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철학 - 질문으로 시작하여 사유로 깊어지는 인문학 수업
함돈균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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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르's Review

 

 

 

 

생각해보면 사물에 둘러쌓인 삶을 살고 있지만 실제 그것들에 대해서 별다른 의미를 가지고 바라본 적은 거의 없는 듯 하다. 알람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는 아침에 핸드폰에 손이 가는 것은 하루를 시작하는 자연스런 행동이었고 출근하는 동안에 귀에 자리하는 이어폰은 아침을 시작하는 의식과 같은 것이지만 그 모든 것에 대해서 어떠하다, 라는 의미보다는 그저 일상 속의 평범한 날들 속의 젖어 있는 것일 뿐이었다. 매일 하는 화장이며 입고 다니는 옷이며, 그것들에 대한 뚜렷한 의식도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나에게 이 <사물의 철학>은 그 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의미를 전해주고 있었고 그 안의 이야기를 하나씩 마주해가다 보면 이전에는 별로 관심 가지지 않았던 것들이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죽음을 애도하는 검은 리본을 바라보면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망자에 대한 안타까운과 살아있는 사람들이 감내해야 할 슬픔이 리본 안에 조용히 담아져 있는 느낌이다. 망자를 몰랐다 손 치더라고 검은 리본은 그에 대한 위안을 담아 좋은 곳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검은 리본을 단 이는 '침묵'하는 게 아니라 '묵상'하고 있는 것이다. 침묵은 외적 상황에 대한 수동적 태도와 관련된다. 반면 묵상은 고통과 슬픔의 상황에 대한 내적 성찰이며, 우리들이 통제할 수 없는 죽음, 때로는 죽음을 둘러싼 어처구니없는 세계의 폭력성에 대한 근원적이며 능동적인 반성이다. -본문

 

 심장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는 이 검은 리본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서 그 의미를 전해주는 것이기에 이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들이 자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리본 자체의 색깔보다는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에 촛점을 맞춰 바라보아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괜시리 더욱 숙연하게 만드는 듯 하다.

 

아르's 추천목록

 

시인의 사물들 / 강정, 권혁웅저


 

 

독서 기간 : 2015.03.2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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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나로 살지 않은 상처
앤 비티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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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르's Review

 

          

 단편을 읽다 보면 드는 생각. 그래서 그 뒤에 이야기는 어떻게 됐을까? 라는 풀리지 않는 호기심은, 더 이상 두드려도 아무도 나올 이 없는 덩그러니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집 한 채를 마주한 느낌이다. 아무리 뒤져 보아도 더 이상 나타날 것이 없는 그 진공의 상태에 남겨진 듯한 기분이기에 단편은 늘 아쉬움을 함께 전해주는 듯 하다.

 이번 <온전한 나로 살지 않는 상처> 역시 단편을 묶어 놓은 책인데, 각 이야기마다 딱히 명확한 줄거리가 있다거나 그 안에 강렬한 사건이 있거나 하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마지막이 정갈하게 정리된 듯한 느낌은 아니면서도 묘하게 이 책은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힘이 있다. 대체 뭐가 좋은 것일까, 라고 고심해 생각한다 하더라도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냥 좋다, 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이 이야기는 정형화되지 않은 그 만의 매력에 다음 이야기를 또 읽게 한다.

<온전한 나로 살지 않는 상처>의 주인공 엘런은 고등학교 음악 교사로 남편과는 별거 상태에서 이혼을 위한 준비를 하나씩 해 나가고 있다. 당시 엘런의 여동생의 집에서 하숙하고 있던 대학생 샘과 매제와의 관계가 불편해짐에 따라 샘은 엘런과 함께 살게 되는데 30대의 엘런과 20대의 샘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무언가 색다른 광경 속에서 생경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된다.

엘런은 샘의 방을 청소했다. 샘이 로스쿨에 입학하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기꺼이 청소를 맡았다. 샘은 정리할 시간이 없으니까. 또 다시 남자 뒤치다꺼리를 할 마음은 없었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샘은 청소를 해 주면 매우 고마워했다. 처음 엘런이 청소를 해 주었을 때 샘은 다음 날 꽃을 선물하면서 그러실 필요 없다고, 거듭 고맙다고 말했다. 바로 그 점이 달랐다. 엘런은 해 줄 필요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샘이 고맙다고 말하면 엘런은 청소를 더 해주고 싶었다. –본문

