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수나무 과자점 스콜라 창작 그림책 106
김지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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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유난히 달콤한 향기가 나는 길을 지날때가 있다. 그러나 그 비밀(?)을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하트모양으로 물드는 노오란 계수나무. ..나뭇잎에 꿀이라도 바른냥 너무 달콤해서 나도 모르게 계수나무잎을 따먹고 싶어질 정도다.



너무 달콤해서 기분이 저절로 좋아질 정도다. 그런데 정작 왜 이렇게 달콤한 향기를 품게 되었을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예전에 읽었던 식물에세이에서 설명을 들었을 텐데.하트모양으로 물드는 나뭇잎 그리고 달콤한 향기를 가졌다는 것 말고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 그림책에 설명이 담겨 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일테지만.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가을날 숲은 동물들이 아주 바쁜 시기다. 동시에 사람들에게는 경고 문구가 유독 선명하게 보인다, 도토리는 동물들의 음식이니까 가져가지 말라고... 계수나무의 달콤함은 겨울잠을 자야할 숲 속 동물들에게 겨울을 나기 위한 만찬의 시간이란 사실을 알았다.



계수나무 향기에 취하는 곰의 모습은 결코 과장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다. 케익애정하는 1인이라 잠깐 숲속친구들이 먹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람이 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유혹적이었다. 숲속에 먹을 거리가 없어 일어나는 사고소식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 숲속에 진한 계수나무 향기가 가득해진다면..숲속 친구들은 인간들이 사는 세상을 찾아오지 않을텐데.. 제목에서는 내가 찾아갈 맛있는  과자점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는데, 숲속 친구들의 겨울 나기 파티를 만난 기분이었다. 계수나무 아래서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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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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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인상 깊게 읽었다. 그래서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 읽고 싶었기 때문에 <너무 늦은 시간>을 읽게 되었다.단편집이란 사실은 읽기 시작하고 나서야 알았다. 책에 실린 '남극'은1999년 발표된 작품이었다.


세 편 가운데 가장 재미나게 읽은 건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이었다. 여성혐오에 대한 확장된 시선을 어렵지 않게 들려준 '너무 늦은 시간'도 좋았다. 결말을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질 수 도 있는데, 전혀 생각지 못한 반전이라 당혹스러웠던 '남극더할나위 없는 제목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왜 그녀만 남극이란 현실과 마주해야 하는 항변이 하고 싶었졌다.세세한 설명은 없었지만,남자의 아내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똑같이 복수하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지... 여전히 절대적으로 여성들이 약자로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간혹, 고통속에 살아가는 남자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그럼에도 '남극' 속 남자의 행동은 정당하다고 이해하는 건 곤란하지 않을까...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처럼 이야기로 복수하는 방법이 훨씬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제목에서는 뭔가 정말 고통스러운 죽음을 앞둔 사람의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못난 남자를 그려내는 방식으로 차용했다는 사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결말이었지만 매력적이었다.


"어머니가 세 사람의 접시를 식탁으로 가져다주자 셋이서 먹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자기 접시를 들고 와서 자리에 앉으려고 했지만 동생이 손을 뻗어서 의자를 홱 빼버리는 바람에 바닥에 자빠졌다. 늦게 결혼한 어머니는 그때 예순 살에 가까운 나이였지만 아버지는 껄껄 웃었다. 세사람 모두 실컷 웃었고 어머니가 바닥에 떨어진 팬케이크와 접시 조각을 줍는 동안에도 계속 웃었다.

카헐은 마음 한구석으로 아버지가 다른 남자였다면 그때 그 모습을 보고 웃지 않았다면 자기가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오래 생각하지는 않았다"/44쪽 '너무 늦은 시간' 부분


