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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영화를 보기에 앞서 카라바조에 대해 조금은 알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골라 읽은 책이다.그런데 서문을 읽으면서 살짝 당혹스러웠다. 내가 알고 싶었던건 화가의 작품에 대한 해석이었는데, 저자는 카라바조 작품을 통해 법을 어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이중성을 살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그런데 나는 사실 그 사실이 다시 궁금해졌다, 카바바조 작품 어디에서 이중성을 마주하게 될 것인가? 내가 알고 있는 얄팍한 상식은, 그가 살인자로 불리워진다는 사실에 멈춰있다. 마음을 끄는 작품도 있었지만, 그의 괴팍한 성질과 살인자라는 꼬리표가 선뜻 카라바조라는 인물을 예술가로 마주 보게 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해서 영화가 궁금했는지도 모르겠다. 다큐가 아니라서 오히려 더 보고 싶었다. 시간을 오가는 형식이었으나,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을 읽고 간 덕분에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카라바조를 추적하는 인물을 따라 카라바조를 보게 되었다. 신기했던 건 그러한 시선으로 보았음에도 카라바조가 괴팍한 인물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거다. 예술가카라바조에 대한 애정이 감독에게는 있었던 걸까.. 영화의 앤딩을 보면서,불현듯, '카라바조의 그림자'는 카라바조를 시기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그려진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을 읽은 덕분에 내린 결론은 물론 아니었다. 생각이 닮은 지점을 만난 것 같아 오히려(?)반가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에 열광했고,또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저주했다. 개인의 탄생을 의심하고 주저했던 수많은 로마의 반동 세력은 그의 작품으로부터 얼굴을 돌리며 카라바조에게 저주를 퍼부었다.실제로 현존하고 있는 17세기의 기록들은 모두 카라바조에 대한 모독으로 넘쳐난다.(...)그의 작품은 요란스러운 폭력의 장면을 절대적인 침묵의 고요함으로 보여줌으로써 뛰어난 이중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332쪽
그에 대한 대다수의 기록이 모독으로 넘쳐난 까닭에,카라바조를 온전히 바라보지 못한 1인이다. 여전히 그의 작품 속 이중성을 해석해낼 안목도 없다. 그러나 책과 영화를 함께 본 덕분에 그의 작품을 열광하는 이들 만큼, 아니 그 이유로 그를 시기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이 있어야 했던 이유를 알았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205/pimg_7470901454593800.jpg)
출판사마다 고전작품 표지를 달리하는 것에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1인이라, 영화 카라바조의 그림자에서 내가 고른 포스터는 관객을 응시하는 카라바조의 시선이었다. 여저힌 괴팍하고 지랄맞은 카라바조의 성향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천재와 불한당을 어떻게 구분해서 바라봐야 할지..모르겠다. 다만 그를 살인자 카라바조라고만 기억하지는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카라바조 작품 속 어디에서 폭력성이 있다는 걸까?에 대한 의문도 많이 풀렸다. 보여지는 것으로 성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도 이제는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그보다는 그런 미소년을 그리게 한 요구자가 누구였는가를 기억하고 싶다.영화에서 어느 그림이 소개될까 궁금했다. 예술가의 창작에 집중하는 영화라기 보다, 그림 속 장면을 관객들에게 다시 재현해 내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카라바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다면 조금 지루해할 수 도 있는 장면들이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그림 '성처녀의 죽음 혹은 영면' 등장은 그래서 반가웠다.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에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카라바조가 관객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있다는 상상을 했다. "우리는 카라바조의 <성처녀의 죽음,혹은 영면>에서 두 가지 모습의 카라바조를 발견하게 된다.구도자 카라바조와 사악한 인간 카라바조,두 얼굴을 가진 카라바조가 그의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와 우리에게 말을 건넬 것 같다. "당신은 나를 누구로 보는가? 나는 구도자인가,아니면 사악한 인간인가?"/202~203쪽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205/pimg_7470901454593828.jpg)
영화는 카라바조의 두 가지 마음 모두를 보여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책을 읽은 덕분에 종교 지도자들이 격노했다는 사실보다 루벤스가 명작임을 알아보고 자신의 후원자에게 구입을 권유했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결국,영국의 찰스1세의 손을 거쳐 프랑스의 루이14세에게 매각되었다는 사실이다) 예술가를 다룬 영화는 언제나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카라바조..도 작품성 자체가 아주 높다(?)고 말할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카라바조만을 집중해서 책과 영화를 함께 본 기억이 처음이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