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대리님이 여기 불친절하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생각보다 친절한데요? 아저씨 밥도 잘 갖다주시고"

오랜만에 점심시간에 도무지 찾을 곳이 없어서 간 회사앞 분식점 김밥속으로,에서 밥을 먹다가 순주씨가 말했다. 그러게 웬일로 밥은 얼마든지 줄테니 먹으란다. 그런데 밥맛이 바뀌었다. 과장님은 이거 중국산 찐쌀 아니야? 라고 말한다. 찐쌀이 아니고는 밥이 이럴 수 없다면서. 그러고 보니 식당 앞에 붙어 있던 '우리 쌀로 밥을 짓는다'는 문구가 사라진 것 같다. 나가면서 제대로 본다는 걸 잊었네.

"김밥속으로,가 불친절한 때는 '돈이 안되는 때'에요. 지금 여기서 우리는 돈이 되는 손님이잖아요"

나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 어느 정도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 믿음이 확실해진 건 김밥속으로 주인 아저씨의 얼굴을 보면서였다. 김밥속으로 주인 아저씨의 얼굴에는 정말 돈 욕심이 가득하다. 그 돈욕심이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한 때는, 회사 후배인 수현씨가 김밥 한줄을 샀을 때 아줌마가 넣어준 단무지를 아저씨가 야멸차게 뺐을 때였다. 김밥 한줄에는 단무지를 넣어주지 말라는 구박과 함께. 심지어 거기 김밥은 천 오백원인데 말이다. 카드기는 수건으로 교묘하게 감춰놨다. 이천 오백원짜리 참치 혹은 김치 김밥을 사고 가끔 법인 카드를 내야하는 상황이 오는데, 그럴 때면 온갖 싫은 표정을 다 지으신다. 그래도 우리가 자주 가는 손님이라 거부는 못한다. 세금 빠지고 수수료 빠지면 남는 것도 없으시단다. 아! 탈세도 하시나보다. (국세청에 신고할까 심각하게 고민도 했었다) 그래서 난 김밥속으로에 가면 꼭 카드를 낸다. 이건 나의 소심한 복수다. 아니다. 내 돈은 탈세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정당방위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 같은 바쁜 때에 손님이 많아 자리가 없네, 라며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면 늘 '1분'이면 자리가 난다며 일단 들어오시라며 잡는다. 1분만에 자리가 나는 법은 거의 없음에도 말이다. 그런 얘기를 해주면서 밥을 먹고 있는데 "손님이 꽉 찼거든요? 다음에 오세요" 라는 소리가 들린다. 어? 왠일이지? 오는 손님을 막다니? 라며 의아한 맘으로 고개를 들어 그 쪽을 보니 여자손님 하나가 들어오려는 걸 막는 중이다. 혼자 오는 손님이 테이블 하나 차지하는 걸 곱게 볼 리가 없지. 이 바쁜 점심시간에. 우리 테이블 뒤에 있던 그 빈 테이블이 여자손님 눈에는 안보였을까? 그 아저씨 눈에는 안보였을까?

싸고 가깝고 음식맛도 나쁘지 않은 김밥속으로에서 종종 김밥은 살지언정, 앉아서 밥을 먹는 일은 두달에 한번 있을까말까한 이유는 이런 거다. 여기서 밥을 먹고 있으면 꼭 보기에 편치 않은 일이 보인다. 그러다보면 서둘러 밥을 먹고 나오게 되고, 먹고 나서도 불쾌한 감이 찝찝하게 남는다는 것. 분명 재료도 싸구려로 쓸거야,라는 근거가 아주 없지만은 않은 툴툴댐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런데 두세달쯤 되면 또 까먹고 분식이 땡겨~ 하면서 가는 우리도 참...!

