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왕 형제의 모험 (1973 초판본 에디션)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장편동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창비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랫동안 읽지 못했던 <작별하지 않는다>를 3월에 읽었다.4월을 맞이하면서 읽어야 할 것 같아서.그런데 알라딘에서 어떤 이벤트가 있었던 모양이다. 일만원의 적립금이 들어왔다. 해서 한강작가님이 추천해준 동화책을 읽으라는 뜻(?)같아, 망설임 없이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주문했다. 5월이니까...


"나는 무엇 때문에 요나탄 형이 그처럼 위험한 일을 해야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기사의 농장 벽난로 앞에 앉아 편안히 살면 안 될 까닭이 뭐란 말입니까? 그러나 형은 아무리 위험해도 반드시 해냐야 되는 일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지.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와 다를 게 없으니까"/85~86쪽


환타지스러운 이야기는 아닐거라 예상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단호(?)한 이야기라 읽는 내내 마음이 복잡했다. 너무 어른 시선으로 읽어서 그런걸까, 아니면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너무 이상해서 그랬을까... 모르겠다. 지금 우리는 사람답게 사는 방법에 대해 저항과 분노와 용기를 가르치는 걸 망설인다. 남들보다 더 많이 배워서 더 부자가 되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 가르치고 있는 것 같아서.여전히 광장에서 아이와 함께 촛불을 드는 어른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그러고 싶지 않은 어른 사람도 있다. 아이들에게만은 희생하는 삶을 강요하고 싶지 않은 마음... 얼마전 보게된  네오소라 감독의 영화 '해피엔드'가 생각났다. 저항과 순응!  순응하는 삶이 무조건 나쁜가? 그러나 저항하지 않으면 순응하는 삶이 허락(?) 될까.... 선뜻 아이들과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나는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는 건 내가 조금은 방관자처럼 살고 싶은 소망이 있어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헌재판결 방송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토론하는 문화가 자리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들에게 저항의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이야기를 다시 하자면,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감시시스템을 도입했는데, 그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교장과 충돌하는 장면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모험의 장소가 시작된 곳 부터가 충격적이었는데,오히려 그 덕분에 이야기처럼 읽어낼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권력을 마구 휘드르는이에게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배웠다. 싸우다 죽게된 이들도 잊지 않아야 하고,결국 정의는 승리하게 된다는 가치까지..동화라서 해피앤딩의 결말을 준 거라 생각지 않는다.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이제 나는 오랫동안 읽지 못했던 <소년이 온다>를 읽어볼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자왕 형제의 모험 (1973 초판본 에디션)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장편동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창비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험‘이란 단어가 무겁게 다가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도 야상곡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줄리언 반스 덕분(?)에 <페레이라가 주장하다> 를 읽었다. 물론 반스선생께서 적극 추천해서는 아니었다. 이야기가 궁금했던 반, 작가 이름이 궁금했던 거 반..그랬다. 그런데 홀딱 반했다. 한 권 읽고 호들갑인가 싶어..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를 읽었다. 앞서 읽은 것 보다 더 좋아서,나는 이제 진짜..안토니오 타부키의 팬이 되어야 겠다 생각했다. 해서 선집 가운데 <인도 야상곡>을 골랐는데, 앞서 읽은 두 편 보다 더 좋았다.  두서 없이 골랐는데, 고른 책마다 모두 마음에 든 것도 흔하지 않지만, 점점 더 작가가 좋아지는 경험은...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 새삼 알라딘 신간 코너에서 계속 나를 유혹했던 '문학의 쓸모'를 챙겨 보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타부키의 선집 <인도야상곡> 6편을 먼저 고르게 된 이유에는,인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볼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고르게 되었다. 어떤 연결고리가 혹 보이지는 않을까 하고..(그런데 있었다^^) 물론 타부키의 선집 전부를 읽어볼 생각이긴 하지만. 무튼 묘하게 연결고리를 만나는 지점이 있어 재미났고, 뭔가 조금은 고요하게 읽어야 할 지점들에서,재미가 느껴지다 보니, 조금은 들뜬 기분으로 읽게 되었다. 환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도 재미가 느껴지고, 현실적인 맥락으로 상상해도 짜릿했던.. 사라진 친구를 찾아 인도를 찾았다. 이것부터가 사실 굉장하다. 가족이 아닌 이상, 인도에서 사라진 친구를 찾기 위해 나설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해서... 그런데 어느 순간 그가 찾고 있는 것이 친구인지, 나를 찾기 위해 인도 여행을 하고 있는지 기준이 모호해진다. 나도 나를 찾을수 없는데, 내가 누굴 찾을수 있을까.그러면서 작가는 슬쩍 자신이 찾고 싶은 것 가운데 하나는 확실히(?)알려준다.문학!!


