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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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위해 읽었던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버거웠다.아니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다시 읽게 될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언어의 무게>를 읽고 싶은 유혹을 느끼면서도 오랫동안 망설였던 이유는, 리스본..에 대한 강렬함이 남아 있어서였을 테니까. 그런데 <언어의 무게>를 너무 재미나게 읽고 말았다.해서 다시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고 싶어졌다. 다시 한 번 놀랐다. 이렇게,잘 읽혀져도 되는 건가 싶어서.. 우선 기억에서 거의 사라졌을 거라 생각했던 영화 속 장면들이 순간순간 떠올라 반가웠다. 소설을 끝내고 나면 페소아 책을 읽게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페소아 책 보다 로맹가리의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처음 읽을 당시 내가 버거워 했던 이유는,소설의 시작점을 납득할..수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책 한 권에 이끌려 리스본행을 결정하고 한 남자의 흔적을 추적한다는 설정이 쉬이 납득되지 않았다. 낯선 이방인에게 기꺼이 시간과 마음을 내어준 사람들은 너무 작위적이란..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카뮈 소설 <전락>에서 자살하려던 여인을 외면한 남자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가져가게 된 걸 떠올렸기 때문일까... 그레고리우스에게(만) 찾아온 그 종소리를 그럴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타인과의 거리는 스스로의 눈에 비치는 우리의 외면이 다른 사람들이 보는 모습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더욱 커진다. 사람들이 타인을 보는 방식은(....)"/114쪽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일상의 안온함은 단순한 편안함에 그치지 않고 나도 모르게 매너리즘에 빠져들게 만든다. 결국 그곳에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프라두의 삶을 추적하며 그레고리우스가 마주한 결말은 이미 예견된 답이었을지도 모른다. 누구도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는 사실 말이다. 그러나 경험을 통해 스스로 알게 되는 것과 누군가의 생각을 학습으로 이해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내가 리스본을 여행하는 듯한 몰입감이 느껴지는순간이 있어 좋았다.그레고리우스의 여정을 함께하며 간접경험으로 얻은 것이 있었다.타인을 이해의 대상이 아닌 나를 비추는 거울로 바라보면,스스로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하며 살아가야겠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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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피트니스 - 나는 뭔가를 몸에 새긴 것이다 ㅣ 아무튼 시리즈 1
류은숙 지음 / 코난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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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전화영어>>를 흥미롭게 읽은 터라 '아무튼 시리즈'의 다른 책들을 훑어보던 중 '아무튼 피트니스'가 눈에 들어왔다.이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책이었는데,내 눈에는 이제서야 보였다. 저자가 피트니스를 시작한 이유와, 내가 필라를 시작한 이유가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아 읽고 싶어졌다.'살기 위해'운동을 시작한 마음.운동의 종류(?)는 달랐지만, 운동을 하게 되면서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지는 신비한 경험을 누군가와 교감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 심지어, 진심으로 마음이 통한 선생님과의 이별까지 닮아 있어서 와락 눈물이 났다. 


개인강습을 받는 다는 건 사치라 생각했다. 내가 몸짱이 될 것도 아닌데 필라까지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거다. 그런데 노화를 그냥 받아들이고,주기적으로 병원에서 주는 약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해서 뭐에 홀린듯 필라센타를 찾았다. 그리고 몸이 아픈건 노화의 과정으로만 받아들이면 안되는 거라는 사실을 자각했다. 쓰지 않아서 아팠고, 비대칭 몸이라 자세를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 힘을 줘야 하는 곳에 힘을 준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던 거다. 그런데,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면서 알았다. 허리가 아팠던 건 복부에 힘이 없어서 그랬다는 사실을,필라를 하면서 좋은 점들을 지인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이 '아무튼 피트니스'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반가웠다. 여전히 핑계를 대고 있는 지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운동은 날씬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내가 쓰지 않는 몸에 자극을 주기 위한 거라고.이유와 핑계는 다르다는 말에 공감했다.