암튼 또 그렇게 불쾌하게 밥을 먹으면서 나온다. 우리는 다섯명이어서 테이블 두개를 이용했고, 이제 그 테이블을 떼면 두개의 테이블이 나온다. 대기중인 팀이 한 팀 있었고, 일어서려는 우리와 동시에 행색이 매우 초라한 아저씨 한 명이 들어온다. 자리는 분명 두 테이블이다. 그 아저씨는 그걸 확인하고 테이블쪽으로 걸어들어온다. 김밥속으로 사장님과 생김새와 마인드가 매우 비슷한 총무격의 종업원이

"잠시만요, 기다리는 분이 계시거든요?"
라며 아저씨를 저지한다. 아저씨는 황당한 표정이다.
"밖에 나가계세요"

그리고 앞팀 한팀은 여전히 안에서 기다리게 한다. 우리가 계산을 하고 나갈 때까지 김밥속으로 아저씨는 그 초라한 아저씨를 안으로 들이지도, 테이블로 안내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유리문 밖에서 계속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밖에서 기다린 적은 거의 없었던 나는 이제 여기서 김밥도 사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한다. 원래 불친절한 음식점이어서 모든 손님들에게 다 불친절하게 대하는 곳이라면 이렇게까지 불쾌하지는 않았을 거다.

얄밉다는 말도 김밥속으로에 갖다대니 귀엽다, 이건 정말 나쁘다. 아, 이 빈약한 표현력, 더가면 욕이 나올 것 같단 말이지.


혹시 나같은 사람 없나, 하고 검색해보니 이런 검색결과가 나온다.

http://kin.naver.com/db/detail.php?d1id=8&dir_id=80601&eid=keeJa8wFKZ2H7/OKpBCyrHfl16cNmyBL&qb=sei55LzTwLi3zg==

강남역 7번출구 8번출구 비추천 음식점, 가지 말아야할 음식점
(이렇게 써놓으면 검색도 되나? 내가 쫌 쪼잔하고 집요하다 뒤끝이 백만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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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08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같은 세상에 저런식으로도 장사가 된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기할 뿐입니다.^^
저러다 괜히 사람 잘못봤다 아저씨가 김밥속으로 들어가는 봉변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웽스북스 2007-11-08 10:24   좋아요 0 | URL
어어어 아저씨를 김밥속으로 넣는다? 굿~ 1만원에 파는 롱~김밥으로 (아 나 너무 잔인해 ㅋㅋ)

마늘빵 2007-11-0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목이 좋은가보군요. 그래도 장사가 잘 되는거보니. 그래서 점심시간에 혼자 분식집 가서 밥먹는건 눈치보인다니깐.

웽스북스 2007-11-09 01:14   좋아요 0 | URL
네 목이 좋은 편이죠- 강남역 8번출구쪽 스타벅스와 커피빈 맞은편이니까요 ^^ 아프님도 지나가다가라도 절대 절대 가지 마세요. 김.밥.속.으.로- 이제 논문도 끝나셨으니 혼자 분식집 가실 일도 없으시겠네요 ^^

시비돌이 2007-11-09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장님 웬지 안쓰럽네요. 살만할텐데, 굳이 그렇게 사셔야 하는지, 그렇게 사시니까 살만해진건지, 근데 거기 되게 자주 가는데, 김밥속으로는 못봤어요. 전 모퉁이에 있는 골목집인가에서 수제비라짬뽕 이런 걸 즐겨 먹죠. ^^

웽스북스 2007-11-09 09:36   좋아요 0 | URL
성격 자체가 원래 그러신듯- 가끔 은행에서도 만나는데 돈을 갖다 맡기는 얼굴이 또 얼마나 표독표독해 보이는지 말이죠! 지나가다가 흘깃 한번 보세요- 라면집에서 강남역쪽으로 서른발자국만 걸어가면 되요~ GS25 바로 옆! 절대 들어가지는 마시고요... (사람많은 시간에 혼자라면 더더욱~)근데 그 골목집 수제비라짬뽕 맛있죠 ㅋㅋㅋ 걸쭉한 것이~ 그집 김치볶음밥도 맛있어서 자주 먹었어요 ^^ (언제쯤 한번은 스쳤을듯? ㅎㅎ 요즘엔 잘 안가지만 ;;)

시비돌이 2007-11-09 18:08   좋아요 0 | URL
아, GS23 옆집이 케밥속으로군요.(나름 플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ㅋㅋ) 두세번 갔던 것 같아요. 근데 전 성격상 사람 많을때는 아예 안들어가고, 다른 사람들이랑 움직이는 시간도 좀 달라서 사람 없을때만 갔기 때문에 못 느꼈던 것 같습니다.

