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은 흐른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0
이미륵 지음, 안삼환 옮김 / 민음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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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핫한 카페가 있다고 해서 찾았다가, 평범한 맛을 사악한 가격에 판매하는 구나 느낌에 살짝 화가 났다. 그럴때는 근처 독립책방을 찾아봐야 한다. 수원에 있는 책방 '그런의미에서' 를 찾았다. 마음 속으로 사고 싶은 책 목록을 언제나 담아 두고 있어서,열심히 구경하다가, 오래전 부터 읽어 보고 싶었던 '압록강은 흐른다'를 구입했다. 



2026년국제도서전에서 판매된 상품이라고 했다. 속지가 한지로 되어 있다고 했다. 당연히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비싸다.그런데 속지가 한지라는 말에 솔깃해서 구입했다. 책갈피도 한지다. 책갈피에 적힌 문장을 찾아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왜냐하면 페이지까지 알려주진 않았기 때문이다.페이지를 넘기는 기분이 좋았다. 뭔가 더 집중하고, 소중하게 페이지를 넘겨야 할 것 같은 기분...


"멀리 밝은  가을 하늘 아래에 한 무리의 연산( 連山)들이 다른 연산들로 연이어지고 있었다. 산들은 석양을 받아 빛났고 어스름 속에서 다시 한번 활짝 빛을 발했다가는 푸른 연무 속으로 서서히잠겨 들었다(..)"/177쪽


'연산'(죽 잇대어 있는 산)이란 단어를 마주한 순간 책의 표지 그림이 이해되었다.

제목만 보고 긴 장편일줄 알았는데, 단편보다는 길고 중편보다는 짧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소설 속에 담긴 역사의 시간은 묵직하게 전해졌다. 표지에 그려진 산의 모습을 보며,소설의 제목은 압록강...이지만, 안생의 고비고비를 넘는 기분을 산에 비유한 것은 기분이 들었다.

평화로웠던 유년시절은, 일제강점기를 피부로 느낄수 없었다.3.1운동이 거대한 폭풍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주제의 이야기를 읽을 경우, 주인공은 보통 결연한 마음..으로 독립운동을 하러 떠나는 모습이었지만, 압록강은...한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에 집중한 느낌을 받았다. 거대한 역사 앞에서 흔들리고 두려워하는 나약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독립운동을 나서지 않은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고향을 등지고 압록강을 건너야 했던 선택이 얼마나 외롭고 무서운 결단이었을지,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소설의 마지막이 쓸쓸하게 다가 온 건  표지 마지막 페이지 그림에서,남자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기분이들었기 때문이다. "너는 용기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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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해서 행복한, 보테로
이동섭 지음 / 미진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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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덕수궁에서 전시를 보던 때를 기억하며, 예전에 구입해 놓은 <뚱뚱해서 행복한 보테로>를 다시 꺼내 읽었다. 그때보다 더 진한 감동을 느끼며 읽게 된 것이 신기하다. 워낙 '뚱뚱함'을 유쾌하게 그린 화가로 기억하고 있어서, 전시장까지 다시 찾아가야 할지..새로운 그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하다가,이미,2023년에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았다. 분명 기사로 접했을 텐데,기억 나지 않는다.



뚱뚱한 사람들과,서커스그림들이 워낙 유명해서 그때는 미처 정물화에까지 내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걸까 다시 읽으면서 유독 시선을 끈 건 보테로가 그린 정물화였다. 이렇게 생동감 넘치는 정물화..라니. 시선을 끄는 정물화마다 포스팅을 하면서 알았다.내가 사물에서 유독 생동감 느끼는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 건,보테로의 영향도 작용했을수 있다는 사실을..


'뚱뚱함'은 종종 혐오의 대상이 되거나 웃음거리로 전락하기 일쑤다. 하지만 보테로의 그림 속 뚱뚱함은 조롱이 아닌 기분 좋은 웃음을 짓게 한다. 그리고  대상을 비틀기 위해 부풀린 것이 아니라 사물이 지닌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극대화하려 했다는 설명이, 인물화 보다, 정물화에서 더 미소짓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솔직히 2011년에는 아무생각없이 유쾌하게 그림을 감상했던 것 같다..) '형태와 색채'에 집중하는 행위는 사물을 눈으로 보는 것 그 이상의 본질을 바라보게 해 줄 수 있다는 걸 조금은 알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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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멸
알베르토 모라비아 지음, 정란기 옮김 / 본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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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을 알아버렸다.

그러나 영화로도 만나볼 생각이다. 영화 개봉 소식 덕분에 원작 소설까지 읽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가 중요한 장치로 언급된 부분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소설 속 남자 리카르도는 극작가를 꿈꾸지난 아내와의 안정된 결혼생활을 위해 시나리오작가로 타협하며 살아간다. 비극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분명 아내를 위해서라고 했는데, 자신이 속물이란 생각을 하게 될수록 아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끝임없이 사랑을 갈구한다.그럴수록 쌓여 가는 오해들..아내 에밀리아가 원한건 물질적 풍요가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리카르도가 그렇게 믿은 것일 뿐..그러는 사이 오디세이를 영화로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받게 된다. 경멸 속 이야기와 별개(?)로 내가 흥미롭게 읽은 지점이기도 하다. 내 마음이 향하는 대로 시선이 가는 이야기. 감독은, 오디세이를 심리학적으로 접근해 보고 싶어한다. 해서 조목조목 율리시스가 가진 문제점(?) 아니 일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다른 시선으로 보길 권하고, 아내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리카르도 입장에서는  감독의 말을 받아들일수가 없다.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사랑이 순수하고 신화적인 고전적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그러나 그렇게 믿고 싶은 거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야 에밀리아에게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수 있을 테니까... 