 이들의 이야기가 질척거리는 사랑이야기로 변모되었다면 아마도 읽는 내내 불편했을 것이다. 그들이 집이라는 공간을 공유하고 있고 서로에게 위로를 전하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플라토닉 사랑을 맺고 있다고 말하는 엘런의 말처럼, 엉뚱한 샘과 그런 샘으로부터 자신을 위안해가는 엘런은 조금씩 정상이라는 궤도 속에 자신들을 올려 놓을 수 있도록 서로를 다독여주고 있다. 사랑, 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미적지근하고 그렇다고 아무 관계가 아니라고 하기에는 적당히 따스한 이들의 이야기는 시도해 보지 않고 어떻게 알겠어요?” 라는 대담한 메시지를 전하는 샘의 방랑으로 인해 끊어진 듯 하지만 여전히 서로의 마음 속에는 살고 있을 것만 같다.

 

<먼 음악소리>의 잭과 샤론은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는 연인이다. 아직 잭이 샤론에게 함께 살자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잭이 어머님의 유품을 그에게 선물하는 것은 함께 살자는 말보다도 더 큰 의미를 전해주는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게 믿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도 거스 그릴러를 통해 잭에게 이미 아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삐걱거리게 되는데 분노로 점철되어야 할 이 상황을 생각보다 차분하게 대처하는 샤론과 잭의 모습을 보면서 사랑이란 이름의 또 다른 면을 마주하게 된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왜 이혼하지 않는 거야?”
부인을 사랑하지 않으면 전부 다 이혼해야 된다고 생각해? 나만 논리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게 아니야. 당신도 이런 하수구 속에 살면서 악몽이나 꾸는데도 여기서 벗어나려 들질 않잖아.”
그건 달라.”
잭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지?
당신을 만나기 전까진 이혼 생각 안 했어. 미라는 엘파소에 있어. 나를 떠났다고. 그걸로 끝인 거지.”
그럼 이혼할 거야?”
그럼 나랑 결혼할 거야?” –본문

 뉴욕을 벗어나기 싫어하던 샤론과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던 잭은 서로가 더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기를 원치 않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알았던 것일까. 이제는 가끔 연락만 하고 지내는 그들의 추억 속에 남겨진 서로의 기억들이 다음 사람에게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사랑은 사라졌을 지 언정 그들의 추억은 또 다른 곳에서 움트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난다.

 나는 아버지가 죽어 가고 있는 줄 몰랐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건 알았지만 죽음이 뭔지는 몰랐다. 단순한 일을 쉽게 이해한다. 낯선 이가 건네주는 편지를 읽고 고개를 끄덕여 주는 일이나 힘이 없는 사람을 친절하게 도와주는 일은 쉽다. 나는 아버지가 허리를 구부리던 모습을 기억한다. 통증으로 구부정해진 등. 추운 계절이 오기 전에 돌아가셨는데도, 아버지를 떠올리면 항상 겨울눈처럼 창백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본문

 <당신은 나를 모른다>의 이야기는 서로 함께하고는 있지만 미적지근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린과 마틴의 모습과 바니스의 고백을 보면서 순간순간을 나누고 함께한다고 해서 한 인간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가까이 여겼던 이들, 예를 들어 부모님, 남편, 애인 등과 같이 나와 바로 곁에 있는 이들일수록 오히려 그들에 대한 잃어버린 퍼즐 조각이 많다는 것으로 늘 곁에 있기에 안다고 여기는 것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은 사뭇 서글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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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빌라 / 전경린저


 

 

독서 기간 : 2015.03.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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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단
제바스티안 피체크.미하엘 초코스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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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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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눈알사냥꾼>을 읽고서는 그 동안 안고 있던 스릴러 소설에 대한 편견을 모조리 벗어 던졌기에 그의 새로운 책인 <차단>을 너무도 고대하고 있었다. 과연 이 안의 이야기는 무엇이 담겨 있을지, 또 다시 그의 이야기에 빠져 놓치고 있던 단서가 마지막에 가서야 아! 하는 감탄과 함께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한 줄의 문장도 허투로 넘기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집중해서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궁금증이지만 과연 이 사회는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탄식이 점점 커져만 간다.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법이기에 그 안에는 허점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은 했다. 그러나 이 안의 이야기를 바라보면 볼수록, 가해자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철저한 보호를 받고 있는 반면 피해자는 법의 테두리 안에 있기는커녕 오히려 더 냉혹한 현실 앞에서, 아니 법이라는 이름의 무력함을 고스란히 마주하고서는 감내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스스로 삭혀야만 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과연 이 모든 것이 괜찮은 것인가, 라는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이야기가 한 권의 소설 속에 존재하는 것이라 치부하기에 내가 땅을 딛고 사는 이 사회가 드러내는 추악한 현실은 모른 척 이 모든 것들을 넘기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헤르츠펠트가 주의를 끌 만한 발견에 대해 그의 동료들에게 막 알려주려던 찰나, 숫자 아래로 여섯 개의 작은 알파벳 글자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은 현미경을 통해 공포 반응을 관할하는 뇌의 부분인 그의 편도체 안으로 곧바로 뛰어 들어왔다. 맥박이 뛰었고 이마에 땀이 흘렀다.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그와 동시에 헤르츠펠트에게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
제발 우연이기를.’
 
