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벌은 세습되는가? - 퓰리처상 수상 기자가 밝힌 입학사정관제의 추악한 진실
대니얼 골든 지음, 이기대 옮김 / 동아일보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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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2017년 3월 8일에 교육부의 ‘경제·사회 양극화에 대응한 교육복지 정책의 방향과 과제’


교육부가 뜬금없이 발표를 했다고 한다. 앞으로의 교육 방향을 큰 틀에서 제시하는 것으로 공공형 사립유치원의 도입과 초등학생~고등학생 대상의 꿈 사다리 장학금 등 모든 교육 대상에 대한 지원을 망라한다. 이 발표를 두고 비난이 많다.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했다, 정부가 바뀌기 직전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등등. 실제로 유력 대선 후보들이 교육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서 불안한가 보다. 그래서 내놓은 그들의 정책을 보니 과연 폐지를 해도 괜찮겠구나 싶었다. 무언가 이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줄 정책을 기대했는데, 두루뭉실했다. 항상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대해서 한탄하는데 모두가 마음에 들어 하는 정책이 나온 적이 없다. 




완벽한 교육제도는 존재하는가, 가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진 의문이었다. 우리나라의 객관식 시험, 일방향적 수업, 수능제도를 어떻게 해야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싶었다. 그 중에서도 수능 제도. 우리나라의 모든 교육은 수능을 통한 대입에 맞춰 있다. 초, 중, 고 12년의 교육이 하루에 결정되어 대학에 들어가는데 대학에서의 교육은 어느 학교나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단지 대학 이름만 다를 뿐이다. 그래서 모두가 대입제도에 민감하고 조금만 바뀌어도 아우성이 터진다. 최근에 정착된 입학사정관제도 찬성하는 사람이 있듯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이 책은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도를 추적하여 어떻게 학벌이 세습되는지, 입학사정관제도가 얼마나 악용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에서 학벌은 정말 세습된다. 하버드대의 성공한 동문들은 동문회 이사회 구성원이 되어 막대한 자금을 대학에 기부한다. 나라에서 받는 돈 없이 스스로 먹고 살아야 하는 대학들은 큰 손 동문들에게 관대해 질 수 밖에 없었고 이렇게 그들의 자녀들이 하버드대에 입학한다. 그들의 점수는 평균 입학 점수보다 낮지만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입학함으로써 원래 입학할 수 있었던 평범한 가정의 인재가 탈락하는 것이다. 이것이 입학사정관제도의 본질적인 문제로 개천에서 용이 날 확률을 낮추는 나쁜 제도라고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대학들의 철저한 자성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칼텍과 쿠퍼 대학교가 모범적 사례라고 치켜세운다. 철저하게 점수 위주로 학생을 발탁하여 입학을 심사하는 교수의 자녀들도 탈락하는 것이 다반사이고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여 동문이 아닌 사회 명사들의 기부를 많이 받는다. 동문에게 특혜를 주지 않으면 기부금이 줄어들 것이라고 겁을 먹는 아이비리그 대학들에게 귀감이 되는 사례로 학위 장사가 아닌 학문적 최고를 지향하면 기부금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2. 




