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야상곡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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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 덕분(?)에 <페레이라가 주장하다> 를 읽었다. 물론 반스선생께서 적극 추천해서는 아니었다. 이야기가 궁금했던 반, 작가 이름이 궁금했던 거 반..그랬다. 그런데 홀딱 반했다. 한 권 읽고 호들갑인가 싶어..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를 읽었다. 앞서 읽은 것 보다 더 좋아서,나는 이제 진짜..안토니오 타부키의 팬이 되어야 겠다 생각했다. 해서 선집 가운데 <인도 야상곡>을 골랐는데, 앞서 읽은 두 편 보다 더 좋았다.  두서 없이 골랐는데, 고른 책마다 모두 마음에 든 것도 흔하지 않지만, 점점 더 작가가 좋아지는 경험은...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 새삼 알라딘 신간 코너에서 계속 나를 유혹했던 '문학의 쓸모'를 챙겨 보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타부키의 선집 <인도야상곡> 6편을 먼저 고르게 된 이유에는,인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볼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고르게 되었다. 어떤 연결고리가 혹 보이지는 않을까 하고..(그런데 있었다^^) 물론 타부키의 선집 전부를 읽어볼 생각이긴 하지만. 무튼 묘하게 연결고리를 만나는 지점이 있어 재미났고, 뭔가 조금은 고요하게 읽어야 할 지점들에서,재미가 느껴지다 보니, 조금은 들뜬 기분으로 읽게 되었다. 환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도 재미가 느껴지고, 현실적인 맥락으로 상상해도 짜릿했던.. 사라진 친구를 찾아 인도를 찾았다. 이것부터가 사실 굉장하다. 가족이 아닌 이상, 인도에서 사라진 친구를 찾기 위해 나설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해서... 그런데 어느 순간 그가 찾고 있는 것이 친구인지, 나를 찾기 위해 인도 여행을 하고 있는지 기준이 모호해진다. 나도 나를 찾을수 없는데, 내가 누굴 찾을수 있을까.그러면서 작가는 슬쩍 자신이 찾고 싶은 것 가운데 하나는 확실히(?)알려준다.문학!!


"옛날에 잃어버린 어떤 것을 움켜잡고 싶은 거겠지요. 어쨌든 그 사람은 자기 자신을 찾고 있어요.말하자면 마치 자기 자신을 찾는 것처럼 나를 찾고 있는 겁니다. 책들을 보면 그런 일은 숱하게 일어나지요.그게 문학입니다"/ 108쪽


애초에 사라진 남자는 없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작가의 상상에서 시작된 거란 의미다. 이런 소설을 써본다면 어떨까..하고... 놀라운 건, 작가가 만들어낸 소설을 읽는 기분도 들고, 진짜 잃어버린 친구를 찾아 인도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느낌도 들었으며, 단편이 주는 매력(반전)을 슬쩍..넣어준 느낌도 받았다. 사라진 친구를 찾아다닌 것이 아니라, 사실은 내 존재를 찾아 다닌 거라고. 이런 느낌은 모두 문학이 주는 매력에 빠져 흥분한 마음으로 읽었기 때문에 보이게 된 것들인지도 모른다. 정말 고뇌에 찬 남자의 모습으로 인도를 따라 다녔다면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을테니까 ..그러나 지금은 그냥 그가 풀어낸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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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4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이현경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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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 소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덕분에 안토니오 타부키 이름을 알게 되었다. 작가에 대해 자세히 언급된 건 아니었지만,소개된 책이 (페레이라가 주장하다) 궁금해서 읽게 되었고,작가의 문체가 마음에 들어 다음(순서와 상관 있는 건 아니다) 책으로 바로 넘어왔다.


