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의 몽타주 새움청소년문학 1
차영민 지음 / 새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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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나면서 우리가 선택하지 못하는 게 몇 가지 있다. 부모나 형제 자매가 있고, 엄마와 아빠의 유전자로 만들어진 "나"라는 생김새가 그렇다. 나보다 남들이 더 많이 쳐다보는 내 얼굴은 아쉽게도 옵션으로 선택할 만한 사항이 아니다.

만약 잘 생기고, 못 생기고 선택이 가능하다면 이 세상엔 미남, 미녀만 존재할테고, 미(美)라는 단어도 지구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못 생겼다'는게 요즘은 '안 생겼다'라고 바꾸어 말하기도 한다. 성형수술이 너무 흔하게 된 요즘, 돈으로 얼마든지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어째서 이런 생김새에 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 놓느냐 하면... 이 소설의 주인공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안 동안] 주인공 이름이다. 고등학교 1학년생으로 열 일곱살이다. 이름과는 반대로 절대 '노안'이다. 지나가는 사람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아저씨"라는 호칭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몽타주를 갖고 있다.

 

얼굴의 중요성을 교과서적으로 풀어 보자면 외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배웠다. 마음이 중요하고,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외모와는 무관하게 미남,미녀/추남,추녀가 결정된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마음을 보여 줬을 때의 얘기이고, 내 진심이 통했을 때의 얘기겠다.

 

교과서에선 그렇게 배웠으나, 아쉽게도 현실은 좀 다른 것 같다. 첫 인상이 많은 걸 좌우한다. 하다못해 음식점엘 들어가도 호감형과 비호감형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달라질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주인공 동안이가 어른의 얼굴을 하고서 겪게 되는 여러 재미난 사건들이 들어있다. 억울하고 분한 일들이 대부분이고, 장점 보다는 단점으로 인한 에피소드들로 귀찮고 성가신 일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학생요금을 내는 쪼잔한 아저씨로, 원조 교제하는 파렴치한 변태로, 도박사기꾼으로도 오해를 받는다.

 

남들은 평생에 한 번 갈까 말까 하는 경찰서를 벌써 여러 번 다녀왔다. 집에서는 사고뭉치 백수인 막내삼촌 때문에 작은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고, 짝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 고백했을 때는 "윽, 꺼져" 하는 대답을 돌려받았다. 이게 다 '얼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ㅠㅠ  

 

"삐뚤어질테닷!" 하며 날개도 없이 추락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의 주인공은 씩씩하게 견딘다. 매사에 조금 소심하고 좌절모드에 빠져 있기 일쑤지만, '시바 시바' 욕하며 순간 순간을 넘기며 조금씩 굳은살이 생겨나고 있다. 지금은 아프고 속상하겠지만 굳은살이 조금 더 단단해져 갈 즈음엔 어른이 될 테고, 어른이 되면 평범한 얼굴로 살 수 있을 테니 고민해결은 자연스러워지겠다.

 

씩씩하게 지내던 동안이게게 좋은 일이 하나씩 생겨나고 있다.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보상받기라도 하는 것처럼. ^^

 

동안이에게 앞으로 더 좋은 일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면서, 큰 목소리로 응원한다. 퐈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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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네프의 연인들 CE - [할인행사], 완전 무삭제판
레오 까낙스 감독, 줄리엣 비노쉬 외 출연 / 이지컴퍼니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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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1년으로 찍힌다. 아주 오래된 영화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보지 못한 영화가 워낙 많아서... 과거의 영화는 누군가 추천을 했거나, 그 당시 보고 싶었으나 못 본 영화들로 눈에 띌 때 마다 보곤 한다. 이 영화 누군가의 추천작으로 언젠가는 '꼭 봐야지!' 하면서 수첩 한쪽에 기록했던 것 같다.

 

결론은...?  그럭저럭.  과거 영화는 많이 알려져서 기대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추천작의 경우 그 기대가 더 높아서 대체로 감흥을 못 느낀다. 이 영화도 그랬었다.  

