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음악(?)이야기일거라 생각했다. 속단은 금물인데, 언제나 뒤늦은 후회를 한다. 마치 죽음이 가까이 오고 나서야, 지난날을 후회하게 되는 것과 같은 걸까..그렇다면, 이런 후회는 무한 반복이 될텐데,하고 생각하니 조금 쓸쓸해진다. 내 죽음이 가까이 왔을 때, 가까이에 살던 내 짝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나서야 우리는 후회를 한다. 그때 좀 더 잘해 줄 걸 하고...물론 영원히 알 지 못하는 이들도 있을테지만. "평생 마르파를 가엾게 여긴 적도 아껴 준 적도 없었던 것이 떠올랐다.한 오두막에 산 지 52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개나 고양이도 아닌데 한 번도 관심을 주거나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109쪽 죽어가는 동안 오히려 행복한 미소를 보인 아내를 보면서 야코프는 자신의 지난날이 비로소 떠올랐다. 그러나 아내는 이제 없다.아내에게 모욕을 주고 안달했던 일들에 대해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제 아내는 야코프 곁에 없다. 그리고 비로소 절규한다. 아니면 또다른 한탄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지독한 염세주의자였으니까..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서로 못살게 굴면서 사는가? 이로 인한 손해가 얼마나 큰가 말이다. 정말 끔찍한 손해이지 않은가! 증오나 원한이 없다면 사람들은 서로에게 엄청난 이득이 될 텐데"/112쪽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사는가? 라고 질문하는 야코프의 목소리는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떠올리게 했다. 언제인가 읽었지만,리뷰로 남겨 놓지 않았고, 기억은 띄엄띄엄 남아있는 톨스토이의 이야기. 야코프가 톨스토이의 소설을 읽었다면 자신의 아내에게 덜 야박했을까..하는 상상이,다시 톨스토이의 소설을 읽어 보고 싶게 했다. (그래서)..톨스토이선생이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던 걸까.천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것이 비현실적인 것 같지만... 우리 안에 없으면서도, 있는, 아니 있어야 할 그것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는 걸 알았다. 소소한 에피소드까지 기억하지 못한 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질문 자체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으로 있을 때 제가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계획해서가 아니라 지나가던 사람과 그의 아내 마음에 있는 사랑 덕분이었습니다.고아들은 자신을 챙길 수 있어서가 아니라 낯선 여인의 마음에 있는 사랑으로 그들을 가엾게 여기는 사랑으로 살아남았습니다.모든 사람이 스스로 계획해서가 아니라 사람 안에 있는 사랑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40쪽











야코프는 아내가 죽고 나서 비로소 아내에게 친절하지 못했던 자신을 후회한다.그런데 톨스토이의 천사가 깨닫게 된 '사랑'이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모르겠다.죽는 것이 쓸쓸하고, 아끼던 바이올린을 더이상 켜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자신과 함께 관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더 안타까웠던 건 아닐까..그토록 무시했던 로트실트에게 자신의 바이올린을 남겨주는 순간, 뭔가 울컥하는 아름다움 보다,자신의 바이올린이라도 지키고 싶었던 마음이 더 간절했던 건 아닐까.하는 삐딱한 마음으로 읽었다. 그래서 더 재미나게 읽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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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정 때의 그 악명 높던 곡식 공출이 여전히 존속되어 부족한 식량을 수탈해가는데 어찌 해방이며 이민족들이 나라를 두동강 내고 점령하고 있는데 어찌 해방이라고 할 수 있으랴.그러므로 그 이듬해인 1947년 3월1일 읍내에 이만 군중이 모여든 대시위는 이렇게 극한 상황에 몰린 민생의 피맺힌 절규였다.그러나 미군정은 슬픔과 억울함을 토로하는 그 집회에 무차별 총격으로 응답했으니,여섯명의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고 말았다/37쪽

하늘은 언제나 백치같이 무심한 표정이었다.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간이 저지른 일이기에 더욱 그 뜻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인간의 경험 상상력을 훨씬 능가해버린 그 엄청난 살육과 방화를 놓고 어떻게 무자비하다,잔인무도하다,하는 따위의 빈약한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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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만지면 엄정순의 예술 수업
엄정순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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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해 개략적으로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펼치는 순간 이렇게 경이로울 수가...흥분되는 마음을 진정시킬..수 가 없었다. 이것 또한 나의 깊은 편견이 만들어낸 감정의 결과라는 것도 알고 있다.시각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이 답답할 거라 생각했다.보고 싶은 걸 마음껏 보지 못하니까. 그런데 만지는 것으로도 코끼리를 그려낼 수 있다는 사실이 짜릿했다. 무엇보다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저자의 글이 정신 번쩍 들게 했다.


"불경 <<열반경>>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옛날에 어느 왕이 맹인들을 불러 모으고는 코끼리를 만져 보게 했습니다. 그 뒤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물어보았지요.(..) 왕은 "코끼리는 하나이거나 늘 각자 자기가 아는 것만으로 말한다. 진리도 그와 같으니라"라고 말했다고 하지요. 이 이야기는 맹인 비하가 아니라 자기가 아는 세계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어리석음을 이야기합니다"/ 작가의 말 부분



보지 못하니까 그릴수도 없다고 생각했다.만져 본 느낌으로도 충분히 상상할 수도 있고,그릴 수도 있는데.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만 생각했던 거다. 만지는 것도 보는 것에 대한 또 다른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만의 시선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아이들은 못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고유한 시야로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 부분 코끼리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상상으로 그려진 그림이 코끼리로 보여진 것일수도 있겠지만, 코끼리에 대한 질문과 상상,그리고 직접 만져본 끝에 그려진 코끼리는..코끼리였다.눈을 크게 뜨고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하면, 우리가 진짜 무언가를 제대로 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상상으로 그려졌던 코끼리와,직접 만져보고 그려진 코끼리는 달라 있었다. 본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책 덕분에 확장 될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이런 아이디어를 찾아낸 작가님이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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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만지면 엄정순의 예술 수업
엄정순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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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코끼리를 만저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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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대학로 나들이 기념 찾아간 학림다방.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하던데..이제는 커피를 마시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는 곳이 되었다.

시그니처 커피대신 핸드드립을 골랐다. 아메리카노 보다 7배는 진하다는 설명을 들을때까지는 몰랐고... 커피를 받아 보고서야 알았다. 에스프레소 만큼 적은 양의 커피..그러나 맛은 정신 번쩍 날 만큼 황홀했다. 연극 보러 가기 전 마시기엔 안성맞춤인듯...^^



뮤지컬로 너무도 유명한 작품을 연극으로 올린다고 해서 궁금했다. 게다가 1인극이라니, 빛과 그림자가 예술처럼 반짝인다는 설명도 호기김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는데..너무 멋진 연출이었다.

뮤지컬의 지킬은.. 오로지 '지금 이순간..넘버 밖에 기억 남지 않았고..

소설 지킬은... 지킬 보다 변호사 어터슨이 더 부각되는 기분..

연극 역시 지킬 보다는 '어터슨'이 주인공이었는데.차이라면 우리는 모두 '지킬 이며 동시에 하이드'라는 고백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90여분 동안 안정된 발성으로 연기를 하는 것도 놀라웠고, 빛으로 시시각각 여러 인물의 모습을 그려내는 연출은 놀라웠다.우리 안에는 지킬과 하이드가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또 확인 받는 구나 싶었다. 뮤지컬 보다 연극이 더 좋았다.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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