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카네기 메달 수상작
사라 크로산 지음, 정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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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올 겨울 마음을 따듯하게 적셔줄
사라 크로산의 특별하고도 아름다운 '가족' 이야기. 원.


표지 디자인.


작가 소개.
사라는 창의적인 글쓰기를 널리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고 한다. 

원 또한 '창의적인' 글쓰기를 통해서 탄생한 소설이다.


맨 처음 소설 원을 접했을 때는 당혹스러움과 난감함이 먼저 들었다.
일반적인 소설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게 시인지, 동화인지, 소설인지 구분이 안돼서 '도대체 이게 무슨 장르야?' 라고 생각하며 괜스레 책 자체가 재미가 없지 않을까 싶어 읽기에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읽어보고나서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런 방식의 창의적 글쓰기라면, 이제는 언제든지 환영이다. '원'은 시를 읽는 듯 운율이 느껴지기도 하고, 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도 드는 색다른 소설이다. 

원은 '결합형 쌍둥이'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그녀'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그 시선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돼버린, 하나지만 둘인 자매의 이야기. 그레이스와 피티는 결합형 쌍둥이로 태어나 얼마살지 못하고 죽을거라는 의사의 말을 비웃듯이 건강하게 살아남는다. 그러다 더이상 후원금이 들어오지 않아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고,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 생각했던 그녀들은 그곳에서 난생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고, 좋아하는 남성이 생기면서 자신들을 온전한 '두 명'의 사람으로 봐주는 것이어떤 기분인지 느끼게 된다. 비로소 행복과 사람으로써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게 된 것이다.
'평범함은 성배이며
누리지 못했을 때에야 비로소 
그 가치를 알게 되는 것이다.' -177p
그레이스는 태어났을 때 부터 평범하지 못한 삶을 살아오면서 평범함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다. 평범함이야말로 가장 귀중한 가치라는 것. 평범함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그레이스는 얼마나 힘겨운 삶을 살아온 것일까? 결합형 쌍둥이라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힘든 삶을 견뎌야 하는 것일까? 드디어 평범함의 맛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된 어느날, 그녀들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점점 두 사람의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기 때문에  죽음을 감행한 분리수술을 받아야 하게 된 것이다.
어느 누가 살아날 수 있는지, 어느 누가 죽을 수도 있는지 모르는 수술을 말이다.
그레이스는 
'삶이 순조롭게 흘러갈 때 
사람들이 걱정하는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352p 
라고 생각하며 본인의 슬픔을 표현한다.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마음이 잘 통하는 자매이자, 자신과 온전한 하나였던 누군가를 잃을 수도 있다는 슬픔과 두려움을 그녀들은 어떻게 이겨낼까?
그녀들의 삶은 어떻게 되는걸까?

놀랍도록 감동적이고 놀랍도록 아름다운 소설이다.
소설이지만 시처럼 운율이 존재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레이스의 생각과 감정 또한 마치 내가 직접 느끼는 것 처럼 가까이 다가온다.
'결합형 쌍둥이'라는 특별한 주인공을 화자로 그들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 청소년들의 '조금은 다른' 사람들을 보는 시선을 좋은 방향으로 잡아줄 수 있는 소설이다.
이런 소설은 언제나 교실 맨 뒤 책장에 꽂혀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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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즈 - 노력을 이기는 일시정지의 힘
레이첼 오마라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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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잠깐의 멈춤.
일시정지의 시간을 가지는 가장 간단한 방법.
그 시간을 통해 나를 위로하는 법에 대한 모든것.

퍼즈 PAUSE


표지 디자인.


저자 소개.


차례.

일시정지 = 의도적으로 '행동'을 변화시켜 태도와 사고, 감정 등 '정신'적인 변화를 가능케 하는 것(13p)
저자가 말하는 '일시정지'는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행동을 변화시키는 잠깐의 멈춤시간을 가지고, 그로 인해 정신적인 변화까지 가능케 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책을 처음 봤을 때는, 단순히 '휴식'의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전히 휴가를 즐기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마음과 정신을 치유하는 것을 이야기하려는 책인가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퍼즈'에서 저자는 그것 보다는 훨씬 더 소상하게 일시정지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실행해야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저자 레이첼 오마라는 구글에서 유능한 직원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 실적도 떨어지고 성과도 전혀 내지 못하며, 자존감이 떨어져가고 심지어 주변 사람들과도 거리가(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후 그녀는 과감하게 90일 무급 휴가를 신청한다. 많은 문제가 자신에게 생긴 것을 깨닫고 생각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물론 쉬운 결심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도전했고, 성공했으며, 변화해서 구글로 되돌아왔다. 그녀가 일하던 자리가 아닌 '코칭'이라는 자신에게 맞는 자리로 새로이 시작해 삶을 행복으로 채우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행복을 알려주는 기쁨도 즐기고 있다.
그런 그녀가 이 책에서 자신이 왜 일시정지를 필요로했고 어떻게 실천했으며 무엇을 깨달았는지 하루하루의 지친 삶에 찌들어있는 독자들에게 오아시스같은 '멈춤'의 미학을 가르쳐 준다.

