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잡아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9
솔 벨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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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교훈(?)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을 것 같은 제목이라 애써 외면하고 있었더랬다. 포크너의 소설을 읽고 나서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 이름이라 이제는 읽어도 될 것 같아 고르게 된 <오늘을 잡아라> 이야기는 짧았고, 던지는 메세지는 생각 이상으로 묵직했다. 물론 새롭게 알게 된 진실은 아니었지만.


"(...)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야. 모든 피조물이 인간의 정당한 상속재산이지.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잠재능력을 깨닫지 못해. 사람은 창조하거나 파괴하지. 중립은 없으니까(...)"/111~112쪽



내가 고통스럽게 된 이유를 외부의 탓으로 돌리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의 고백을 읽어가다가, 어느 순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보였다.(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질 만큼) 그러니까 아들에게 찾아온 고통 이면에는 아버지의 책임도 일정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의심(?)의 눈으로 아버지를 따라가기 시작했다.그는 정말 아들을 옳은길로 이끌기 위해서 엄한 모습을 보였던 것일까... 만약 그랬다면, <오늘을 잡아라> 이야기는 절반 정도만 재밌다고 생각했거나, 뻔한 이야기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아들 못지 않게 아버지도 오늘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된 아들. 그러나 결코 스스로 벌지 않는다. 남 탓만 한다. 그리고 미래에 돈이 내게로 왔을때만을 상상한다. 아버지는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에만 집중한다. 아들의 고통이 보일리 없다. 지금 이순간을 살아야 하는데, 우리에겐 중립이 없다. 아직,찾아 오지 않은 미래의 불안과 고통에 집중할 뿐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현재의 시간 속에서 미래의 상황을 따라 가려니 벅차고 힘들수 밖에. 멋진 철학자처럼 보이는 탬킨의 말들은 구구절절 다 옳다. 왜 가스라이팅을 당하지 생각하는 이들에게, 탬킨이 옆에 있다면 당하지 않을 사람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맞나? 어쩌면 그가 가장 문제적 남자일지 모른다. 불안한 영혼을 흔들어 놓는 사람이였으까.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그는 진짜 철학자였을까, 아니면 그냥 사기꾼이였을까) 해서 소설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투르게네프의 소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책장을 덮으면서 읽고 싶어진 책은 에밀졸라의 <돈> 과 <인간짐승>으로 바뀌었다. 



"나 같은 과학자들은 불합리란 죄의식에 관한 얘기를 자주 하지" 템킨 박사는 수업 듣는 학생에게 말하듯이 윌헬름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나는 그까짓 돈 때문에 그놈이 잘못되길 빌었던 거야.그 사실을 깨달았지. 지금은 시시콜콜 설명할 때가 아니지만 어쨌든 그 돈이 나를 죄인으로 만들었어. 돈도 살인도 'M' 으로 시작하잖아. 기게도 그렇고,불행도"

(...)

"지금쯤 자네도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겠지.돈벌이는 공격성이라는 사실. 그게 핵심이라고(...)"/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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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부코스키 타자기 위픽
박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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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를 치며 행복해 하는 장면을 <다시 올리브>에서 만나자 마자 <찰스 부코스키 타자기>를 읽게 되었다. 물론 다시, 올리브..에서 '타자기' 가 언급될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마음 가는 대로 골라 읽는 위픽시리즈다. 3월에는 <찰스 부코스키 타자기>를 읽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 



"시라고 다 예쁜 것은 아니었다. 도대체 왜 이런 추잡한 글을 시라고 남긴 걸까.이해되지 않는 시도 있었다. 찰스 부코스키의 시도 그중 하나였다(....)"/74쪽



