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장의 고백
조승리 지음 / 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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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을 인상적으로 읽었다. 이후 소설가로 데뷔했다는 뉴스를 접했지만,나는 약간의 편견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해서 첫 소설에 관심을 두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가는 사이,또 다른 작품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목이 솔깃해서 골랐다. 



"인간의 가슴속에는 포악한 어둠 한 점이 산다.그 어둠은(...)"/ 작가의 말


'작가의 말' 읽을 때만 해도 무슨 이야기가 그려질지 상상하지 못했다. 피해자의 고백을 들을 때만 해도 마음 한 켠 속시원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글을 통해, 작가님은 세상에 대한 부당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고.. 그러나 이건 너무 뻔한 속단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용궁장의 고백>은 아주 뻔하고 시시한 이야기로 전락해버렸을게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버림 받았고, 가족에게 이용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치밀었다. 기생충 같은 가족을 향해 목소리 내는 그녀를 응원하고 싶었다. 그런데 뭔가 계속 찜찜함이 느껴진 건, 피해자 곁을 어슬렁 거리는 오장로였다. 그녀의 말은 틀린게, 없고, 도움을 주는 것 같은데, 그녀가 세우려는 왕국은 달콤하지..가 않다. 용궁장에 불이 나고, 가해자와,설계자,생존자, 조력자의 고백으로 이어지면서 알게 되었다. 아니 질문이 던져졌다. 애초에 사탄인 사람과, 점점 사탄으로 변해가는 사람...중에 누가 더 문제인걸까...비로소 작가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우리는 모두 사탄의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었구나. 다만,내내 그것을 감추려고 애쓰며 살아가는 사람과, 그것을 감출수 없는 사람들.. 오장로 같은 인물 곁에 있게 된다면,내 속에 꾹꾹 감춰 놓은 사탄이 발현될..수도 있겠구나. 그러니까 우리는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된다. 나도 모르게 설계자가 될 수도, 조력자가 될 수도 있구나. 나는 아니라고 부정할 자신이 없어 섬뜩했고, 무서웠다. 나는 사탄의 마음을 갖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누군가에게 나쁜 마음을 품지 않고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닐테니까.그러므로,내 안의 악이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겠다.이야기의 결말은 해피앤딩이 아니었지만,그래서 오히려 희망(?)적이라 우겨보기로 했다. 오장로 같은 인물과 그에 기생하는 이들이 잘사는 세상일수록..누구도 악으로 빠져 들어갈 수 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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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여자
라비 알라메딘 지음, 이다희 옮김 / 뮤진트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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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이미 많은 말을 하고 있었던 걸까?

어찌보면 초큼 촌스러워 보이는 표지, 제목은 조금은 알 것 같은 뻔한 이야기일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끌리는 책이라,도서관 예약을 걸어 놓고...읽기 시작하자마자, 냉큼 주문해서 읽었다. 공교롭게도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10일간 휴전을 선언한 날이라..뭔가 더 큰 의미가 내게도 생긴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뉴스에서는 오늘도 여전히 레바논을 공격하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나도 나를 어쩔 수가 없다. 나는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리 없이 덜 창피하게 운다.요제프 로트는 <<끝없는 도망>>을 이런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세상에 그처럼 불필요한 인간은 또 없었다> 내 생각은 다르다. 세상에 나처럼 불필요한 인간은 또 없다 로트의 주인공 프란츠 툰다가 아니라 나다.나야말로 직업도 없고 욕망도 없고 희망도 없으며 야망도 없고 자기애조차 전혀 없다"/398쪽