"자신을 얽어맨 열등감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나는 에밀리아에 대해 그렇게 판단했다"/287쪽



리카르도의 사랑은,그녀를 정말 사랑해서가 아니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밑도 끝도 없이 그녀를 위해 자신이 희생하고 있다는 착각이 그렇고, 그런 마음을 몰라주는 그녀가 섭섭하다며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은 애처로워보이기까지 했다. 끝임없이 그녀가 자신을 경멸하는 건 아닐까..하는 의심은,그녀가 떠나고 나서야,자신 안에 있었던 열등감이 더 큰 문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보통은 여기서 영화가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다. 소설은 그렇지 않았다.(영화가 궁금해지는 지점이다.결말을 어떻게 끝냈을지...) 아이러니하게도,아내가 죽고 나서야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더이상 아내로부터 열등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과 함께 환상 속에서 아내를 마음껏 사랑할수 있게 되었으므로..남자의 열등감이 무섭도록 섬뜩하게 느껴진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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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치카·스페이드의 여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4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지음, 박종소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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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소설 목록을 살피다가,푸슈킨 소설과 같은 제목의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오마주한것인지, 핵심적인 설정만 가져온 것인지 궁금해서 예전에 읽었던 푸슈킨의 '스페이드 여왕'을 다시 읽었다. 언제나 그렇듯 처음 읽는 것 같은 기분.이번이 벌써 세 번째 읽기였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처음에는 오페라를 보기 위해 읽었고, 두 번째 읽기에 가서 노부인이 보였다는 독후기가 반가웠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게르만이란 남자를 통해 '욕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게르만 덕분에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가 '욕망'이란 사실도 분명해졌다. 젊음과 타인을 지배하려는 노부인의 욕망 역시 무섭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죽어서까지 게르만을 지배하려는 모습으로 상상이 되서, 블랙코미디 같다는 생각을 했다.


푸슈킨 소설에서 노부인이 타인을 지배하려고 한 욕망은, 울리츠카야 소설에서 더 심각하게(?) 그려진다. 딸과,손녀,증손녀까지 지배하려는 모습은 기괴하게까지 느껴진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폭군일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여기서 질문을 던지고 싶다.왜 딸은 엄마를 떠나지 않았을까..? 푸슈킨 소설은 욕망에 집착한 게르만 스스로 미처버리는 벌을 받는다. 그러나 울리츠카야의 '스페이드 여왕'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비로소 왜 푸슈킨의 소설을 같은 제목으로 가져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무르여인처럼 일그러진 욕망으로 가득한 사람은 게르만처럼 쉽게 파멸하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카드 잘 모르는 1인이라, 스페이스 여왕' 카드 의미를 찾아밨다. 그닥 좋은 의미로 해석되지는 않는 듯 하다..) 푸슈킨이 들려준 욕망이야기가 가벼운 경고였다면, 울리츠카야가 들려준 욕망은,누군가를 파멸로 만들어 버릴수도 있는 악에 가까운 이야기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소설이 그래서 훨씬 더 읽기..버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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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추정 2 밀리언셀러 클럽 61
스콧 터로 지음, 한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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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때는 동료였으나, 내연녀가 된 캐럴린의 살해범으로 지목된 러스티의 재판이 시작되면서  끝난 1권 보다 2권은 훨씬 더 긴장감을 느끼며 읽은 기분이다.


'무죄추정' 이라는 제목이 던지는 무게감을 생각했을 때 러스티가 무죄판결을 받게 되지 않을까 예상했다..그러면서도 이상하게 계속 긴장감이 느껴졌다.치열한 법정을 그대로 옯겨 놓은 듯한 분위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없는 증거도 만들어낼 수 있는 곳. 인간들의 추악한 암투가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그려진 느낌.복잡하게 얽히고설키는 서사를 따라가다가 '거미줄' 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피해자이기도 하지만,캐럴린이 야망을 위해 쳐 놓은 거미줄은 너무도 무서웠다. 정의의 심판관이어여 할 판사도,검사도, 검찰총장도 모두 캐럴린이 친 거미줄에 걸려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더 무서웠던 건, 남이 쳐 놓은 거미줄에 거리는 것 보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스스로 거미줄을 쳐놓게 된다는 사실이다. 리틀판사의 법정 기각 판결은 그래서 찜찜했다. 자신이 살해하지 않았지만, 명확한 이유없이 무죄를 선고받은 러스티..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명확한 증거 없이 사법시스템이 작동될 수 있다.그러니까 죄없는 사람에게 유죄가 내려질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저마다 자신들이 쳐놓은 거미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 러스티의 고백은 그래서 공허하게 들렸다.


"진실을 말하는 것과 신뢰를 받는 것 중에서는 뭐가 더 어려울까?"/326쪽


법은 거미줄에 걸린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다.(어쩌면 안한것일수도 있다) 스스로 친 욕망과 유혹의 줄이 너무도 견고해서, 진실을 감옥에서 꺼낼..수가 없는 모양이다. 러스티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지는 순간, 캐롤린의 사건은 영구미제사건으로 가라앉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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