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1
크리스타 볼프 지음, 한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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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가 남긴 몇 줄의 기록 속에서 카산드라는 예언자라는 이미지로 남아 있었다. 그녀가 왜 예언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나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크리스타 볼프의 『카산드라』를 읽으며 알았다. 그녀가 왜 예언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물론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신화를 여성의 시선으로 상상한 결과였기에 가능한 스토리였을지도 모르겠다. 내게 카산드라는 전쟁을 증언하는 사람이자 진실을 말하는 사람으로 남았다.  예언자라는 의미를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볼프의 카산드라가 가진 힘은 신비로운 능력이라기보다, 남들이 보지 않으려는 현실을 똑바로 보는 용기에 가깝다.

바로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그렇다.그리스와 트로이의 싸움만 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아폴론과 아가멤논이 카산드라에게 한 일도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아폴론은 그녀를 뜻대로 하지 못하게 되자, 그녀의 말에서 힘을 빼앗았다. 아가멤논은 그녀를 전리품으로 삼아 자기 소유로 끌고 갔다. 이것은 분명 한 사람의 몸과 목소리를 빼앗으려는 공격이라고 본다.그럼에도 그녀는 계속 묻는다. 왜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 라고. 


신화 속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카산드라의 목소리를 들으면서,사람들은 진실에 귀를 막는다는 사실을 알았고,그래서 카산드라 같은 사람이 또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 아무도 충고를 듣지 않으려 할 때에도 누군가는 말해야, 진실은 사라지지 않고 남을 수 있을 테니까.카산드라의 말은 트로이를 구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가 보고 말했기에, 그 전쟁이 영웅들의 영광이 아니라 거짓과 죽음이었다는 기억이 남게 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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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아 씨의 불안
니콜라 바랄 지음, 김모 옮김, 페르난두 페소아 / 이숲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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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다시 읽으면서,페소아의 책을 이번에는 진짜 읽어봐야 겠다 다짐했다.클래식클라우드 시리즈에서 페소아 선생을 만났을 때도, 이번에는 꼭.. <불안의 서>를 읽겠노라 다짐했던 기억이 있다.그런데 아직까지 읽지 못했다, 엄밀히 말하면 손이 가는 페이지에 잠깐 머문 적은 있다. 그러니까 완독 하지는 못했지만, 전혀 읽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리고 시집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를 읽었다는 사실도 알았다. 어려웠지만, 순간순간 공감했던 시들이 있어서 뿌듯한 마음으로 갈무리했다는 독후감이 있어 어찌나 반갑던지...



'수많은 이름'을 가진 작가라는 벽에 마침내 균열의 츰이 생긴 것 같은 기분으로 읽었다. 그동안 페소아 책이 힘들었던 건 그가 만들어낸 문장보다 그의 이름이 수십 개나 된다는 점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 안에도 많은 내가 살고 있지 않은가? 페소아는 그 수많은 이름을 불러주고 세상 밖으로 꺼내놓은 것이 아닐까.그리고 나는 비로소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페소아의 입을 빌리자면 자신을 숨겨둘 껍질이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역설적으로 살기 위해(책에서는 불안으로 표현되는) 이명을 만들어 숨을 쉬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누군가의 목소리는 우리에게 말을 건네다 이네 침묵한다. 반쯤 잠든 상태 찾지 않고도 들을 때만 그 목소리는 희망을 속삭인다. 잠든 아이처럼 우리는 그 소리에 미소 짓는다/44쪽


