요. 와 옛날 사람인데 놀랍다 이렇게 받아들이지만 오히려 그때 그런 생각에 대한 깊이가 있었을런지 모르지요. 기감에 대한 것도 그러하다고 합니다. 지금보다 교통도 불편하고, 노동도 많고, 자유도 없고 의식주 해결도 힘들었던 시대의 사람들이 오히려 멘탈이 더 강하고 마음에 대한 처세를 잘했던 것 같습니다. 할일이 너무 많고, 배울것이 너무 많고, 정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지경에 빠지는 현대인들의 복잡한 심리와 방황을 옛사람들의 지혜로 해결해보는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에 나오는 방법들을 기반으로 기에 대해서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책을 제공받고 솔직한 감상을 적은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