 

아름다운 영상과 절절한 스토리,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영화는 아름다움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였다.  여자 주인공도, 남자 주인공도 거리에서 떠도는 노숙자여서 분장도 옷차림도 허름하고 남루했다. 영화가 막을 내릴 때 까지도 내내 노숙자로 생활하다, 마지막 몇 분을 남겨 두고 여주인공 미셸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남주인공 알렉스는 방화죄로 3년형을 선고받아 감옥으로 가면서 좀 말끔한(!) 모습을 보여 준다.

 

미셸을 처음 만나 그녀 주위를 계속 맴돌면서 어느새 사랑에 빠지는 알렉스. 이슬비에 옷이 젖 줄 모르듯이 사랑은 그렇게 찾아왔다. 미셸을 놓치기 싫은 알렉스가 이해 안 되는 바는 아니지만, 스토커 같은 집착과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이 무섭고 섬뜩했다. 생각을 하고 행동에 옮기기 보다는 즉흥적으로 몸이 먼저 앞서는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동공이 커지며 려웠다. 순간의 분노를 참지못해 자학하고, 물에 뛰어들고, 불을 지르고... 욕구를 분출하는 정화되지 않은 생각과 행동들이 '위험한 인물=빨간 신호등' 에 불을 켜게 했다.

 

 

영화를 보면서 "[자유]란 바로 저런 것!" 이라는 느낌이 드는 대목이 있었다. 바다를 미셸과 알렉스가 속옷도 입지 않은채로 뛰어다니는 장면이었다. 석양이 지고 있었고, 주인공들은 그림자처럼 실루엣으로 보여지면서 왼쪽 화면에서 튀어나와 오른쪽으로 사라지는 장면이었다. 

 

이것 저것 재지 않고, 골치 아프게 따지지 않고, 몸이 시키는 대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본능에 충실한 걸 보고 있자니 '진정한 자유' 란 저런 게 아닐까 싶었다.  관리비에 각종 세금에, 상사 눈치보고, 친구나 가족들과 감정 싸움에 에너지 소비하고... 매사에 전전긍긍 하는 모습이 아닌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인의 모습이 바로 저런 게 아닐까 하는 장면이다. 저들이 내 모습이 아니어서 샘이 났다.  딱 그 장면만 부러웠다!  -.-

 

끝내 여자, 남자 주인공의 사연은 듣질 못했다. 왜 그러고 사는지에 대한 사연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거리에서 사는 삶이 평범하지는 않은데, 어떤 사연일까 싶어 내심 궁금했었지만 혼자 추리하며 상상 하는것으로 대신해야 겠다.

 

시간이 흘러 알렉스는 출소해 다시 사회로 나오고, 미셸은 앞을 볼 수 있게 됐다. 그들은  추억이 있는 '퐁네프의 다리'에서 만나 한 바탕 시원하게 웃으며 영화는 끝난다. 둘은 함께 어울릴 수 없다는 걸 진작부터 알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했던 시간은 충분히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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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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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책을 읽을 때 책장을 한참 서성인다.

마음이 끌리는 책을 집었을 때가, 좋은 사람, 반가운 사람을 만난듯 긍정적인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되기 때문이다. '독고준'과 김난도쌤의 신간을 읽고 다음으로 뭘 읽을까 한참을 책 쇼핑 하다가 눈에 들어온 책이 이병률 시인의 이 책이다.

 

책을 두 손에 받쳐들고 첫 장을 넘기기 전, 두근두근 좋아하는 사람을 마주한 듯이 설레는 마음을 숨길수가 없다. 책 표지를 넘겨, 책 날개에 저자의 소개를 먼저 읽고 저자의 모습에도 눈을 맞춘다.

