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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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책을 읽을 때 책장을 한참 서성인다.

마음이 끌리는 책을 집었을 때가, 좋은 사람, 반가운 사람을 만난듯 긍정적인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되기 때문이다. '독고준'과 김난도쌤의 신간을 읽고 다음으로 뭘 읽을까 한참을 책 쇼핑 하다가 눈에 들어온 책이 이병률 시인의 이 책이다.

 

책을 두 손에 받쳐들고 첫 장을 넘기기 전, 두근두근 좋아하는 사람을 마주한 듯이 설레는 마음을 숨길수가 없다. 책 표지를 넘겨, 책 날개에 저자의 소개를 먼저 읽고 저자의 모습에도 눈을 맞춘다.

 

한 장을 더 넘기다가 저자의 싸인을 발견하고서 갑자기 행복해졌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견한 예상치 못한 보물이었다. (얼마전 다른 이웃님 블로그에서 저자의 싸인이 든 책을 보고 부러워 했었는데, 내가 가진 책에도 싸인이 있었다. ㅎㅎㅎ)

 

 

 

 

 

바람이 분다

컬러로 된 전면 사진을 몇 장 지나 처음 나오는 문장이다. 책 제목으로도 쓰인 문장이다.

문장을 읽으며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 라는 노래가 머리속을 스친다. 잠깐 멜로디를 흥얼거려 본다.  그 다음 페이지엔

당신이 좋다

라고 쓰여있다.  가슴이 콩닥 콩닥 거린다. '가을이 오긴 왔나보다!' 이런 느낌은 또 처음이다.

 

오늘 유난히 감성적인 것도 같고, 작가에 대한 이 두근거림도 좀 이상하고, 이 책이 마술을 부리는 건가?  알콜과 면담도 하지 않았고, 늦은 밤도 아닌데 이런 감정이 생기다니... 역시 '가을'때문인가 보다. 계절 탓이라고 결론 짓기로 한다.

나쁘지 않은 설레임을 갖고, 이 느낌이 지속됐으면 하는 바램으로 한장 한장 아껴서 읽고 싶어진다. 촉촉한 감정에 충분히 취하고 싶어졌다.

 

시인의 DNA는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다른가보다.

"어쩜!" "역시 시인이다!"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듯한 표현이 여기저기에 널려있다.

시인의 언어가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언어로 쓰여진 에세이라 마음이 흐뭇해지고 또 행복해 졌다.

 

(...)나도 나 스스로를 M 사이즈라고 여기는 적이 많다. 옷도, 사람도 실제로는 L이어야 하지만 때로 XL이겠지만 나는 나를 M이라는 상태로 놓아둔다. 나는 이 세상에서 나란 존재가 눈에 띄지 않는 게, 그 상태가 감사하다. 평범이란 말보다 큰 말이 세상에 또 있을까. 평범한 것처럼 남에게 폐가 되지 않고 들썩이지 않고 점잖으며 순하고 착한 무엇이 또 있을까.(...) 

 

 

점점 깊어가는 가을에 읽기 좋은 에세이다. 시인이 여행하면서 직접 찍은 사진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범한 듯, 무심한듯 일상의 사물을, 사람을 렌즈에 담았다.  평범하지만 이국적인 풍경들이라 낯설게도 느껴졌다. 낯선 사진들을 보면서 나도 저자를 따라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도 들었다.

 

전체적으로 사진과 에세이의 하모니가 가을을 조금 더 '가을답다고'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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