우리들의 헤르미온느인 엠마 왓슨은 브라운대 출신이다. 그녀가 명문 브라운대에 합격하자 전세계 언론이 집중했고, 한국의 흔한 남자인 나도 곁눈질로 기사를 보며 ‘오 브라운대가 명문인가 보군, 헤르미온느가 합격했다고 이렇게 국제 면에 나올 정도니!’ 라 생각했다. 옛날에도 어떤 할리우드 스타가 브라운대에 들어갔다고 본 적이 있어서 브라운대가 뭔가 초상위권은 아니지만 아이비리그 중에 하나인가 싶었다. 근데 이게 사실 브라운대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다. 브라운대는 짧은 역사로 동문 파워가 부족해서 연예인들을 적극적으로 포섭한다. 그들의 무기는 커리큘럼이다. 여타 명문대학보다 필수과목도 적고 수학, 과학 관련 과목을 아예 안 들어도 상관이 없다. 게다가 모든 과목이 A,B,C가 아닌 Credit / no Credit 으로 성적이 게재되어 우리나라의 Pass / Fail 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수학과 과학에 약한 연예계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몰려든다. 입학을 하면 미디어가 취재한다. 돈 한푼 안들이고 국제 광고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구 반대편 한국의 평범한 대학생에게 브라운대 = 명문대 라는 공식이 인식이 된다. 앞서 말한 동문 특혜가 아니더라도 대학은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입학 자리를 사회적 명사들에게 파는 것이다. 미국의 자본주의는 대학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특혜를 폐지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으나 이미 국회의 대다수가 동문 특혜를 누리고 있고 심지어 대법원의 구성원들도 특혜를 경험했기에 바뀌지 않았다. SAT와 고등학교 성적 위주로 뽑던 시대에서 입학사정관제로 바뀌자 자본주의가 상아탑을 물들였다. 



3.

그 와중에 아시아인들은 불리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학들은 아시아인 학생들은 다른 인종의 학생들보다 점수가 더 높아야 같은 수준으로 본다고 한다. 이미 아시아인들의 점수가 너무 높고 고등학교 활동들도 너무나 다들 비슷해서 압도적인 점수가 아니라면 점수가 더 낮은 다른 인종의 학생들보다 불리하다는 것이 통계적 진실이고 대학 입학사정관의 말이다. 씁쓸하면서도 대단함을 느낀다. 천편일률적인 대외활동과 수학, 과학에만 두각을 나타내는 편향성에서 씁쓸하지만 그 와중에 한국인들이 그 정도 위치라는 것이 대단하다. 아시아인에 대해 다루는 파트에서 한국인의 사례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그 다음이 중국이고 일본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인구도 정말 적고, 경제적으로도 밀리는데 학문적 욕구는 가히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이렇게 불리함을 가지고 입시 전쟁에 뛰어드는데도 많은 우수한 대학들에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 다들 이렇게 좋은 두뇌를 가지고 싸우는 데 세계로 나가면 진짜 우리가 우수한 걸 깨닫지 않을까. 단지 언어가 안되기에 더 떨어진다는 인식, 영어가 안되니 일단 깔고 들어가는 자신감 부족이 우리를 우물 안 똑똑한 개구리들로 만들었다. 진짜 우리는 똑똑하니 세계에서 놀아보자. 일단 나부터 나가야겠다. 



4.

우리는 이제 한창 입학사정관제가 자리잡고 있다. 그에 따라 다양한 편법들이 등장하고 입시 전형을 아는 사람이 승리자가 된다. 책을 읽어도 고등학교 활동으로 인정해 준다고 하니 책을 요약해주고 특강에 참석만 해도 책을 읽은 것으로 간주해 준다는 모임이 스멀스멀 생긴다. 우리나라는 이제 어떤 제도를 만들어도 그에 대한 학원과 과외가 생긴다고 한다. 옛날 5공 시절 강력한 사교육 제재가 아닌 이상 이것이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사교육 제재는 거의 독재적으로 막은 것이라 옳지 못한 처사였다. 그렇다고 정시만 무작정 올려도 문제란다. 정시 비중으로만 따져도 자사고, 특목고 학생들이 강세라고 한다. 내신이 어렵기에 일찌감치 정시 태세로 준비해서 다른 지역의 정시와 내신, 수시를 챙기는 학생들에 비해 유리하다고 한다. 그럼 대체 어떻게 짜야 공정한 입시로 될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공교육을 더더욱 강화 시켜야 한다. 일단 교사가 되는 방법으로의 임용교시를 폐지하고 대학원 체제로 바꾸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충분한 실습시간, 교과 연구로 시험 통과자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사교육 시장의 우수한 강사들을 채용하여 방과 후 심화나 보충 수업으로 통합시켜도 좋을 것이다. 이것도 사실 두루뭉술한 말 뿐이어서 조금 더 생각해보고 조금 더 책을 읽어봐야 할 것이다. 


