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한가운데 2 시대의 여성 시리즈
패트릭 화이트 지음, 박유진 옮김 / 잔상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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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는 외모가 볼품없는 여자답게 허영심이 강했다. 그러나 로리도 허영에 취해 사색을 자랑한 것 아닌가?"/355쪽



태풍은 두려운 존재지만, 태풍이 한 번씩 거세게 불어와 바다를 뒤흔들어 놓아야만 바다가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 도로시의 속마음을 읽는 순간, 저마다 '폭풍의 눈'을 숨기고 살아가는 이들의 버거움을 생각했다. 폭풍의 눈이 오히려 고요하다는 말은 너무 역설적이라 생각했다. 고요하지만 터지기 직전이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 모두 자신의 마음을 숨긴채 위선과 허영을 포장해 살아간다. 도로시는 엄마를 질투하는 마음을 숨겨야 한다. 바질은 성공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고통스럽다. 헌터 부인은 사랑에 목말라 있다. 아이러니한 건 사랑에 목말라, 자신의 자녀들에게 사랑주는 법을 몰랐다는 거다. 오로지 자신을 사랑하고, 사랑받기만을 갈구했다. 도로시와 바질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녀는 끝내 알려고 하지 않았다. 어쩌면 알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을 수도 있겠다. 돈으로 뭐든 해결이 될 거라 믿었던 걸까.. 헌터부인이 주변인 들에게 하는 방식은 정서적 교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1권을 읽으면서,인물들이 품고 있던 폭풍의 눈이 잘 폭발될..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2권을 읽으면서 그렇게 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헌터부인은 끝까지 자신 밖에 몰랐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남긴 유산은 자식들을 향한 따뜻한 축복이 아니라,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한 권력이란 느낌이 들었다. 막대한 유산을 가졌지만 그래서 이제 홀가분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라,오히려 뭔가 더 텅비어버린 기분.. 그들이 원한 건  엄청난 재산이 아니라, 엄마의 사랑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어.. 읽는 내내 힘들었다. 많이 산만한 느낌.. 리어왕과 파르마수도원을 재미나게 읽었음에도 지나치게 많이 언급되는 것에 피로감이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엄마가 죽으면 어떤 아들의 나이가 비로소 표면으로 드러나는 걸까?"/495쪽

"어머니의 미소는 향수처럼 타인을 매혹한다. 바질, 자지 않고 여기서 뭐 하니? 이 사람이 바로 내 '어머니' 이다"/4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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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한가운데 2 시대의 여성 시리즈
패트릭 화이트 지음, 박유진 옮김 / 잔상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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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저마다 폭풍의 눈을 가지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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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한가운데 1 시대의 여성 시리즈
패트릭 화이트 지음, 박유진 옮김 / 잔상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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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시선이 가게 된 표지. 읽고 싶은 첫 번째 이유였다. 여러 수식어가 붙어 있는 작가라는 사실은 책을 읽기 시작하고서야 알았다.(이번에도 여성 작가인줄 알았다...) 뭔가 폭풍같은 역동적인 사건들이 눈앞에서 펼쳐질 거란 기대와 달리 노부인을 둘러싼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복잡하게 쏟아낸 느낌을 받았다. 솔직히 포기하고 싶은 마음 살짝 있었는데, 폭풍 전야의 느낌이 묘하게 끌려 끝까지(?) 읽었다. 아니 이제 1권을 끝냈다.


"(....) 아시나요? 폭풍 한 가운데가 얼마나 고요한지.저희는 바로 거기서 바닷새 수백 마리에 둘러싸인 채 휴식을 취했어요(...)"/110쪽


감히 상상할 수 없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의 모습들이 모두 저마다의 태풍하나씩 품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드러낼듯 드러내지 않는, 누군가 자극을 주게 되면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돈과 위선에 흔들리는 자식들,주변에 많은 이들이 있지만, 홀로 죽음과 맞서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헌터부인,독자들에게는 속마음을 보이지만, 서로에게는 진짜 마음을 보이려 하지 않는 헌터부인을 둘러싼 사람들, 그들의 충돌은 마치 폭풍 전야 일지도 모르겠다.헌터부인의 아들과 딸의 위선을 리어왕과 파르마수도원을 통해 들려주는 느낌이 조금은 과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들의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간다는 느낌 보다,계속 그들의 상황을  설명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폭풍 한 가운데..있어서 고요하게 읽혀진 걸까...

그럼에도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느껴진 건, 어떻게든 폭발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지루할 때마다 긴장감이 느껴졌기 때문에 참고 읽어냈다. 여전히 폭풍전야 같은 상황이지만,겉과 속이 다른 위선의 모습이 수면위로 서서히 올라온 느낌을 받았다.서랑에 굶주린 듯한 이들의 모습이,

2권에서 걷잡을 수 없는 거대한 폭풍으로 터져 나올지 아니면 다시 차가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정적 속으로 숨어 버릴지 궁금해서,끝까지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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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사이드 안전가옥 쇼-트 35
김미조 지음 / 안전가옥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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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경주기행'을 검색하다가 알고리즘에 <오프사이드> 제목이 보여, 읽게 되었다. 무엇보다 교도소가 소설 배경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호기심을 불러왔던 모양이다. 


