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많은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영어로 된 철학 강의들을 찾아 듣고(유튭 등등에 널려 있다), 읽어야 할 논문을 소리 내어 읽었다. 영어, 공부해야 한다.

2. 얼마 전 장하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내가 들어본 영어 발음 중 -나의 것을 빼고- 최고로 엉망이었다. 반기문은 양반이다! 두 가지 모순된 감정을 느낀다. 첫째, 저렇게 발음이 엉망이지만 장하준이 당대의 최고급 경제학자 중 하나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즉,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어느 정도 위안이 되는 얘기. 둘째, 장하준은 20 대 중후반에 영국에 넘어왔다고 한다. 아주 많이 늦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그의 영어 발음은 썩었고 나쁜 습관들로 가득 차 있다(장하준은 어두에 tha, tha 거리는 아주 나쁜 습관이 있는데 나같이 영어가 엄청 후진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장하준의 영어를 듣고 나서 나도 몇 칠 계속 다다 거리게 되더라... 감염 초기였는지 지금은 치유된 것 같다. 다시는 장하준이 영어로 말하는 걸 듣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난 개선 불능이겠군... 하는 생각에 침울해 졌다. 나의 잠정적인 결론은, 장하준은 이미 어느 정도 학적으로 완성된 상태에서 영국에 와서, 즉 그가 가진 탁월한 콘텐츠가 영어 발음의 사소한 문제 따위를 압도해서, 다시 말해서 사람들이 언제나 장하준의 말에 자신들의 귀를 적응시켜 주어서, 영어 발음의 사소한  문제가 그에게 진정한 문제로 떠오른 적은 없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것. 이 결론은 내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영어, 공부해야 한다. (그러면 나아질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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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5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weekly 2012-10-25 16:28   좋아요 0 | URL
아, 철학 전공이셨군요?^^ 저희는 주로 20, 30 페이지 짜리 논문들을 읽는데... 어렵지요. 지식 이론에 대한 논문들을 읽다가 막히면 '구체적인 어떤 대상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지식 자체에 대한 정의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철학적 고민"에 빠져 들기도 하고요. 물론, 사고를 피하기 위한 사고는 사고가 아니고, 그러므로 철학도 아니겠지만요... (럿셀이 후기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갖고 있던 의구심이 이런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스피노자는 영미권에서는 그닥 진지하게 다뤄지는 철학자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다니는 학교의 이번 학기 시간표에도 스피노자는 없습니다. 음... 역으로 깊게 다뤄 볼 여지도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런가요? 그런가? 하면서 혼자 미소짓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