이제 <불안의 서>를 한달음에 완독하기보다 마음이 복닥거릴 때마다 곁에 두고 펼쳐보며 위안을 얻을 생각이다. 페소아가 불안을 문학적 예술로 만들어낸 덕분에 '불안' 이란 단어가 이제는 마냥 무겁고 두려운 감정으로만 느껴지진 않을 것 같다. 페소아가 아닌 다른 이의 시선으로 페소아를 만난 덕분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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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착한 나진 ㅣ 오늘의 젊은 작가 60
이서수 지음 / 민음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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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말 하는 사람이 모두 진실한 사람은 아닌거죠. 하얀 거짓말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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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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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위해 읽었던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버거웠다.아니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다시 읽게 될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언어의 무게>를 읽고 싶은 유혹을 느끼면서도 오랫동안 망설였던 이유는, 리스본..에 대한 강렬함이 남아 있어서였을 테니까. 그런데 <언어의 무게>를 너무 재미나게 읽고 말았다.해서 다시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고 싶어졌다. 다시 한 번 놀랐다. 이렇게,잘 읽혀져도 되는 건가 싶어서.. 우선 기억에서 거의 사라졌을 거라 생각했던 영화 속 장면들이 순간순간 떠올라 반가웠다. 소설을 끝내고 나면 페소아 책을 읽게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페소아 책 보다 로맹가리의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처음 읽을 당시 내가 버거워 했던 이유는,소설의 시작점을 납득할..수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책 한 권에 이끌려 리스본행을 결정하고 한 남자의 흔적을 추적한다는 설정이 쉬이 납득되지 않았다. 낯선 이방인에게 기꺼이 시간과 마음을 내어준 사람들은 너무 작위적이란..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카뮈 소설 <전락>에서 자살하려던 여인을 외면한 남자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가져가게 된 걸 떠올렸기 때문일까... 그레고리우스에게(만) 찾아온 그 종소리를 그럴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타인과의 거리는 스스로의 눈에 비치는 우리의 외면이 다른 사람들이 보는 모습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더욱 커진다. 사람들이 타인을 보는 방식은(....)"/114쪽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일상의 안온함은 단순한 편안함에 그치지 않고 나도 모르게 매너리즘에 빠져들게 만든다. 결국 그곳에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프라두의 삶을 추적하며 그레고리우스가 마주한 결말은 이미 예견된 답이었을지도 모른다. 누구도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는 사실 말이다. 그러나 경험을 통해 스스로 알게 되는 것과 누군가의 생각을 학습으로 이해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내가 리스본을 여행하는 듯한 몰입감이 느껴지는순간이 있어 좋았다.그레고리우스의 여정을 함께하며 간접경험으로 얻은 것이 있었다.타인을 이해의 대상이 아닌 나를 비추는 거울로 바라보면,스스로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하며 살아가야겠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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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피트니스 - 나는 뭔가를 몸에 새긴 것이다 ㅣ 아무튼 시리즈 1
류은숙 지음 / 코난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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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전화영어>>를 흥미롭게 읽은 터라 '아무튼 시리즈'의 다른 책들을 훑어보던 중 '아무튼 피트니스'가 눈에 들어왔다.이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책이었는데,내 눈에는 이제서야 보였다. 저자가 피트니스를 시작한 이유와, 내가 필라를 시작한 이유가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아 읽고 싶어졌다.'살기 위해'운동을 시작한 마음.운동의 종류(?)는 달랐지만, 운동을 하게 되면서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지는 신비한 경험을 누군가와 교감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 심지어, 진심으로 마음이 통한 선생님과의 이별까지 닮아 있어서 와락 눈물이 났다. 


개인강습을 받는 다는 건 사치라 생각했다. 내가 몸짱이 될 것도 아닌데 필라까지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거다. 그런데 노화를 그냥 받아들이고,주기적으로 병원에서 주는 약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해서 뭐에 홀린듯 필라센타를 찾았다. 그리고 몸이 아픈건 노화의 과정으로만 받아들이면 안되는 거라는 사실을 자각했다. 쓰지 않아서 아팠고, 비대칭 몸이라 자세를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 힘을 줘야 하는 곳에 힘을 준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던 거다. 그런데,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면서 알았다. 허리가 아팠던 건 복부에 힘이 없어서 그랬다는 사실을,필라를 하면서 좋은 점들을 지인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이 '아무튼 피트니스'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반가웠다. 여전히 핑계를 대고 있는 지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운동은 날씬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내가 쓰지 않는 몸에 자극을 주기 위한 거라고.이유와 핑계는 다르다는 말에 공감했다.


"내 몸을 계발하고 몸에 대해 알아갈수록 다양한 삶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동안 생각 없이 몸에만 신경 쓰는 이들이라고 폄하했던 사람들이 실은 최선을 다해 자기를 다듬고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 그렇든 아니든 저마다의 사연과 내력이 있을 테니 잘 알지도 못하면서 누군가를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것 그런 것들을 체육관에서 배웠다"/135쪽



필라를 시작하고 체중은 오히려 늘었다.그런데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필라를 통해 내 몸이 얼마나 비대칭인지를 알았고, 운동만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게 할 수 있는 무엇이란걸 알았기 때문이다.좌우의 힘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받은 충격은,내가 필라와 평생 함께 하겠구나 라는 계시였다. 저자처럼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달라졌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무슨 운동이든,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분명하다. 필라 2년 정도 하고 나서야 알게 된 건, 운동을 하고 나면 몸에 에너지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그 순간이 내게는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었다. 운동은 '아무튼' 해야 하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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