성공한 삶에서 불행했던 저자가 어떻게 더욱 큰 성공을 하며 행복해질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말고, 또 다른 일시정지 경험자들의 수 많은 이야기들을 친절하게도 예산과 기간, 목적 까지 상세히 적어서 사례를 들려준다. 그녀가 보여주는 사례들은 공감하기에 충분했고, 도전의 용기를 가지기에도 물론 충분하다. 한같은 방식의 일시정지가 아닌, 각자 자신에게 맞는 수 많은 사례들은 독자들에게 일시정지의 참 뜻을 계속해서 깨닫게 도와준다. 

더해서 매 장이 끝날 때 마다 그녀가 알려준 팁들을 간략하게 요약한 질문들을 통해서 직접 자신의 상황, 자신에게 맞는 일시정지 법 등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많은 팁들이 있는데, 그 팁들을 간략하게 요약해주니까 이 얼마나 좋을 수 있을까.

그녀가 주도하는 첫 번째 수업은 '나는 ~ 할 수 있도록 ~ 을(를) 원한다' 를 떠올려 보는 것이다.( 51p) 그럼으로써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그것을 어떻게 실행으로 옮길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가질 수 있게 된다.

또한 그녀는 '부정적인 무의식을 포착하고 골라내어 그때마다 새로운 행동과 감정으로 상황을 처리하면, 당신 두뇌에 새로운 뉴런이 생성될 것이다'(104p) 라며 부정적인 무의식의 감정을 잡아낼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그녀는 부정의 무의식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것과 그로 향하는 도전 의식을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나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일시정지의 시간과 장소를 마련한단 말인가? 의문으로 시작한 독서의 끝에 명상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한 명상만으로 살아있음을 느끼며, 자신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내가 실행하려고 기록해둔(그리고 실행중인) 아주 간단한 일시정지 법들
1. 엉망진창 초고 작성하기
2. 변화 결심하기 (변화의 일기쓰기)
3. 기분 좋아지는 일 계획하기
4. 하루동안 온전히 휴식하기
5. 살고있는 도시 여행자 입장으로 여행하기.
6. 명상하기
등등이 있다.
(너무 많은 방법을 기록해둬서 여기 까지만)

현재의 나에게 딱 필요한 책이었다.
매일 같은 하루의 반복에, 정신없이 바빠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하루의 연속.
저자처럼 기적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잠시 명상을 하거나 나만의 일시정지 시간을 가진건, 나에게 오랜만에 평화로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그리고 물론 앞으로도 계속해서 틈날 때 마다 나만의 일시정지를 실천할 것이다.

잠시 멈춰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위로하며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혹은 방법을 몰라 망설이고 있다면, 삶이 너무 지치고 지루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왜 살고있는지 의문이 든다면,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든다면, 레이첼 오마라의 '퍼즈'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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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 - 내 문장이 그렇게 유치한가요?
임정섭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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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지 않은 글쓰기 도서가 있다.
직장인의 보고서 작성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주는 직장인을 위한 최고의 도서.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


표지 디자인.


저자 소개.


차례만 읽어도 알 수 있다.
임정섭의 글쓰기훈련소가 얼마나 직장인에게 최적화 되어있는지! 
보고서, 기안문 등등 회사에서 하는 문서작성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들은 이 책 한 권이면 고민과 스트레스가 끝날 것이다.

저자는 1장에서 실패한 글을 독자에게 소개시켜준다. 동시에 어느부분이 잘못되었는지 설명하며 어떤 방식의 글쓰기를 해야 더 '격'이 있는 글을 쓸 수 있는지 하나하나 풀이를 해준다.
1장에서는 저자가 간략하게 알려주는 팁들을 볼 수도 있다. (가령 구어체 보다는 문어체를 사용하는게 더 좋다는 식의)
2장과 3장에서는 어떻게 글을 쓸것인가 하는 마음가짐 9가지와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8단계로 나누어서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고 간결한 설명은 독자가 이해하기 쉬우면서 글자에 강세를 넣어서 포인트 부분을 잘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4장은 좋은 글을 쓰는데 필요한 8가지 주제로 어떡하면 성공한 글을 쓸 수 있는지 이야기 한다.
5장은 직장인들이 한 번은 꼭 써야하는 9가지 장르의 글을 하나씩 서술 방식부터 팁까지 빠짐없이 설명해준다. 
마지막 6장에서는 평소에 습관처럼 연습하면 좋은 글쓰기 훈련 8가지를 알려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버릴것이 없는 책이다.
머리말과 프롤로그에서도 독자는 글쓰기 팁들을 깨알같이 얻을 수 있다.
글쓰기 책은 제목 부터가 지루해 포기하기 가장 쉬운 주제인데반해,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는 지루하지 않은 간결한 글 속에 많은 팁들을 깔끔하게 담아놨기 때문에 가독성있게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직장에 들어가기 전에 읽으면 좋을 책으로 한 권을 추천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추천할 것이다.
글을 잘 써야 자신의 생각을 보다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그것이 성공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직장인 글쓰기의 모든 것이 이 책에 친절하게 담겨져 있다.