웽스북스 2007-11-10 00:08   좋아요 0 | URL
앗 이미 가셨던 곳이군요- 케밥속으로 캐안습 ㅋㅋ
앞으로는 가지 마세요!

가시장미 2007-11-09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 지금 김밥먹고 있는데.. 으흐흐흐... 글의 내용과 전혀 상관 없는 댓글! -_-a

웽스북스 2007-11-09 13:05   좋아요 0 | URL
흐흐 무슨김밥 드시나요? 저는 김치김밥을 좋아한답니다~

푸른신기루 2007-11-10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아저씨 참 나쁘네요. 미워요!!
그렇게 굴어도 장사가 되나보네요, 쳇쳇쳇.

웽스북스 2007-11-10 00:09   좋아요 0 | URL
아 전 그걸 맨날 혼동하는 얼빵한 아가씨랍니다 ㅋㅋ
감사해요 ^^

산사춘 2007-11-10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 읽고 같이 불쾌해졌었는데(칭찬인가?),
태그읽고 유쾌해졌어요.
분명 악행이 더 있었을 거야요. ㅎㅎ

웽스북스 2007-11-10 01:08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ㅋㅋ
제 별명이 뒤끝백만년이거든요- 걸리기만 해봐라 그냥~ ㅋㅋ
 



중앙선데이는 우리나라에는 고품격 주간 '신문'이 없다며, 고품격 주간신문을 표방하고 중앙일보사에서 야심차게 만든 신문이다. 그러면서 이름이 중앙선데이라는 건 중앙선데이의 태생적 아이러니라며 나는 마구 웃었다. 고품격신문답게 자전거 주고 신문 파는 저급한 짓 따위는 하지 않겠다,며 매우 고고하게 나오고 있지만, 그 고고한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중앙일보와 계열사 직원들은 모두 중앙선데이의 영업사원이 되고 있다. 중앙선데이의 판매실적을 팀별로 경쟁하는 실정이니 이는 그야말로 오호 통제라이다. 일례로 나는 중앙선데이의 구독 권유를 조인스에 다니는 친구에게 한번 받았고, 조인스를 거래처로 두고 있는 우리 회사 역시 중앙 선데이의 구독 권유를 받아 회사 차원에서 몇부 구독하고 있으며, 조인스를 거래처로 두고 있는 우리 회사 거래처에서 공짜로 중앙선데이를 보게 해줄테니 보겠냐고 묻기도 했다.

이런 실정이니 우리집에도 일주일에 한번씩 중앙선데이가 배달돼온다. 공짜로 봤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조인스에 다니는 친구의 구독권유로 중앙선데이를 보게 됐다. 한달에 구독료 오천원. 아직 한번도 내지는 않았지만 나는 중앙선데이의 유료독자다. 이 친구가 나에게 이런 권유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 때문에 나는 군소리하지 않고 그러마했다. 덕분에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교회를 가려고 문을 열면 묵직한 신문 끌리는 소리가 나고 나는 그 신문을 집안으로 던져놓은 채 교회로 뛰어간다. 교회에 다녀와 내가 이 신문을 보는 시간은 길어야 10분 정도. 그나마 메인판은 한번 훑어보거나 잘 펼쳐보지도 않고, 같이 딸려오는 매거진 쪽에 관심있는 작가나 책이 소개될 때만 열심히 보는 편이다. 고종석은 욕하기 위해 조선일보를 본다던데, 나는 욕하기 위해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할만큼 열정적인 인물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오늘은 메인 신문을 먼저 펼쳤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삼성 관련 기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가 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매우 열심히 눈알을 굴려가며 신문을 넘겼다. 하지만 삼성의 '삼'자도 찾을 수 없다. 유일하게 찾을 수 있는 삼성이라는 글자는, 어쩐지 기사 대신에 위치하고 있는 것만 같은 삼성증권 전면광고.

