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 랑데부 미술관
채기성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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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볼란텐>>을 흥미롭게 읽었다. 해서 작가의 다른 이야기를 찾아 읽게 되었다. '부암동..미술관'은 많이 아쉬웠다.


한 사람의 사연을 위해 하나의 작품만 전시한다는 설정은 매력적이라 생각했다.그러나 딱 거기까지 였다. 풀어내는 서사 방식이 너무 정형화된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힐링을 전면에 내세운 이야기를 그닥 선호하지 않는 취향의 문제일수도 있겠지만,독자에게 위로를 주고 싶은 강박이 느껴지는 것처럼 읽혀졌다. 분명 누군가는 위로를 받았을 텐데,자연스럽게 감동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답이 정해져 있는 곳으로 향하는 느낌이..아쉬웠다. 기발한 소재였던 만큼, 조금더 다양한 색깔로 그렸냈다면 좋지 않았을까...그런데 조금 건강한 시선으로 바라보자면, 우리는 모두 나만 힘든것처럼 살아간다.어딘가 하소연 할 때도 마땅히 없는 것 같다.그런데 내 마음이 뭔가 이미지로 바뀌는 순간, 위로가 되고,다른 누군가로부터 공감을 얻어낼..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위로가 있을까 싶다.그러니까

저마다의 사연과,사연이 그림으로 발현되는 순간까지는 정말 좋았다는 말이다. 어떻게 그려낼지 상상하는 재미...



뻔한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케이크가  먹고 싶어 찾아간 카페에서 '위로의 맛'에 관한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 순간의 기쁨은 소설이 내게 준 선물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너무 뻔한 이야기가 아닌가 투정해 보았지만 우리 삶도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은가 싶다. 소설 속에서라도 누군가의 고민이 해결되었으니 그것으로 잠깐이나마 위로를 받고 또 누군가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기를 작가님은 바랐던 건지도 모르겠다. 마법에 주문을 걸듯이 말이다.



소설 속 이야기보다 '작가의 말'을 통해,<부암동 랑데부 미술관>이 담고 싶은 진심을 깊이 이해받은 기분이 들었다. '크리스티안...'을 읽다가 부암동..미술관을 만나게 된 순간처럼. 매번 멋진 순간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지 않은 순간조차 멋지게 바꿀 수 있는 그 에너지의 기운을 믿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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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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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베스트셀러였던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영화 '콜럼버스'를 보면서 궁금했었다.아니, 호기심이라고 해야 할까. 건축물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마음 가는 대로 느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건축이란 세계가 내게는 넘사벽이라 그랬던 것 같다. 건축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책을 추천해달라고 물어보니,<<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추천해 줘서(인공지능에게^^)  피식 웃음이 났지만,소설을 설명하는 말 가운데 '노건축가' 라는 단어가 그냥 지나칠수 없게 만들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 덕분에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재미나게 읽을수 있었던 것 같다.


"(...) 인간의 내면 같은 것은 나중에 생긴 것으로 아직 그다지 단단한 건축물은 아니라는 증거일 거야. 집 안에서만 계속 살 수 있을 만큼 인간의 내면은 튼튼하지 못해. 마음을 좌우하는 걸 자기 내부에서가 아니라 바깥에서 찾고 싶다.내맡기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337쪽


영화에서 케이시는, 건축가의 아들에게, 위로 받은 건축에 대한 설명 한다. 무지에 가까운 나는, 그녀가 위로 받은 건축물 자체 보다 건축이란 세상이 그녀에게 숨을 쉴 수 있게 해 준 공간은 아니었을까 하는 조금은 뻔한 상상을 하며 넘어갔던 것 같다.그런데 소설을 읽으면서 튼튼하지 못한 마음을 외부에서 찾고 싶었던 그 마음에 공감하고 이해받는 느낌이 들어 반가웠다.건축이란 세상이 아니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말이었겠지만,얼마전  읽었던 <<실전 한국어>>가 생각났다.문학이 우리 삶을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건축도 그렇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영상으로 조감한 기분이었다.(소설인지 다큐인지 착각하는 순간이 퍽 자주 있었다)  언제나 완성된 건축물만 보았던 터라 완성되기 이전의 시간들과 시간이 흘러간 후의 건축물은 어떤 모습을 하게 될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 '건축은 예술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말때문에 건축이 우리의 인생을 닮아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그 공간에서 우리는 또 저마다 자신만의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어 가고 있구나 라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건축은 무엇일까? 호기심에 시작된 읽기였다. 하지만 예술적 감동을 넘어 건축이라는 세상을 통해 삶의 궤적을 따라간 기분이들었다.

