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준
고종석 지음 / 새움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죽던 날, 유명한 소설가 '독고준'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져 자살한다. 하필이면 대통령과 같은 날의 자살이어서 소설가의 죽음은 신문 기사화 조차 되지 않는다.  유명했던 소설가치고는 무척 조용한 죽음이 되버렸다.

 

독고준에게는 아내와 두 딸이 있다. 이 책은 첫째딸인 독고원이 화자가 되어 소설을 이끌어 가고 있다.

아버지인 독고준은 딸들의 이름을 지을때, 이름은 세 글자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으셨는지, 성 '독고'를 제외하고는 세 글자를 맞춘듯이 '원'과 '선' 이란 한 글자의 이름을 지어주셨다. 독고준이 죽고나서 일기장이 발견되고, 큰 딸 '원'이 아버지의 일기를 읽으면서의 느낌들을 기록하고 있다.

 

아내와의 사랑이 열정적인 연인사이라기 보다는 형제나 부모의 그것 처럼 그냥저냥 '가족애'로 살았다면, 두 딸은 끔찍하게도 예뻐했다. 평소에 대화도 자주 하고 딸들을 위해서는 많은 것을 베풀던 아버지였다.

그런 부녀의 사이였어도 못다한 이야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내에게도 딸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외로움이 있었던지 끝내는 자살을 선택한다. 

 

아버지의 일기에 자살을 결심하게 된 이유 같은 건 들어있지 않다. 

1960년대 부터 2007년 까지의 삶이 그대로 들어있어 한 사람의 일대기로 보는게 맞을 것 같다.  다독을 즐겼던 소설가여서 독서일기가 심심찮게 보이고, 정치적인 견해나 동년배 또는 선후배 문인들을 평가한 내용이 들어있기도 하다. 정치, 역사, 사회, 음악, 문화...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내용이 들어있다. 그 길거나 혹은 짧은 일기를 읽고, '원'이 아버지를 회상하고 추억을 되새기며 아버지의 생각을 유추하고 어림 짐작한다.  때론 글과는 전혀 다른 자신의 일상을 풀어놓기도 한다.

 

특이하게 책은 월을 기준으로 들어있다. 즉, 4월이면 1960년도에서 2007년까지 4월에 쓰여진 일기가 한 챕터씩 묶여있다. 그다음 5월 일기, 6월 일기, 7월... 순차적으로 다음해 3월까지 1년 열 두달이 꼬박 월을 기준으로 묶여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년도를 기준으로 묶지 않았을까 싶은게 새로웠었다.  

 

 

이 소설로 고종석 이란 작가를 처음 만났다. 작가의 프로필을 보다보니, '한국어 구사능력이 뛰어나다'는 문장이 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직접 눈으로 느낀점이기도 했다. 새로이 배운 말들도 있었고, "한글에 이런 단어가 있었어?" 하는 낯선 단어도 있었다.  문맥에 딱 들어 맞는 맞춤형 단어들을 보면서 프로필에 쓰인 말이 허구가 아니구나! 하면서 읽었다. 

 

정치적인 내용이나 유럽 작가들에 대해 평가를 하는 부분은 살짝 지루하기도 했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그랬을테다.

전반적으로는 가슴에 남기고픈 표현들도 여럿 있어서 좋았다. 속독으로 빨리 읽어가기보다는 한 문장씩 음미하면서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