그 전면 광고를 보는 순간 멍해졌다. 아, 나는 중앙일보에 뭘 기대하고 있었던걸까. 친구한테 미안하더라도 그냥 이제 끊어버려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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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녀의 퇴사 이유
    from 지극히 개인적인 2008-09-21 21:51 
    오늘 오후엔 모처럼 교회 사람들과 커피 한잔을 마셨다. 20대 초반 두 아가씨의 우여곡절 끝의 취업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 사실 나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요 두 아가씨와는 무슨 얘기를 해야될지 잘 모르겠다. 아무리 우리가 같은 80년대 생이라지만(!!) 첫 세대이고 마지막 세대여서 그런가. 아니다, 뭐 이런 이해 따위. 그냥 다른 인간이다. 그래서, 좀 잘 지내보려고 노력해도 잘 안된다. 흡흡. 이 얘기를 하
 
 
마노아 2007-11-05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른 끊으셔요..;;;;

웽스북스 2007-11-06 00:27   좋아요 0 | URL
흑 제가 좀 인정에 약해서요 ㅠㅠ

무스탕 2007-11-05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군요... -_-;;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얼른 결정 내리시는게 정신건강에도 좋겠습니다..

웽스북스 2007-11-06 00:28   좋아요 0 | URL
오늘아침에 친구랑 메신저로 얘기하면서, 나 그거 끊을래,라고 말하며 미안해하는게 정신건강에 더 해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버렸어요 ㅠ_ㅠ 험난한 세상 어찌 살아가야할지 흑

순오기 2007-11-05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언론 전공인가봐요?
친구 때문에 봐야하는 것도 우리의 현실이지요.

웽스북스 2007-11-06 00:28   좋아요 0 | URL
다시 대학에 들어간다면 언론을 전공하지는 않았을 거에요- ㅎㅎ 그래도 뭐 비싼돈 내고 대학 다시 다닐 수는 없고 말이죠 ㅋㅋ 친구때문에 봐야하는 게 현실, 맞아요 정말 ㅠ_ㅠ
 

 

소풍이라는 단어는 참 낭만적이다
직장인들은 햇살이 유난히도 따뜻한 날이면
아~ 소풍가고 싶다~! 를 외치곤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낭만적인 소풍
그러니까,

1. 김밥 싸 들고
2. 자연과 함께하며,
3. 즐거운 담소를 나누며
4. 한가로이 보내는

소풍을 갔던 적은 나 역시도 몇번 되지 않는 것 같다
4호선라인의 서울랜드와 서울대공원을 번갈아가며
중학교 이후의 소풍은 거의 그렇게 점철되어 있고
여기저기서 소풍 온 학생들로 난장판이 된 놀이공원에서
악다구니를 쓰며 놀이기구를 탔던 것 외에
기억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꼭 한 번 기억에 남는 소풍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반별 자치소풍이라는 걸 했었는데,
우리 반은 그 때 기차를 타고 강촌으로 소풍을 갔었다

그게 대학생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 있겠으나,
대학생들을 동경하는 고등학생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고

그 날의 장면장면은 10년이 흐른 지금도 (헉, 정말 10년?)
참 행복한 일상으로 남아 있다




아침 출근길에서
악다구니를 쓰며 지하철에 오르는 학생들을
봄, 가을, 1년에 두번, 일정 기간동안 만나게 된다

늘 말하지만,
서울랜드 가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다가
롯데월드 가는 지하철로 갈아타는 나로서는
이 기간이 정말 지옥이다