'찰스 부코스키'에 관한 소설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읽고 싶으면서도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는 내 마음을 들킨것 같아 반가웠다. 부코스키..를 읽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약간의 희망을 품고 책을 읽어 보리라 생각했기 때문에.그런데 여전히 거리두기를 하게 될 것만 같다. 재미난(?)아이디어라는 생각을 했다.근본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소설이라 해볼 수 있는 상상이었는데, 그래서 또 생각하게 되는 질문과 마주한 기분이다. 왜냐하면 읽는 동안 정말 진지(?)하게 승혜가 타자기로 전환 되는 순간, 나는 따뜻한 난로가 되고 싶다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는 거다.사람들에게 내가 아주 따뜻하지 않은 사람이라 그런 마음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 피식 웃음이 났다.생애주기 전환이라니.. 그런데 정작 내가 되고 싶은 사물로 전환되는 것도 쉬운건 아니었다.조건이 따라 온다. 안락사를 원한다고 해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안락사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다른 종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윤리적으로 문제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삶이 팍팍하고, 노년의 삶을 행복하게 보낼 자신이 없는 이들이라면... 이런 아이디어 자체가 소설로 씌여졌다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를 떠올리게 해서 쓸쓸했지만..타자기로 전환되는 모습을 상상하는 건 재미있었다. 노년의 삶으로 들어간 올리브 여사가 굳이 타자기를 아들에게 부탁한 그 마음을 좀더 이해하게 된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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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올리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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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줘요>에서 올리브여사를 다시 만났다. 이렇게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워서, <올리브 키터리지>를 다시 읽었다. 처음 읽을 때와 다른 시선과 감정으로 읽게 될 거라 예상은 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나도 어쩔수 없는 '마음'의 여러 조각들을 만났다. 삶이 고단하고 힘든 건, 내 마음을 다스릴수 없기 때문이란 사실... 복닥복닥한 마음이 <다시 올리브>에서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졌다.



남편 헨리가 죽고 올리브에게 다시 사랑(?)이 찾아왔다. 노인이라고 해서 다시 결혼하지 말라는 법..있나? 그들은 결혼을 했다. 그런데 다시 올리브는 혼자가 된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났다. 엘스여사의 이야기는 소설이란 느낌이 들지 않아서 더 그렇게 다가왔나 보다. 다시 혼자가 되었고, 그러는 사이 더 깊숙한 노년으로 들어가게 된 올리브에게 찾아온 심장마비 충격.그리고 이제는 지팡이를 짚어야 할 만큼 더 깊숙한 노년의 시간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마냥 '우울'한 그림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다시 올리브'를 읽으면서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깨달음' 이었다. 이 순간을 스스로 알게 된다면, 우리는 조금은 덜 힘들게 살아갈..수 있겠구나. 행복한 깨달음만 있었다는 건 아니다. 미처 몰랐던 순간순간..뒤늦게 찾아온 깨달음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미안함이, 지금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함이... 그렇게 살아가는 순간순간 스스로 질문하고, 깨닫게 되면서..비로소 내가 맞이하게 될 마지막이 '죽음'이란 걸 깨닫게 된다. 이걸 깨닫(?)는다고..누구나 죽는다는 건 다 알고 있지 않나.. 그러나 내가 죽는줄 모르고 죽게된다면 모르겠으나.. 서서히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는 건 상상하고 싶지 않은 문제라는 걸 깨닫는다. 올리브 여사가 타자..를 치는 장면은 그래서 내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나는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 열심히(?) '책 읽기'를 하고, 열심히 감상을 남기겠노라... 감상 쓰기가 버거워지면, 수다로 대신하면 될테고, 읽기가 버거워지는 순간이 온다면, 오디오북을 기꺼이 이용해보겠노라... 서서히 늙어 가는 시간을 걱정하기 보다, 지금 순간을 잘 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처음 깨닫게 되는 사람처럼 ..책장을 덮으며 조금은 비장한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는데..그 기분이 마냥 우울하지 않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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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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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잘 모르던 작가의 책을 처음 읽은 건,2010년이었다.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결코 가볍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너무 잘 읽혀서 신기했던 기억이 오롯이 남아 있다. 그리고 십 년 정도 시간이 흘러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때와 지금 내가 '노년'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읽게 될까 궁금해졌다. 


