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 내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얼마나 많은 오렌지를 먹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마나고 얼마나 많은 곳에 가봤을지,나는 어린 나이에 죽어서그 모든 기회를 잃어버렸다. 흔한 일은 아니다.그렇다고 드문 일도 아니다. 어쨌거나 그런 일이 일어났다.이제 와서 그 일이 누구 책임인지 따질 필요는 없다.지금 나는 그 일을 멀리서 바라본다. 죽음이란 삼인칭이 되는 것이다. 결국 모든 인간이 삼인칭으로 산화함을 아는 것이다"/272쪽




3월에 읽어야 할 것만 같은 책을 5월이 되서야 읽었다.(인기 많은 책의 숙명인가보다 생각했다) 호기심 가는 제목이라 골랐을 뿐이다. 읽어야만 할 이유가 있었던 거다. '3월'과 '마치'는 어떤 관계일까.. 이름에서 조차 상상할 수 있는 것 너머의 것이 있어 놀랐는데,사실 내게도 생일에는 웃픈 역사가 있어서..막상 소설의 제목에 담긴 반전(?)에 놀란 내가 싱겁다고 생각했다. 놀랄일이 아닌거였다. 뭐든 알고 나면..그런것 같다. 이마치라는 여주가 알츠하이머와 마주한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는데, 소설은 생각보다 죽음에 대해, 아니 알츠하이머를 겪게 되는 이의 입장에서 바라보기를 권하는 느낌을 받았다. 철저하게 3인칭의 시점으로... 그러니까 내가 그 병을 겪게 되면 어떡하나..에 대한 사치스런 고민을 할 수 가 없었다.어떻게는 치료방법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은 병을 겪지 않는 이의 시선일지도 모르겠다. 치료법이란 것이..오히려 이마치를 더 고통으로 끌고가는 느낌을 받았다. 


"치료가 트라우마를 유발시키느냐고 묻는다면  이마치는 물론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기억, 좋은 기억만 남길 수 없으며 무작위로 차오르는 기억을 막을 방법도 없다(..)자신이 누군지를 잊어버린 쪽과 자신이 누군가를 아는 쪽 어느 쪽이나 지옥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지옥을 선택했다"/239쪽



그리고 자연스럽게 트라우마와 기억에 대한 이야기로 소설은 흘러간다. 그녀가 알츠하이머를 겪게 된 것이 수많은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일까.. 어느 순간 기억이란 것을 사라지게 하고 싶을 만큼... 사실 소설에서 내가 조금 불편하게 느낀 부분이었다. 트라우마가,알츠하이머로 그녀를 이끌고 갔을 지도 모른 다는 흐름. 그 부분을 떼어 놓고, 알츠하이머환자와 치료법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면 하는 아쉬움은 그래서 남는다. 갑자기 3인칭 화자가 등장한 점은 그래서 또 조금 생뚱 맞은 느낌이 들었다. 결론적으로는 우리 모두 3인친으로 무언가를 바라볼 필요가 있음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지만,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흐름이 조금 더 자연스러웠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럼에도 강조하고 싶었던 3인칭의 시점..그 마음이 앞으로 더 많이,내게 필요한 무엇이 될 거란 기분이 들었다.


"이마치는 그곳에서 스스로를 죽이고 또 죽이고 그렇게 겨우 과거를 변제받는다.기억을 되찾을 때마다 이마치는 증오를 한 겹씩 덧입는다.그것은 삶에 대한 증오다.그 누가 인생을 반복해서 복기하고 싶겠는가(...)"/27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닮은 말인데, 헤세의 <데미안> 보다 핑키 할머니의 말이 더 크게 와 닿아 울컥 

"이제 너도 껍질에서 나올 차례야"

조금은 뻔한 동화 같은 주제였음에도,뭔가 찡한 느낌이 좋았다. 현실에도 진짜 핑키할머니가 있을 것 같아서..그런 어른이 더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길버트가 읽고 있던 <파리대왕>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아니 곧 읽게 될 예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굴은 어떻게 내면을 숨기는가,그녀는 생각한다.어떻게 무감각을 잔인성을 살인을 숨기는가(...)/77쪽

(...)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9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머니와의 대화'에 이어 두 번째로 고른 이야기는 '침묵 속에서' 다 아주 짧은 이야기인데,이렇게 복잡(?)하면서 동시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또 그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무엇보다 생각하지 못한 반전에 숨 막히는 기분이 들면서, 피란델로라는 작가의 이름을 분명하게 기억해 둬야 겠다 생각했다. 기분좋은 반전이 기다리지 않는다. 심지어 너무 잔혹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상상력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 탓이라 변명하고 싶지만, 억울하기도 하다. 이렇게 잔인할 수 있나 싶어서... 그런데 도대체 나폴레옹과 워털루는 이야기속 인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 건가 싶어서..다시 워털루 전투를 찾아보았다는..이야기를 이야기로 이해하지 못해서일수도 있겠고..체사리노의 마지막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그랬을수도 있겠다. 철저하게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자 해도..그의 마지막을 이해하기란 힘들었다.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했다. 원작과 다른 지점에서 유감을 표했던 걸 보면...영화는 독자의 입장을 더 이해했던 건 아닐지...그런데 유감을 표했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체사리노가 왜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틈이 보이긴 한다. 그렇지만 아이에게 스스로 선택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건 여전히 우리가 딜레마로 받아들일수 밖에 없는 숙제가 아닌가 싶다. 힘든 이야기였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앤딩이었지만 그럼에도 너무 잘 잀혀지는 문체가 매력적이란 생각에..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 보고 싶어졌다, 연극으로도 만날수 있게 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티재에 오르기전에는 사람들이 그곳을 찾는 이유를 몰랐는데, 막상 전망대에 올라 풍경을 보고 있으려니..빨갛게 물든 단풍 보러 말티재를 찾는 마음을 알것 같았다. 그리고,워너 브롱크호스트의 그림이 다시금 떠올랐다. 색감에 놀라기도 했지만,그의 그림에서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느낄수 있었기 때문에...



전시장에서 감상할 때는 색감과, 자그맣게 사람을 그려낸 작가의 예술에 탐복했는데,돌아와서는 우리가 참 작은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말티재 전망대에서 워너 브롱크호스트의 작품을 상상하게 될 줄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