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롱 해녀 밥상 웅진 모두의 그림책 82
소윤경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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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을 마치고 나온 해녀들이 수박에 소금을 쳐서 밥 대신 삼키던 장면이 떠올라 궁금했던 이야기다. '코시롱하다'는 제주 방언으로 '고소한 냄새나 맛'을 뜻하는 의미다. 그동안 해녀들의 밥상에서 고단함만을 떠올렸던 나에게, <코시롱 해녀 밥상>은 고소함을 선물해 준 셈이다.


제주도의 화려한 음식을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음식들이 소개될지 궁금했다.물론 화려한 음식도 등장한다. 그 자체로 이름값하는 옥돔..아무렇지(?)않게 빙떡과 옥돔을 함께 먹는 모습은 육지 사람으로 도저히 상상하기 힘들다.그러나.비싼 옥돔을 무람없이 먹는 모습에서 오히려 미소가 번졌다. 고된 물질의 보상은 그렇게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그런데 내게 인상적으로 다가온 음식은 '참외 된장냉국'이었고, 바다의 물질 만큼 인상적이었던 토종 씨앗에 대한 에피소드였다.



뭐든 편리하게 사먹는 것에 익숙해진 나는, 토종 씨앗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이의 마음을 잊고 있었다. 하물며 제주도라면, 바다에서 나는 것들의 풍요로움에 대해 늘 먼저 생각하게 된 터라..더욱더 그렇다. 그런데 토종씨앗에 관한 에피소드를 접하면서..점점 바다가 오염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걱정을 하면서 책장을 덮을즈음 해맑게 웃고 있는 해녀의 얼굴이 보였다.



고소하고 정겨운 '코시롱한' 밥상을 차려내기 위해 살아온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진 느낌..동시에 앞으로도 해녀의 물질을 계속 보려면, 지금부터라도 제주의 푸른 바다를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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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배 - 미야자와 컬렉션 5 날개달린 그림책방 63
미야자와 겐지 지음, 오승민 그림, 박종진 옮김 / 여유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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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의 '비에 지지 않고'를 읽고 나서 <돌배>가 눈에 들어왔다. 읽자마자 너무 좋아 그림책 애정하는 지인에게 톡까지 보냈다. 꼭 읽어 보라고~^^



"달빛이 쏟아지는 물속은 온통 돌배향기로 가득했습니다.

세 마리 게는 흘러가는 돌배 뒤를 허둥지둥 따라갔습니다"


물총새 습격으로 공포에 떨었던 게들에게, 겨울날 돌배가 떨어지며 달콤한 향기가 퍼지는 장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강물 속 돌배가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강물 아래로 한가득 퍼지고 있을 돌배향..게 가족이 돌배향을 따라가는 모습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돌배 향기에 한참 감동하고 난 후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글을 곱씹어 읽어보았다. 봄날 물총새 공격을 지켜보면서 물 위로 떨어지는 것들은 모두 공포의 대상이라 생각했던 아기 게들. 그러나 하늘에서 돌배가 떨어지는 걸 지켜보면서 세상이 공포로만 가득한 건 아니란 걸 말해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풍요로울 것만 같은 봄날,아기 게들은 생명을 위협받는다.반대로 모든 것이 얼어붙고 추운 겨울날 게들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행복을 선물 받았다.이 묘한 대비를 통해 언젠가 달콤한 돌배 향기..가 쿵하고  떨어져 내릴수..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맹목적인 낙관은 위험하지만, 나만의 돌배를 마음 속에 간직하는 건 긍정의 신호라 믿고 싶다.주문을 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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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통의 완벽한 수박밭 뚝딱뚝딱 누리책 24
코린 로브라 비탈리 지음, 마리옹 뒤발 그림, 이하나 옮김 / 그림책공작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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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박 한 통이 사라졌다.

농부에게 사라진 수박은 단순히 하나를 잃어버린 것으로 설명할 수 없을 게다. 하지만 사라진 그 한통으로 인해 남은 수박을 돌보지 못해 밤잠을 설치고,악몽을 꾸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해 오히려 밭을 망치게 된다면... 

진짜 문제는 사라진 수박이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정열 맞춰 완벽해야 직성이 풀리는 강박이 농부에게 있었던 건 아니였을까..



맛있는 수박을 농사짓고 싶은 마음은 완벽할수록 좋을지 모른다(소비자입장에서^^) 그러나 완벽이 강박이 되어,더 많은 걸 놓치게 되지 않을까.. 밤사이 동물친구들 덕분(?)에 어수선해진 수박밭은 완벽하게 줄을 세워 자랄때 보다 뭔가 더 자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달콤한 수박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다.그런데 '완벽'이란 강박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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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표지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았다. 그런데 재독을 하게 될 수록, 표지에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질때가 있었다.(항상 그런건 아닐수도 있겠지만..) 