오늘도 수많은 초등학생들이 학원 뺑뺑이를 하면서 패스트푸드로 배를 채우고 있다. 하루 빨리 건강하고 올바른 교육 문화가 생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출처

1. 공부하는 학생들

http://www.news2day.co.kr/n_news/news/view.html?no=84354

2.하버드 대학교

https://storify.com/harvard

3.엠마왓슨

http://tw.gigacircle.com/2494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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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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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력고사 인문계 전국 수석, 서울대 법대, 현직 판사. 


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괴리감이 큰 단어들이다. 나 자신을 물론 주변 사람들이 저 단어들 중 하나라도 가지는 있는 경우를 거의 본적이 없다. 저자는 저 단어들을 모두 가진 사람인데 이 책을 통해 철저하게 겸손한 태도를 유지한다. 이처럼 괴리감 넘치는 스펙을 가진 사람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 상처, 분노를 가지고 있다고 역설한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이 호응한 것 같다. 우리는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인지 저런 이력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와 애초에 다르다고 생각한다(LIKE 우병우). 99%의 일반 대중을 깔보고 기사 딸린 전용차로만 이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면 그 인간적인 면모에 호감을 느낄 수 있다.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은 개인주의자라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남에게 피해보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거 하고 다른 이와의 차이를 용인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지는 것. 공감한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각종 규칙, 문화가 대부분 군대 문화에서 기인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너무 단체주의, 공동체를 우선으로 한다. 조금만 개인주의적 성향을 드러내면 그것이 마치 이기주의인 것 마냥 매도하고 공동체를 버린 독고다이 라고 욕을 한다. 그래서 많은 개인주의자들이 꾹 참고 희생하며 어느정도 맞추어 살아간다. 저자도 죽어도 가기 싫은 술자리, 주말 체육대회를 사회생활을 위해, 원만한 관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참여했다고 한다. 나 역시 저자처럼 어느정도 손해를 보며 사는 축에 속한다. 나만 잠시만 견디면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으면 그렇게 한다. 논쟁이나 싸우며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기에 참는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텐데 그러기엔 사회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것 같다. 


그 외에도 보수/진보 이념 문제, 세월호 유족에 대한 예의 문제, 우리가 배워야 할 나라들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을 밝히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대답을 쉽사리 하기 힘든 판사가 하니 큰 공감을 할 수 있었다. 



2.


반면에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도 더러 있었다. 예를 들면 SNS사용에 대한 생각. 저자는 국내 SNS문화의 허세와 도를 넘은 표현을 비판하며 인정투쟁의 소용돌이라고 하였다. 남에게 인정받으려 악을 쓰다가 결국 자신을 잃는다는 것이 요지. 그러면서 곧바로 자신의 SNS 사용에 대해 고찰하는데 자신은 결국 재미있어서 사용한다고 말한다. 나 자신의 생각을 관찰하는 데서 큰 재미를 느끼고 다른 이들의 반응이 더해지면 더 재미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다른 SNS하는 사람들은 재미는 하나도 없지만 단지 인정을 받기 위해서 전투적으로 SNS를 하고 자신은 인정은 바라지도 않고 단지 재미를 위해서 글을 쓴다는 것인데,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둘다 똑 같은 것이라고 보는데 내가 그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일수도 있다. 하긴 다른 사람과 100% 동의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SNS를 이용하는 그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 자유롭게 SNS를 이용할 수 있으니!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 생각도 있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구나 라고 느낄 수 있어서 좋은 책이다. 사회의 빈부격차가 점점 벌어질수록, 양극화의 골이 깊어질수록 이렇게 가교 역할을 하는 책이 필요하다. 대다수 민중이 공감하는 바를 전문가 집단 역시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말해줘야 사회가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연결이다.



