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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소설집 音樂小說集
김애란 외 지음 / 프란츠 / 2024년 6월
평점 :
오랫동안 '한국문학'에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이 미안해질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나고 있다. 모두 들어본 작가들의 이름이라 반가웠고, 음악을 주제로 써내려간 소설이란 점도 흥미를 끌었다.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 덕분에 멋진 음악을 만날수 있어 좋았다..고 생각한 순간 윤성희 작가의 '자장가'는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편혜영 작가의 '초록 스웨터' 는 오롯이 나만 알고 있던 감정에 대해 누군가와 공유한 기분이 들어 또 다시 울컥했으나 뭔가 개운함도 느껴졌다.분명 슬픔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음에도 마냥 우울하지 않았다. 앞서 <명랑한 유언>이란 에세이를 읽은 탓일 수도 있겠지만, 죽음과 잘 마주해야 하는 이유들에 대해 끝임없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불현듯 이모에게 내가 느낀 상실감을 말하고 싶어졌다. 그동안 내게 "시간이 흐르면" 하고 시작하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그런 말은 하지 않는 사람보다 기어이 하는 사람이 많으니까.나도 그 말에 의지했지만 그 말은 진실이 아니었다. 시간은 그냥 흘러갈 뿐이고 마음은 여전했다(..)"/196쪽 '초록 스웨터'
엄마와 이별하고 난 후, 가장 현실감 없는 위로가 '시간이 흐르면' 이라고 하는 이들의 말이었다. 맞는 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절대 와 닿을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그러나 시간이 흘러간 덕분에.. 그리고 엄마가 '슬픔'만 남겨 두고 간 것이 아니란 그 말도 와 닿아.울컥하면서도 기분 좋은 기분이 들었다. 내 주변에는 아직 엄마와 이별한 지인들이 거의 없다보니, 저와 같은 말을 할 때면 애써 이해하려고 노력(?) 하는 지인도 여럿 있다. 상실을 겪은 이들에게 할 수 있는 위로란 것이 있을까.. 특히 '말'로 전하는 위로는 경험상 크게 와 닿지 않는다.특히 '시간이 지나간다'는 말은,전혀 따뜻하게 다가오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나주이모처럼 무심한듯 엄마의 추억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이들이 실은 더 고맙다.추억을 이야기하다 보면 마냥 슬퍼지는 것만은 아니니까..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를 읽으면서 '안녕'이란 단어를 생각보다 가벼이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윤성희 작가의 '자장가'는 정말 슬프다. 그런데 글을 너무 잘 쓰셔서..주변에 마구마구 권하고 싶었다. 죽음은 슬프지만, 그럼에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위로를 받은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서로 다른 작가가 써내려간 '음악'에 공통분모처럼 등장한 죽음,혹은 이별...을 따라 읽다가, 은희경작가의 음악(?) 홀스트에서 결국...그런것이다, 하고 생각했다. 어느 긴 터널을 지날때 듣게 되었던 홀스트의 음악은,내게 단순히 우주의 어딘가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 좋은 상상만을 허락해 주었는데, 소설 덕분에 상세(?)히 홀스트의 음악 강의를 듣게 된 것도 좋았지만, 탄생보다 소멸을 표현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에 밑줄을 긋고,죽음은 우리에게 고통 이외의 것은 허락하지 않는 다는 걸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윤성희 작가의 '자장가'와 편헤영 작가의 "초록 스웨터' 와 같은 이야기가 좋은 거다. 죽음이 정말 우리에게 고통(만) 주는 건 아니라는 걸 들려주고 있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 다음에야 평화를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혼연한 쾌락 다음에는 곧바로 늙음이 찾아들며 초자연적인 상상력을 통해서만 비로소 납득이 되는 존재의 소멸,그것이 구스타브가 생각하는 인생의 궤적이었다. 그리고 소멸은 탄생을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1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