그렇게 매년 만나도,
만날 때마다 참 만감이 교차한다

처음에는 출근시간에 대한 배려,
그리고 그 시간에 지하철을 타야 하는 아이들의 불편함에 대한 배려가 없는
학교와 선생님들에게 화가 났지만
나중에는 매년 변함없이. 정말 소풍 장소를

이/렇/게/밖/에/못/정/하/는!
선생님들과 학교에 화가 난다

조금 더 고민해보면
아이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텐데,

이렇게 매년, 소풍이랍시고
아직 경험하지 않아도 될 지옥같은 출근 지하철을 경험하며
인공적인 랜드와 위험한 월드로 몰려가는 아이들은
2006년의 소풍과 2007년의 소풍을 구분해 기억하지 못하겠지


내 아이가 소풍을 갈 때쯤은
소풍이 좀더 소풍다워지길

 

PS
강북으로 출근하는 친구는 청계천 소풍가는 학생들 때문에 곤혹을 치른단다
도무지 이 개성없음이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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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10-19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남친은 집이 창원인데 고등학교 때 소풍으로 '에버랜드'에 갔다더군요.
이건 뭐 전국적으로 소풍이라면 놀이공원인지 -_-;;
저도 롯데월드, 에버랜드, 심지어 초등학교 땐 동네에 있는 드림랜드까지;;
온갖 놀이공원을 섭렵했군요 -_-;;
(서울랜드는 고등학교 때 학교 연중행사인 마라톤 하러 갔었어요-_-;;)

순오기 2007-10-19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2 우리아들, 오늘 광주의 패밀리랜드로 갔다가 방금 돌아왔어요.
몰개성, 천편일률 우리 교육의 현주소..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정하면 좀 좋아요!
교육부 장관이 바뀌어도 그 타령, 교육감이 바뀌어도 그 모냥...에구!!

웽스북스 2007-10-21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순오기님
창원에서도 광주에서도 소풍은 역시 랜드~로군요- ㅠㅠ
이매지님 // 그러고보면 지리적 조건도 무시 못하죠, 저희도 서울랜드와 대공원 ;; 드림랜드는 한번도 안가봤어요
순오기님 // 윗분들 바뀌어도, 애들한테 소풍이 추억이 되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공감을 얼마나들 하시겠어요 ;;
 



당신 1 : 약도 제작자 - 제발 보기 쉬운 약도를 만들어주세요

저처럼 길치에 몸치에 방향치인 사람은 약도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찾아가는 데 익숙지 못하답니다. 어제 삼성역에 있는 모 기구로 외근을 가는데, 어찌나 거리감각이 떨어지시는지요- 혼자 10분 도 넘게 헤매다 지각 목전에서 겨우 겨우 찾아 세이프를 해 들어간 저는 정말이지 이 약도 그리신 분을 수소문해서 한대 때려주고 싶었어요

당신 2 : 서적 제작자 - 제발 책좀 가볍게 만들어주세요

당신이 생각하는 책의 의미와 제가 생각하는 책의 의미가 다른가봐요- 책은 꽂아두기 위한 게 아니라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 위한 거잖아요- 출퇴근길에 책들다가 무거워서 쓰러지겠어요- 하드커버로 만들어서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게 그 핑계로 더 받아먹을 수 있는 책값, 정도라면 그냥 가볍게 만들고 비싸게 책값 받으세요- 좋은 책이라면 기꺼이 내드릴게요- 이건 완전 종이낭비, 힘낭비

당신 3 : 구두 만드시는 분 - 제발 예쁜 5cm굽 신발좀 만들어주세요

7cm 신발을 신는 일은 정말 힘들어요- 굽없는 신발을 신으면 굽에 맞춰놓은 바지가 땅에 끌려요- 다리도 짧아 보여요- 이런 생각을 하는 아가씨들 의외로 많다고요- 어째 신발의 굽이 죄다 높거나 낮거나인가요- 예쁜 5cm굽 신발은 왜이렇게 찾기가 어려운 건가요- 예쁜 5cm 굽 신발 좀 만들어주세요! 나 단골할게요

당신 4 : 우리회사 모 개발 담당 과장님 - 기획의 부재 기획의 부재 하지 마세요!

