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가는 마음
윤성희 지음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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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벽에 막혔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처음 그 기분을 느꼈을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앞으로 쓰는 소설마다 웃는 장면을 넣어야겠다고.소설의 내용과 무관하게 무조건 웃는 장면을 하나씩,기뻐서 웃고,슬퍼서 웃고, 어이없어서 웃고,(...)웃는 장면을 상상하고 나니 인물들이 조금은 더 사랑스러워졌고 소설 쓰는 일에도 힘을 낼 수가 있었습니다"/작가의 말 부분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 '읽기'를 했다는 생각을 하니 또 한 번 '웃음'이 났다. 기분 좋은 미소라고 해도 좋겠다. 읽는 내내 정말 그랬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들이 있었다. 결코 밝지 않은 이야기인듯 한데..웃음이 났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감히,<느리게 가는 마음>을 읽어보라 권할수 있었다. 앞서 음악소설집에 실린 '자장가'를 읽고 작가의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해서 찾아보게 되었다. '자장가'를 포함해서 8편이 실려있는 소설집이다. 그 가운데 '여름엔 참외'와 '웃는 돌' 이 특별하게 좋았고,(자장가는 이미 읽었으니까 열외) '해피 버쓰데이'와 '보통의 속도' '느리게 가는 마음'이 좋았다. 콕 찍어 줄거리를 이야기 하지 않아도 기억하게 될 소설이었다. 첫번째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온다. 그것도 콕 찍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동태찌개,곰치국,들깨미역국 사람과 사람사이에 '음식'으로 추억되고, 위로되는 것들에 대해 공감하며 읽었다. 나만의 아지트 같은 카페서 천천히 소설을 읽게된 시간도 좋았다. 이미 알고 있는 '마음'이었다. 지금보다 느리게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가 알게 되고, 보게 되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그렇게 속도를 늦춰 가다 보면, 하루 속에서 내가 발견하게 되는 기쁨들이 보일게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들의 삶은 고단하고,퍽퍽하고,찬란한것만은 아니었지만,오늘을 생일처럼 살아가는 마음이 있다면 그래도 덜 퍽퍽할지 모른다 생각했다. '마음'의 속도를 천천히 흘러가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된 가장 큰 수확(?)이라면,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열심히 수집해 볼 생각이다. 보통의 속도가 필요한 순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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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 그래픽 노블
아메 데용 그림, 이수은 옮김, 윌리엄 골딩 원작 / 민음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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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달팽이의 회고록' 에서 '파리대왕' 읽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콕 찍어 소설의 장면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길버트가 어느 인물에 관심을 두었을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오래전 읽었다는 기억과, 섬뜩함에 몸소리친 기억만 남아 있으니, 다시 읽는 것 같지만, 실은 처음 읽는 마음으로 읽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그래픽노블로 읽었다. 처음에는 너무 심플하게 흘러가는 건 아닌가..싶었다.그러나, 페이지가 뒤로 넘어갈 수록 내가 느꼈던 섬뜩함이 이번에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읽은 것이 2013년 4월이라 놀랐다. 얼마전 읽은 것 같은데, 십년이 훌쩍..그럼에도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어 오히려 신기했다. 심지어 당시에도 영화 속 한장면 때문에 '파리대왕'을 읽었다는 기록. 어느 영화인지 알 수 없으나, 영화 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고전이라면..읽을만한 이유가 충분하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너무 섬뜩했고, 여러 시선으로 읽어낼 수 있다는 역자후기를 읽으면서 사회적인 시선으로 읽었다는 나의 독후감은,십년이 흘러도 여전하다. 힘있는 자들이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허상에 흥분하는 군중들이 오버랩되어 그랬던 것 같다.



시간을 멀리까지 가져갈 필요가 없다. 탄핵의 시간이 증거다. 허상을 만들어내고,사람들은 흥분했다.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한 광분이 나는 무서웠다. 처음 읽을 때는 추상적인 공포와 섬뜩함을 느꼈다면, 탄핵의 시간은,광분의 실체를 온몸으로 느낄수 있었는데, 이제는 저 섬뜩함에 앞서, 우리는 왜..이토록 보이지 않는 실체를 토론하듯 살펴볼 생각없이,맹목적인 믿음과 불신으로 칼춤을 추려고만 할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소설의 앤딩은 기억나지 않았다. 아이들만의 시간을 주고 기다렸다는 어른의 모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텍스트를 다시 찾아 보았더니, 내가 생각한것처럼 방관하는 듯한 모습은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지저분한 몸뚱이와 엉킨 머리칼에다 콧물까지 줄줄 흘리는 아이들 속에서, 랠프는 뚱보라 불렸던 지혜로운 친구와 진실의 창공으로부터의 추락,인간의 마음속 어둠,그리고 순수의 끝을 애통해하며 울었다./이러한 소리들에 둘러싸이자 장교도 울컥했고 조금 당황스러웠다(...)"