"결국 다른 무언가는 되어보지 못하고 사람을 죽인 무기시로 생이 끝나겠구나.윤지오 저년은 오주란보다도 더한 사기꾼이다.(...) 자신이 가석방을 얼마나 바랐는지 해수를 만나기 위해 얼마나 버텨왔는지 죄다 알면서 새까맣게 속였다"/159쪽



판금의 악다구니가 어이없게 느껴졌다. 정말 나쁜짓을 한 오주란 보다 윤지오가 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다니.. 아주 일차원적인 생각으로 판금을 바라보게 되면 그렇다는 의미다. 줄거리는 사실 너무 식상한 스토리 같아서 흥미가 동하지는 않았는데..또 곰곰히 생각해보면, 성주교도서 안에 억울한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어떻게든 몸부림 치고 싶은 사람들.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열망...을 생각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금에게 놓여진 상황, 교도관으로 막 들어온 신참 지오의 관계가.너무 상투적이라 다가왔다. 그런데,이 짧은 이야기를 놓치 못한건, 지오는 엄마를 만나게 될 수 있을까? 판금의 억울함은 조금이라도 풀리게 될까..결말이 궁금해졌다.^^


"판금은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나이가 고작 스물아홉이었다. 판금은 끝까지 믿었다. 나쁜 짓을 하지 않았으니 법은 자신의 편일 거라고, 그리고 결과는 무기징역이었다.

믿지 말아야 했다. 법이라는 이름과 정의라는 환상을. 세상이 죄 없는 사람에게 얼마나 친절하지 않은지 세상이 얼마나 함부로 한 사람의 인생을 한쪽 끝으로 몰아내는지 그려는 그때 뼈저리게 배웠다"/166쪽


애초부터 나쁜 사람도 있을수 있는 거라 생각했지만, 그보다는 부조리한 세상에 몸부림치는 판금에 대한 이야기라 이해하고 싶어진 순간이다.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 거칠어서 오히려 평범하고,식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판금처럼 억울한 누명으로 교도서에 있게 된다면, 억울함을 스스로 풀고자 하는 열망이..생기지 않을까. 다만 판금의 손을 잡아준 인물이 교도관이라는 설정과 이미 정해진 운명 같은 인연의 고리로 엮어 풀어나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판금의 사연을 깔끔하게 증언해 주는 지오의 목소리가 오히려 극의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약자의 울분에 귀를 기울인 소설로 기억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오프사이드'라는 선 밖으로 밀려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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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책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8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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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리가 사는 이 도시에,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인간이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지 될 수 없는지를 알아내는 것임을 발견한 왕자가 살았습니다"/277쪽


<검은 책>1권을 마무리할 즈음 이미, 뤼야와 제랄에 대한 추적(?)보다, 갈립이 온전한 '자기'와 마주할 수 있게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더랬다. 해서 1권보다 훨씬 더 미로 같은 이야기 속을 허우적 거리면서도, '자신을 찾아는' 그 길 만큼은 정신 바짝 차리려고 따라가 보려 애썼다.그래서 희미하게라도 보였던 걸까? 아니 사실 알고 있다. 내가 온전하 나로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일지, 그래서 우리는 내가 나로 온전히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애써 외면하면서,적당히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살아간다. 


뤼야와 제랄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갈립의 시선으로 추측해 보면, 자신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권태와 무기력으로부터 도망친 건 아닐까..추리소설에 빠져 살던 뤼야,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칼럼을 쓰는 제랄. 그러나 제랄은 글처럼 온전하게 나로 살아가지 못했다. 순간순간 유령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버거움이 있는 이들과, 그 버거움을 무시하고 살아가는 사람들...갈립은 기꺼이 제랄이 되어 보기로 한다. 그리고 제랄이 되는 순간, 뭔가 온전히 내가 된 것 같지만..그것 역시 껍데기일 뿐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뤼야와 제랄을 찾아 나서는 여정에서, 끝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내가 온전히 나로 살아갈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 따라왔다. 마침내 제랄이 죽어 있는 현장을 목격 하는 순간, 제랄이란 유령의 옷을 더 단단하게 입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비로소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무언가를 찾았다는 느낌을 받았다.(비로소 그렇게 믿고 안심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내가 살아지지 않았다면, 여전히 내가 남인듯, 남이 나인듯 살아갔을지 모를 갈립은..타인의 모습을 따라가면서, 온전히 나로 살아간다는 것이 버거운 일이지만,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거라 믿고 싶다.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으니까 말이다. 내가 나로 살아갈수 없는 이유는, 알게 모르게 타인을 모방하려 하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았다.


완벽하게 순수한 나로만 살 수도 없고 남의 인생을 베낀 모방의 유령으로 살아갈 수도 없다.그 분완전한 사이를 걸어가는 것이 우리 인생이란 생각을 했다.그래서 어느 때보다 나는 누군인지,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질문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보다..읽기가 더 힘들었던 건, 잃어버린 '나'를 찾는 여정이였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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