잔인(?)한 제목이다. 내용은 더 잔인(?)하다고 말할수 있다. 가학적이어서 잔혹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 이야기였다면 아예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거나, 읽다가 포기 했을 테니까. 오히려 담담한듯 하면서도,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우선 우리나라가 비슷한 정치매커니즘이 보여서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 그런데 콕 찍어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지 싶다.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진짜 문명국가는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이 따라왔다.그러니까 뭔가,염세적인 느낌으로 읽혀질 수도 있는 소설인거다. 그런데 매력적이다. 문학이 주는 힘이 있어서였던 것 같다. 정의로운 기자와, 더 정의로운 변호사를 그렸내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인간이 법전을 만들게 되는 이유를 연구하고 싶었소,이제 유명한 변호사가 된 내 동료들이 연구하던 법전이 아니라 밑에 감춰진 이유들,어쩌면 추상적일 수 있겠지만 그걸 공부하고 싶었던 내 말 이해됩니까?(...)"/112쪽



비록 페르난두변호사는  자신의 정의로움이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문명국가 언저리에서 맴돌수 있는 건, 정의의 편에 서서 싸우는 변호사가 있고, 기자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광장에서 우리가 촛불을 들고 소리를 내고 있는 것처럼...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겠어? 라고 말하는 이들에게,이제 한 마디 할 수 있을 것 같다. 촛불이라도 들었기 때문에, 이만큼이라도 유지가 될 수 있는 거라고.  실제 사건을 다룬 추리소설이라고 했다. 살인이 일어났고, 누가 죽였는가를 추적하는 과정은 여느 추리소설과는 다르다. 방송에서 종종 본 그알을 텍스트로 읽게 된 느낌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문학과,철학, 법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마세누의 죽음은...죽어도 마땅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혹자는 생각할 수도 있고, 여론도 그렇게 흘러갈 수 있음을,변호사는 바로 그 지점을 경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여전히 지배당하고,지배받는 입장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도 바로 그러한 것들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한다. 재심변호사도 있고, 인권변호사도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변호사였지만,그래서 뭔가 위로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페르난두변호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약자의 편에 서 있는 변호사와 기자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가 바라는 결말은 아닐지 몰라도,참담하게 끝나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페르난두변호사가 강조한 것처럼 우리 모두 '한 명의 인간'으로 서로를 바라 볼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ps 끔찍한 일이 벌어졌고, 개운하게 흘러가지 않을 거란 판결을 지켜보면서도 이상하게 포르투갈에 가고 싶어졌다. 대구튀김을 먹어야 할 것 같고, 카페에 앉아 있어야 할 것 같고..그런데 이런 마음은 책을 번역한 역자도 비슷하게 느꼈다는 후기를 읽고.놀랐다. 밝지 않은 소설에,문학적 힘이 더해진 걸까..생각했다.'다마세누 몬테이루' 가 리스본 거리 이름이란 사실이 더 그곳으로 가고 싶은 꿈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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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의 모든 것
백수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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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작가라 생각했으나, 지난해 <눈부신 안부>를 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분명 잘 읽혀진 걸로 기억하는데.... <봄밤의 모든 것>을 읽고 싶었던 건 그러니까 작가의 이름을 오롯이 기억해서가 아니라, 제목이 주는 느낌이 좋아 붙잡고 싶었던 거다. 앞서 읽었던 <눈부신 안부>보다 좋았다. 한 편씩 읽고 리뷰를 남기고 싶을 만큼 좋았다.


'아주 환한 날들'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쓰기'에 대한 고통을 가진 마음을 너무 잘 헤아려 준 것 같아 격하게 공감했다.쓰기에 대한 애정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명제..그러니까 나는 내내 이 쓰기가 쉽지 않을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그래서 또 계속 무언가를 주절주절 써보고 싶어졌다. 그러다 보면 내 마음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들여다 보는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빛이 다가올 때' 를 읽으면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 자제가 모순일수..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그래서 노력은 필요하다. 물론 강요된 이해와 마음은 위험하다.그리고 '봄밤의 우리' 에서 경험이 타인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았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위로는 상대방에게 공허할 수 있지만, 비슷한 경험은 타인과 가까워지는 무엇이 될 수 있다. 무심한 듯 건낸 유타의 말이 나 역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니 누군가를 위로해야 할때면 유타의 말을 떠올려 보게 될 것 같다. 