토막 난 시체 머리에서 꺼낸 쪽지에 쓰인 알파벳들을 조합하면 하나의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나(Hannah).’
그리고 그것은 그의 열일곱 살 된 딸의 이름이었다. -본문

 연방수사국의 법의학자인 파울 헤르츠펠트는 무거운 몸을 안고서 검시소로 들어서게 된다. 잉골프 폰 압펜과 함께 부검을 집도하는 그는 어제의 일로 컨디션이 정상 궤도에 있지 않은 그에게 드리운 시체는 무참하게 살해된 한 여성으로 그럼에도 그는 덤덤히 오늘 그가 해야 할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가 그 안에서 캡슐을 발견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범죄의 단서라 생각했던 그가 캡슐을 열어보는 순간, 이혼 후 오랜 동안 떨어져 살았던 딸이 심상치 않은 일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번호를 누른 그는 자신을 향해 구해달라 애원하는 딸의 목소리를 듣고서는 그는 모든 이성은 놓아 둔 채 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그는 길을 나서게 된다.

 그렇게 서두르지 말아야.”
앤더가 그녀를 다시 불러들였고 무거운 열쇠 꾸러미를 뽑아 들었다. 거기에는 병원 전체 열쇠뿐만 아니라 만능키 한 개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문이 열리는 데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이렇게 막무가내로…..”
 
그녀가 침입이라는 단어를 말하기도 전에, 엔더가 현관 안으로 사라졌다. 린다에게 그를 따라 들어가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 사항이 없었다. -본문

 그리고 다른 한 편에서는 남자친구였던 대니 하크의 지독한 집착과 스토커에 벗어나기 위해 헬고란트란 섬에 들어 온 린다가 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말과 함께 그녀의 곁을 맴도는 것은 물론 점점 그녀를 옥죄어 오고 있다. 두렵다 못해 섬뜩한 그의 행태들을 신고한다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 이 상황 속에서 그녀는 스스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오빠의 조언대로 섬에 들어오게 되지만 샤워를 마친 후 그녀가 마주해야 하는 상황은 여전히 그녀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아득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뛰쳐나간 그녀는 바닷가 근처에서 한 구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그 가방 안에 있던 휴대 전화 속 전화 목록을 따라 통화를 시도한 끝에 그녀는 헤르츠펠트와 함께 이 사건 속으로 함께 들어오게 된다.

 딸을 구해야 하는 헤르츠펠트의 간절함이 린다를 이 사건에 발을 들이게 하게 된다. 그리하여 린다가 발견 한 시체 속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힌트는 헤르츠펠트로 하여금 자신의 과거로 돌아보게 하는 것은 물론 그 동안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의롭게 살아왔던 그로 하여금 과연 법은 무엇이며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계속 던지게 한다.

 하지만 채팅방 과거연결기록 중 마르티넥이 지난 며칠 동안 지속적으로 여러 번에 걸쳐 연결을 시도했던 곳이 하나 더 있는 걸 볼 수 있었어요.” 
 
거기에 대해 헤르츠펠트가 추가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잉골프가 이미 터치스크린 상의 링크 하나를 두드렸으며, 회전하는 모래시계가 모니터 중간에 나타났다.
 
연결이 성공적으로 구축되었다고 알려주는 명쾌한 신호음이 들리기까지 단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최초의 눈 내리는 듯한 장면들이 화면에 보이기까지 10초였다. 
 