칼럼이 들어갈 게시판의 글자수를 1000자로 제한해 두시고서는, 저에게 기획의 부재라뇨! 1000자는 A4 2/3 정도라고요- 그건 상식의 문제이지 기획의 문제가 아니라고요- 할 일은 산더미처럼 밀려있는데, 내 눈은 너구리가 되고 있는데 맨날 그렇게 칼퇴근하면 정말 더 미워할 거에요! 백만년만에 한번 야근하면서 그렇게 생색내시면 정말 더더 미워할 거에요- 과장님은 제 일을 '해주고' 계신 게 아니라 과장님의 일을 '하고' 계신 거라고요 직급도 경력도 한참 아래인 제가 과장님 어르고 달래고 구슬려가면서 일을 해야겠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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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0-17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짤꼬?~~~~~ 몸에서 화가 안 빠져 나가면 결국 원형 탈모가 오더라고요.
화가 위로 치솟아 모근을 태워버린다네요. 잔디밭에 불 피우면 고 주위만 타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한의사님이 제게 설명해 주셨어요.
웬디양님, 속터질 일 참 많은 세상살이죠~~~ㅎㅎ 어쩌겠어요 그래도 웃고 살아야 몸에 좋다는데~~ 한번 억지로라도 하하하~~ ^*^ 속 풀릴때까지 그 과장님 엄청 씹든지요!!

웽스북스 2007-10-17 23:27   좋아요 0 | URL
전 머리숱이 많아서 탈모는 겁나지 않는데, 자꾸만 가슴이 꽉꽉 막혀서 호흡기 질환을 심각하게 의심했었어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과장님을 향한 제 마음을 이해해 주시는 분들은 많아요 ㅠㅠ

2007-10-17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7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07-10-17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제 남친도 어제 무슨 경품 받으러 간다고 길을 나섰는데
약도가 어찌나 엉터리인지 못 찾아서 한참 고생했다고 하데요-
약도 그리는 것도 일종의 능력인 것 같아요. ㅎ
2. 저도 무거워서 집에만 놓고 읽는 책들이 있는데 속도가 영 안나요 ㅠ_ㅠ
가벼우면 들고다니면서라도 읽을텐데 ㅠ_ㅠ
3. 예쁜 7,8센치 굽들은 넘쳐나는데 5센치는 정말 보기 힘들죠 ㅎ
저는 그냥 7센치 신고 뛰어다닐랍니다 ㅠ_ㅠ
사실 바지도 죄다 7센치에 맞게 줄여놔서 5센치 신어도 끌릴지도.
4. 초콜렛이라도 하나 드시며 릴렉스 하심은 어떨지;; 기운내세요 ㅠ_ㅠ

웽스북스 2007-10-17 23:30   좋아요 0 | URL
1. 혹시 어느 동네를 헤맸나요? 같은 동네를 헤맨건 아닌지 ㅋㅋㅋㅋ 암튼 퀵서비스 아저씨한테 길설명도 제대로 못해주는 저로서 떳떳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약도 만든 사람은 한대 때려주고 싶었어요
2. 그니까요 ㅠㅠ 집에 있는 시간도 많지 않고 말이죠
3. 흐흐흐흐 꿋꿋하게!
4. 고마워요 ㅠ_ㅠ

마늘빵 2007-10-18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들은 5센티 미만으로 신고다니라 으쌰으쌰. 같이 걷기 민망하다. 으쌰으쌰.

웽스북스 2007-10-18 00:44   좋아요 0 | URL
아프님은 키가 꽤 크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잘 기억은 안나지만 ㅋ
애니웨이, 같이 걷기는 여자들도 민망하긴 하죠- ㅋ 5센티 이하 신발 예쁘게 많이 만들어달라고 민원넣어주세요!