3. <인상깊은 구절>


p.13 – 사회에 나와 지금까지 겪어온 사람들의 모습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누구나 자기 몫의 아픔은 안고 살고 있더라는 거다. 어떤 때는 다른 것은 몰라도 고통만큼은 평등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자도 권력자도 스타도 화려한 겉껍질 속에는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가득했다.


p.116 – 빈곤 청년층은 알바하랴 구직 활동하랴 생존 자체가 급해서 투쟁할 여력이 없다. 반면 그럭저럭 일자리를 구한 청년들은 월급은 적고 미래에 대한 큰 꿈은 없지만, 적은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취미 생활에 만족하면서 저성장시대에 맞게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럭저럭 즐거운데 왜 꼭 투쟁을 해야 하나?


p.297 – 한 개인으로 자기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만도 전쟁같이 힘든 세상이다.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업 관문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혼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고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런 개인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배려해주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또 그렇기에 얼마나 귀한 일인가.




출처

1.문유석 판사 사진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84682

2.가교 사진

https://unsplash.com/search/bridge?photo=nrLtvA05j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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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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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매일 읽는다. 경제 관련 기사를 좋아하는데 재미있기도 하고 뭔가 지식이 늘어가는 기분에 만족스럽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중요한 정보를 아는 것 같다. 앨런 미국 FED의장이 금리 인상에 대해 시사했다 더라 라는 기사를 이해하면서 괜히 스스로에게 우쭐해진다. 



그래서 신문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다. 물론 조중동은 너무 친기업적, 친정부적이고 경향,한겨레는 반기업적,공격적 신문라는 많은 말을 들었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중립 언론은 없다기에 무조건 하나의 신문 내용을 믿지는 않지만 물가가 이렇더라, 인도에서 폭동이 일어났더라 라는 사실은 그냥 지식으로 흡수하고자 한다. 그런데 신문과 달리 뉴스는 또 안 좋아한다. 티비 뉴스는 내가 기사를 골라볼 수 없고 그냥 하염없이 보기만 하지만 신문은 내가 읽고 싶은 기사를 골라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상보다 활자가 최고라는 아날로그적 취향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신문 기사를 선택하여 읽고 있다는 착각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깨닫는다. 신문의 모든 내용은 이미 그들의 입맛대로 선택되어 나열된 기사일 뿐이다. 정치는 물론이거니와 국제, 생활 전반 뉴스 모두 선택되었다. 전세계에서 매초 마다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가나에서의 정치 스캔들이 중앙일보의 국제면을 장식하는 것은 그것이 남아공의 경제문제보다 국내 독자들에게 중요할 것이라는 신문사의 판단 때문이다. 청년의 취업난 관련 기사가 르포로 구성되어 신문 2면을 차지하는 것은 그것이 저출산율의 원인 분석보다 중요할 것이라는 신문사의 판단 때문이다. 모든 것은 이미 재단되었다. 그 속에서 우리가 입맛대로 기사를 골라 읽는다? 이미 짜장면으로 메뉴를 통일 시켜놓고 간짜장, 쟁반짜장, 일반짜장 고르라는 것과 다름 없다. 짬뽕이나 볶음밥을 먹고 싶은 사람도 분명 있다.


물론 언론사들은 모든 독자를 고려해서 기사를 만들 수 없다. 가장 일반적인 대중을 위해 제한된 지면과 제한된 뉴스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채워야 한다. 그럼에도 가끔은 왜 다른 소식이 아닌 이 소식을 우리가 들어야 하는 내용들이 많다. 우리는 왜 헐리우드 배우의 이혼을 국제면에서 읽어야 하는 것일까. 작가 알랭 드 보통의 나라 영국에서도 연예 기사가 타국의 독재 관련 기사보다 조회수에서 천 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뉴스는 그저 우리의 관심을 끌고, 생각없이 받아들이기 위해 짜여진 각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저자는 뉴스를 포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뉴스가 더 이상 우리에게 독창적이거나 중요한 어떤 것을 전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혼자만의 생각 시간을 가져야 함을 역설한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정보들에 노출되어 잠자는 시간을 빼고 항상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매초 마다 업데이트 되는 인터넷 기사들, 커뮤니티 글에 우리는 생각할 시간 없이 그저 받아들이 데에도 버거워 한다. 그래서 가끔은 전자기기를 끄고 잠시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신문읽기에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 그 시간에 명상을 하던가 뭐 잡스러운 글이라도 쓰자고 마음 먹었다. 단순히 정보를 많이 아는 암기왕이 되기보다는 세상 돌아가는 일 조금은 몰라도 생각 깊은 사람이 좋다. 대학교 시절 가장 감명 깊게 들었던 예술 수업에서 교수님이 영화 ‘희생’을 보여주시며 우리는 죽은 나무에 물을 주는 주인공처럼 가끔은 쓸모 없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 때도 쓸데없는 일을 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여전히 하지 못한다. 쓸데없는 일을 하자고 마음먹는 것도 우습다. 