그렇다고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사용하는 글쓰기에만 활용할 수 있는 도서는 아니다.
실용글이 아닌 예술글에도 활용할 수 있는 팁들과, 기초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실수들을 바로잡아주는 등. 글을 잘 쓰고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특히나 마지막 6장의 습관들이면 좋은 8가지 팁들은 이 책의 절정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면서 간단하게 한 메모를 첨부한다. 

작가노트를 만들어 6장을 최대한 활용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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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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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7인의 여성작가가 뭉쳤다.

다산북스에서 출간된 페미니즘 단편소설 현남오빠에게.


표지 디자인.


7인의 작가들 소개.


차례.

여성의 존재감을 잔뜩 드러내는 7개의 단편 소설집이다.
나는 처음에 페미니즘 단편이라길래 질겁부터 했다. 나는 어째서 페미니즘을 주제로 쓴 책들이 낯설고 싫은걸까. 현남오빠에게를 읽으면서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감정으로 책을 덮으면서 그 이유를 깨달았다. 우리의, (다르게 말해야 한다면) 모든 여성들의 '당연한' 권리와 행동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싫었다. 처음 강남역 살인사건을 접하고 인터넷을 통해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접했을때 네이버에 뜻을 검색해보고 의아했다. 그 후로 '페미니즘' 을 다룬 작품을 접할 때 마다 페미니즘을 네이버에 검색해서 다시 살펴봐야 했다. 네이버에 나온 그 뜻은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살펴보고, 여성이 사회 제도 및 관념에 의해 억압되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는 여러가지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포괄하는 용어' 이라고 한다. 이 간단한 뜻이 왜 머릿속 깊이 새겨지지 않을까? 나는 왜 볼 때마다 새로운 단어를 보는 것 처럼 쳐다보게 되는 걸까. 처음 참정권을 얻기전 까지는 여성들의 삶은 그저 아이를 낳고 집안일을 성실히 하는, 과부가 되면 재혼을 할 수도 없는 성서의 이야기들 처럼 살아왔다. 인간 이전에 남성으로부터 억압받고 여성만의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애완동물'과 다를바 없는 생활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런 여성들의 존엄성과 행복을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생성하며 운동을 일으켜 얻어낼 수 있었다.
내가 생소하게 느끼고 봐도봐도 계속 다시 봐야했던 이유는 이런 것들이 당연한 시기에 태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아직도 당연한 권리에 이름을 붙여 운동을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가야한다. 나는 그런 것이 싫었다. 당연한 것에 이름을 붙혀 같은 여성들끼리 모여서 말을 해야하는 것도 싫었고,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가 남여 성차별을 스스로 부추기는 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두가 길었다.
현남오빠에게를 읽으면서 내 생각에 변화가 조금은 생겼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현남오빠에게' '당신의평화' '경년'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분노를 했다. 아니 도대체 왜 저런 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저렇게 행동을 하는걸까? 그러면서 동시에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현남오빠에게'의 내용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내용이며, 마지막 문장은 통쾌함까지 느끼게 된다. 차분했던 여성이 자신을 억압했던 남성에게 비로소 엿이나 처먹어! 라고 말하며 반항할 수 있다는 것.(사실 반항이라는 단어도 잘못되었지만 그냥 쓰기로 한다.) 나는 차마 성차별이라 느끼지 못하고 익숙하게 당연시 했던 문제들을 소설로 읽으면서 새삼 아. 이게 여성의 아니. 한 인간으로써의 당연한 권리였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었다. 아마 이 단편집을 읽지 않았으면 나는 지금도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오히려 페미니즘을 경멸하며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든다.  당연히 여자들도 그렇게 해도 되지! 라고 말하면서도 나 자신은 좀 더 조심히 행동하게 된다거나. 혹은 다른 여성이 그런 행동을 했을 경우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연한 권리에 대한 자각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걸 느꼈다
세 작품 후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익숙하면서 동시에 흥미롭다. (여기서 익숙하다- 라고 표현한건, 평소 읽던 남성 위주의 소설책과 비슷한 내용이지만 여성이 주인공을 맡은 것.을 당연시 생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든것을 제자리에' '이방인' '하르피아이와 축제의밤' '화성의 아이' 모두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남성이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던 미스터리,느와르,sf 같은 주제에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건, 당연하게(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더 큰 공감과 설레임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우리는 왜 당연한 것에 설레임을 느낄까? 여성 주인공들의 강인한 행동과 다정함을 여과없이 (제3자의 눈) 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더 넓은 세상과 더 많은 경험을 '여성의 눈'으로 공감하며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읽어왔던 수 많은 추리소설과 스릴러 혹은 유명한 성장소설 작품들을 나와 같은 여성의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상상을 하니 문득 설레임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