 늦게 라도 카헐이 알게 되길 바랐다. 아니 어떤 진실을 알게 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구나..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어떤 진실을 끝내 알게 되지 못하는 시간에 대해,생각했다. 누군가에게 혐오적인 행동 혹은 언행을 잘못인지 모르고 살아가는 세상. 그것이 잘못이라는 걸 깨닫기까지의 시간은...가늠할 수 가 없다. 타인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해하려고 조금씩 노력한다면 좋을텐데, 짧지만 강렬했던 이야기, 그러나 뒷맛은 너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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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루인 수사의 고백 캐드펠 수사 시리즈 1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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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터 읽기 시작한 캐드펠 수사 시리즈, 가운데 두께가 가장 얇았다. 그러나 '고백'이라는 무게를 감안하면 결코 얇았다고 말하지 못할 것 같다. 왠지 이런것까지 작가께서 의도한 것은 아니였을까.. '고백의 무게'를 듣기에 딱 적당한 분량. 여기서 더 길게 이어졌다면, 고백의 무게에 버거워 독자는 읽다가 포기 했을 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끝내 누구도 모르게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언젠가는 드러나게 된다. 거짓이 진실을 이기지 못할 때도 있고, 스스로 어떤 암시, 혹은 계시로 인해 비밀을 더이상 숨길수 없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죽음을 가까이 경험하게 된 순간 할루인 수사는 자신의 지난날을 고백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지난날의 죄를 용서받기 위해 기꺼이 고행을 시작하려 한다. 이 시점까지는 할루인 수사의 지나친 오만은 아닐까 살짝 건방진 생각을 했다.(그런데 캐드펠수사도 이런 마음이었던 건 아닐까..) "캐드펠은 사람이 이 세상에서 반드시 자기 자신의 영혼을 구제한 뒤 떠나야 한다는 견해에 마음 깊이 공감한 적이 없었다. 병든 육신들이 존재하듯 치유해주어야 할 고통받는 다른 영혼들이 무수히 많지 않은가"/68쪽

 죄를 용서받기 위해 종교에 귀의했지만, 정작 용서를 구해야 할 이에게 용서 하지 못했다면... 그렇게 할루인 수사는 고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 지..예상했다. 그럼에도 놀라운 반전 하나가 숨어 있었다. 미처 생각지 못한. 대부분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우겨보고 싶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닐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할루인 수사의 고백>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지독한 분노가 한 인간으로 하여금 다른 인간에게 그토록 비열하고 잔인해지도록 몰아갔단 말인가...."/239쪽



티끌한점까지 깨끗하고자 했던 할루인 수사가 오만하다고 잠깐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떠난 고행은, 오늘날 순례자들이 고행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다. 자신의 원죄를 용서받기 위해 떠났기 때문에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 그래서 또다시 누군가는 상처를 받고, 억울한 죽음을 당했지만,할루인 수사의 고행으로 인해 분노에 찬 인간의 모습을 마주했다.그렇게 떠나지 않고도 지혜를 알아낼 수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길 위에 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는 모양이다.


"나 자신의 슬픔이 얼마나 작은지 내가 택한 길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말입니다. 처음 이 길을 택했을 때 저는 비겁한 패배자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앞으로 어떤 삶이 주어지든 보다 가치 있는 것을 위해 훌륭한 삶으로 가꿀 생각입니다"/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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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5
오스카 와일드 지음, 이근삼 옮김 / 빛소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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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라의 <작품>을 읽으면서 함께 떠올려진 소설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다. 너무 오래 전 읽은 터라,기억이 가뭇해진 탓에(변명하자면..) 화가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생각하게 된 거다. 물론 바질이라는 화가가 등장한다. 엄청난 초상화도 그려낸다.그러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이야기할 때 예술가에 관한 '소설' 이라고는, 이제 말하지 않을것 같다.


2014년 11월에 읽었다. 거짓말 처럼 찾아 오는, 십 년 주기 독서가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때의 독후기를 찾아 읽었다. 예전에도 예술가에 관한 이야기로 읽어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번에는 확실히 기억하겠노라, 아니 기억하겠구나 생각하지만, 이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 도돌이표처럼 돌아올수도 있겠구나. 


