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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멍 : 오래 볼수록 사랑스러운 것들 - 애착 유물
국립중앙박물관 「유물멍 원고 공모전」 필진 지음 / 더베이스 / 2026년 5월
평점 :
미출간
국립중앙박물관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접하게 되는 날이 올 줄 몰랐다. 그러면서 하게 된 생각은,전시 보러 맘편히 가는 건 쉽지 않겠구나 였다.
그런데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들의 애착유물을 책으로 만나게 되었다. 신기한 일이다. 다른 이들이 어느 작품에 유독 마음을 두었는지,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생각 보다, 다른이의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본다는 것이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나도 모르는 무의식에, 전문가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것 만 같은 강박이 있었던 모양이다. 관람객의 시선으로 작품을 본다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해서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보물 가운데 특별히 마음이 가는 작품들을 나도 골라보고 싶어졌다.
분청사기 철화 넝쿨무늬 항아리
예전 리움미술관 갔을 때 도자기마다의 특징에 대한 설명을 들었지만, 크게 와 닿지 못했던 건, 유물멍..하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름과 특징에 대해 집중하다보면, 기울어진 모습에 마음이 가지 않았을 지도..그런데 최민정작가님의 시선을 읽으면서 격하게 공감했다. 기울어짐을 자유분방함으로 바라볼 ..수도 있구나, 힘든 순간에도 당신의 무늬를 만들고 있는 거라고.. 그러니 기대도 좋다고. 기울어진 분청사기를 보면서..이렇게 많은 감정을 읽어낼..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 사람이 많은 걸 핑계삼지 말고..전시장을 찾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백자 달항아리
김환기 화백께서 백자 달항아리를 애정했고, 작품에도 영감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들은 기억이 있다. 리움미술관에서인가 백자달항아리를 실제로 보고..엄청난 크기에 압도당했던 기억이 난다.혹여 깨지면 큰일아닌가 하는 조바심도.. 그러니 항아리의 기울어짐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거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그때 했던 기억이 오롯이 남아 있지 않아서일수도.. 무튼 '불완전해서 아름답다'는 생각까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백자라는 색과 항아리 모양을 보면서.. 하고 싶은 말들을 항아리 속에 맘껏 쏟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화양연화 앤딩 장면이 떠오른 탓일수도 있겠다...그런데 이제 '불완전해서 아름답다'는 말을 곱씹어 보게 될 것 같다.
백자제기
너무 평범(?)해 보여 그냥 지나쳤을 작품인데..이렇게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 한참을 들여다 봤다. 아니, 관람객의 글을 읽고 또 읽어 봤다는 말이 맞을 게다. '채움과 비움'..에 대해 생각을 하는 순간, 그동안 '제기'에 대해 고루한 생각만 했던 나를 반성했다.
도자기들이 유독 내 시선을 끈 이유를 알았다. 회화보다,낯설어 하는 분야라 그랬던 것 같다. 감정이 쉬이 읽혀지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왠지 전문가다운 시선으로 봐야 할 것 같은 기분...
백자와 청자를 구분하고,분청사기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되지 않으면 오롯이 감상할 수 없는 세계라 생각했던 모양이다.도자기 그릇에 차를 내어주시는 책방이 있다.아이가 라면 담긴 모습 상상 한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도자기의 특징과 역사를 알고 보면 더 좋겠지만,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 내 마음을 내려 놓을..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관람객이 많아졌다는 이유만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을 일이 당분간은 없겠구나 생각했는데,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사이로도 내게 말을 걸어올 유물..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다..아니 찾고 싶어졌다. 조만간 박물관 나들이를 계획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