"스무 살 때 다혜는 자신이 언젠가는 늙을 것이라는 사실을 조금도 믿지 못했다.겨우 스물여덟 살이었을 때는 이제 늙어버린 노인의 마음을 알 것만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노인의 마음을 안다고 믿었다니,주제 넘은 오만.어리석은 소리.다혜는 아무것도 몰랐다.여전히,지금도."/209쪽 눈이 내리네'



서로 다른 이야기 인것 같다는 느낌을 받다가, 어느 순간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다음으로는 우리가 타인을 얼마나 알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우리가 갈등하게 되는 건, 상대에게 문제가 있어서 일거라 생각하지만,그건 절반(?)만 맞거나 아주 조금 그럴수..있지만 대부분은 자신 스스로 만들어 놓은 어떤 장치들이 그렇게 만들어 버리는 건지도 모르겠다.그러니까, 어쩌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언가를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고,다툼이 벌어지게 되는 건 아닐까..상대에게 나도 모르게 갖는 오만함까지도... 죽음과 늙음을 마주할 때는 쓸쓸했지만,이런 감정도 잘 알지 못하니까 최악을 상상하는 건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최악 보다는 지금 내가 가진 것 가운데 소중한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그러고 싶다


"개는 다리가 하나 없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어떤 끔찍한 일이 있었지만 그것은 이제 다 아물었으므로 괜찮다는 듯 남아 있는 세 다리로 그렇게 꼬리를 흔들며 눈밭을 뒹굴었다. 얼마나 경이로운지 전날 그 개를 처음 본 순간 그가 느낀 것은 놀라움이었다"/141쪽 '흰 눈과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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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이라가 주장하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2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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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으로 언급되는 무언가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읽기에 방해되는 느낌이 들어서다. 그런데 예외(?)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오히려 반복적으로 ~주장하다,아니 '주장한다'는  페레이라의 말은,모호하기도 하지만, 절규 같기도 하고,조금은 소심한 저항처럼 읽혀지기도 한다.


"한 친구가 나에게 안토니오 타부키의 <<페레이라가 주장하다>>를 건넸다. 1938년 리스본을 배경으로 죽음과 기억에 천착하는 소설이다"/150쪽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에서 언급된 안토니오 타부키의 책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죽음과 기억'에 천착하는 소설이라 믿었던 모양이다. 아니 그보다 작가에게 이 책을 권한 이의 마음이 궁금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예상(?)한 대로 죽음과 기억에 관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신문기자 페레이라의 처절한 외침에 관한 이야기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엔 그의 시크한 시선이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서 비롯된 것일까 생각했다.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는 죽은 아내 사진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꺼내놓는다.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에서도 언급되는 부분이다. 페레이에게 현실을 즉시하라는 박사의 말에 반스는 절대 공감하지 않는다. 사별의 고통은 잊는 것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니까... 페레이라가 아내에게 하는 고백 역시,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절대비밀을 지킬수 있는 대상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신부조차 고해성사 받기를 거부하니까 말이다.암울한 시대가 배경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언론은 바른 입 갖는걸 포기했다. 페레이라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문화면을 다루는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그를 찾아온(?)아니 그가 찾아낸 수습기자라는 청년은 그를 혼란에 빠지게 하지만, 어쩌면 페레이라가 그를 통해 자신이 저항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말속에 담긴 뜻을 모두 헤아릴 수 있었다고 말할 자신이 없는 독자의 핑계일 수도 있겠고, 언론에 몸담고 있지만, 그는 언론의 모순과 마주한다.상실의 고통은 우리 속에 있는 수많은 자아 중 하나일 뿐..또 다른 자아로 나아야 한다고 말한다. 종교는 우리의 정신은 오로지 하나라고 강변한다. 삶을 사랑한다는 청년은 독재에 맞서 싸운다. 죽음을 가까이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유독 발자크의 <오노린>에 집착 한건..'회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라가 너무 어수선하다.자발적 자가검열언론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진실과거짓을 구분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때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훈련, 옳고 그름을 언론이 주는 그대로 여과 없이 받아 들이면 안되는게 아닐까....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에는 분명 '죽음'이 있었고, 페레이라가 상실의 고통속에 힘겨워 하는 장면들이 있었을 텐데, 역사의 진실 앞에 마주한 페레이라가 더 크게 보였다. 탄핵의 시간을 온전히 빠져 나오지 못한 후유증 탓일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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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 개정증보판 줄리언 반스 베스트 컬렉션 : 기억의 파노라마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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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에 있는 책방소설을 오랜만에 찾았다. 지난해 우연히 알게 된 책방에서, <소설>이란 책을 골랐는데, 너무 재미나게 읽었다. 그곳을 찾았기 때문에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해서 또 찾아가고 싶었다.우연처럼 재미난 책을 이번에도 만날수 있기를 바라면서, 크지 않은 책방이지만 소설로 가득한 책방을 둘러 보게 되면, 읽고 싶어지는 책이 거짓말처럼 눈에 들어온다. 자석에 끌리듯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골랐다. 