"우리 인생에서 인간이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198쪽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은 헨리 경이었다고 본다. 바질에게 예술가로서의 열정도, 도리언을 쾌락으로 이끈 것도 헨리 경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그는 억울하다고 항변 할 지 모른다. 그럼에도 스스로 자신에게 집중한다면, 자신이 말하는 것 따위가 뭐가 중요하냐고... 그러나 이미 가스라이팅을 당하(도리언을 옹호하고 싶어서는 물론 아니다) 고 있는 상황이라면 ,다시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 균형 잡힌 사고!!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 나이가 들수록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노력하려고 애쓰고 있다.유독 저 문장에 마음이 갔던 것 이유이기도 하다.예술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하는 순간, 엉뚱(?)하게도  보니 인간의 선과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예술이 악으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섬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러나 예술이 언제나 선한 영향을 줄 것란 생각도 위험하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선한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해서 늘 좋은 말일거라 생각하지 않는다.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매순간 의심하고, 질문해햐 하는 상황들이 피곤할 때도 있지만,그 덕분에 선동하려는 사람들의 말에 덜 휩쓸리며 살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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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베랜드
세르히오 블랑코 지음, 김선욱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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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이오스'를 관람하고 왔다.꽤 여러 번 오이디푸스왕을 읽었지만, 단 한 번도 죽임을 당한(?) 라이오스 시선으로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시선으로 연극을 볼 기회가 온 것이 반가웠다. 그러나 연극은 많이 아쉬웠다. 결론적으로 라이오스에 대한 이야기거리가 많지 않았던 걸까 생각했다. 그래도 수확(?) 이라면 라이오스에게 내려진 저주의 이유를 알았으며 <테베랜드>라는 제목의 희곡 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거다.



"사실상 오이디푸스가 그게 아버지인 줄 몰랐던 거요.그러니까 라이오스를 죽였을 때 그는 다른 사람을 죽인 거로 생각한 거예요.친아버지를 죽인다는 걸 알지 못한 거죠. 그러니까.. 이게 진짜 존속 살해인지 모르겠어요(...)/41쪽



극작가 s는 아버지를 살해한 남자에 관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실제 아버지를 살해한 남자를 인터뷰한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를 무대에 올릴 생각까지 한다. 그러나 결국 그렇게 할 수 없게 된 이후 배우를 오디션에 뽑게 되고, 배우와 연극 연습을 한다. 동시에 작가는 교도소에 있는 남자를 인터뷰한다. 실제 사건이 벌어진 것처럼 보이는 모습. 그런데 내가 여기서 충격을 받은 건..아니 놀라웠던 건 단 한 번도 오이디푸스가 라이오스를 죽인 시점은 아버지인줄 몰랐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사실이다. <테베랜드>는 바로 그 질문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까? 그럼에도 아버지를 죽였다는 도덕적 윤리가 우리를 힘들게 한다. 다음 질문은 이렇다. 폭력을 일삼은 사람을 우린 아버지라고 부를수 있는 걸까? 카라마조프..형제가 등장한다. 그리고 도선생이 저와 같은 소설을 쓰게 된 이유까지 알아버렸다. 카라마..를 읽을 때 작품 설명을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무튼 스메르자코프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슬프다. 도덕적으로는 이해받을수 없었겠지만.작가는 아버지를 살해한 인물에게 점점 공감한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 오이디푸스왕에게..존속살인을 한 것이 아니라고 누군가 말해주었다면, 그의 삶은 달라질수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라이오스는 자신이 저지를 죄로 신탁을 받았으면서도, 자신이 살기 위해 아들을 버렸다. 오이디푸스가 아니었더라도, 그는 누군가에게 그런 죽임을 당해도 마땅한 인물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이디푸스왕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오이디푸스왕'을 읽을 때는 그가 지나치게 오만한 결과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가 미쳐버린 건 아니였을까..생각했다. 이태양이 불편하다는 마르틴의 대사..는 이방인의 뫼르소를 불러왔다. 태양이..어떻게 살해 이유가 되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었는데..환각게 빠져 버렸던 건 아니였을까..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현실은 씁쓸다. 그러나 분명,고통으로 인해 만들어진 환각이 슬픈 결과를 낳을수도 있음을 기억해야겠다.적어도 마르틴이란 인물에게는 존속살해라는 죄명 앞에 '정당방위' 였음을 덧붙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라이오스에 대한 또 다른 시선으로 읽혀지게 될까 궁금해서 읽게 되었는데 기대이상으로 재미나게 읽었다. 2023년에 이미 우리나라 무대에도 올려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 보고 싶지만 국내 번역은 <테베랜드>가 유일한 듯하다.



ps...오이디푸스는 추방당했으나, 마르틴은 이 땅(테베..)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이유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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