거시적으로 보면 전쟁이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 순간,문학이야기가 정신없이 쏟아지는 바람에, 잠깐씩 레바논 상황을 잊게된다. 소설 속 그녀가 문학을 자신만의 언어로 번역에 집중했던 것처럼.그래서 그녀가 자신을 '불필요한 사람' 이라 말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겠다고 감히 말하기가 힘들었다.그래도 어쩔수 없이 궁금했던 책의 제목... 소설이 끝나갈 즈음 언급된 소설을 또 메모해 놓았다. 노년이 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연히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에서, 삶에 의미를 둔다는 것은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세계의 이야기 같아 무얼 느낀다고 말하기 조차 힘들었다.스스로 자신을 불필요한 사람이라, 부르는 것이 오히려 자신을 더 단단하게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아침에 나눈 인사를 저녁에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는 건 너무나도 잔인한 고통 아닌가. 그럴수록 알리아는 문학속으로 빠져든다.그것도 단순한 '읽기'가 아니다.내 나라 언어로 읽는다.세상에 내놓을 생각은 물론 없다. 그러니까 그녀에게 문학은 도피처가 아니라 구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솔 벨로의 <허조그>가 언급된 덕분인지도 모르겠다.허조그에게 편지가 자신을 지키는 도구였다면, 알리야에게는 문학이 시끄러운 세상으로부터 그녀를 구해주는 동아줄 같은 건 아니였을까.. 노년에 찾아온 고독이, 전쟁이란 공포가 여전히 그녀의 삶을 짓눌러오지만..스스로 불필요한 노동을 통해,자신이 살아갈 이유를 지키고 있다는 기분..


"나는 이미 오래전에 글에 대한 맹목적인 갈망에 나를 맡겼다. 문학은 내 모래 놀이터이다. 나는 그 안에서 놀고 요새와 성을 쌓고 황홀한 시간을 보낸다.날 힘들게 하는 것은 놀이터 바깥의 세상이다(...) 문학은 내게 삶을 주고 삶은 나를 죽인다"/16쪽



소설에 흠뻑 빠져 읽는 바람에 책장을 덮을 때까지 알리야란 인물과 닮은 여성작가의 소설일거라 생각했다. 일리야의 목소리가 곧 작가의 목소리처럼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학이란 놀이터에 더 집중하며 읽느라 읽다 멈추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한 번,정독하며 읽어 보고 싶다. 그때는 부디 휴전이 아닌 종전 소식을 뉴스에서 듣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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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여자
라비 알라메딘 지음, 이다희 옮김 / 뮤진트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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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불필요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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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
장이브 뒤우 지음, 최보민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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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를 짚고 걷다가, 한참을 서있는 할머니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냥 부축정도 해 주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처음에는 어르신이 사양하려고 했다. 이미 몇 분이 도움을 주려다 포기하고 그냥 갔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다. 파킨스를 앓고 계시는데, 한 발 움직이기 이렇게 어렵다고.. 주변에 파킨스를 앓고 계신 분이 없어서..처음에는 이해를 하지 못했고, 이미 부축해드려야 겠다 마음을 먹었는데, 그냥 가기도 뭐해서 괜찮다고..천천히 하셔도 된다고, 기다려 드릴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해서 어르신의 병명이 파킨슨이란걸 알게 되었는데, 나는 그 병에 대해 지금껏 자세히 모르고 있었다. 도파민계 신경이 파괴되어 일어나게 된다는 사실이 내게는 충격이었다. 애정하는 프로 취미는 과학에서 도파민을 다룬 주제를 찾아 보고는 더 놀랐다. 도파민의 85% 정도가 파괴되고 나서야 파킨스병이 찾아온다는 사실. 서서히 찾아오기 때문에 더 우리가 어느 순간 닥치는 것처럼 느낄수 있겠다는 공포.  


예전에는 암이 제일 세상 제일 무서운 병인줄 알았는데, 지금은 뇌질환이 가장 큰 공포가 아닌가 싶다. 내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장담할 수 없는 일. 그렇다고 마냥 공포 속에서 살아갈..수도 없는 일... 필라를 하면서도 21세기를 강타한 질병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기승전..답은 없다. 그러나 열심히 운동하고, 잘 자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아닐까..라는 원론적인 답변 그리고..


"뇌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세련된 기관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계속 그런 식으로 뉴런의 수는 점점 더 줄어든다.하지만 연결이 되어 있고 해당 부분에서 순환만 한다면 문제는 없다"


심플한듯 복잡한 뇌구조와 각각의 기능을 온전히 이해하며 넘기기에 만화가 갖는 특성상 산만함도 있었지만..나는 내가 기억하고 싶은, 일단 실행할 ..수 있는 문장들을 만나는 순간들이 좋았다. 책을 읽는 순간이, 책만 읽는 바보가 되는 건 아닌가 싶지만...뇌를 끝임없이 움직이게 하는 도구이겠구나 라는 생각에 안심..했고,운동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무엇보다 잠의 중요성을 깨달을수 있어 좋았다. 솔직히 잠을 잘 자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자세히 몰랐다. 이제는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잠을 잘 자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결론!!