"옛날에 잃어버린 어떤 것을 움켜잡고 싶은 거겠지요. 어쨌든 그 사람은 자기 자신을 찾고 있어요.말하자면 마치 자기 자신을 찾는 것처럼 나를 찾고 있는 겁니다. 책들을 보면 그런 일은 숱하게 일어나지요.그게 문학입니다"/ 108쪽


애초에 사라진 남자는 없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작가의 상상에서 시작된 거란 의미다. 이런 소설을 써본다면 어떨까..하고... 놀라운 건, 작가가 만들어낸 소설을 읽는 기분도 들고, 진짜 잃어버린 친구를 찾아 인도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느낌도 들었으며, 단편이 주는 매력(반전)을 슬쩍..넣어준 느낌도 받았다. 사라진 친구를 찾아다닌 것이 아니라, 사실은 내 존재를 찾아 다닌 거라고. 이런 느낌은 모두 문학이 주는 매력에 빠져 흥분한 마음으로 읽었기 때문에 보이게 된 것들인지도 모른다. 정말 고뇌에 찬 남자의 모습으로 인도를 따라 다녔다면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을테니까 ..그러나 지금은 그냥 그가 풀어낸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 볼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4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이현경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줄리언 반스 소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덕분에 안토니오 타부키 이름을 알게 되었다. 작가에 대해 자세히 언급된 건 아니었지만,소개된 책이 (페레이라가 주장하다) 궁금해서 읽게 되었고,작가의 문체가 마음에 들어 다음(순서와 상관 있는 건 아니다) 책으로 바로 넘어왔다.


잔인(?)한 제목이다. 내용은 더 잔인(?)하다고 말할수 있다. 가학적이어서 잔혹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 이야기였다면 아예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거나, 읽다가 포기 했을 테니까. 오히려 담담한듯 하면서도,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우선 우리나라가 비슷한 정치매커니즘이 보여서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 그런데 콕 찍어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지 싶다.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진짜 문명국가는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이 따라왔다.그러니까 뭔가,염세적인 느낌으로 읽혀질 수도 있는 소설인거다. 그런데 매력적이다. 문학이 주는 힘이 있어서였던 것 같다. 정의로운 기자와, 더 정의로운 변호사를 그렸내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인간이 법전을 만들게 되는 이유를 연구하고 싶었소,이제 유명한 변호사가 된 내 동료들이 연구하던 법전이 아니라 밑에 감춰진 이유들,어쩌면 추상적일 수 있겠지만 그걸 공부하고 싶었던 내 말 이해됩니까?(...)"/112쪽



