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작가의 책이지만, 휴먼니스트 세계문학시리즈를 애정하는 터라 골랐다. 아니 도서관에 언제 들어오게 될까 목빠지게 기달렸다. 중편정도의 소설일거라 생각했는데, 소설집이다. 

<심심풀이가 된 남자>를 흥미롭게 읽었다.

왜냐면, 시작부터 전혀 의외(?)의 표현에 기습당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 거짓말할 줄 아는 입과 속일 줄 아는 눈, 귀품이었다!"/10쪽


 자신을 사랑하는지, 이용당하는지 알 수 없어 괴로운 남자는, 자신이 사랑하고픈 여인을 향해 거침없이 말한다. 그녀의 입은 '거짓말할 줄 아는 입' 이라고. 이렇게 노골적이라니.. 처음에는 여자가 팜프파탈인가..싶었고,조금 지나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처럼 보여서 웃음이 나다가, 어느 순간 여자의 '거짓말'이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순간순간 거짓말을 하는 듯한 그녀의 입은, 실은 진실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 거다. 해서 나는 ai에게 물어보았다.여자의 거짓말이 오히려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냐고..똑똑한 에이아이는,흥미로운 관점이라 일단 칭찬을 하고, 이유를 무려 3가지로 분석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가운데 하나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어쩌면 고모 집에서 머물게 될지도 모른다고 알려주면서 고모는 장안쓰로에 산다며 정확한 번지까지 알려주었다.결국 나는 그녀를 찾아가기로 결심했고 그녀의 고모에게 모욕이나 문전박대를 당할지도 모르지만 그저 롱쯔를 한번 보고 싶었다. 작열하는 6월의 태양 아래 장안쓰에서 경마장까지 걸어갔다가 되돌아서 다시 이쪽까지 걸어왔다가 다시 거기까지 갔지만 그런 번지의 집은 존재하지도 않았다.6월의 태양아래 네다섯 날 연달아 그곳을 헤매다가 그만 몸져누웠다"/48쪽


 거짓말은 나쁘지만, 남자들이 여성들에게 가진 환상을 깨기 위한 도구로는 이만한 것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조금은 작위적이란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거짓말까지..하게 만드는 세상은 너무 별루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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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 거래소는 눈이 벌겋게 충혈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시속 100킬로미터 속도로 추락하는 금값은 사람들을 짐승으로 만들고 그들의 이성과 신경을 날려버렸다.

후쥔이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뭐가 두려워? 오 분 후면 상승세로 돌아설 텐데!"

오 분이 지났다.

"600냥을 회복했어!"

거래소에는 또다시 루머가 돌았다. "일본 대지진 발생!" /75쪽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떠올렸다. 소설의 배경이 된 1932년과 2026년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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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유리문이 금세 가까워졌다. 곧 그 유리문 위로 후들거리는 그의 그림자가 드리울 것이다. 모든 게 겉보기보다 지극히 단순한 건 아닐까? 체호프 아니면 고골의 것일 어느 이야기에서 나온 말 한 마리가 기억에 떠올랐다"/48쪽










멀리 하려 했던, 멀리 하고(만) 싶었던 AI 세계로 나도 드디어 발을 드렸다. 검색보다 질문이 더 편리할 수 있게 될 줄이야... <떠나지 못하는 여자>를 읽다가... 고골인가, 체홉인가..라는 표현 앞에서 허구일지..진짜 일지 궁금해졌다. 아니 허구는 아닐거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누구의 작품을 언급한 걸까 궁금해질 수 밖에.. 해서 질문을 넣었다. 체홉의 <나의 인생>을 언급해 주었다. 콕 찍어 저렇게 표현 된 문장이 나온 것인지, 체홉의 문학 세계를 지칭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체홉은 '단순'하게  고골은 단순한 것도 복잡하게 그려내는 특징을 가졌다는 설명... 해서 체홉의 책도 읽어 봐야 겠지만,지금 딱 내 마음 같은 <AI 가 나보다 일을 잘할 때>를 읽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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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못하는 여자 - 린다 B를 위한 진혼곡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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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이유에서인지 연인과 격한 싸움을 하고 난 후 그녀는 사라졌고, 갑자기 국가정보부에서 루디안을 찾아왔다. 한 여자가 자살을 했다. 그런데 작가 루디안의 서명이 예사롭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녀와의 관계를 집요하게 물어온다. 루디안은 린다를 모른다고 말한다. 자신의 연인으로 부터 부탁을 받았을 뿐... 그러나 공산국가에서 작가의 말을 믿어줄..리가 없다. 해서 남자는 자신의 연인이 실은 정보국의 '끄나풀'은 아니였을까 의심까지 하는 지경에 이른다.



