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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쉽고 단순하게 나를 바꾸는 사람들의 비밀
벤저민 하디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 '너 왜 그렇게 사람이 변했니?' 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주로 좋지 않은 상황이나 실망감을 보여주는 표현으로 쓰인다.
변화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말들이다.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 하고 낯설어 하고 힘들어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우리는 변화하고 있다. 그것이 스스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변화되어서 그렇다.
지금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당연하게 느껴지겠지만 20년전 우리가 삐삐를 쓸 때는 아무도 미래에 스마트폰을 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나 지금 기준으로 보면 그냥 당연한 것이며 그때로 갑자기 돌아간다면 아주 불편할 것이지만 그때는 불편한지도 몰랐다. 끓는 물에 넣은 개구리와 서서히 가열을 하는 개구리의 반응이 다르다는 말처럼 세상과 우리는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데 인식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의 관념일 것이다.
이 책은 성격이나 심리 테스트처럼 성격은 정해져있다는 이론을 거부하면서 시작한다. 나도 이 점에는 읽기 전 부터 동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맞장구를 치면서 읽어나갈 수 있었다.
나에겐 성격 테스트에 관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
오래전에 만났던 연인은 열렬한 혈액형 신봉자였는데, 특정 혈액형의 프레임으로 나를 보았고 판단하며 자신이 맞는다는 것을 자꾸 확인하곤 했다. 내가 자신의 마음에 안드는 행동을 할 때마다 비난을 하며 무슨 혈액형이라서 그렇다는 둥 그럴줄 알았다 X형은 어쩔 수 없다며 내게 스트레스를 주었다.
혈액형 이론이 어떻게 보면 잘 맞는거 같기도 해서 나도 잠시나마 그 이론을 믿었던 것 같다. 네가지의 혈액형 분류에 내 성격과 들어맞는 점이 있었기 때문인데, 바넘효과라는 실험을 알게 된 후부터는 믿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성격 테스트 문항을 작성하게 하고 결과는 그 문항에 의한 것이 아닌 무작위로 돌려서 뽑은 결과를 나눠주었더니 과반수의 사람이 그것이 자기 성격이라고 믿었다. 사람은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유형의 성격도 가지고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보편적인 생각을 자신의 고유의 성격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그 연인에게 알려주니 어떻게 반응 했을까?
변함없이 혈액형을 신봉하며 내 말을 무시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 관계에서 내가 아닌 연인이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자기말이 옳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기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는 나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내가 만든말이 아니라 할지라도 내가 틀렸던 것이다. 옳고 그르고는 상관이 없다. 사람은 감정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기 쉽다.
둘째는 자기가 틀렸다고 인정하면 자신의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셋째는 자신의 경험으로 그것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믿을 것이다. 4분의 1의 확률이지만 틀렸을 경우보다 맞았을 경우를 더 기억할 것이다.
넷째, 혈액형이 쉽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간단한 문항을 외우고 남의 심리를 알아냈다는 쾌감을 느끼게 해주고 내가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잘 맞추는 능력을 가진사람처럼, 마치 전문가라도 되는 것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세상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분류하여 단순화 일반화 시키고 싶어한다.
혈액형의 창시자 노미 마사히코는 일본의 심리학자도 아니고 방송국 PD였다.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만든 이론을 많은 사람들이 믿었고 믿고 있으며, 아직까지 관련 책이 팔리고 있는 (번역판까지...) 실정이다. 그래서 나는 누가 혈액형을 물어보면 더이상 바넘효과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해봤자 자신의 믿음을 바꾸는 사람은 거의 없고 작은 타툼으로 까지 번지기 때문이다. 대신 거짓말로 혈액형을 말해준다. 그러고 나면 대부분은 내 가짜 혈액형의 성격이 나와 맞다고 '거봐 그럴 줄 알았어' 라고 말한다. 나중에 거짓말이라고 말해주면 그 사람은 약간 당황을 하거나 진짜 혈액형을 끝없이 물어본다. 또 거짓말을 하면 이번에도 '그래서 그랬구나 니가' 라고 말한다. 나는 속으로 웃으며 혈액형 이론이 엉터리임을 다시 확인할 뿐이다.