비록 페르난두변호사는  자신의 정의로움이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문명국가 언저리에서 맴돌수 있는 건, 정의의 편에 서서 싸우는 변호사가 있고, 기자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광장에서 우리가 촛불을 들고 소리를 내고 있는 것처럼...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겠어? 라고 말하는 이들에게,이제 한 마디 할 수 있을 것 같다. 촛불이라도 들었기 때문에, 이만큼이라도 유지가 될 수 있는 거라고.  실제 사건을 다룬 추리소설이라고 했다. 살인이 일어났고, 누가 죽였는가를 추적하는 과정은 여느 추리소설과는 다르다. 방송에서 종종 본 그알을 텍스트로 읽게 된 느낌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문학과,철학, 법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마세누의 죽음은...죽어도 마땅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혹자는 생각할 수도 있고, 여론도 그렇게 흘러갈 수 있음을,변호사는 바로 그 지점을 경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여전히 지배당하고,지배받는 입장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도 바로 그러한 것들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한다. 재심변호사도 있고, 인권변호사도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변호사였지만,그래서 뭔가 위로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페르난두변호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약자의 편에 서 있는 변호사와 기자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가 바라는 결말은 아닐지 몰라도,참담하게 끝나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페르난두변호사가 강조한 것처럼 우리 모두 '한 명의 인간'으로 서로를 바라 볼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ps 끔찍한 일이 벌어졌고, 개운하게 흘러가지 않을 거란 판결을 지켜보면서도 이상하게 포르투갈에 가고 싶어졌다. 대구튀김을 먹어야 할 것 같고, 카페에 앉아 있어야 할 것 같고..그런데 이런 마음은 책을 번역한 역자도 비슷하게 느꼈다는 후기를 읽고.놀랐다. 밝지 않은 소설에,문학적 힘이 더해진 걸까..생각했다.'다마세누 몬테이루' 가 리스본 거리 이름이란 사실이 더 그곳으로 가고 싶은 꿈을 갖게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봄밤의 모든 것
백수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읽는 작가라 생각했으나, 지난해 <눈부신 안부>를 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분명 잘 읽혀진 걸로 기억하는데.... <봄밤의 모든 것>을 읽고 싶었던 건 그러니까 작가의 이름을 오롯이 기억해서가 아니라, 제목이 주는 느낌이 좋아 붙잡고 싶었던 거다. 앞서 읽었던 <눈부신 안부>보다 좋았다. 한 편씩 읽고 리뷰를 남기고 싶을 만큼 좋았다.


'아주 환한 날들'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쓰기'에 대한 고통을 가진 마음을 너무 잘 헤아려 준 것 같아 격하게 공감했다.쓰기에 대한 애정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명제..그러니까 나는 내내 이 쓰기가 쉽지 않을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그래서 또 계속 무언가를 주절주절 써보고 싶어졌다. 그러다 보면 내 마음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들여다 보는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빛이 다가올 때' 를 읽으면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 자제가 모순일수..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그래서 노력은 필요하다. 물론 강요된 이해와 마음은 위험하다.그리고 '봄밤의 우리' 에서 경험이 타인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았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위로는 상대방에게 공허할 수 있지만, 비슷한 경험은 타인과 가까워지는 무엇이 될 수 있다. 무심한 듯 건낸 유타의 말이 나 역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니 누군가를 위로해야 할때면 유타의 말을 떠올려 보게 될 것 같다. 


"스무 살 때 다혜는 자신이 언젠가는 늙을 것이라는 사실을 조금도 믿지 못했다.겨우 스물여덟 살이었을 때는 이제 늙어버린 노인의 마음을 알 것만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노인의 마음을 안다고 믿었다니,주제 넘은 오만.어리석은 소리.다혜는 아무것도 몰랐다.여전히,지금도."/209쪽 눈이 내리네'



서로 다른 이야기 인것 같다는 느낌을 받다가, 어느 순간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다음으로는 우리가 타인을 얼마나 알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우리가 갈등하게 되는 건, 상대에게 문제가 있어서 일거라 생각하지만,그건 절반(?)만 맞거나 아주 조금 그럴수..있지만 대부분은 자신 스스로 만들어 놓은 어떤 장치들이 그렇게 만들어 버리는 건지도 모르겠다.그러니까, 어쩌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언가를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고,다툼이 벌어지게 되는 건 아닐까..상대에게 나도 모르게 갖는 오만함까지도... 죽음과 늙음을 마주할 때는 쓸쓸했지만,이런 감정도 잘 알지 못하니까 최악을 상상하는 건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최악 보다는 지금 내가 가진 것 가운데 소중한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그러고 싶다


"개는 다리가 하나 없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어떤 끔찍한 일이 있었지만 그것은 이제 다 아물었으므로 괜찮다는 듯 남아 있는 세 다리로 그렇게 꼬리를 흔들며 눈밭을 뒹굴었다. 얼마나 경이로운지 전날 그 개를 처음 본 순간 그가 느낀 것은 놀라움이었다"/141쪽 '흰 눈과 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