 잠을 잘 자지 못해 힘들어 하는 지인이 생각나,숙면에 도움이 되는 방법도 알려(?)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긴 했다.(물론 솔루션을 주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잠을 잘 잘..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뇌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준 책이다. 책에서 알려준 대로 해도 누군가에는 고통이 찾아올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뇌를 위해서 뇌운동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과, 잠자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낮 동안 뇌는 온힘을 다해 일해서 스스로 수축하고 움츠러 들어요/ 우리가 잠을 자면 뇌는 긴장을 풀죠 뇌세포 사이의 공간이 넒어지고 뇌는 팽창하며 원래 넒이를 되찾아요/ 그래서 뇌척수액은 낮 동안 쌓인 독성 찌꺼기를 더 빨리 배출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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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폭스트롯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8
무스잉 지음, 강영희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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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짓눌린 사람들의 이야기란 느낌을 받았다.

이내, 왜 삶에 짓눌릴..는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을까..하는 질문을 하게 되지만, 소설의 배경이 된1930년대나, 21세기에 살고 있는 지금이나, 얼마나 공허한 질문인가도 알고 있다. 가난한 시절엔 그 나름으로, 풍요로운 시대는 또 그 나름으로, 전쟁의 시대는 또 그나름으로 채워지지 않는, 아니 채워지지 못하는 공허함이 있을테니까.


"삶에 짓눌린 사람에게 우주는 결코 태곳적 그곳이 아니다"/ 165쪽 '검은 모란'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은 신비로운 우주에 관심을 둘 마음이 없다. 여성혐오를 가진 남자가 있고, 그런 남성들을 향해 어떻게든 조롱을 날리고 싶은 여자가 있을 뿐이다. 한탕을 노리는 사람이 있고, 기계적으로 대화를 하는 사람들,그리고 가짜 감정들이 넘쳐난다. 힘들수 밖에 없는 이유다.그런점에서 소설의 제목을 춤에서 가져온것은 이해가 된다. 춤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진지한 대화보다 감정에 몰입할 수 있는 춤을 택한 이유들 소란스런 음악소리에 마음을 놓는다. 즐거워서 추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잊기 위해서, 자신을 리듬에 무방비로 맡겨버린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점에서 보면 '팔이 잘린 사람'이야기가 가장 안타깝고, 답답했던 것 같다. 남자가 영원한 패인으로 남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을 했지만, 사람을 기계처럼 다루는 사회에서 온전한 나로 다시 살아가기란 너무 힘들다. 그래서 사람들은 춤에 자신을 맡기고 영혼 없는 삶을 선택한다.(자의든 타의든)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속으로.


삶의 고통은, 죽음으로 끝나게 되는 걸까 '4월은 유쾌한 계절' 이라는 <공동묘지>의 묘사가 역설적이란 생각을 했다. 아름다운 4월이 잔인하다고 말한 시가 저절로 떠오르게 하는. 그리고 얼마전 읽은 폴윤의 <벌집과 꿀>이 다시 생각났다. 고단한 삶 속에도,반드시 달콤한 꿀이 함께 할 거란 믿음. 그래서 나는 기계취급 밖게 받지 못한 남자가, 자신을 다잡으려 한 그 마음을 응원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곳에서는 당신을 쓸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벽돌 공장과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있겠는가.그들은 하나같이 절단의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반드시 이 말을 듣게 되리라. 팔이 잘린 사람은 그 한 사람이 아니고 이 말을 하는 사람은 공장장 한 사람이 아닐 것이다. 한 사람이 깔려 죽은다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공장 문을 나와 걷고 또 걸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사라졌고 돌아가서 세수를 하고 짐을 청소할 요량이었다(...)"/158쪽 '팔이 잘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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