한 작품을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여기에 더해 출판사마다 표지가 다른 것도 그와 비슷한 건 아닐지..해석의 차이(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처럼 느껴져서 출판사마다 표지를 어떻게 디자인 했을까 찾아보곤한다. 열린책들 표지를 보면서,마담 멀과 오즈먼드를 생가했더랬다.묘하게 닮았다는 생각도 하고..그런데 마담 멀..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서 깜놀..민음사 표지 -막스 쿠르츠바일'노란 옷을 입은 여인'- 는 읽기 전에는  화양연화시절의 여주인공모습일까 싶었는데...읽고 나서 다시 보니,권태와 자신을 십자가에라도 걸린 여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표정으로 까지 읽힌다.창비는 모네 작품을 표지로 골랐다. 주인공을 한 인물에 국한하려 하지 않았거나,한 사람에게 여러 모습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나..가 아닐까 생각했더랬다.^^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의 기술> 제목을 보는 순간, 예전부터 고전 표지에 애정을 가졌던 1인으로 반가웠다. 예전 기록을 찾아보고 한 번 더 놀랐다(2020년 6월21일의 기록이라..) 무려 세번이나 읽었는데..기억이 선명하지 않은 건 놀랍지 않은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이야기>도 읽어 보고 싶었는데.7월 도서관 희망도서리스트는 고민없이 두 권을 신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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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배운다 메리 웨스트매콧 컬렉션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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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제법 들고 나서야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늦게나마 그녀의 세계를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정신없이 작품들을 찾아 읽어 가다 '메리 웨스트매콧' 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소설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봄에 나는 없었다'와 '딸은 딸이다'를 인상 깊게 읽었다 -두 권은 특별판으로 만났더랬다- 해서 나머지 책들도 새롭게 옷을 입고 나오길 바랐다. 거짓말처럼 컬렉션이 만들어졌다. 책방투어 할때마다 이 시리즈를 구입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지난 4월 묵호에 있는 책방에서 <<사랑을 배운다>>를 가져왔다.


마음 같아서는 출간 순서( 인생의 양식,두 번째 봄,봄에 나는 없었다,장미와 주목,딸은 딸이다,사랑을 배운다) 대로 읽어 보고 싶었지만,스토리가 이어지는 건 아닐테니까 구입하게 되는 순서대로 읽어볼 생각이다. 솔직히 <사랑을 배운다>를 예전에 읽었지만,처음 읽는 기분이었다. 앞서 읽었던 줄거리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재미라면, '사랑을 배운다'...를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다음으로 읽어 보고 싶은 책이 '인생의 양식'이라는 생각을 했는데,마지막에서 처음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란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지난번에 읽어 보겠다 생각했던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아직도 읽지 못했다는 사실도 알았다.


"당신은 셜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죠? 다른 두 사람이 어떤 사람을 똑같이 볼까요? 당신은 셜리에게서 언제나 사랑과 보호가 필요한 연약하고 무기력한 존재를 본 겁니다.(...) 하지만 전 그녀를 완전히 다르게 봤습니다.물론 당신이 틀린 것처럼 저도 틀릴 수 있습니다(....)"/331쪽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거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넘치는 사랑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보면서, 사랑이란 이름에 감춰진 많은 것들을 보게 된 것 같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구속하고,고생하는 걸 용납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들.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만들어 놓은 기준이 상대방에게까지 강요가 된다. 사랑해서 그러는 거라고, 상대방이 정말 행복한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처음읽을 때는 사랑에 목말랐던 로라가, 동생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한다고 생각했더랬다. 다시 읽으면서 로라가 동생에게 했던 방식과, 와일딩이 아내에게 했던 방식은 닮아 있다는 점이 보였다. 내가 아낌없이 사랑을 준다면 상대는 행복할 거란 믿음. 우리는 그 환상부터 깨야 하지 않을까. 셜리는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로라의 사랑이, 와일딩의 사랑이,깊은 교감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일방적인 사랑이 상대에게는 짐이 될 수 있다는 걸 셜리가 보여준 샘이다) 희생이 바탕이 된 사랑은,상대방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짐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로라는 알지 못했던 건 모양이다.소설의 마지막즈음 로라가 비로소 사랑에 눈을 뜨는(?)것처럼 보이긴 한다. 그녀 앞에 나타난 남자가 뜬금없어 보이긴 했지만.


일방적인 사랑은 양날의 검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누구도 다른 이의 삶을 온전히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배워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내 기준에서 쏟아붓는 사랑이 아니라,상대가 숨 쉴 공간을 열어주는 균형 잡힌 사랑말이다.


"인생은 인간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맹신하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죠. 가치관이란 언제나 상대적인 거니까"/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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