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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가 제철 ㅣ 트리플 14
안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회맛 모르는 1人인데,방어를 먹고 나서,맛있는 회가 있다는 걸 알았다. 적어도 내 입에 맞는 회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고마웠다. 이제 겨울이 오면 방어회를 먹는다. 그냥 '먹는' 것 같지만, 겨울을 즐기는 하나의 이벤트가 되었다.
"(...) 계절이 바뀌는 시기마다 그가 연락을 해왔고 나는 응했다. 장소는 매번 정오가 정했는데(..)주로 제철 음식을 파는 식당이었다. 우리는 봄에 갖가지 봄나물과 냉이 된장국,쑥튀김,두릅을 먹었고 여름에는 삼계탕과 콩국수,평양냉면, 가을에는 삼치구이, 대하찜을 마주 앉아 먹었다.그렇게 계절을 돌아 겨울이 오면 12월 중순에는 어김없이 '창해'에서 방어회를 먹었다"/57쪽
그럼에도 선뜻 <방어기 제철>이란 소설에 눈이 가지 않았던 건,그냥저냥 한 소설일거라 지례 판단했던 탓이다.(반성한다!!) 최근 <모린>을 읽고 나서 다른 책이 궁금해 찾아보다 '방어..'를 발견하고 망설임 없이 읽게 되었는데.좋았다. 주제는 가볍다고 할 수 없겠지만, 담담하게 풀어간 방식이 좋았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바라본 표지는 한없이 슬프다,저마다의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러나 '제철 음식' 이란 문장과 마주하는 순간, 애도하는 마음이 저와 같아지길 바랐다. 떠나간 이를 생각하며 음식을 떠올리는 그 과정이 좋았다. 살아 있는 자와, 지금 세상에 없는 이가 함께 교감하는 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가족과 이별하는 슬픔 말고도, 너무 큰 사건 사고로 애도하는 마음을 어떻게 품고 살아가야 하는 지 조차 혼란스러웠던 시간이 있었다.무조건 잊는 것도,마냥 부여잡고만 있는 것도 진짜 애도의 방식이라고 말할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그냥 자연스럽게 내 생활 속에서 잊지 않고 제철나는 음식을 찾아 먹고 싶은 것처럼,떠나간 이가 생각 날때 음식을 차려 내고, 기억하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다.헛헛한 마음이 들 때마다 음식으로 슬픔을 대신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생각했다. 그러니까, 진정한 애도란 잊지 않는 마음이겠구나,라는 결론으로 다시 돌아왔다. 다만 마음속에 혼자만 꾹꾹 담아 놓지는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