"내 몸을 계발하고 몸에 대해 알아갈수록 다양한 삶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동안 생각 없이 몸에만 신경 쓰는 이들이라고 폄하했던 사람들이 실은 최선을 다해 자기를 다듬고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 그렇든 아니든 저마다의 사연과 내력이 있을 테니 잘 알지도 못하면서 누군가를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것 그런 것들을 체육관에서 배웠다"/135쪽



필라를 시작하고 체중은 오히려 늘었다.그런데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필라를 통해 내 몸이 얼마나 비대칭인지를 알았고, 운동만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게 할 수 있는 무엇이란걸 알았기 때문이다.좌우의 힘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받은 충격은,내가 필라와 평생 함께 하겠구나 라는 계시였다. 저자처럼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달라졌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무슨 운동이든,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분명하다. 필라 2년 정도 하고 나서야 알게 된 건, 운동을 하고 나면 몸에 에너지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그 순간이 내게는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었다. 운동은 '아무튼' 해야 하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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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6
스탕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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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을 때 프랑스 정치사를 좀 더 알고 읽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다. 그때는 쥘리엥의 연애사를 따라가기에도 벅차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런데 다시 읽으면서 쥘리엥의 사랑은 보이지 않았다. 굳이 '사랑' 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야망을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이 보였을 뿐이다. 나폴레옹처럼 되고 싶었던 남자. 그러나 그의 바람은 욕망이었을 뿐이다. 굳이 쥘리엥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계급이 철저했던 왕정복고 시대라 평민 출신인 그가 나폴레옹처럼 위대해지고 싶어도 정당한 기회가 허락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모순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고전을 장식한 표지는 저마다 의미가 있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그럼에도 처음 읽을 때는 표지에 그다지 시선을 두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쥘리엥이란 남자를 이해하고 싶지 않아서,자꾸만 표지로 눈이 간 모양이다. 당연히 그림 속 모델은 여성(레카미에 부인의 초상) 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쥘리엥인 듯 혹은 마틸드인 듯한 복합적인 얼굴로 다가왔다.왕정복고 시대라는 장벽에 막혀 몸부림치는 쥘리엥만 보인 것이 아니라, 사랑에 몸부림치는 여인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서로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인간의 욕망. 마치 프로이트에게 정신상담이라도 모두 받아야 할 것 같은 사람들....쥘리엥은 가질수 없는 명예에 대한 열망이,마틸드는 가질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한다. 서로를 바라보지만 정작 상대방의 존재가 아닌 자신이 갖지 못한 환상만을 쫒았던 건 아니였을까.


이 소설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의견이 다양한 만큼(정치소설,심리소설,모험소설,행복에 관한 소설..) 적과 흑 제목에 대한 의견도 다양한 듯 하다. 예전에 읽을 때는 제목에 은유가 담겨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입센의 '민중의 적'을 읽고 난 후라 그런지  '적'에서, 에너미 라는 중의적 의미로 해석하고 싶어졌다.결국 쥘리엥은 외부에 수많은 적들(왕정시대라는 점,귀족들..) 로 인해 자신이 고통받는 다고 생각했다.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욕망이라는 가장 무서운 적이 있다는 사실은 끝내 알지 못했다. 


"나 스스로 자신을 멸시한다면 내게 무엇이 남겠소? 나는 한때 야심에 차 있었지만 지금 와서 그것을 자책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때는 시대의 조류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지요. 지금은 아무 희망 없이 그날그날 살아가고 있습니다.그러나 지금 내가 어떤 비겁한 짓을 한다면 이 지방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스스로 비열한 인간이 되는 꼴일 것입니다.."/4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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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민중의 적, 들오리 ㅣ 완역 헨리크 입센 희곡 전집 7
헨리크 입센 지음, 김미혜 옮김 / 연극과인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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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크 입센의 <<민중의 적>>이 연극 '에너미'로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에 원작을 먼저 펼쳐 들었다.원작의 제목을 연극은 '에너미'로 변화를 준 이유를 찾을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연극의 포스터는 2인극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서,잠시 에너미의 뜻을 잊고 있었다.아직 연극은 보기 전이지만,작품이 훨씬 더 포괄적인 의미의 적을 그려낼것 같은 기분이 든다.(연극으로 감상하게 될 때 눈여겨 볼 지점 발견하는 기쁨이기도 하다)