"만약 오프레우스가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게 묻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협정을 지켜서 그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닥쳤을까?

무슨 일이 닥쳤을까?... 그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은 반드시 오게 된다.......이 이야기에는 '사기당한 오르페우스'라는 제목이 붙어도 좋을 것이다.이 이야기가 인류의 가장 어두운 신화로 통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140~141쪽


나는 오프레우스가 사기당했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의 욕심이 의심이 그런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고 생각했다.(다시 읽어봐야 겠다) 그런데 어쩌면 저 표현은 작가의 복잡한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얼굴도 알지 못하는 이에게, 상투적으로 사인을 했을 뿐인데..그녀의 자살에 작가 자신이 얽혀들어간 기분... 함정도 이런 함정이 있을까 싶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그녀의 연인은 린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알바니아 사회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는 없지만,유배의 삶을 살아야 하는 고통에 대해 감히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전제하고, 린다를 바라 보고 있으려니 많이 답답했다.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구원이었던 루시안의 책. 그런데 루시안의 작품도 검열과 감시..를 받게 되는 상황에서 그녀는 너무도 숨이 막혀버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작가는 버티고 있었는데, 정작 루시안의 작품을 더이상 볼 수 없게 된 것 같은 절망이 찾아온 순간 그녀는 삶의 끈을 놓아 버린다. 자신의 억유된 삶보다, 루시안의 작품을 더이상 볼 수 없는 것이 그녀에게 더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지만,억유된 삶에서 루시안의 작품을 볼 수 없다는 건 더 큰 좌절로 다가왔을 것 같다. 마음이 한없이 답답하고 무거워진 이유이기도 하다. 예술도 구원이 될 수 없는 세상이 존재할 수 도 있겠다는 기분이 들어서...


<부서진 사월>을 흥미롭게 읽은 터라 다른 작품을 더 찾아 읽어 보고 싶어 읽게 된 소설이다. 이야기가 막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흥미로웠다. 국가정보부와 루시안의 싸움.린다의 죽음을 어떤 식으로 그려낼지,내심..첩보물 느낌으로 읽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을 나도 모르게 가졌던 것 같다.그런데 어느 순간 회색빛으로 가득한 느낌이 들었고 비로소 '진혼곡'이란 부재가 보였다.린다가 사랑한 건 루시안이 아닌, 루시안이 그려낸 예술이었을 게다. 자신보다 더 뜨거운 삶을 살았던 것이 린다일수도 생각한 루시안..예술이 구원이 될 수 있을까? 혹 함정은 아닐까? 그럼에도 루시안은 계속 예술이 구원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작품을 써가지 않을까.. '떠나지 못하는 여자'가 아니라, '떠나 보낼 수 없는 여자'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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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에스프레소를 주문한 걸 어떻게 알았던 건지... 눈에 들어 온 '에스프레소 커피'



그리고 한 참 페이지를 더 넘기고 나서 보인 문장은...


"모든 것에는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아무 의미가 없기도 했다. 이해와 몰이해,둘은 꼭 붙어 있었다.상상할 수 있는 가장 엄밀한 공존 이었다"/139~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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