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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네프의 연인들 CE - [할인행사], 완전 무삭제판
레오 까낙스 감독, 줄리엣 비노쉬 외 출연 / 이지컴퍼니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1991년으로 찍힌다. 아주 오래된 영화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보지 못한 영화가 워낙 많아서... 과거의 영화는 누군가 추천을 했거나, 그 당시 보고 싶었으나 못 본 영화들로 눈에 띌 때 마다 보곤 한다. 이 영화도 누군가의 추천작으로 언젠가는 '꼭 봐야지!' 하면서 수첩 한쪽에 기록했던 것 같다.
결론은...? 그럭저럭. 과거 영화는 많이 알려져서 기대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추천작의 경우 그 기대가 더 높아서 대체로 감흥을 못 느낀다. 이 영화도 그랬었다.
아름다운 영상과 절절한 스토리,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영화는 아름다움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였다. 여자 주인공도, 남자 주인공도 거리에서 떠도는 노숙자여서 분장도 옷차림도 허름하고 남루했다. 영화가 막을 내릴 때 까지도 내내 노숙자로 생활하다, 마지막 몇 분을 남겨 두고 여주인공 미셸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남주인공 알렉스는 방화죄로 3년형을 선고받아 감옥으로 가면서 좀 말끔한(!) 모습을 보여 준다.
미셸을 처음 만나 그녀 주위를 계속 맴돌면서 어느새 사랑에 빠지는 알렉스. 이슬비에 옷이 젖는 줄 모르듯이 사랑은 그렇게 찾아왔다. 미셸을 놓치기 싫은 알렉스가 이해 안 되는 바는 아니지만, 스토커 같은 집착과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이 무섭고 섬뜩했다. 생각을 하고 행동에 옮기기 보다는 즉흥적으로 몸이 먼저 앞서는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동공이 커지며 두려웠다. 순간의 분노를 참지못해 자학하고, 물에 뛰어들고, 불을 지르고... 욕구를 분출하는 정화되지 않은 생각과 행동들이 '위험한 인물=빨간 신호등' 에 불을 켜게 했다.
영화를 보면서 "[자유]란 바로 저런 것!" 이라는 느낌이 드는 대목이 있었다. 바다를 미셸과 알렉스가 속옷도 입지 않은채로 뛰어다니는 장면이었다. 석양이 지고 있었고, 주인공들은 그림자처럼 실루엣으로 보여지면서 왼쪽 화면에서 튀어나와 오른쪽으로 사라지는 장면이었다.
이것 저것 재지 않고, 골치 아프게 따지지 않고, 몸이 시키는 대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본능에 충실한 걸 보고 있자니 '진정한 자유' 란 저런 게 아닐까 싶었다. 관리비에 각종 세금에, 상사 눈치보고, 친구나 가족들과 감정 싸움에 에너지 소비하고... 매사에 전전긍긍 하는 모습이 아닌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인의 모습이 바로 저런 게 아닐까 하는 장면이었다. 저들이 내 모습이 아니어서 샘이 났다. 딱 그 장면만 부러웠다! -.-
끝내 여자, 남자 주인공의 사연은 듣질 못했다. 왜 그러고 사는지에 대한 사연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거리에서 사는 삶이 평범하지는 않은데, 어떤 사연일까 싶어 내심 궁금했었지만 혼자 추리하며 상상 하는것으로 대신해야 겠다.
시간이 흘러 알렉스는 출소해 다시 사회로 나오고, 미셸은 앞을 볼 수 있게 됐다. 그들은 추억이 있는 '퐁네프의 다리'에서 만나 한 바탕 시원하게 웃으며 영화는 끝난다. 둘은 함께 어울릴 수 없다는 걸 진작부터 알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했던 시간은 충분히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