온천수가 오염되었다는 과학적 사실이 순식간에 경제를 망치려는 음모로 둔갑한다. 정치와 언론이 사실을 숨기는 것도 모자라, 왜곡하고 자극적인 음모론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와 너무 닮아 있어서 놀랍지도 않았다.그러나 가장 섬뜩한 진실은 선동에 동조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었다. 내 이익을 위해 눈 감는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진짜 적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택하면서 서서히 눈이 멀어버리는 우리 자신은 아닐까(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홀로 서있는 사람이다" 라는 박사의 외침은 씁쓸함을 남긴다.누군가의 적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고립되어야 한다는 결말.너무 극단적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아서... '온건함'을 주장하는 말 속에 진실을 감추고자 하는 함정이 녹아 있다는 아이러니.거대한 광기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원론적인 답변 밖에 할 수 없는 현실. 그럼에도 이익 앞에서 마냥 무너지지 않으려는 생각이라고 부여잡고 살아가는 것이,극단으로 치닫는 것들로부터 최소한의 방어는 되지 않을까...작품 해설을 읽지 않고 작품을 읽었다면, 입센선생이 살았던 시대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했을 텐데, 실제사건을 기반으로 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온천장에 콜레라가 발생했고, 의사의 양심에 따라 사실을 밝혔을 뿐인데, 사람들부터 지탄을 받고,도시를 떠나야 했다는 기록. ..언제즘 우리는 진실을 말하는 이들에게 돌맹이가 아닌, 박수를 보낼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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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5
스탕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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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처음 읽었을 때는 프랑스의 복잡한 정치적 역학 관계와 권태로움에 몸부림치는 시대상만 보였더랬다.(쥘리엥의 사랑이 도드라지게 보이지 않았다는 게 신기한 경험이었다) 다시 읽으면서 쥘리엥이란 남자의 욕망이 보였다.되고 싶은게 너무나 많은 남자.문제는 그가 품은 욕망이 오로지 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진짜 자신'은 없는,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성공을 바라는 남자.자신의 것이 없는 사람의 성공을 진짜 성공이라고 부를수 있을까? 우리 사회를 둘러봐도 그렇지만.. 1부를 덮으면서 그가, 독립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되었을까 하는 물음이 남았다.2권을 마저 읽어야 하는 이유다^^


욕망으로 가득찬 사람에게 그림자처럼 따로오는 것이 '거짓과 위선'이란 생각을 했다. 나폴레옹을 숭배하는 마음을 숨기려고,라틴어성경을 통째로 외우며 사제 지망생을 연기하는 남자.상류사회를 증오하지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순종적인 태도를 취하는 모습,사랑도,종교도,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거짓으로 포장할 수 있는 남자.문제는 그것이 잘못된 길이란 걸 모른다는 거다.거짓과 위선이,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쥘리엥의 마지막 모습이 벌써 궁금해진다.


그토록 거짓과 위선으로 자신을 숨기면서까지 성공하고 싶었던 걸까,어쩌면 노력과 능력만으로 신분의 벽을 넘을 수 없었던 시대라 자신은 그것이 저항이라 믿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까.하지만 그는 자신도 타인도 믿지 못하는 함정에 빠져서 타인의 순수한 호의도 자시 마음대로 왜곡하는 모습을 보인다.이제 파리라는 더거대하고 추악한 위선의 무대로 향하는 쥘리엥 그가 진정한 독립된 인간으로 변모하게 될지, 아니면 더 추악한 위선과 거짓으로 살아가게 될지,2부가 궁금해진다. 쥘리엥을 포함해서 우리에게도 너무도 간절히 필요한 중용의 마음. 쥘리엥에게 그 마음이 자리할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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