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열어 놓았더니

산새 두 마리 날아와

반나절을 마루에 앉아

이상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날아갔다.


어느 산에서 날아왔을까.

구름 빛 색깔

백운대에서 날아온

새였으리라.


새가 남기고 간 목소리는

성자의 말처럼

며칠이 지난 오늘까지

곧 귀에 남아 있다.


새가 앉았던 실내에선

산 냄새, 봄풀, 구름 향기

맑은 목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산새같이 마음 맑은 사람은

이 세상에 정녕 없을까

그가 남긴 음성은

성자의 말이 되어

이 땅에 길이 남을...


오늘도 나는

창을 열어 놓고 있다.

산새를 기다리는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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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진에서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 사진 속에는 기품, 진실성, 호소력이 담겨 있습니다.

많은 땀과 노력이 들어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 결과보다는

완성되기까지의 진실과 고통을 보여주는 사진, 그게 기품 있는 사진입니다.

사진은 자신의 인성을 끊임없이 계발할 수 있는 좋은 증거자료를 남기는 것이며,

좋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결국 좋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흔히 사진을 찍으면 잘된 것만 간직하고 잘못된 것은 버리나,

잘못된 것을 버리지 말고 다시 보고 반성해 조금 더 나아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 청춘을 뒤흔든 한줄의 공감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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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이길 수 있고 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깊이를 이해하고 있다면 설사 졌다 해도 상처를 입지 않습니다.

사람은 모든  것에 이길 수가 없으니까요.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집이다.

중요한 것은 그 깊이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침묵'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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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가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밭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싸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 것 없는 눈높음과 영육까지고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날인듯 살수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가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는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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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이 따른다고 해도 산에 오를 때는 큰길로 가지 않는다.

길에서 자란 나무는 잔가지 많아 몸통이 휘어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방으로 잔가지를 내뻗는 길가의 나무는 못쓴다.

길가에서 자란 나무보다는 깊은 산 속에 홀로 외롭게 자란 나무가 곧고 튼실하다.

사람도 나무도 외로움을 견디면 안으로 파고들어 더디게 자란 것이 끝내는 재목이 된다.

세상과 단절되어 고독을 극복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힘과 풍모를 갖춘 재목이 된다

때로는 큰길로 가는 것이 최선이 아닌 법. 그것이 인생의 묘미이다.

 

          

                                     ** 신응수'목수'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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