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슬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 잼', '라니어 마리아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것외다.


                        *** 윤동주님***



그리움이 사무쳐오는 날이다.

무엇이 그립고 그리워서..

무엇이 그립고 애가타서..

그리움이 사무쳐 이슬되어 흐르는 날..

나는 별하나에 추억과

별하나에 사랑과 별하나에 쓸쓸함을 그리려 했던

시인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이제는 정말 내려놓아야 할 때인가 보다.

이제는 정말 나의 욕심을 내려놓아야 할 때인가 보다.

그리움이 사무쳐 가슴에 난 상처를 헤집어 놓는 구나..

상처에 밴드를 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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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해


철석이는 바다

밤새 들려오는 메아리

창문을 열고 뜰에 나가면

달 가장자리 달무리 지고

벗은 가지에 나풀거리는

비린 바람살

누가 내 잔잔하던 바다에

해일을 몰고 오는가

오늘밤

독주 안 잔에 출렁이는

고향 바다

풀어도 풀어도 풀리지 않는

인록에 질긴 닻줄

내 살갗에서 풍겨나는

진한 비린네

유년의 갯벌에 흩어졌던 생각들

내 좁은 뜨락 한마당 가득 붐비네.

저무는 동해, 한마당

잠들지 못하고 밤새 부서지고 있네.


                      *** 박남훈***



아침에 문득 바다가 보고싶다는 생각에 가슴이 저민다.

현실도피처럼 맘이 힘들땐 나도 모르게 바다를

찾는가 보다.

또, 마음이 아프다고 하나보다..

바닷가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에

실어보내고 싶다.

어른으로 살기 힘들다.

이성으로 무장한채 살아가야 하는 나의 페르소나를 버리고

원초아적 사고로..

바다가 보고싶다.. 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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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야기


 

고독하다는 건

나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요.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 조병화님****


 

이 시를 읽고 한참을 멍하니 있다 다시금 이 시를 읽는다.

마치 나의 맘을 이해하고 있노라

너의 마음 내가 잘 알고 있노라 말을 건네는 시다.

언제부터인지 잊고 지냈던 지난시절의

그리움들이 이 시를 타고 흐른다.

고독하다는건

그리움이고

그리움은

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고독함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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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슴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서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본다.


       *** 노천명님***




이전에 읽었던 사슴과는 다르게 읽힌 건 아마도

나의 내면의 변화로 인해 달리 읽히는 것이리라.

어쩜 나는 사슴을, 아니 노천명시인의 삶을 닮고자 했는지

모르겠다.

현실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나만의

이상을 찾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보며

향수에 젖는 사슴의 마음처럼,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보며

나는..

그 마음에 오늘도 말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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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부쩍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때때로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진로에 대해 묻곤 한다.

그리고 남들보다 빨리 자기 진로를 정하고 그걸 향해 전진하기만을 바란다.
그 길이 일방통행이면  환호를 외칠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외모만 눈에 띄게 성장할 뿐,

내면은 아직도 성장통에 시달리고 있는것을 모른다.

아니 알려하지도 않는다.
 

불혹의 나이를 지나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찍고 도는 나의 앞길도 이토록

고뇌와 혼돈과 결단앞에 우물쭈물 하건만..

왜 부모들은 기다리지 않고 맘대로 아이들의 진로를 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라고만

강요하고 떠미는지..

 
아이들의 침대를 정리하다 나의 오만과 아집이

오늘도 우리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숨이 찬공기를 창밖으로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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