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위픽
정보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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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저주토끼>는 아직이다. 초현실주의 그림은 좋아하는데, 환타지를 표방한 듯한 이야기 구조를 딱히 선호하지 않다 보니... 그래서 단편부터 읽어볼 생각으로 <창문>을 골랐는데...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역시 달랐다. 그런데 좋았다. '창문'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보게 해 주었다는 것 만으로도 그렇다는 거다.


"우리 같은 사람에게 명절은 별 의미가 없다.연휴는 오히려 힘든 기간이었다. 하루에 세 번 지정된 시간에 배달 오던 음식은 연휴 전에 한꺼번에 배송되었다.좁은 방 안에 음식물을 저장할 곳이 없어서 나는 창문 앞의 사용하지 않는 온풍기 위에 배달 용기를 쌓아놓았다"/42쪽



나는 '창문'이란 단어를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엇던 모양이다. 딱히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다 중국 어느 아파트를 보게 되었는데, 비용..때문에 가짜 창문을 그려넣은 아파트가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정보라작가님의 <창문>을 읽으면서 나는 위로 받게 될 줄 알았던 거다. 기대는 무너졌다. 그것도 차갑게.. 누군가는 창문의 용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상황. 짧은 이야기인데, 시작부터 아주 먼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 아니 전혀 먼 이야기가 아닐수도 있다. 언젠가 실현될지도 모르겠다. 어딘간에서 프로그램이 연구되고 있을 지도..인공지능이 엄청난 것들을 하고 있으니..앞으로 인간에게 정말 업로드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도 이런 상상을 하는  순간 숨이 막혔다. 숨쉴 창문이 필요하다..그러나 정신없이 발전하는 문명은 어디에도 여유..라는 공간을 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왜냐면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나 역시 철저히(?) 915호가 이상한 사람이라 믿어버렸다. 아무 의심없이... '창문'은 나와 당신이 소통하기 위한 최소한의 무엇은 아닐까... 창문이 점점 없어지는 세상이란 생각...<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는 읽어볼 생각인데,<저주토끼>는 아직..모르겠다.


"너의 먹잇감이 되기 위해 내가 존재하는게 아니다. 내가 죽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듯, 네가 죽어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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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떡볶이 레시피 위픽
윤자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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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곰 야곰 찾아 읽고 있는 위픽시리즈다. 작가 이름 보다, 관심가는 제목부터 골라 읽는 즐거움. 떡볶이를 애정하는 1인이라 냉큼 골랐다. 떡볶이에 대한 무한 수다를 나누게 될 걸 기대하지 않고 읽었다면 조금은 재미나게 읽었을까 싶은 생각을 했다.


"어머니 이거 남아요?"

어머니는 물에 불린 새 떡을 판에 가득 담고는 오전에 만든 양념장을 국자로 퍼서 넣었다. 그러고는 육수를 붓고 주걱으로 저었다.

돈 벌라고 하냐? 그저 맛있다고 찾아주는게 감사해서 한다"/42쪽


소설이지만,만두피를 만드는 과정은 존경스러웠다. 소개된 떡볶이 양념장으로 하면 정말 맛있는 국물 떡볶이를 먹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진짜 레시피는 '감사'의 마음이 담긴 정성의 맛..이 아닐까 생각했다. 너무 상투적인 생각같지만, 주말 처음 찾은 식당에서, 음식 맛있다는 말 한마디에 동치미 한봉지를 사장님께 받았더랬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밀키트로 팔면 이문이 남을텐데,반찬 추가 하기도 눈치보이는 요즘 아니던가... 동치미를 챙겨준 마음으로 음식을 만드시는 사장님이라면..'정성'이란 레시피가 가장 큰 식당의 비법이 아니였을까.. 해서 나는 할머니의 저 말씀에 격하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떡볶이가 좋아서 분식집을 찾는 이들도 있었겠지만, '情'을 느낄수 있는 맛이 아니였을까... 그럼에도 조금은 진부한 설정이란 느낌이 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면서 작가님의 말을 읽다가, 진부함의 기준에 대해 뒤집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놀랍게도...) 현실에서 일어나기 버거운 상황을, 소설은 구현해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살짝 미소가 났다. 그래도 별점은 또 별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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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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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말하자면 나는 이제 일흔여덟이고 이것이 분명히 나의 마지막 책이 될 것이다. 나는 공식적으로 떠나고 이 책은 나와 당신의 마지막 대화가 될 것이다. 나 자신이 고른 시간에 마지막 책을 끝내고 입을 다무는 것에는 적어도 한 가지 유용한 결과가 있다.뭔가를 쓰던 중간에-브라이언 무어가 걱정했듯이-중단되지 않는다는 것 이런 식으로 죽음에 선택권을 넘겨주지 않고 있는 셈이다. 별거 아닌 방식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252쪽



