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되새겨보면 결국 이해할 수 없는 것들만이 빛을 던져준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4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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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지켜 보며 읽다 보니.. <허조그>가 더 특별하게 읽혀지는 기분이다.

인류의 역사는 나약한 자들이 믿는 사랑의 역사가 아니라 잔혹성의 역사라고. 우리는 인간의 모든 능력을 시험해보며 그중 어떤 능력이 가장 강하고 훌륭한지 확인하려 했지만 단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어. 실용성만 남았지.과거의 신이 아직도 존재한다면 보나마나 살인자야(...)/5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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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비노비치라는 불가리아인은 모든 권력 투쟁을 편집증적인 산물로 여기는데 -이 소름 끼치는 괴짜는 광기가 세상을 늘 지배한다고 믿었다"/140쪽


"지저분한 벨벳 좌석에 앉아 책 한 권을 까내 읽었다. 죽음은 인생이 끝난다는 뜻이지만 죽어간다는 말은 죽음을 경험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았다. 혹시....그런가.. 아닌가...반면에 삶이 혐오스럽다면 신앙조차 불확실한 구원이다"/188쪽


"그렇게 공들인 철학적 장광설을 다 빼버리고 단순화시킨 명제는 스피노자의 정리37이다. 인간은 타인도 자신의 사고방식에 따라 살도록 만들기보다 자신이 누리는 행복을 타인도 함께 누리길 바랄 뿐이다- 저마다 능력대로"/219쪽










"인간의 본성은 무엇입니까? 이를 자신만만하게 설명했던 사람들, 우리 '고유의' 특성에 대해 말해주었던 홉스,프로이트 기타 등등은 위대한 은인들이 아닙니다. 루소도 마찬가지입니다.저는 낭만주의자들이 인간의 한 특성으로 꼽는 완벽성을 비판했던 흄에게 공감하는 입장이지만 그의 편협한 억압적 태도 역시 좋아하지 않습니다.(...) 과학이 발견한 이런 진실을 삶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겠지만 인간성을 함부로 정의하지 말라는 뜻으로 생각해도 좋겠습니다"/ 229쪽










혐오가 정치의 도구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 순간 부터 <군중과 권력>을 읽어 보고 싶었으나 여전히 용기를 내지 못하고..있다. 매번 이렇게 또 다른 이야기에서 만나고 있다. 키르케고르 도 단골로 만나는 인물이긴 하다. (영화에서도 자주 만난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이 없다.) '허조그'를 읽으면서 읽고 싶었던 철학자들이 대거 등장할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넘사벽 철학자들의 이론 보다 내가 더 읽고 싶어진 책은 전혀 언급(?) 되지 않은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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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생생히 목격하고 있는 지금이라서....

모든 공동체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봅시 위험한 부류가 존재합니다.범죄자이야기가 아닙니다. 범죄자에게는 징벌이 따릅니다. 제 말씀은 지도자들 말입니다. 가장 위함한 자들은 예외 없이 권력을 추구합니다. 분노가 가득한 객차 안에서 올바른 생각을 가진 시민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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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3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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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페터 한트케의 소설을 읽어 보려고 노력했던 때가 있었다. '페널티킥..' 도 꽤 여러 번 시도했던 것 같은데.. 무튼 나와는 맞지 않는 작가인가 보다 생각하고 마음을 접었더랬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김진영작가님의 <조용한 날들의 기록>에서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소망없는 불행>을 읽었다. 친절한 소설은 아니었지만, 잘 읽혀져서 놀랐다. 해서 세잔을 주제로 한 책을 덥석 골랐는데...아, 소설보다 더 어려운 기분... 여기까지인가 보다 생각하며 다시 페이지를 접으려는 순간, 빔 벤더스 감독 회고전 소식을 들었다. '페널티킥..'을 영화로 만들었을 줄이야. 

(그러니까) 영화를 보기 위해 다시 소설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너무 잘 읽혀져서 놀랐다. 앞서 읽은 소설과 마찬가지로 친절하지는 않았지만,격하게 공감하며 읽게 될 거라 상상도 못했다.



"그러다가 극장의 여자 매표원과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아침 대화를 하던 중 그녀를 목 졸라 죽인다. 그 장면의 묘사를 다시 한 번 읽어 보자.


  <그녀는 일어서서 침대로 가 누웠다. 그는 그 여자 곁에 앉았다."오늘 일하러 가지 않으세요?" 하고 그녀가 물었다. 갑자기 그는 그녀의 목을 졸랐다. 너무 세계 졸랐기 때문에 장난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바깥 복도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공포심으로 숨이 막힐 것 같았다>22쪽 " 역자 설명 부분



해고를 당한 남자의 불안을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남자가 자신의 마음을 누구에게도 털어 놓을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남자가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말만..한다고 말하는 순간, 그가 가진 불안을 누구에도 털어놓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고, 그렇게 된 이유에,서로가 공감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역자의 설명을 읽기 전까지...그녀를 진짜로 죽였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기습 공격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공감하지 못하는 현실의 문제를 생각하면서, 정작 나 역시.남자의 심리 상태 속으로 온전히 들어가지 못했구나.남자의 상황을.내 마음가는 대로 '습관' 처럼 이해하고 넘어가 버렸구나...누가 골키퍼의 불안을 감히 상상할 수 있을까?  답정너 같은 제목이라 조금은 뻔하게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했으나. 남자가 가진 불안이 어디서부터 온 걸까.. 생각해 보면, 고통의 감정을 함께 교감해 줄 누군가가 없었기 때문은 아니였을까.. 그렇다고 남자가 저지른 행동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싶지는 않다. 결말이 다소 아쉽게 느껴진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의 앤딩이 그래서 궁금해졌다.^^) 요즘, 나쁜짓을 하고도 정신에 문제가 있어서라고 스스로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미친 영향일수도 있겠다. 무튼 불안이 영혼을 갉아 먹는 건 분명하다. 만약이란 가정은 공허하지만, 남자에게 고통이 찾아왔을 때 진정으로 교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는 뭉크의 그림처럼 절규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는 끝내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자신이 앉고 있는 불안이..고통이 얼마나 두려운 가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이다. 해고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그 두려움을 털어놓지 못하는 이유(만) 따라가다, 남자가 신문에 집착하는 이유를 놓치고 말았다. 남자가 '습관' 에 대한 말을 하는 순간..내가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던 이유다.이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불안한 영혼으로 빠져들지 않게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습관이 되어 있지만 그러나 우스운 일이지요" 하고 블로흐는 말했다"/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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