내가 유일하게 듣는 라디오 방송이 세음(세상의 모든 음악) 인데, 본방송은 듣지 못하고, 지난방송을 올려놓은 채널을 통해 듣는다.반복해서 아무 날짜나 들을수 있는 매력이 있다. 무심코 4월1일 방송을 듣다가, 깜짝 놀랐다.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소개해 주는 게 아닌가. 내가 책방에서 줄리언 반스의 책을 고른건...내 무의식이 이렇게 작용한 걸까 싶어 살짝 소름이 돋았다.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그러면 세상은 변한다. 사람들이 그 순간을 미처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세상은 달려졌기 때문이다."/11쪽



일단 멋있어 보이는 문장 같은 기분에 홀딱 빠져들었고, 미처 생각지 못한 열기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재미나게 읽었다. 쥘베른,빅토르 위고 투르게네프 나다르..이름도 등장한다. 살짝 흥분된 순간이었다. 다시 쥘베른의 소설을 읽어야 하나..그런 마음도 들고..그러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의 이야기는 과학적 상상을 허락한 소설이 아니다.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고통 가운데 어쩌면 가장  잔인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별의 고통'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든 글이란 건,책을 읽고 좀 지나서 알았다.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입장에서 구구절절 공감했다.그럼에도 가 닿을수 없는 고통의 깊이가 엄연히 존재한다. 프레드와 사라의 사랑이야기가 허구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사라에게 남자가 했던 말이 울림으로 남게 되었다는 거다. "마담 사라,우린 모두 불완전한 존재들입니다"/83쪽 그래서..어쩌면 우리는 가까운 누군가가 죽었을 때 힘들수 밖에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작가는 그 과정을 고스란히 적어내려가고 있었다. 누구의 말도 위로 될 수 없고, 심지어 소설 속에서 죽음을 묘사하는 것 조차 진짜의 마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의문. 애써 잊으려는 것이 꼭 답은 아니라는 결론. 잊는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통의 시간을 건너뛸 수 도 없다. 그리고 여기서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에 더해진 기억을 통해,사별의 고통은 또 다른 사랑의 방식으로 내곁에 머물게 된다.


"고통은 당신이 아직 잊지 않았음을 알려준다.고통은 기억에 풍미를 더해준다. 고통은 사랑의 증거다. '그런 점이 지금까지 문제가 안되었다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164쪽



소설인줄 알았는데, 에세이였다.'인생을 관통하는 다섯 가지 기억에 관한 이야기' 컬렉션이 있다는 사실도 이제 알았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너무 오래 전에 읽었고, <시대의 소음>을 재미나게 읽었지만 연이어 읽지 않은 탓에 두 책이 한 테마로 묶여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그 사이 모든 책들이 개정판으로 나온 모양이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부터 다시 읽어 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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