새로운 사람이 되려면 추구할 가치가 있는 새로운 목표가 있어야 한다. 목표는 새로운 자질과 기술을 개발하고 변혁적 경험을 선택하게 하는 이유다. 의미있는 목표 없이는 변화하려는 시도가 의미없으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도 떨어진다. 그래서 결국에는 실패한다.
019p-
이 책은 한술 더 떠서 심리학자들이 만든 공신력 있는 테스트도 믿지 말라고 말한다. 사람은 어떤 것을 믿으면 정말 그렇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런 테스트 때문에 좋은 쪽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고 유명한 검사는 MBTI인데, 이것을 만든 캐서린 브릭스와 이사벨 마이어스는 심리학이나 정신의학 또는 평가 분야에서 전문적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저 아내와 어머니로서 그런 경험을 발전시켰을 뿐이다. 게다가 그 검사는 이론의 가치를 결정하는 네가지 기준, 신뢰성, 타당성, 독립성, 포괄성을 충족시키지도 못한다. 그저 마케팅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타고난 성격이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 학자들 까지 그 검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야 된다는데 동의한다고 한다.
성격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연하고 변하기 쉬우며 상황에 따라 나오는 행동과 태도의 집합이다.
52p-
폴 그레이엄은 '자신에게 붙인 라벨이 많을 수록 더 멍청해진다' 라고 말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지를 규정하는 말들을 많이 하는 사람은 변화가 없고 자신이 규정한 대로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나쁜 행동일지라도, '나는 그런 사람' 이기 때문에 반드시 그 라벨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군다. 행동의 주체가 되려면 이런 가짜 믿음들을 반드시 버릴 필요가 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려면 내 스스로가 과거에서 기인한 사람이 아님을 공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의 습관들이나 행동들은 과거에 영향을 받았지만 새로운 습관으로 그것을 얼마든지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비로소 변화의 초석이 만들어진다.
마약 중독자 아버지를 떠나 바쁜 어머니 밑에서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대학을 중퇴하고 사촌에게 얹혀살던 저자가 심리학 박사학위를 따고 인기 블로거가 될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런 변화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인 것이다.
1장에서는 사람들이 이런 잘못된 믿음을 가짐으로서 얼마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고 있는지 여러가지 사례들로 확인시켜 준다. 긴 연구기간을 두고 조사를 했더니 과거의 성격과 현재의 성격은 거의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역사의 종말 환상'은 연령대와 상관없이 현재까지는 변화를 경험했으나 앞으로는 별 변화가 없을 거라고 믿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은 적응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서서히 변해가지만 그것을 깨닫기에는 너무 천천히 변한다.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요인은 목적이지 성격이 아니다. 목적을 바꿈으로서 성격이 극적으로 변한 책속의 등장인물 바네사가 그걸 잘 보여준다.
흑백논리에 갖혀있던 범죄자 안드레는 18살에 교도소에 수감 돼 16년이나 복역 후 출소했다. 그는 출옥 한지 16년 후에 하버드 대학교 선임 연구원이 되어있었다. 교도소에서 서열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버리고 성공으로 목표를 바꾸었기 때문에 성격이 변한 것이다. 성격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고 이야기 한다. 3장에서는 변화를 만드는 방법으로 트라우마를 조절하는 탁월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정체성과 잠재의식을 변화시키고 환경을 바꿔나가는 4~6장의 내용을 읽고 있으면 정말 설득력이 있고 나도 변화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자신이 성공했고 변화했기 때문에 당신도 변할 수 있다라는 것을 넘어서 그것을 과학으로 검증하고 증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이 믿음이 가고 설득력이 생기는 것 같다.
생명체는 끝없이 환경에 따라 진화해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인류가 생존해 있다는 자체가 변화해왔다는 증거인데, 몇가지 유형에 따라 단정지어 버린다는게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한다. 과학은 기존의 학설이 잘못된 것이 증명이 되면 바로 최신의 데이터를 인정하게 되는게 그런 점은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적 사고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어느 인문학자의 이야기처럼.
사람은 원래 변하는 것이라는 것부터 인정하고 받아들인 후 이 책에 나오는 훌륭한 기법들을 삶에 적용시킨다면,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그저 몇 마디로 요약한 방법론을 그저 아는 것은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값진 이야기들은 대충 읽어서 감동을 받을 수 없다. 변화를 위한 좋은 방법 자체보다 왜 그게 맞는지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