그리고 헤르츠펠트가 벙커처럼 생긴 지하방을 보고 숨이 막힐 듯한 비명을 지르기까지도. –본문

 세금을 탈세한 이들에게는 그에 준하는 형벌을 내리지만 성범죄 범죄자들, 특히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끔찍한 죄를 짓는 이들에게는 그 범죄자들이 안고 있던 트라우마를 기반으로 형이 감량되고 때론 형벌조차 면제되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이 사회가 말하는 법과 정의는 무엇인지에 대해 되물어 보고 싶어진다. 빙빙 돌아가는 린다와 헤르츠펠트의 이야기는 붸붸 꼬여버린 이 사회의 단편을 보여주기에도 부족하다는 듯이 빠르게 이야기는 전개되고 그 이야기들을 넘겨 볼수록 먹먹한 분노만이 치밀어 오르게 된다.

 실제 판결문이 인용된 기사들을 보며 과연 이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끓어오른다. 죄를 지은 이들에게 그에 맞는 철저한 형벌이 내려지기를, 그리고 더 이상 고통 받는 이들이 이 땅 위에 나타나지 않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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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사냥꾼 / 제바스티안 피체크저


 

 

독서 기간 : 2015.03.0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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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꿈결 클래식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이병진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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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막무가내 도련님의 천방지축 성장기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도련님』은 일본 근대 최고의 문호인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으로, 도쿄 출신의 순수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강직한 성품의 도련님이 시골 중학교 수학 교사로 부임한 뒤 겪는 좌충우돌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1906년에 발표되어 현재까지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소설은 ‘서울대가 추천하는 고전 200선’에 선정되기도 하였으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일으키는 걸작이다. 100여 년 전 근대화라는 커다란 사회 구조의 변화 속에서 나쓰메 소세키가 느꼈던 문제의식과 불안감이 지금의 우리와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꿈결 출판사는 청소년과 성인을 아우르며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명작을 선별하여 꿈결 클래식을 출간한다. 그 네 번째 책으로 『도련님』을 펴냈다. 일문학자 이병진 교수의 유려한 번역, 50여 쪽에 달하는 상세한 해제, 올 컬러 일러스트 18컷과 나쓰메 소세키와 관련된 사진 자료 등은 꿈결 클래식 『도련님』만의 차별점이다.

[예스2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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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련님이라는 제목처럼 이 안의 주인공인 나는 새침하지만 시골에서 생활을 하면서 그 안의 따뜻함을 나누는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그를 도련님이라 부르는 기요는 아직 어린 그를 보며 안쓰러움과 돌보아야 할 대상으로서 그를 도련님이라 부르고 있다. 사회에서 그를 도련님이라 부르는 이들은 그가 세상 물정 모르는 천방지축이란 의미로 그를 도련님이라 비꼬며 부르고 있었으니, 어느 쪽이던 무언가 부족한 느낌의 그를 대변하는 것이 도련님이 말하는 그의 실체 일 것이다.

세상은 희한하다. 맘에 들지 않는 놈이 친절하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나쁜 놈이라니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완전 시골이기에 모든 것이 도쿄와는 반대인가 보다. 뒤숭숭한 곳이다. 조만간 불이 얼어붙고, 돌덩어리가 두부로 바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프리카 바늘두더지가 학생을 선동했다니, 그런 장난을 칠 것 같지 않은데, 학생들에게 가장 신뢰받고 존경받는 교사라고 하니 하려고만 들면 웬만한 일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본문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늘 패기만 가득했던 그는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시골 중학교에 수학 교사 자리가 났다는 이야기에 별로 내키지 않지만 그곳으로 가겠다, 라는 말을 내뱉게 되면서 시골 교사로 지내게 된다. 도쿄 출신인 그가 시골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도시 남자의 세련된 모습을 풍기며 무언가 소소한 에피소드가 벌어지겠거니, 기대하고 있던 나로서는 학교의 선생님들을 보고서는 모두 별명을 붙여주고 메밀 국수를 몇 그릇이나 뚝딱 해치우며 당고를 먹던 자신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놀리는 모습에 욱하며 화를 내려 하는 그가 그저 어리게만 느껴진다.

 모름지기 교사는 교사로서 그 이름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에 비친 교감인 빨간 셔츠와 그의 곁을 늘 상 붙어다니는 아첨꾼은 무언가 불쾌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물론 그의 곁에 그를 도와주려는 이들도 있다. 학생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는 아프리카 바늘 두더지가 그의 하숙집을 알아봐주기는 했지만 매번 골동품을 강매하려 하는 주인집이 불편할 뿐이고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끝물호박은 알면 알수록 감이 가는 인물이다.