<인상깊은 구절>

p.205 – ‘셀레브리티 문화’를 콕 집어 부도덕한 젊은이들 탓이라며 비난하는 사람은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셀러브리티 문화의 진짜 원인은 자기도취적인 얄팍함이 아니다. 진짜 이유는 친절함의 부족이다. 현대 세계가 셀러브리티에 목을 매는 한, 우리는 부박하기보다는 불친철한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우리나라에 대한 단상인 줄 알았다. 친절의 부재. 그것이 우리가 이렇게 연예계에 열광하는지를 설명해 주다니 놀랍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지 못하기에 명성으로 배려를 받고자 하는 우리들. 동방예의지국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나. 너무나 경쟁적이다. 어떻게 해야 다시금 친절한 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연구해 봐야겠다. 어린 나이에 시작되는 학교에서의 경쟁이 제일 먼저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다. 군대문화에서 따온 줄 세우기 문화, 정량적 평가. 꼭 바꿔야 한다.


p.258 – 우리는 그저 물건을 소유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변화하길 바라는 것이다. 우리 시대를 다른 시대와 뚜렷이 구분되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물질적 상품의 획득을 통해 각종 복잡한 심리적 목표를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우리의 야망이다.

-> ‘몽블랑’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한다. 성공한 비즈니스맨이 될 것만 같다. 몽블랑 가방에서 몽블랑 만년필을 꺼내 사인하는 모습. 그렇게 변화하길 바란다. 평소에 사치품을 싫어한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이렇게 보니 그 누구보다 사치품을 좋아하는 마음은 강렬하다…아직도 더 큰 사람이 되기에는 멀었다



출처

1.뉴스보는사진

https://unsplash.com/search/newspaper?photo=rFUFqjEKzfY

2.바닷가사진

https://unsplash.com/search/meditation?photo=dDCf0-c4R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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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17-02-23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주변에 책에 대한 호불호가 갈려서 책에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서평을 읽고 아...일상의 철학자란 저자의 별명이 떠오르네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중요성도 한번 직접 깨달아보고 싶어집니다.

윙헤드 2017-02-23 16:11   좋아요 0 | URL
말씀대로 알랭 드 보통이 우리의 일상에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말해주는것 같아요:) 저도 아무것도 하지않음의 중요성을 깨닫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뭐라도 생산적인것을 해야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쉽게 쓸데없는짓을 하지 못하네요ㅜㅜ
 
휘게 스타일 - 덴마크 사람들의 편안하고 따뜻한 집과 생활
마리 토렐 소더버그 지음, 정여진 옮김 / 위즈덤스타일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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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휘게는 덴마크 용어로 편안함, 안락함을 의미하여 가족, 친구 또는 혼자서 여유롭고 따뜻한 시간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집에서 양초를 켜고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해먹고, 책을 읽고, 뜨개질을 하고, 핫초콜릿을 먹는 등 일상에 작은 행복을 주는 시간을 전반적으로 의미한다. 이 용어는 몇몇 트렌드 전문가들이 올해 한국의 화두어로 제시했으며 관련 책들도 슬금슬금 출판되고 있다. 그리고 ‘휘게’는 한국에서 인기를 끌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화두는 자존감, 혼자만의 시간이다. 혼밥족, 혼술족은 이제 일상용어가 되었고,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가면 자신을 성찰하는 인문학 책이 그렇게 인기가 많다. 복잡한 사회생활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방증이다.




