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 덕분(?)에 안토니오 타부키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타부키 덕분(?)에 아니 피란델로 이름을 알게 되었다. 타부키선생이 콕 찍어 언급한 것이 아니라, 안토니오 타부키가 영향받은 작가라는 설명. 이미 타부키의 매력에 빠져 버렸으니..피란델로의 책도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고맙게도 도서관에 <어느 하루> 단편 선집이 있다.
꿈을 꿨다. 아니 꿈은 종종 꾼다. 오랜만에 부모님이 함께 내 꿈에 찾아오셨다. 두 분이 함께 내 꿈 속에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어 놀랐고, 함께 꽃구경 하는 풍경이 그려져 신기했다.꿈이 깨고 나서는..로또라도 사야하나 현실적인 마음으로 돌아와 피식 웃음이 나다가,..어버이날이 다가오고 있어.꾸게 된 꿈일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살짝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두분 모두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카네이션을 받아보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고.. 그리고 펼쳐보게 된 피란델로 단편에서 '어머니와의 대화'를 보게 되었다. 경험상 밝은(?) 이야기는 아닐것 같은 예감...그럼에도 좋았다. 꽃길만 걸었으면 하는 마음을 보내주신 거라 생각하며 '어머니와의 대화'를 읽다보니 슬프면서도 뭔가 위로 받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어떻게! 엄마? 엄마가 어떻게 여기 있어요?" 라는 나의 물음에 어머니는 고개를 들고 아직 스무 살의 눈빛을 지닌 그 두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105쪽
"엄마가 돌아가신 지금,전 엄마가 더 이상 살아 있지 않은 거라고 말 안 해요.수년 동안 멀리서 제가 엄마의 육신을 보지 않고 생각만으로도 엄마에게 같은 삶을 부여했듯이 늘 그대로 살아 계신 거고,내가 살아 있는 한 엄마는 늘 살아 계실 거예요?"/ 114쪽
아들의 생각은, 얼마전 읽은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떠올리게 했다. '기억'을 통한 사랑의 방식....이별의 고통에 대해, 잊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는 것과는 다른 결의 시선이라 마음에 들었는데, 피란델로의 이야기에서도 이별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을 마주한 것 같아 반가웠다. 놀라운 건 죽은 엄마는 영원히 살아 있는데, 현재의 내가, 엄마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것이 더 슬픈다는 시선이었다. "엄마 살아 있는 사람들은 죽은 자들을 위해 운다고 하지만 실은 자기 자신의 죽음과 삶이 세상을 떠난 자들의 감정속에 더 이상 없기 때문에 우는 거예요.엄마는 언제나 늘 제 감정 속에 살아 계시겠지만 전 엄마의 감정 속에 살아 있지 않을 거예요(...)"/1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