세상은 온통 사기꾼 천지로 서로 속고 속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싫어졌다.
세상이 이렇다면 나도 지지 않고 남들같이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소매치기한 돈을 가로채야 하루 세끼 밥을 먹을 상황이라면 그렇게 사는 것도 잘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팔팔하고 건강한 몸으로 목을 맨다면 조상님께 죄송할 뿐 아니라 체면 구기는 일이다. 생각해 보니 물리 학교 같은 데 들어가서 수학같이 쓸모없는 재주를 배우기보다 6백 엔을 자본금으로 우유 가게라도 시작하는 편이 좋았을 뻔했다. –본문

 그러나 평탄하기를 바라왔던 그의 수업은 그를 얕잡아 보는 학생들과의 실랑이로 인해 점점 교사로서의 위상이 가라앉고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아프리카 바늘 두더지와의 관계는 악화되고 있었으며 빨간 셔츠는 그런 아프리카 바늘 두더지를 조심하라며 넌지시 충고를 하고 있다. 대체 무엇이 어디서부터 꼬인 것인지 알 수 없던 이 이야기는 그가 하기노의 하숙집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이 작은 마을이 비밀스레 품고 있던 이야기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아마도 주인공인 그는 이곳에서의 짧은 시간을 통해서 세상의 쌉싸름한 실제를 제대로 맛보지 않았을까. 기요와 함께 오랜 동안 살기 바라던 그의 소망마저도 무너져 버린 지금 철 없지만 풋풋해 보이던 그가 어찌 변해갈지 마음 속에 조용히 그려보게 된다.

전체서평보기 : http://blog.yes24.com/document/7992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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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하루키 문학 인생의 결정체가 담긴 장편소설!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해변의 카프카』상권. 하루키의 23년 문학 인생을 집대성한 작품으로, 인간의 근원적 명제인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들의 꿈과 어른들이 만들어낸 현실의 틈에 자리한 미궁 속에서 끝없이 방황하고 고뇌하며 힘겹게 성장해 가는 열다섯 살 소년의 모습을 통해 산다는 것의 의미를 확인하고 있다.

이 소설은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예언한 아버지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나온 열다섯 살 소년과, 어린 시절의 기묘한 사고 이후에 모든 기억을 잃은 대신 고양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노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현실적인 인물들과, 그들의 내면과 과거를 상징하는 분신 같은 존재들을 등장시켜 현실과 초현실을 함께 그리고 있다.

또한 독특한 말투로 고양이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나카타 상, KFC의 상징인 커널 샌더스의 모습을 한 '본래 형태가 없는 추상 관념'의 모습, 여러 가지 기괴한 일들을 벌이는 조니 워커 등 독창적이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들이 돋보인다. 하루키는 미스터리와 스릴러, 판타지를 넘나드는 빠른 전개 속에서도 특유의 문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양장본]

작품 조금 더 살펴보기!
이 작품은 하루키가 전작들에서 이룬 성과에 대한 반성과 동서양의 고전, 특히 인간의 삶의 원형이라는 그리스 비극에 대한 깊은 고찰을 근간으로 한다. 그리스 비극에 나오는 부모 자식간의 모습과 일본의 고전에서 차용한 생령의 모습 등 더욱 풍성해진 문학적 모티프를 엿볼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얼마나 험난한가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또 얼마나 근사하고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독서 기간 : 2015.03.20~03.2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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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눈으로 명화와 마주하다 - 명화 속 철학 읽기
쑤잉 지음, 윤정로 옮김 / 시그마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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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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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 만큼 세상은 보인다고 한다. 그렇기에 우물 속에서 본 하늘이 세상의 전부인 듯 생각하지 않도록 견문을 계속 넓혀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는 있지만 미술에 관해서는 그야말로 문외한이거니와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내용들을 배워야 할지도 가늠이 서지 않는 나로서는 미술관에 가끔 가는 날이 있더라도 그저 멍하니 그림을 바라보고서는 나에게 전해지는 느낌, 그러니까 이 그림이 나의 취향이다, 아니다 정도의 판단만을 하고서는 돌아서곤 했다. 오디오 가이드가 있을 때에만 겨우 그 내용을 가늠할 수 있었던 나에게 있어서 명화는 그저 한 점의 그림으로 전락해버렸고 그렇게 늘 한 장의 그림으로만 명화들을 바라봤기에 그림을 보고 이해하는 눈을 가질 수 있길 간절히 바라왔다. 그렇기에 이 <이성의 눈으로 명화와 마주하다>는 오랜 염원을 풀어줄 책으로 비춰졌고 책을 받고서는 정신 없이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만약 명화를 수면 위에 떠오른 빙산의 일각에 비유한다면 해수면은 화가 본인과 그가 살던 사회를 가르키고 해수면 밑에 가려진 거대한 빙산은 사회와 예술에 소리 없이 스며든 피타고라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성 아우구스티누스 등과 같은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일 것이다. 이 사상이야말로 내가 그토록 관심을 갖고 열심히 묘사하고 분석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책은 통상적인 의미의 미술 서적이 아니다. 나는 독자들에게 어떤 감동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없으며 그저 이 책을 읽고 사고하기를 희망한다. 만약 당신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면, 미술사에 관심이 있고 지혜로움을 사랑한다면 이 책이야말로 당신이 찾던 책이다. –본문

