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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누드 - 색으로 만나는 현대 화가 10명
최영주 지음 / 미술문화 / 2009년 1월
평점 :
미술서적을 읽으면서 매번 느끼는 점은 부담스럽다, 책 내용은 좋은데 지루하다 등등 가까이하기엔 멀게만 느껴졌다. 나만 그리 생각한 것은 아닌듯 싶다. 노란 누드를 읽으면서 추리소설을 읽는 것도 아닌데 매우 흡입력이 있다. 저자의 그림에 다가가는 방법은 어렵지도 거창하지도 않다. 우리가 그림을 보며 느끼는 방식에서 그것을 더 나아가 색을 통해 화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자꾸만 빠져들게 되고 그 화가들에 대해 더 알고싶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파랑이라는 색이 그리도 멋졌었는지, 어떤 상태와 내용들 담고 있는지, 이책을 읽으면서 나도 파랑색을 좋아하게 되었다. 주변의 모든것이 자신만의 색으로 말하고 있음을 그동안은 몰랐었다. 색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것은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행복한 일이다.
저자가 말했듯이 참으로 어려운 예술이 현대예술이다. 이 책은 20세기 전반에 활동하던 10인의 화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가 풀어낸 것은 그림의 색채 뿐만아니라 화가들의 심리적인 상태와 그들의 삶이 엿보인다. 우리에게 단지 지식만을 주는것이 아닌 인간으로써 내면적인 이야기까지 들려주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마티스, 키르히너, 피카소, 들로네, 루솔로와 발라, 칸딘스키, 말레비치, 모딜리아니, 베이컨등 그들의 이야기는 짧았지만, 예술이 길듯 여운도 길게 남는다.

마티스 <마티스 부인>, 캔버스에 유채
마티스 부인의 그림은 색은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얼굴형태는 정상적이다. 그림의 색을 따라가다 보면 의문하고 대답해주는 저자의 방식대로 나도 함께 동참하게 된다. 왜 이렇게 그렸을까? 어수선한 이유는 뭘까? 그 부분을 강조한 이유는 뭐지? 궁금증이 생기면서 그림에 대해서 마티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저자는 혼자 길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색채의 여행으로 자꾸만 끌어들인다. 마티스의 파란누드는 과히 내게 충격적이였다. 무엇을 표현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인지? 저자의 말대로 공포영화의 주인공 같다. "나 섹시해 ? 컨셉인데 상당히 충격적이고 무섭게만 느껴지는 버전이다. 화가들은 그림으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독자와 이야기를 나누려 했지만, 현실은 단절되어 있다. 그림은 벽에 걸려있을 뿐이고, 우리는 마냥 그림을 바라볼 뿐이다. 그 속에서 무슨 이야기가 있을꺼라 생각지 못한다.

키르히너, <다리파 화가들>
키르히너는 1926에서 27년 다리파 화가들을 제작한다. 그 그림에서 그는 왠지 친구들에게 변명이 하고 싶었던것 같다. 다리파의 탄생을 알린 키르히너는 다리파의 고별도 자신이 알리게 된다. 그 일로 키르히너는 친구들에게 외면 당하고 마는데 그런 키르히너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피카소, <게르니카>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인상적이였다. 스페인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최대의 비극을 게르니카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상스럽고 괴기스럽게 느껴졌던 그 그림의 사연을 듣고 나니 눈물이 날것만 같다. 무슨말이 필요하겠는가? 한마디의 말보다도 더욱 강력하게 그의 그림이 말해 주고 있는것을 말이다. 그러고 보면 예술의 위대함은 언어가 필요치 않다. 단지 느낄수 있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것이다.
피카소는 실로 대담하고 대단하다. 예술가들의 안목은 실로 미래를 거슬러 올라가는 무언가가 있다.
이 작품<게르니카>은 왜 흑백일까? 당시 조각가 무어가 피카소에게 직접 물어 보았다. 피카소는 입을 열었다. " 색채는 어떤 구원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네!"
- 페이지 117
저자의 말대로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들로네, <둥근 형상들>
빛을 사랑한 들로네의 그림은 읽으면서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지금도 어렵게만 느껴진다. 빠르게 진동하는 색채, 느리게 진동하는 색채를 느끼기가 쉽지가 않다. 그의 끊임없는 빛의 탐구와 형태들은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마음을 편하게 먹고 정신집중을 해야할 것 같다.

발라, <끝에 매인 개의 역동성(활력)>
발라의 그림중에서는 <끈에 매인 개의 역동성>이라는 그림이 매우 재미있게 다가왔다. 실제로 개가 빠삐 움직이는 느낌이 내게도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화가들이 선택한 색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이 담아내고자 하는 의미를 확실히 전달하고 있다.
그 외에도 다른 화가들의 색채를 통한 이야기는 매우 즐겁다. 색채로써 그림을 풀어내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놀이였다. 꼴로 사람의 얼굴을 여기저기 뜯어 보는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오랜만에 흥미롭고 즐거운 <노란누드>란 책을 만나게 되어서 기뻤다. 여기 나온 화가들의 뒷조사를 하고 싶어지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