"5월이었고 올리브 키터리지는 뉴욕으로 가고 있었다. 올리브는 일흔두 살이 되도록 한 번도 도시에 가본 적이 없었다"/359쪽 <이야기를 들려줘요>를 읽고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게 된 덕분에 그녀의 과거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으로 읽혀졌다. 물론 이전 읽었던 이야기를 오롯이 기억하고 있었다면, 이후 그녀의 삶이 지금의 이런 모습으로 그려진다고 생각했을 테지만.. 무튼 올리브..가 기억 속에 사라져 있어서, 나는 그녀가 이렇게 툴툴대는 여인이었나 의아했다. 그런데 왜 미워할 ..수가 없는 걸까 하는 물음을 따라가다가 알았다. '올리브 키터리지'를 통해 이야기해 주고 싶었던 건 수많은 퍼즐로 가득찬 우리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바람을 피고, 갈등을 하고, 질투를 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말로 설명할 수도 없는 수많은 감정들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생각해 보니...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이성과 감정이 따로 작동하게 되는 '마음'에서 비롯된 건 아니였을까. 처음 읽을 때 키터리지의 남편이 죽고, 아들가의 갈등이 그녀를 옥죄는 순간들..이제 막(?) 아내와 사별한 남자와의 대화를 읽으면서...'노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생각했던 나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음' 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노년이란 시간을  단정지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그때보다 나는 더 나이가 들었다. 주위에 아픈 사람이 더 많아졌고, 영원히 이별을 하게 된 이들도 있다. 그런데 상실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이 노년인데..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너무도 가벼이 흔들리는 불안이란 마음이 나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란 걸 알았다. 해서 그때는 키터리지의 젊은 시절보다 아들과의 갈등보다, 사별한 이후의 모습만이 유난히 크게 보였다면, 마음으로 부터 고통받는 이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특히 니나의 죽음이 그랬다. 마음에 굶주림이 찾아온다는 건 무엇으로도 치유가 불가한 걸까 싶어서... '마음'을 잘 다스리면서 살고 싶다는 바람이 공허할 수도 있겠지만..내일이 아닌, 오늘에만 집중하면서 살아간다면, 덜 힘들지 않을까..내일의 마음까지 끌고 오지 말아야겠다. 어차피 인생의 깨달음은 한 박자 늦게 찾아오게 되는 것일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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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
바바라 몰리나르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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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글을 썼지만 모두 파기하려고 했던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 덕분에 빛을 보게 된 소설집. 이 설명만으로도 읽어 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정작 작가의 이름은 너무도 낯설어, 도서관 찬스를 써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책방에서 만난 <나는 혼자고 지금은 밤이다>를 보는 순간 무언가에 이끌리듯 손이 갔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이야기를 들려줘요> 곁에 함께 있었기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이야기는 이야기를 불러오고 매혹은 매혹을 불러온다" 라는 문장이 시선을 끌었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거짓말처럼 다른 소설책들이 마구마구 따라왔다. 정작 읽어보지도 않은 책들인데 말이다.










"거리도 사람도 집도 모두 칙칙해 보이고 자연이 배제된 이 돌로 된 도시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이제 그녀는 외출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잠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카페테라스에 앉아 있기로 했다.(...)"/131쪽 '짐승 우리'


읽지도 않은 <회색 여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이 신기해서라도 읽어봐야겠다. 결이 비슷해도, 전혀 다른 이야기여도 상관없이 반갑게 읽어낼 것 같다. <나는 혼자......> 전체적인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그렇게 느껴졌다. 불안한 영혼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무 설명도 없는 것처럼 보였던 잭슨폴록의 액션패인팅..이 생각났다. 불안한 영혼을 이야기로 풀어내면 이런 느낌일수 있겠다 싶은...'산타로사에서 오는 비행기' 와 '짐승 우리' 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다른 이야기보다 덜(?) 고통스럽게 느껴져서가 아니라, 모피코트를 입어보기만 하던 그녀가... '짐승 우리'의 베르트 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으로 이어진 상황이 재밌다는 생각을 하게 되서... 편하지 않는 영혼을 들여다 보는 여정은 버거웠다. (그럼에도 잘 읽혀진 이유는, '이것이 '이야기' 가 갖는 힘인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 힘은(?) 다른 책들을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야기를 독자 스스로 상상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정신 세계를 설명할 수 없는데.설명 받은 기분...아니다. '설명 받은' 것이 아니라, 그럴 것이라 상상하며 읽었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고통과 불안 속에서 써내려간 글은 설명도 이해도..아니다. 그럴수 있을 거란 상상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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