향초 문화는 한국에서 이미 2년 전에 한 번 붐이 일었고, 현재 진행형이다. 경제가 어려워도 디저트 산업은 여전히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바쁜 일상에 작은 사치, 작은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이다. 대만 카스텔라, 프랑스 마카롱 등 점점 고급스러운 디저트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오고 있는게 이를 말해준다. 셀프 인테리어 시장도 커지며 가성비 높은 가구를 많이 찾고 있고 여러모로 혼자를 위한 생활로 변해가고 있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북유럽 문화에 동경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인 ‘휘게’라면 확실히 인기가 좋을 것이다.


한국은 지금보다 휘게 문화가 더 필요하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휴식, 여유를 포기, 도태로 인식하고 있다. 모든 어린이들이 개미와 베짱이 우화를 읽으며 컸을 것이고 베짱이보다 개미가 훨씬 낫다는 생각을 가지며 자란다. 학교를 다니면 방학에는 학기중보다 공부를 더하고 직장에서는 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 잠시라도 쉬면 남들보다 뒤쳐지기에 그렇게 모두가 숨이 턱턱 막히며 달린다. 그런데, 그렇게 달렸는데도 집 한 채 사지 못하고 개천에서 용이 나지를 못한다. 그래서 최근 들어 개미에 대한 회의감과 함께 베짱이의 여유로운 삶이 각광받고 있지 않나 싶다. 




YOLO(You Live Only Once)는 전세계 젊은이들의 화두인데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쓰이며 저마다 하고 싶은 일을 현재에 하기 시작한다. 미래가 더 암울해질 것을 알기에. 휘게 문화의 활성화는 이런 변화에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모두가 다이어트를 할 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초콜릿 케이크를 먹는 행복이 결코 죄악이 아님을, 일요일에 정오 넘어 느지막히 일어나 친구들과 파스타를 해먹어도 결코 뒤쳐지는 것이 아니라는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 휘게는 한국 사람들에게 한 숨 돌릴 여유를 줄 수 있다. 



2.

다만 진정한 휘게는 아닌 변형된 모습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덴마크에서의 휘게는 ‘같이’하는 활동이다. 집 안을 편안히 꾸며 놓아 가족, 친구들이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고 같이 요리해 먹고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 반면, 한국에서는 철저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위한 휘게다. 혼술, 혼밥은 누구에게도 방해 받고 싶지 않은 의지의 표현으로 관계에 대한 거부를 나타낸다. 아마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은 서로 간에 뭘 하는지 어떤 가치관을 지니는지 신경 쓰지 않는데 비해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기 때문은 아닐까. 타인을 인정하고 배려해주기 위해서는 ‘나에 대한 이해’가 필수일 테니 ‘혼자만의 휘게’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거치면 다른 이들과의 휘게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의 한줌 여유를 주는 휘게 문화를 선도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출처

1.양초킨가족사진

http://buchbaker.tistory.com/829

2.욜로 이미지

http://www.insidefortlauderdale.com/1122/YOLO-makes-the-Banned-List

3.원룸 인테리어

http://jowook.tistory.com/entry/5%ED%8F%89-%EC%9B%90%EB%A3%B8-%EC%85%80%ED%94%84%EC%9D%B8%ED%85%8C%EB%A6%AC%EC%96%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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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이소이 요시미쓰 지음, 홍성민 옮김 / 펄북스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1.

