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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너만의 명작을 그려라
제인 미들턴 모즈 지음, 김재연 옮김 / 한언출판사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중고등학생을 가르친 것이 어언 18년이 지났다. 이제 2년 더하면 20년,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한다는 세월을 교단에 서서 아이들과 일희일비하며 살아온 것이다.
십 년을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어떤 일가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이십 년을 한 가지 일에 종사했으니 특별한 노하우가 쌓였을 거라 믿겠지만,
솔직히 나는 아직도 아이들 앞에 서기가 어렵다.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을 통제하기 어렵고, 떠드는 아이들에게 야단치느라 수업이 늦어지기도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이 나이에 비해 어리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처음 가르친 아이들에게 '꿈이 무언지'를 물으면, 하다못해 회사원이란 평범한 답이라도 갖고 있었다.
스스로 먹고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들이었겠지.
요즘 아이들은 고등학생이 되어도 뭘 하고 싶은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성적도 안 받쳐주고, 가정도 잘 살지도 않고 하니 더 막막한 모양이다.
겨울 방학이 시작될 때, 아들 녀석에게 쉬운 책(아낌없이 주는 나무, 꽃들에게 희망을)으로 독서에 불을 지핀 후 이 책을 권해 주었다.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긴 했지만 다 읽어냈다.
아들 녀석은 되고 싶은 것이 아직 많은 어린애다. 경찰이나 의사도 되고 싶고(이들은 권력자다.) 교사도 되고 싶어하고(부전자전), 드라마 작가나 영화 평론가 같은 걸 하고 싶어한다.
아들 녀석의 적성은 문과 스탈로 외국어 공부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랑 비슷해서 암기하는 것을 젤로 싫어하고, 컴퓨터 게임에 빠져 살기도 한다.
이 책을 나중에 읽어 보니, 그렇게 감동적이거나 한 책은 아니었다.
지은이가 다소 복고적인 취향인지, 주로 할머니들과의 이야기를 엮어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들을 풀어 놓은 책이다.
지은이의 제언 중에 의미있는 건, 아이들에게 <명작 노트>를 만들라고 충고하는 부분이다.
자기만의 빈 노트에 자기만의 역사를 그려 보라는 것.
아, 그렇지만 아이들의 노트가 과연 비어 있을까? 유전적 요인으로 또는 사회 경제적 요인으로 아이들의 노트는 이미 상당히 그득해 보이지 않을까?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이다. 이런 책을 권해준다고 '세계관'이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관은 시대와 장소, 주변 상황에 따라 많이 굴절하는 상대성 원리에 충실한 놈이 아니던가.
그 굴절하는 모습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일, 그것이 수도이기도 하고, 지은이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영성'으로 가득한 삶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교회에 가서 멍하니 앉아 있거나, 교우들을 만나는 데 만족하면 그건 '관심'의 전부가 아닐 것이다.
그 순간에 주어진 삶에 충실하는 것.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고 굳건하게 현실에 발디딘 삶.
이게 '관심'을 갖고 '관조'하는 삶이 아닐까 한다.
사랑과 영성으로 가득한 영혼이 되길,
내 아들이 따스한 눈으로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되길,
그래서 자기 인생과, 이 세상 모두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되길,
아들의 눈으로 책을 따라 읽는 아버지가 되어 간절히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