담담해서 슬프기도 했으나, 마냥 우울해지지 않았던 건,작가의 전작을 이제 진짜 읽어도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다. 영화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기억을 잃고 난 후의 문제들을 어느 정도 예방(?)하기 위해 시선이 가는 곳곳에 주인공은 메모를 해 둔다. 그러나 정작 기억을 잃고 나서는, 그것을 봐야 한다는 사실 조차 알수 없게 된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는 그런 점에서 아주 멋진 고별사..라는 생각을 했다. 작가로서 할 수 있는 멋진 앤딩이라고 해야 할까.. 배우들은 무대위에서 죽음을 맞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박수칠때 떠나는 것이 더 멋진게 아닌가 하고 말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일게다. 그런데,나는 작가로서..이런 은퇴방식 너무 마음에 든다. 온전히 철학적 시선으로 '기억'을 읽어 나갈 때는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기억이 노년의 삶 속으로, 죽음으로 침입하는 과정은 애써 담담하게 읽고 싶었지만 어쩔수없이 헛헛한 마음이 들었다. 기억이 작가의 소설에서 어떤 식으로 작용했을지에 대한 에피소드는 그 소설이 설령 기억나지 않아도,순간 순간 웃음이 났다. 그러다 나는 늙음을 '무르익음' 이야기가 좋았다. 무르익다..라는 표현 속으로 들어가면 슬픈데,그런데 전혀 슬퍼보이지 않는 표현 아닌가 싶어서..^^


"나를 철학적으로 만드는 게 나에게 무르익음이 도래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오히려 반대다.쇠퇴를 인정하는 것이다. 내 몸의 일부는 수십 년 동안 천천히 기능이 약해져왔다"/259쪽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머릿 속에 떠오른 또 한 권의 책이 있다. 물론 아직 읽지는 못했다. 당시 누군가의 죽음이 뉴스로 보도된 시점이었던 걸로 기억 하는데..너무 철학적인 제목이라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던 걸로 기억된다) 그리고,이제는 읽어 보고 싶은데, 또 다른 이유로 아껴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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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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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군산에 있는 마리서사책방에서 '커피괴담'을 구입했다. 

제목의 유혹이 강렬했음에도,12월에는 구입할 것인가를 망설였다.오픈라인 책방에서는 보자마자, <커피괴담>으로 손이 갔다. 책 서문에 씌여진 작가님의 말이..나를 유혹한 건 아니였을까... 무서워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라 생각하면서도 호기심이 일었다. 그리고 책을 읽어 가다가 어느 순간, 괴담으로 이해되는 이야기보다 더 많은 무서운 이야기들이 내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맛있는 커피는 언제나 카페인이란 함정을 잊게 만든다. 찐한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음료를 마시게된 날의 하루를 떠올리게 되면... 그러니까 이야기 속에 커피와 관련된(?) 괴담은 없었지만.. '커피' 자체가 내 삶에 종종 무서운 음료로 등장하는 셈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나도 무서운 이야깃거리 없냐고 묻는 버릇이 생겨서 간호사나 동료들이 기분 나빠해. 사실 무섭기로 말하면 내가 현실에서 하는 일이 훨씬 더 무섭지만"/181쪽



 표지 그림은 참으로 오싹하다. 이야기를 읽고 나면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이 들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어진 이유는... <커피괴담> 덕분에 사람들이 괴담을 찾아 읽는지, 괴담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작 괴담보다 더 무서운 일들이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오히려 괴담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무서운 일보다 덜 무섭게 느껴질 정도다. 뭔가 치유가 되는 것도 같고...찜통더위가 괴담보다 더 무서울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 보지 못했다. 기억 잘 못하는 사람은, 기억을 너무 잘하는 사람이 무서울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지 못했다. 괴담 이야기도 종종 흥미로웠지만(예지몽을 종종 꾸는 1인이라서...^^) 괴담을 능가하는 '무서움'에 대한 화두를 따라 가는 여정이 흥미로웠다. 이런 시선으로 읽은 탓인지..내가 가장 무섭게 생각하는 이야기는 바로..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말도 안되는 음모론이 무섭고, 어의없는 판사들의 판결이 어떤 괴담보다도 무섭게 느껴졌다. 마냥 답답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괴담'보다 더 무서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현타가 왔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우리는 괴담을 찾아 읽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는 응징이 있기도 하지만,진짜 일어나는 일은 아닐거란 일종의 안도감 같은 것이 느꺼져서.. 그냥 '괴담' 이라고 말하면 그만이니까.. 무서운 영화는 사양하지만, 무서운 이야기는 환영한다.그래도 덜 무섭기 바랐는데, '괴담' 자체는 무섭지 않았다.(서늘한 괴담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수도...) 그런데 나는 괴담 보다 더 무서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떠올리며 읽고 말았다. 그것이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요컨대 위화감이나 어긋남,그러니까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무서운 거야"/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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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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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보다 더 무서운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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