Jade 2007-10-18 0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5cm굽 있었으면 좋겠어요 ㅋㅋ 전 키가 큰 편이라 7cm신으면 왠만한 남자들하고 비슷해서...문제는 제가 여자라 그런지 보기보다 더 커보인다는 거죠 -_-;;

웽스북스 2007-10-18 09:35   좋아요 0 | URL
으흑, 제이드님,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는 분이셨군요- ㅠㅠ
(근데 왜 도대체 안만드냐고요 ㅠㅠ)

프레이야 2007-10-29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 커서 고민이시라니 흐흑 부러워요. 전 예쁜 7센티굽 구두요!!
웬디양님, 근데 스트레스 덜 받도록 하셔야 할 텐데요, 화가 안 빠져나가면 위험해요.
(그러는 저도 오늘 아침 화 한바탕 냈어요. 그러곤 빠져나갔으니 건강엔 오히려
좋은걸까요.) 오늘 하루 웃으며 지내봐요, 우리^^

웽스북스 2007-10-22 12:28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해요 혜경님, 뒤늦게 봤네요 ㅎㅎ
웃으며 잘 지내셨지요? ^^
 



스타벅스에 자주 간다는 건, 실은 내게는 매우 밝히기 부끄러운, 마치 청산하지 못한 과거사 같은 일이다. 일단 좀 치사하지만 핑계를 좀 대보자면 회사 건물 2층의 스타벅스는 회의장소이기도 하고 미팅 장소이기도 하고 사교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저런 목적 이외에, 단순히 커피를 사러 스타벅스에 가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나는 자꾸만 이게 부끄러워졌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스타벅스에 쓰여져 있는, 자신들은 커피농가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한다는 말에 괜스레 위안을 받는다. 그래그래 저렇게까지 써놨는데 노력하겠지, 하지만 스타벅스의 수익금이 전쟁자금으로 쓰인다는 사실은 뭘로 위안을 받을래, 라고 마음은 외치지만 아침이면 나는 피폐한 몸과 마음을 오늘의 커피 한 잔으로 달랜다. 참 대책없는 인간이다. 내가 오늘부터 스타벅스 커피를 끊겠어요~~~라고 외치면 주위 사람들은 나를 양치기소녀 바라보듯 한다 ㅠ 아 무너진 신뢰여, 자초한 슬픔이여

지난 번 쓴 글에 잠깐 언급한 '언니'는 얼마 전부터 아름다운 가게의 매니저로 일한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히말라야의 선물,이라는 대안무역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는 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공정무역이라는 말 대신 대안무역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는 얼핏 듣기로는 공정무역,이라는 말에는 아직 미치지 못할 가격을 주고 사오기 때문이라는데 직관적으로 듣기에는 대안의 대상이 일단 명확하지 않게 느껴진다. 인식의 확산을 위해 어떤 단어가 더 좋을지는 좀 더 고민해 볼 문제로 생각된다) 토요일날 언니 위로차 노동 봉사를 제공하기 위해 찾아간 나에게 언니는 히말라야의 선물을 한상자 줬다. 티백 12개가 들어있는 1박스의 가격은 5000원이다. 다소 비싸다. 네팔에서 일반 거래 가격의 30배 가격을 지불한 커피다. 아라비카종 100%, 무공해, 무농약 재배 커피라고 한다.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은 확산되야 한다. 거대 기업들이 중간에서 부당 이익을 챙기는 동안 피폐해져 버린 현지인들의 삶에 대해,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도 뜨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고 나는 믿기에 주위에 이런 움직임들이 많아지기 소원한다. 그래야 나 역시, '주위에서 찾기 힘들기 때문에 이용하지 못한다'는 얄팍한 핑계를 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연유로 히말라야의 선물을 받아 들고 오는 내 마음은 참 가볍고도 무거웠다. 맛있어라, 제발 맛있어라, 앞으로 쭉 먹는다, 맛있어라, 맛있기만 해라, 라고 이미 만들어진 커피에게 '부디 맛있어 줄' 막중한 책임감을 부여했다. 그렇지만 탕약처럼 진한 오늘의 커피에 길들여진 내게, 티백형인 히말라야의 선물이 주는 포스는 한없이 약했다. 아...! 이걸 어쩌나-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결국 회사로는 커피를 가져가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아침이 되면 독한 오늘의 커피를 찾았다
 
