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그녀는 소설이란 거짓되고 유치한 것이라고 여겨왔다.그 책은 월터 스콧의 <<아이반호>>로 처음에는 몹시 지루했다. 그런데 야릇한 호기심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지루했지만 때로 감동하면서 그 책을 다 읽었다"/72쪽


"다시 멍한 눈을 들고 엘런은 깊은 몽상에 빠져들었다.자신은 레이디 로웨나였다. 그녀는 고귀한 사람답게 깊이 있고 평화롭게 사랑했다.이 봄의 아침과 그렇게도 온화한 큰 도시 무릎 위에서 향기를 뿜는 새로 핀 꽃무는 그녀의 마음을 조금씩 조금씩 녹였다"/84쪽











고전 작품에서 종종 월터 스콧의 이름을 들었지만, 선뜻 읽혀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질 못할 것 같다. 지루했으나 호기심이 일었고...이야기속 인물에 자신을 이입해 볼 정도라면.졸라 선생이 좋아한 소설일 거란 생각이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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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주인 각본집 - 초판 종료
윤가은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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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그것이 알고 싶다)을 챙겨 본다. 그런데 지난주 편은 도저히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 도서관 예약으로 걸어 놓았던 <세계의 주인>을 받아왔다. 영화 속 장면들을 다시 음미해 보고 싶기도 했지만, 작가님의 말이 궁금했다. 작가님은 '각본'을 이렇게 생각하는 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반가웠지만, 소설 <유진과 유진> 에 대한 언급..청소년소설이기도 했고, 읽기 버거웠다는 지인들의 말이 선뜻 읽게 하지 못했던.. 그 <유진과 유진>을 다시 만났다. 









이야기속 주인공은 중2. 지난주 끝까지 시청하지 못했던 아이들도 중2. 청소년문학이라고 해서 외면한 건 아니었다. 읽는 것이 조금은 버거울 것 같아서 거리를 두었던 것이다. 그런데 영화 <세계의 주인>을 보면서,이주인 이란 인물을 떠올려 보면, 읽지 않는 것이 오히려 예의가 아닐수도 있겠다 싶다. 밖에서 보는 모습은 슬프지만, 안에서 보는 이주인의 모습은 결코 슬프지만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었으니까...영화 <세계의 주인>은 이렇게 나를 <유진과 유진>으로 이끌 모양이다.


작가님 영화는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세계의 주인'은 선뜻 볼 마음을 갖지 못했더랬다. 포스터도 그랬고, 내용도 내가 알것만 같은... 그런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시선과 다른 시선으로 피해자를 바라보게 해 준 점이 너무 좋았다. 굳이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 생각한 것에 대해서는 궁금함보다 고마웠다. 고통은 분명 살아가는 데 트라우마로 작용할테지만..트라우마라는 굴레 속에 가둬두는 사회의 시선도 어떻게 보면 또 다른 가해일수 있을 테니까. 이전에도 이런 이야기, 혹은 장면을 본 적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세계의 주인' 속 이주인의 대사가 내게는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각본집을 챙겨 보고 싶었다. 주인이의 당당한 목소리를 메모하고 싶어서


"어릴 때 일이고 그땐 진짜 힘들긴 했는데요 어쨌든 지나갔고 그게 제 인생의 전부도 아니에요. 보다시피 저 나름 열심히 잘 살고 있고..(수호에게) 내 인생 아직 망가지지 않았어.그러니까 함부로 얘기하지 말아줘 부탁할께/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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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불멸 위픽
김희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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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삼척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아. 난 어젯밤 마침내 그걸 알아냈다"/29쪽


소설이니까 가능한 이야긴걸까 생각했다. 삼척을 애정하는 이들이 들으면 섭섭함(?) 을 넘어 설 것 만 같아서..아무리 소설이라도 그렇지..하면서. 그런데 나 역시 오랫동안 삼척은 외면하고 싶은 곳이긴 했다. 여름날 맹방해수욕장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가,지금까지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걸 보면..해서 겉으로는 멀다는 것도 이유였지만, 동해바다는 속초로 만족했더랬다.