사각거리는 연필소리,나무타는 향기를 맡으면서,문득 멋진 건축이란 '여름향기'를 닮은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세월이 흘러도 묵묵히 그 세월만큼의 향기를 지닌 건축물을 본다면 저절로 감동하게 되지 않을까..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는 열망은 과한 욕심이지만, 욕심부릴만한 바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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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맨드 - 제1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채기성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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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볼란텐>>을 읽다가 작가가 궁금해졌다. 나만 모르고 있었던 작가였나 보다. 호기심을 끄는 제목들이 보여 '언맨드'를 골랐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전혀 관심 밖의 분야일 줄 알았던 휴먼로이드가 내 세계로 들어와버렸다. 잘 알지 못해서 두려운 것이 더 많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드론으로 사람들이 전쟁을 너무도 쉽게 하고,스마트폰이 우리에게 편리함만을 주지 않았다는 걸 상기해보면, 휴먼로이드로 가는 세상은 내가 훨씬 더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인간의 영역을 대체할 로봇의 세상이 눈앞에 바짝 다가왔다는것을 사람들은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해서는 대개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었다"/18쪽


내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는  문장이라 반가웠다.뉴스는 여전히 '발전'에만 방점이 찍혀 있는 것 같다. 취미는 과학이란 프로에서 AI 속도가 너무 빨라 인간이 어떤 윤리적 제도를 만들기가 버겁다고 했다. 그러니까 더더욱 기술발전에 윤리적인 것들이 함께 제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영화 속 터미네이터 같은 세상은 우리가 가장 최악으로 상상해야 할 지점일지 모른다. 그런데 지난해 본 영화 '컴패니언'을 보면서 내가 받은 충격은 놀라웠다. 로봇은 인간과 근본적으로 같을..수 없다. 그런데 애초에 데이터 입력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건,수많은 것들이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데이터 오류가 발생하는 순간에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모니터 상에서 해킹은 어떻게든 방법이 있겠지만,훗날 로봇을 애완동물 키우듯 지니고 살아가게 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말이다. 영화 속 그녀가 잘못된 입력으로 인해 아무렇지 않게 누군가를 죽이는 장면 같은 것 말이다. 소설에서 실제 저와 비슷한 장면이 그려졌을 때,그냥 지나칠.수 없었던 이유다.


"로봇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게 조금 다른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것은 한참 더 시간이 지나 후였다.(..) 일자리에서 밀려났거나 뻿긴 사람들에 대한 관심 같은 것은 없었다.그 자체가 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로봇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지 않고 한 사람을 가려버리거나 사라지게 하는 경우를 보고 난 이후였다"/163쪽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를 읽으면선 충격을 받았다. 알파고가 등장했을때. 마냥 이슈로(만) 내가 바라보았다는 사실과 이후 바둑이란 세상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얼마전 뉴스에서 다시 헐리우드 영화에  AI가 참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지켜봤다. 우리나라 프로그램에서는 재연 장면을 보여줄 때  AI제작 영상이란 자막이 자주 보인다.재연연기를 하던 배우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지금은 아주 작은 분야 작은 존재지만,로봇이 활약하는 범위가 일반화 된다면 우리는 지금 보다 훨씬 더 큰 패닉에 빠질거라 본다. 재미로,약간의 편리함을 넘어서게 될게 분명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 밖 현실을 생각했다. 지금부터라도 기술 발전에 더해 인간의 근본적인 존재를 지켜나가기 위한 목소리가 함께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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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볼란텐
채기성 지음 / 슬로우리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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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은 <<불필요한 여자>>의 표지와 닮아 보인 탓에 <<크리스티안 볼란텐> 이 눈에 들어왔다. 출판사 이름도 낯설고, 작가 이름이 더더욱 낯설어 읽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알 수 없는 저 표정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달라고 말하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페이지를 얼마 넘기지 않아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문장을 만났다.


"(...) 내가 좋아하는 서울의 모습은 앞이 아니라 뒤편이야.얼굴과 표정에는 드러나지 않은 감춰진 내 뒷모습 같은"/40쪽



남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뭔가 개운치 않은 마음에 그녀는, 남편이 다녔던 회사에 취직한다. 그와 어떤 연결고리도 없는 것처럼.사람들 틈에서, 남편에 대한 과거를 찾아가는 설정만으로도 이야기는 빨려들어가는 힘이 있었다.

 눈에 보이는 누군가가 범인처럼 보이지만..아닐 수도 있고 누가 범인이 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과 흐름이었다. 그러니까 크리스티안은 정말 자살했을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가 자살하지 않았음을 단정한다.적어도 그렇게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하는 게 맞는 걸지도..

이야기 속 크리스티안의 자살 장면 묘사에서 여전히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자살 사건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살 같은 타살..이라는 의심이 여전히 개운하지 않게 남아 있다.그래서 남편이 뭔가 외부세력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건 너무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했다. 그 의심은, 그녀의 주변인들을 죽게 함(?)으로써 점점 더 그녀를 궁지로 몰아갔다.그러나 그녀는 끝내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멈추지 않았다.


누가 범인일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들었던 긴강감에 비하면,결말이 전혀 아쉽지 않았던 건 아니다.하지만 소설에서 그녀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었다.그녀의 추적은 남편의 이름을 지켜주는 것인 동시에, 어둠에 잠길 뻔한 진실을 찾기위해 죽음까지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어둠 속에 숨어버린 진실을 찾아간다는 건 목숨과 바꿀 만큼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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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볼란텐
채기성 지음 / 슬로우리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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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어둠 속에 묻혀 있을 진실의 파편들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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