'페미니즘' 단편집이라고 마냥 여성의 권리를 소리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조용히 여성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뿐이다. 처음 세 편의 단편은 우리에게 공감과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그 후의 네 편은 그저 흥미로운 단편 소설로 자리하기 때문에 같은 내용의 반복으로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가독성 또한 좋기 때문에 7편의 흥미로운 단편 '소설'을 짧은 시간안에 독파할 수가 있다.

굳이 소리쳐 우리의 존재를 알릴 필요는 없다.
그저 가만히 자리에 서서 여성이 아닌 '내'가 할 일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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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혀 -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권정현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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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무조건 기대하고 읽기 시작할 수 있는 혼불 문학상 수상작. 드디어 7회 수상작이 나왔다.
전쟁 중의 광기와 도피를 은밀하게 혹은 대담하게 그려낸 소설 칼과 혀.


작가 소개.

전쟁의 광기. 그리고 도피
흠 제목을 참으로 오랫동안 고민했다.
아니면 한•중•일 세 나라의 우정이라 칭해야할까? 제목으로 삼고싶은 단어가 참 많은 책이었다. 이래서야 원. 리뷰 쓰기가 더 어려워 졌다.

이 소설의 배경은 만주다. 일본이 점렴하고있는, 패망하기 직전의 만주 신경. 아마도 일본의 패망이라는 배경이 아니었다면 이런 내용을 쓰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비록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우정이 그들 사이에 싹터오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계속 되는 전쟁, 전쟁의 공포와 광기. 그 속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서로를 미워하고 죽이고 잡아야만 하는가? 그런 무한 반복의 과정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우정을 나눴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은밀하게 각자의 방식대로 서로를 강력히 원하고 농락하며, 지배인과 피지배자로. 요리사와 손님으로. 개와 주인으로. 어머니와 아들로. 혹은 내기를 건 친구사이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형성된 우정은 그 어떤 감정보다도 강하고 진했다.
전쟁의 광기와 공포 속에서 음식과 미륵에 집착하는 일본인 사령관 '모리'
오빠의 명령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위안부 신세에서 달아난 여리지만 강인한 조선인 '길순'

요리에 자부심을 가지고 기꺼이 개가되어 자신의 요리를 먹어주는 한 사람을 위해 밤마다 요리를 하는 중국인 '첸'
전쟁중이며 서로가 적관계인 나라의 세 사람이 각자의 '칼과 혀'를 두고 벌이는 새로운, 정말 새로운 소설.
서로 증오하고 폭력을 행사하기 바쁜 만주의 땅에서, 그들은 각각의 한 '개인'으로써 서로를 동정하고 우정의 감정을 떨쳐내지 못하는 '인간적인' 모습에 감탄이 절로 흘러나온다.
세 사람은 그런식으로라도 두렵고 고통스러운 전쟁의 한편에서 의지할 곳을 찾은게 아닐까?

마지막이 완벽하다. 그저 완벽하다는 말이면 충분하다. 먹먹함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덤덤하고 차분한 길순의 마지막 모습은 압도적으로 아름다우며 슬프다. 끝끝내 그들은 그들이 선택한 방식으로 선택한 길을 간다는 것에. 
길순은 비록 오빠의 명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 강인하고 굳센 여성임에 분명하다.

제목 부터가 탁월한 소설이었다.
처음엔 그저 요리 소설이겠거니.. 생각 했는데, 제목과 소설의 이중적인 의미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 그닥 느껴지지 않는다면 작품 해설에 나와있으니 읽어보시길 권함. 제가 두 번 말할 필요는 없는듯 하여 굳이 적지 않음.

혼불문학수상작은 언제나 나를 즐겁게 만들며 놀라게 만든다. 스토리는 읽는 내내 즐거우며 
구성 요소요소들은 완벽에 가깝다.
책을 내려놓을 땐 언제나 기쁨의 탄식을 내뱉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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