그런데 그후 3일, 나는 처음 히말라야의 선물을 마시던 그 저녁시간만 되면 히말라야의 선물이 떠올랐다. 일요일, 월요일, 그리고 오늘, 저녁을 먹고 3일 연속 잘 소화가 되지 않았는데, 그 때 꼭 이 커피가 마시고 싶더라는 거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소화가 잘되고 (커피가 소화제이더냐 -_-) 기분이 좋아졌다 (커피가 마약이더냐 -_-)

그래서 나는 일단, 히말라야의 선물을 사랑해보기로 한다. 몇개 주문을 더 넣고, 내일은 회사로 가져가야지. 쉽지 않은 일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시작해 봐야지- 양치기소녀! 이번엔 잘해보시삼!

   
  공정무역, 그건 참 멋진 아이디어죠. 그러나 그 일을 해 내기 위해선 더디고 지루한 과정과 실패의 경험을 통과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삶의 호흡으로 나가는 운동은 그만큼 긴 시간이 걸리고, 천천히 변해가는 거니까요 <임영신 - 평화는 나의 여행 中>  
   

더 관심 있으신 분은 아래 기사를 읽어보세요

<한겨레 21 공정무역 특집 기사>

http://h21.hani.co.kr/section-021003000/2007/08/021003000200708230674006.html
http://www.hani.co.kr/section-021003000/2007/08/021003000200708230674010.html
http://h21.hani.co.kr/section-021003000/2007/08/021003000200708230674015.html
http://h21.hani.co.kr/section-021003000/2007/08/0210030002007082306740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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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0-10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년전 한겨레21 통해서 그런 기사 읽었어요. 전쟁자금 어쩌고 하는. 사실 이런거 저런거 다 따지면 갈 데가 없지만, 스타벅스에 대해서는 저도 지키고 있는 중이랍니다.

웽스북스 2007-10-10 11:53   좋아요 0 | URL
아프님도 그러셨군요 ^^
오늘은 아침부터 히말라야의 선물을 마셨더니, 배고파요 흑!

얼음장수 2007-10-10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가 소화제이더냐? 커피가 마약이더냐?
맘을 착하게 먹으면 커피가 소화제고 마약일 수도 있는 것이로군요...

웽스북스 2007-10-10 11:53   좋아요 0 | URL
마음을 착하게 먹은 게 아니라 애가 촌스러워서 그래요 ㅋㅋ
(아 부끄럽다 ㅋㅋ)

2007-10-10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7-10-10 11:53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가게에서 운영하는 아름다운 커피(http://www.beautifulcoffee.com/)에서 구매가 가능하답니다 ^^ 맛있게 드세요~ (소화 안될 때 짱~)

Heⓔ 2007-10-10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전 커피 안 갈아놓은 거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안 비싸네요..
차라리 비쌌으면 지름신이 물러갔을텐데..orz..
요새 안 그래도 커피지름신이 쓰나미를 몰고 왔는데..
이런 페이퍼는.......눈팅만 하던 지름신의 부하놈들이..
떼거지로 장바구니에 들어가게 만드는..orz....

웽스북스 2007-10-11 00:30   좋아요 0 | URL
후후 나 한건 한거에요? ^^ 앗싸~
질러질러질러요

하루(春) 2007-10-11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

웽스북스 2007-10-11 23:32   좋아요 0 | URL
앗, 하루님! 반갑고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