 

한 장을 더 넘기다가 저자의 싸인을 발견하고서 갑자기 행복해졌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견한 예상치 못한 보물이었다. (얼마전 다른 이웃님 블로그에서 저자의 싸인이 든 책을 보고 부러워 했었는데, 내가 가진 책에도 싸인이 있었다. ㅎㅎㅎ)

 

 

 

 

 

바람이 분다

컬러로 된 전면 사진을 몇 장 지나 처음 나오는 문장이다. 책 제목으로도 쓰인 문장이다.

문장을 읽으며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 라는 노래가 머리속을 스친다. 잠깐 멜로디를 흥얼거려 본다.  그 다음 페이지엔

당신이 좋다

라고 쓰여있다.  가슴이 콩닥 콩닥 거린다. '가을이 오긴 왔나보다!' 이런 느낌은 또 처음이다.

 

오늘 유난히 감성적인 것도 같고, 작가에 대한 이 두근거림도 좀 이상하고, 이 책이 마술을 부리는 건가?  알콜과 면담도 하지 않았고, 늦은 밤도 아닌데 이런 감정이 생기다니... 역시 '가을'때문인가 보다. 계절 탓이라고 결론 짓기로 한다.

나쁘지 않은 설레임을 갖고, 이 느낌이 지속됐으면 하는 바램으로 한장 한장 아껴서 읽고 싶어진다. 촉촉한 감정에 충분히 취하고 싶어졌다.

 

시인의 DNA는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다른가보다.

"어쩜!" "역시 시인이다!"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듯한 표현이 여기저기에 널려있다.

시인의 언어가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언어로 쓰여진 에세이라 마음이 흐뭇해지고 또 행복해 졌다.

 

(...)나도 나 스스로를 M 사이즈라고 여기는 적이 많다. 옷도, 사람도 실제로는 L이어야 하지만 때로 XL이겠지만 나는 나를 M이라는 상태로 놓아둔다. 나는 이 세상에서 나란 존재가 눈에 띄지 않는 게, 그 상태가 감사하다. 평범이란 말보다 큰 말이 세상에 또 있을까. 평범한 것처럼 남에게 폐가 되지 않고 들썩이지 않고 점잖으며 순하고 착한 무엇이 또 있을까.(...) 

 

 

점점 깊어가는 가을에 읽기 좋은 에세이다. 시인이 여행하면서 직접 찍은 사진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범한 듯, 무심한듯 일상의 사물을, 사람을 렌즈에 담았다.  평범하지만 이국적인 풍경들이라 낯설게도 느껴졌다. 낯선 사진들을 보면서 나도 저자를 따라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도 들었다.

 

전체적으로 사진과 에세이의 하모니가 가을을 조금 더 '가을답다고'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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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
김난도 지음 / 오우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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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면서 부모님, 선생님을 비롯한 숱한 주위의 어른들을 보면서 존경하고 선망의 눈길을 줬던 기억! 누구나 있다. 가끔 마음에 안 들어도 다른 깊은 뜻이 있겠거니 했다.  실수도 안 하고 결정도 쉽게 내리고, 흔들리지도 않고 완벽한 어른으로 보였다.  그리고, 나도 어른이 되면 당연히 그렇게 되는 줄 알았다.

 

어른이 아닌 아이를 흔히들 '온실 속의 화초', '어항 속 물고기'에 비유하곤 한다. 어항 속 물의 온도는 늘 적당하고 깨끗하게 유지 된다. 배고플 시간이 되면 누군가 먹이를 넣어 준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사는데 지장없는 삶이다. 누군가의 감시아래 있다는 것과 어항의 크기만큼 움직일 수 있는 거리가 제한 된다는 게 좀 답답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안전하고 편안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 어항이라는 세상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물고기가 어항 밖을 나오는 순간 모든 게 위험한 상황이다. 먹이를 주는 사람도 없고, 살기 위해선 물을 찾아 떠나야 한다. 매 순간 순간 내 결정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자율이 주어지는 대신, 책임과 의무가 뒤따른다.

 

내 마음대로 뭐든 할 수 있는 달콤한 자율은 좋지만, 책임과 의무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어른아이'가 생기고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흔들리는 걸까?

