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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ㅣ 위픽
천희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위픽시리즈' 가 있다는 걸 알았다. 리스트가 제법 있어,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골라 읽는 즐거움이 있다. 아직까지는. 목차를 살피다 <작가의 말>이 눈에 들어왔다.
"직업인으로서의 소설가의 유능함은 비겁함을 얼마나 잘 감추는지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소설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기술적으로 자신이 아닌 것과 뒤섞어버린다.그런 은밀한 거짓이 하찮은 개인의 경험과 관점을 아름답고 충격적인 작품으로 탄생시킨다.아니 그것이 소설이다.그러나 예술가가 되기를 바라는 소설가라면 때때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한다(..)"/37쪽
제목 때문에 에세이적인 느낌도 들었지만 좋았다. 예술가로만 바라보는 소설가에 대한 시선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면..이란 가정을 순간순간 하며 읽다 보니, 글을 쓰는 걸 업으로 삼은 예술가들에게 숙명은 때때로 가혹할 수 있겠다 싶다. 어떻게 써야 할까? 무엇을 써야 할까.. 잘 써야 한다는 것이 단순히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것만이 아닐거란 생각... 소설가의 숙명에 빠짐없이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죽음'까지.. 죽음으로 달려가려는 마음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설가로서의 숙명과 죽음 또한 한몸처럼 이어지는 무엇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 죽음에서 살아나왔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분명한 것은 부끄러움이야말로 내가 가졌던 온갖 불안, 바닥없는 우울 끝없는 죽음의 열망보다 오랫동안 강력하게 나를 속박한 감정이었다는 사실이다"/58쪽
소설인지, 소설이란 형식을 빌려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마음을 '작가의 말' 이란 그릇을 통해 고백했는지는 알 수 없다. 작가의 말 속 화자(?)는 '고딕소설' 이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라고 고백한다. 독자는, 예술가의 숙명, 글을 쓰는 이의 숙명에 대한 날것 그대로와 마주한 기분이 들어좋았다.조금은 덜 힘들게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써내려간 이야기는 독자도, 소설가도 만족할 수 없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그래서 나는 작가의 다른 소설을 더 읽어 보고 싶어졌다.
ps 왜 하필 서양 클래식 연주인가에 대해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해박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음악에 빠져 사는 것도 아니면서 굳이 클래식 연주를 듣기 위해 시간을 내는 건 허영 아닌가,사실 이건 쓸데없는 질문이기는 하다. 뭘 정말 잘 알아야만 즐길 자격이 주어진다는 생각이야말로 허영이니까(...)"/ 작가의 말
소설 <작가의 말>도 재밌었지만, 진짜(?) '작가의 말' 에 찐 공감가는 이야기가 있어 반가웠다. 아니 초큼 통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