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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3
에밀 졸라 지음, 최애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밀졸라의 <목로주점>과 <제르미날>을 읽었을 때의 흥분을 기억한다. 이야기는 밝지 않았으나, 빨려 들어가는 기분..해서 함께 읽던 지인과 자연스럽게 이 책의 기원(?)에 대해서까지 수다를 나누며 루공마카르 총서를 다 읽어 보리라 다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루공가의 치부>(혹은 루공가의 행운) 를 읽을 때만 해도 루공마카르 시리즈를 떠올렸던 건 아니다. 그런데 차례대로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비로소 생겼다.(여전히 출간되지 않은 책들이 있지만..)

<꿈>을 구입할 당시에도, 루공마카르 총서를 염두해 두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 구입하고, 지금껏 읽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는 사이 을유에서는 표지가 새롭게 바뀐 듯 하다. 그동안 읽은 에밀졸라의 소설보다 분량이 적다.(그래서 다행이다) 종교적인 느낌도 들면서, 신비스러운 장면들이 종종 보이기 때문에,장편이었다면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읽다가 포기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에는 잘 읽혀져서 놀랐다. '꿈'에 방점을 둔 것이 아니라 '무지' 라는 화두가 보인 탓이다. 무식함을 조롱하기 위함이 아니다. 여기 소설에서 처럼 가난해서 버려진 아이가, 온전하게 교육 받지 못한 무지의 상태..그러니까 백지의 상태로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과정에는 너무 많은 위험 요소가 따라온다는 뜻이다. 맹목적인 신앙 속에서 복종을 강요받고(그것을 강요라 생각지도 못하는...) 순교자가 된 여인들의 행복이 곧 자신이 도달해야 할 행복이란 꿈을 갖게 된다. 현실에 찾아온 사랑 앞에 그녀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웠던 모습은 가슴 아팠다.
"꿈이라고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왜냐하면 그 성녀들이 당신을 둘러싸고 있다면 그 환영은 당신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니까요.자 이젠 당신의 어떤 것도 사물에 쏟아 넣지 말아요.그러면 그것들은 침묵할 거요"/282쪽
무지에서 비롯된 여러 상황 속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더니,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모든 것은 꿈일 뿐이라는 심플란 결론. 조금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현된 것 같은 인상을 받았지만,꿈이 있어 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 환상 속 꿈을 현실로까지 가져 오면 위험할 수 있으니까.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온 환영은 다시 보이지 않는 세계로 돌아갔다. 그것은 어떤 환각을 일으킨 다시 보이지 않는 세계로 돌아갔다. 그것은 어떤 환각을 일으킨 다음 사라져 버리는 허상에 불과했다. 모든 것은 꿈일 뿐이다. 그리고 행복이 절정에 이른 순간 앙젤리크는 사라졌다. 입맞춤의 가느다란 숨결 속에서"/3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