 

이 책은 어항 속을 갓 벗어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어른 아이'에게,

결혼을 준비하고, 한 생명의 부모가 되고... 겉모습만 '어른'인 이들에게,

'인생의 이모작'을 준비하는 중년을 향해 가는 '진짜' 어른에게 하는 위로다.

 

'당신만 흔들리는 게 아니라 다른 이들도 흔들린다.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사실을 함께 공감해 주며 토닥토닥 어루만져 주는 책이다. 책 제목만으로도 적잖은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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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준
고종석 지음 / 새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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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죽던 날, 유명한 소설가 '독고준'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져 자살한다. 하필이면 대통령과 같은 날의 자살이어서 소설가의 죽음은 신문 기사화 조차 되지 않는다.  유명했던 소설가치고는 무척 조용한 죽음이 되버렸다.

 

독고준에게는 아내와 두 딸이 있다. 이 책은 첫째딸인 독고원이 화자가 되어 소설을 이끌어 가고 있다.

아버지인 독고준은 딸들의 이름을 지을때, 이름은 세 글자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으셨는지, 성 '독고'를 제외하고는 세 글자를 맞춘듯이 '원'과 '선' 이란 한 글자의 이름을 지어주셨다. 독고준이 죽고나서 일기장이 발견되고, 큰 딸 '원'이 아버지의 일기를 읽으면서의 느낌들을 기록하고 있다.

 

아내와의 사랑이 열정적인 연인사이라기 보다는 형제나 부모의 그것 처럼 그냥저냥 '가족애'로 살았다면, 두 딸은 끔찍하게도 예뻐했다. 평소에 대화도 자주 하고 딸들을 위해서는 많은 것을 베풀던 아버지였다.

그런 부녀의 사이였어도 못다한 이야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내에게도 딸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외로움이 있었던지 끝내는 자살을 선택한다. 

 

아버지의 일기에 자살을 결심하게 된 이유 같은 건 들어있지 않다. 

1960년대 부터 2007년 까지의 삶이 그대로 들어있어 한 사람의 일대기로 보는게 맞을 것 같다.  다독을 즐겼던 소설가여서 독서일기가 심심찮게 보이고, 정치적인 견해나 동년배 또는 선후배 문인들을 평가한 내용이 들어있기도 하다. 정치, 역사, 사회, 음악, 문화...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내용이 들어있다. 그 길거나 혹은 짧은 일기를 읽고, '원'이 아버지를 회상하고 추억을 되새기며 아버지의 생각을 유추하고 어림 짐작한다.  때론 글과는 전혀 다른 자신의 일상을 풀어놓기도 한다.

 

특이하게 책은 월을 기준으로 들어있다. 즉, 4월이면 1960년도에서 2007년까지 4월에 쓰여진 일기가 한 챕터씩 묶여있다. 그다음 5월 일기, 6월 일기, 7월... 순차적으로 다음해 3월까지 1년 열 두달이 꼬박 월을 기준으로 묶여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년도를 기준으로 묶지 않았을까 싶은게 새로웠었다.  

 

 

이 소설로 고종석 이란 작가를 처음 만났다. 작가의 프로필을 보다보니, '한국어 구사능력이 뛰어나다'는 문장이 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직접 눈으로 느낀점이기도 했다. 새로이 배운 말들도 있었고, "한글에 이런 단어가 있었어?" 하는 낯선 단어도 있었다.  문맥에 딱 들어 맞는 맞춤형 단어들을 보면서 프로필에 쓰인 말이 허구가 아니구나! 하면서 읽었다. 

 

정치적인 내용이나 유럽 작가들에 대해 평가를 하는 부분은 살짝 지루하기도 했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그랬을테다.

전반적으로는 가슴에 남기고픈 표현들도 여럿 있어서 좋았다. 속독으로 빨리 읽어가기보다는 한 문장씩 음미하면서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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