"랠프는 잃어버린 천진성과 인간 본성의 어둠과 돼지라고 하는 진실하고 지혜롭던 친구의 추락사가 슬퍼서 마구 울었다.

소년들의 울음소리에 둘러싸인 장교는 감동하여 약간 난처해했다. 그는 그들이 기운을 회복할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 외면을 하였다. 멀리 보이는 산뜻한 한 척의 순양함에 눈길을 보내며 그는 기다렸다"/303쪽


보이지 않은 실체가 우리 삶으로 들어오는 순간 우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변할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하며 읽었다면, 다시 읽은 덕분에 결말이 내가 생각한 것 만큼 섬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우리 마음 속에는 여전히 사악함이 있을 테지만,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욕심으로 만들어내는 허상에 대해서 만큼은 의심할 수 있는 눈을 랠프가 알게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지금도 여전히 스스로 생각하기 보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들은 것을 사실인냥 믿고 흥분하는 군중들이 있지만...그또한 우리 속에 있는 본성 가운데 하나일터.해서 권력자들은 끝임없이 우리의 사악한 본성에 스며들려고 하는 걸게다. 스스로 생각하고, 확증편향으로 기울지 않게 스스로 노력하는 것 밖에는..그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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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 개정증보판 줄리언 반스 베스트 컬렉션 : 기억의 파노라마
줄리언 반스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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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사랑은...이야기로만 포착할 수 있(었)다/3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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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 낯선 경험으로 힘차게 향하는 지금 이 순간
조승리 지음 / 세미콜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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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솔깃해 읽으려 했던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도서관에서 빌려 왔으나,어찌어찌하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다. 그런데 또다시 유혹하는 제목을 보고, 같은 저자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이번에는 기필코 읽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건 솔직히,'시각장애인' 이란 단어가 정신 번쩍 나게 했서였음을 고백해야겠다. 더 솔직한 마음은 여행을 한다는 사실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가 부끄러웠다.이 책을 읽기 전 <코끼리를 만지면> 을 읽은 것도 동기부여가 된것 같다. '본다'는 것에 대한 의미의 확장...


읽어야 겠다는 마음은 분명 있었지만,'에세이' 는 마음이 가는 장부터 읽는 것이 보통인데,처음부터 차례로 읽어 나갔다. 지극히 주관적인 에세이의 단점을 넘어선 이야기였다는 느낌이 들었다.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으니까, 당연히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이지만,독자에게 계속 질문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강요된 질문이 아니라서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가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으로 부터 벗어나기의 과정이었다. 나를 따라온 질문들은 자연스럽게, '생각'이란 걸 하게 만들었다. 질문과 생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럽고,응당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상황들이라, 어느 순간,장애와 비장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당신들이 말하는 "저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써야지.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거야.그게 내가 정한 나의 사명이야" /224쪽


결국, 이 책을 쓰고 싶었던 근본 이유는 알고 있었지만, 분명하게 작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 영향으로,나는 '저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인들에게도 이 책을 소개하고 있다.나의 부끄러움에 대해, 우리의 시각이 얼마나 편협한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지점에서 확증편향에 빠져 있는가를 알았다.끝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하지 하지 않는다면,나의 생각은, 화석처럼 굳어버릴지 모른다. 무엇이 되었든 확증편향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승리 씨는 마음의 눈으로 이 풍경이 다 보이지요"

그녀의 말에 나는 캄캄한 현실로 돌아온다.

"사모님 마음의 눈 따위는 다 헛소리라니까. 아직고 그런 허황된 소리를 믿어요? 향기 없는 꽃 따위 나한테는 아무 소용 없단 걸 언제 이해하시려나"/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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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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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읽게 될 책이었다. 작가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지인 조차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는 말에 놀랐으나, (정작) 나는 읽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특별할 것이 없다는 건 변명이었다. 불편하고,힘든 사실과 애써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거다. 5월이 올때마다 이번에는 읽겠다는 다짐이..그렇게 흘러..흘러 왔다.



모두가 다 알고(?)있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려다 그만둔다. 여전히 5월의 역사를 왜곡하는 이들이 있으니까. <소년이 온다> 읽기를 망설였던 건 불편(?)함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읽고 나서 든 생각은 희생된 이들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있는 이들에게 던진 질문과 마주할 용기가 없어 그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처음에는 희생자들이 눈에 들어오고, 다음은 살아 남은자들의 고통과 트라우마가,그리고 더 시간이 지나 살고 있는 이들에게 기억해야 할 역사..에 대한 물음들.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게 아니라,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이제는 내가 선생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134쪽


아물지 않은 기억이란, 여전히 진행중인 역사인거다. 그날의 목소리를 듣는 것보다 더 불편한 마음이 나를 옥죄어 온 건, 역사가 여전히 아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고귀한 사람이란 걸 알고 지낸다면 좋을텐데, 올해도 그 바람이 이뤄지기는 요원할 것 같다. 그래서 더 정신 바짝 차리고, 인간이 지녀야 할 양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가야 겠다.그렇게 살고 싶다..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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