그러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촬영지가 삼척 부남해변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거의 삼십 년 만에 찾았는데, 너무 좋아서 놀랐다. 사실,헤어질 결심 앤딩 장면 바다는 동해바다의 부남해변과 서해바다과 합쳐진거라고했다. 그러니까..영화 속 해변의 장소는 실재하면서 실은 실재하지 않는 곳일수도 있다고 말할수 있지 않을까. 지나치게 소설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보여지는 것 너머에 관한 이야기라면,떠올리고 싶지 않은 곳은 내게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곳일수도 있겠구나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면, 삼척의 부남해변은 내게 헤어질결심의 앤딩장소로 기억 하게 되지 않을까? 굳이 삼척이란 지명을 쓴 이유에 대한 친절(?)한 설명에 선뜻 수긍할 수 없었던 1인인데.이야기에서 '삼척' 이란 지명은 중요하지 않았다. 삼척보다는 불멸에 관한, 아니 기억에 관한 만화 같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나는 뇌를 설명할때, 기억이 내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감했다. 그래서 나는 다른게 또 궁금해졌다. 기억은 불멸일까?



"기억은 형태도 없고 기원도 없어요.어디선가 흘러들어와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그렇게 되면 우린 그게 사실이라고 믿어버리는 것뿐이지요. 그걸 떠올리며 나는 세상에 없던 거대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4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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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본미술 순례 2 + 이 한 장의 그림엽서 나의 일본미술 순례 2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연립서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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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미술관 투어를 선생님과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상상을 종종 했더랬다.끝내,바람으로 끝나버렸지만.. 그래서 왠지 조금씩 아껴가며 읽어야 할 것 같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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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위픽
천희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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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위픽시리즈' 가 있다는 걸 알았다. 리스트가 제법 있어,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골라 읽는 즐거움이 있다. 아직까지는. 목차를 살피다 <작가의 말>이 눈에 들어왔다.


"직업인으로서의 소설가의 유능함은 비겁함을 얼마나 잘 감추는지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소설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기술적으로 자신이 아닌 것과 뒤섞어버린다.그런 은밀한 거짓이 하찮은 개인의 경험과 관점을 아름답고 충격적인 작품으로 탄생시킨다.아니 그것이 소설이다.그러나 예술가가 되기를 바라는 소설가라면 때때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한다(..)"/37쪽


제목 때문에 에세이적인 느낌도 들었지만 좋았다. 예술가로만 바라보는 소설가에 대한 시선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면..이란 가정을 순간순간 하며 읽다 보니, 글을 쓰는 걸 업으로 삼은 예술가들에게 숙명은 때때로 가혹할 수 있겠다 싶다. 어떻게 써야 할까? 무엇을 써야 할까.. 잘 써야 한다는 것이 단순히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것만이 아닐거란 생각... 소설가의 숙명에 빠짐없이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죽음'까지.. 죽음으로 달려가려는 마음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설가로서의 숙명과 죽음 또한 한몸처럼 이어지는 무엇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 죽음에서 살아나왔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분명한 것은 부끄러움이야말로 내가 가졌던 온갖 불안, 바닥없는 우울 끝없는 죽음의 열망보다 오랫동안 강력하게 나를 속박한 감정이었다는 사실이다"/58쪽



소설인지, 소설이란 형식을 빌려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마음을 '작가의 말' 이란 그릇을 통해 고백했는지는 알 수 없다. 작가의 말 속 화자(?)는  '고딕소설' 이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라고 고백한다. 독자는, 예술가의 숙명, 글을 쓰는 이의 숙명에 대한 날것 그대로와 마주한 기분이 들어좋았다.조금은 덜 힘들게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써내려간 이야기는 독자도, 소설가도 만족할 수 없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그래서 나는 작가의 다른 소설을 더 읽어 보고 싶어졌다. 



ps  왜 하필 서양 클래식 연주인가에 대해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해박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음악에 빠져 사는 것도 아니면서 굳이 클래식 연주를 듣기 위해 시간을 내는 건 허영 아닌가,사실 이건 쓸데없는 질문이기는 하다. 뭘 정말 잘 알아야만 즐길 자격이 주어진다는 생각이야말로 허영이니까(...)"/ 작가의 말


소설 <작가의 말>도 재밌었지만, 진짜(?) '작가의 말' 에 찐 공감가는 이야기가 있어 반가웠다. 아니 초큼 통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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