 죽은 이들의 영혼을 재고 있는 미카엘의 모습을 그린 다수의 그림들을 보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성서의 모습을 그려 놓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저울을 통해서 영혼의 무게를 재고 그 안에서 죄가 있는지 여부를 묻는 이 그림을 보면서 나는 결단코 그 어떠한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그저 영혼의 무게를 재고 있는 대천사의 모습이구나, 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 그림들을 통해서 어찌하여 당시의 사람들이 영혼에 무게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그리고 그 영혼에 죄의 무게가 실려있을 것이라 생각했을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파고 들게 된다. 그러니까 당시의 사람들은 영혼의 무게는 어린아이든 어른이든 상관 없이 동일한 것으로 보았으며 선과 악에 따라서 영혼의 무게가 달라지므로 미카엘의 저울로서 인간의 선악을 그리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혼의 경우에는 그 어떠한 옷도 걸치지 않고 있기에 죽은 이들의 영혼을 그릴 때면 늘 나체의 모습으로 그렸다는 것은 당시 그들이 안고 있던 영혼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담겨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성모 승천>에서 성모의 영혼은 왜 나체로 그려지지 않았을까? 그 이유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성모 마리아는 원죄가 없으므로 그 영혼은 순결무구하다. 하지만 그 어떤 작품에서도 성모의 나체를 찾아볼 수가 없다. 화가들은 자신의 신학적 소양이나 나체의 영혼에 대한 신념과 상관없이 성모 마리아를 묘사할 때에는 항상 적절한 의상을 그려 넣었다. 이는 성모를 향한 공경심을 표출하는 동시에 속세의 도덕적 신념과 기준에 부응하기 위함이었다. –본문

 특히나 고대의 사람들은 수와 기하는 하느님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들이기에 이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즉 숫자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서 마귀의 예술이라 일컬었다고 한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가 그린 <마녀>라는 작품을 보노라면 그녀가 기하학의 부호가 가득한 책을 펼치고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제목을 모른 채, 혹은 이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을 모르고서 이 그림을 바라보았다면 그저 한 수학자를 그린 그림일까, 라고 오해했을 이 그림이 왜 마녀인지, 그리고 당시 사람들은 왜 그러한 생각들을 품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프란체스카는 이런 전통 회화기법에 대담한 혁명을 일으켰다. 수학자 특유의 예민함으로 숫자와 기하도형 간의 관계를 정밀히 계산했으며, 다른 화가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이성과 수학적 자질을 바탕으로 투시도법을 연구했다. 점에서 선을, 선에서 면을, 면에서 입체를, 입체에서 만물을 만든다는 이론처럼 그의 화폭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는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수의 논리를 따른다. –본문

 그러나 고대의 이러한 생각은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게 되면서 모든 것이 사라지게 되고 마치 인간이 신이 된 것처럼 다양한 수학적인 이론이 접목된 그림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토록 이전에는 명화를 보면서 그저 스쳐 지나갔을 이야기들을 이 안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마주하면서 왜? 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당시의 시대상과 이전의 시대상은 어떠했는지 등에 관한 내용을 생각해보게 한다. 이미 그려져 있는 그림이 완성된 것이라고 믿었던 나에게 한 작품 안에 담긴 의미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었기에 앞으로 하나의 작품을 마주할 때면 그 안에 숨겨진 의미는 물론이거니와 이 그림이 안고 있는 의미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찾아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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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화가들 / 박석근저


 

 

독서 기간 : 2015.03.18~03.2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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