우리나라에 도서관이나 서점이 많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은 책. 일본은 싫지만 얄미울 정도로 잘하는 것들이 많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일본의 동네도서관 형성과 유지와 같은 것 말이다. 부동산회사에서 교육, 문화 사업을 담당하며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50대의 저자, 이소이 씨가 26살의 청년에게 감명을 받아 같이 동네 도서관 사업을 시작하였다. 항상 효율, 하는 일의 의미를 따지던 저자에게 의미 없지만 따뜻하고 인간 중심적 사상을 가진 유이치라는 청년의 생각은 감명 깊었다고 한다. 부친의 낡은 건물에서 도서관을 만든 그들은 차츰, 부동산 회사의 문화공간 설계, 대학과의 연계로 동네도서관의 가치를 곳곳에 퍼트려 나갔다. 도서관은 항상 조용해야 한다는 기존의 인식을 깨고 잦은 토론활동과 강연으로 동네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스스로 이끌어 나가게 만들었다고 하니 풀뿌리 정신의 도서관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러운 점은 저자를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동네도서관의 비전에 공감하여 도서관 건립을 위해 책장도 같이 만들고 책도 기증하는 등 주체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이라는 강점이 있어 잘 뭉치고 유대감이 단단하다는 내세울 점이 있었는데 사실 요즘엔 일본이나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개인주의가 강해진 것 같아 유달리 더 부러웠다. 


우리나라도 책문화와 관련해서 힘쓰는 단체들이 있다. ‘책 읽는 지하철’이라는 시민단체는 매 격주 토요일 오전에 지하철 2호선 어느 역에서 만나 노선을 한 바퀴 돌때까지 책 읽는 플래시몹을 하는 단체이다. ‘북클럽 오리진’이라는 카카오톡의 채널은 지식문화 커뮤니티를 지향하며 여러 저자와의 대화, 토론도 열고 매일 좋은 글귀도 보내준다. 이 외에도 다른 많은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을 텐데 일본의 동네도서관 프로젝트처럼 전국구로 퍼지지 못해 아쉽다. 물론 반드시 전국구로 퍼져야 성공적인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괜스레 아쉬운 마음이 든다. 




2.

사실 동네도서관은 내가 지향하는 방향은 아니다. 나는 좋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기 때문에 동네도서관처럼 보수가 사실상 없는 일을 벌리고 싶지는 않다. 좋은 소비를 유도하면서 회사 덩치를 키워 일자리도 만들어내고 새로운 좋은 산업을 만들어내면 궁극적으로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저자는 나와 같은 사람을 많이 만났나 보다. 책 말미에 ‘돈도 안되는 걸 왜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고 하니…그의 대답은 ‘즐기는 놀이’였다. 우리는 너무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내는 것에 집착하는 데 어른에게도 가끔은 놀 수 있는, 좋은 의미의 빈둥거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동네도서관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구구절절 맞는 소리이다. 목표보다 과정을 즐기고 있다는 그의 방향을 받아들여 대충 실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내용 중에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가 참고하기에 대단히 좋다. 미국에서 일반인이었다 토드 볼 씨가 책을 좋아하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책을 공유하고자 했다. 그는 집 앞에 새집 모양의 나무상자를 만들어 누구나 책을 읽고, 가져다 놓고, 기증할 수 있게 했다. 2009년에 시작했는데 지금은 세계 75개 나라에서 2만 곳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거대한 도서관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다. 이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를 통해 이웃과의 커뮤니티가 엄청나게 늘었다고 하니 과연 즐기는 놀이로서 참 좋은 예시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하면 ‘누군가 몽땅 가져가서 중고서점에 팔겠지’, ‘새장 안에 쓰레기만 가득찰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처음에 든 생각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봐야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2015년 8월에 서울 강북구 50여 곳 소공원에 ‘리틀라이브러리 강북’을 만들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군포와 육군에도 도입이 되는 걸 보니 차츰차츰 늘어나는 것 같다. 나도 우리 동네에 하나 만들어볼까. 책값을 벌자…!!



출처

일본 이소이도서관

http://happylibrary.tistory.com/category/%ED%86%A1%ED%86%A1%20%EB%9D%BC%EC%9D%B4%EB%B8%8C%EB%9F%AC%EB%A6%AC/%EC%B1%85%EC%86%8D%EC%9D%98%20%EB%8F%84%EC%84%9C%EA%B4%80

리틀라이브러리

http://www.reading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5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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