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계는 할아버지 것이었는데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면서 내게 주었다. 퀜틴,인간의 모든 희망과 욕망을 묻어 버리는 무덤을 네게 준다. 나도 가슴이 아프긴 하다만 너도 이것을 쓰면서 인간의 모든 경험이란 결국 부조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다. 그 경험이란 것이 네 할아버지나 증조할아버지에게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듯이 네 개인적인 요구에고 제대로 부합하지 못할 거란다. 이 시계를 주는 것은 시간을 기억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따금씩 잠시 망각하라는 것이다. 시간과 싸워 이겨 보려고 모든 힘을 소진해서는 안 된다"/115쪽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벤지의 시선을 읽는 동안은, 내낸 '어둠의 소리'를 상상했다. 장남의 시선으로 '시간'과 마주한 순간 뭔가에 쿵 하고 얻어 맞는 듯한 강렬함...그림 속 시계를 찾아 보게 만들었다. 그림이 있었나 생각하는 순간 달리와 마그리트가 떠올랐다. 마그리트와 시계를 검색하는 순간 보인 그림인데, 낯설다. AI 가 그려 놓은 건 아닐지 이제는 의심하게 된다(좀더 찾아봐야겠다) 무튼.. 시간에 대한 아버지의 말은 잊을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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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에게서 나무 냄새가 났다.구석은 어두웠지만 창문이 보였다.나는 슬리퍼를 쥐고 그곳에 앉았다.나는 그것을 못 봤지만 내 손은 봤다. 밤이 되는 소리를 들었다"/108쪽


"아버지가 문으로 다가가 다시 우리를 쳐다봤다.다시 어둠이 왔고 어둡게 서 있는 아버지 모습이 보였다.다시 어두워졌다. 캐디가 나를 안았다.어둠 소리와 다른 모든 소리가 들렸고 냄새 나는 것들도 소리가 들렸다. 창문이 보였고 나무들이 윙윙대는 소리를 냈다"/112쪽











'고함과 분노' 를 읽고 있다. 유독 '소리'에 대한 언급이 많다. 해서 나는 '고함과 분노'라는 제목을자꾸만 소리와 분노..로 오독하고 있다. 오로지 청각으로 바라보았던 것 이상을 상상하게 만드는 '소리'를 따라 가다 보니 <마음에 없는 소리>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어쩔수 없이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이,들리지 않는 벤지가 느끼는 모든 소리가 '어둠의 소리'일까 생각하게 되지만...섣부르게 판단하고 싶진 않다. 그러면서 자꾸만 마음으로 듣는 소리에 대해 상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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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만나기 전 공교롭게도 당명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담긴 플랫카드를 봤다..산책길에.

이름만 바꾼다고,자신들의 죄가 사라지는 것도 아닐텐데...딜지의 마음과는 다르게 누군가는 이름을 바꾸면 운수가..달라질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나 참 딜지가 말했다. 이름 바꿔도 도움 되는 것 없어. 이름이 해를 끼치지도 못하고 이름을 바꾼다고 운수가 달라지지는 않아.내 이름은 내가 기억하기 전부터 딜지였고 사람들이 날 잊은 지 오래되도 딜지일 거야/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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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서머싯 몸의 단편들을 다시 읽고 있어요. 전 그의 장편보다 단편이 더 좋은 것 같아요.특히 <연>을 가장 좋아해요"

"영화로도 만들어졌잖아요"/149쪽 '고독'부분











최근 <달과6펜스>를 읽으면서, 다시 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케이크와 맥주>는 두 번 다 재미나게 읽었는데..생각해보니깐, 나는 아직 몸선생의 단편집을 만난적은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모파상하고 순간순간 착각했던 모양이다. 졸라선생의 <사랑의 한 페이지>를 읽다가 '밀회'라는 단어가 윌리엄 트레버의 <밀회>를 읽게 만들었으니, 이제는 몸선생의 단편을 읽어볼까 하는 마음.. 그런데 무려1,2편으로 나온 민음사에 '연'은 없다. 빛소굴에서 출간해주면 좋을텐데 하는 바람...우선 민음사에서 나온 단편집부터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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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가 힘들었던 시절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 은 자신을 버틸수 있는 무언가가 되었더랬다. 오로지 연수밖에는 알 수 없었던 이유가.그런데 국내 번역본 어디에도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 이란 표현은 없었다.


"(..) 한국어로 가지런히 놓인 문장 어디에도 중국 앵무새는 없었어. 아무리 뒤져봐도 흔적조차 없었지. 중국 앵무새가 있어야 할 자리에 오직 차갑고 하얀 '도자기 앵무새'만 있었어.(..) 도자기를 뜻하는 'china'를 중국으로 오해한 거였어. 중국 앵무새였다면 'chinese cockatoo'  라고 했어야 한다는 생각도 뒤늦게 떠올랐고 상상에서 기억이 되어버린 중국 앵무새가 있는 집조 산산조각이 나버렸어.내가 오래도록 사랑하고 의지했던 중국 앵무새는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거야(...)"/66쪽 


자신이 믿고 있었던 것이 무너졌다는 사실만으로 그녀가 좌절하지는 않았을 텐데..무튼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을 읽고 나서,나는 그냥 오늘을 잘 살아가는 것이 좋겠다, 라는 소감을 남겼더랬다. 그리고 윌리럼 트레버의 소설 '그라일리스의 유산' 에서 그냥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 신기했다. 우연처럼 나타난 도자기도 그렇고^^


"(...) 기억 속에서는 모든 것이 영원히 그곳에 있었고 아무것도 변할 수 없었다.분관 도서관에서 은퇴해도 돈은 많지 않을 것이므로 오늘의 행동은 일종의 표현이었다.(...) 그 이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장식품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현실을 속이게 되기 때문이었다.도자기 한점도 받지 않을 거라고 그는 그렇게 편지를 쓸 것이다. 비밀의 그림자 속에 겨울 꽃이 흩어져 있었고 기만이 조용한 사랑을 기다렸다./120쪽













서로 다른 이야기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건 언제나 즐겁다.더 정확하게 말하면,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을 읽으면서 혼잣말 처럼 했던 생각을,'그라일리스의 유산'에서 마주한 것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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